일단 나이:

 

가늠할 수 없음.

항간에 돼지띠라는 소문도 있으나

외모와 정신연령은 철저히 호적을 배반함.

주변인들로 부터는, 호적 나이를 배반하는 건 오직 정신연령일 뿐이지

외모는 절대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임.

 

오로지 남편만이, 세월은 당신을 비껴가는군요, 라며 동의해 줌.

이 점에 대한 내 주변인들의 반응,

 

너희 둘은 꼭 백년해로 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외모와 별명:

 

얼추 보기에 키도 좀 되고 팔 다리가 가늘어

쭉빵이라던지 글래머라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듣지만

측근들은 다 알고 있는 '뱃살'이 치명타라 할 수 있음.

피와 살을 나눈 형제들은 일명 '거위' 내지는 ‘배사장’,

가장 최근에는 심지어 '뚱땡이' 라는 칭호도 서슴지 않고 부름.

사라져가는 현대 사회의 가족애가 애석할 따름임.

 

오랜 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꼭 배 한번 쳐다보고

 

"어머? 애기 가졌나 봐?"

라는 질문을 함.

 

몇 년째 5개월에 머물러있는 아가도 있나.

 

결혼했다고 뱃속의 똥이 갑자기 아가가 되는 게 아니라고

얼마나 더 계몽을 해야 한단 말인가.

좌절스러울 따름임.

 

오로지 남편만이 ‘이쁜이’ 라고 부름.

연애 시절, 본인을 향해 ‘헉! 아름다우십니다’ 를 연발하는 남편을 보고

까칠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의 모친 왈,

 

“그런데, 걔 혹시 어디 모지라는 애 아니니?”

 

그러다 결혼을 하고, 본인을 향한 시댁 식구들의 엄청난 환대와 사랑을 보고

나의 피붙이들이 내린 결론.

 

우리 시댁이 총체적으로 정신이 살짝 이상한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생각함.

 

이력과 직업:

 

서울 강북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조국의 거부로

20세에 도미,

그 이후로 내내 뉴욕에 거주하고 있음.

 

학업을 마치고

직장을 구하기도 후딱, 때려 치기도 아침에 된 똥 누듯이 후딱, 하면서

이런 저런 직장을 전전하며

사회 부적응자로서의 면모를 10여년 유감없이 과시하다

최근 다 때려치우고

집에서 자아실현에 충실하고 있음.

내 자아는 아파트 문 걸어 잠그고 세상과 단절된 상황에서 매우 잘 실현되는 편임.

 

'팔 다리 멀쩡한 젊은 것이 애도 안 키우면서 집에서 노는 것'에 대한

집안 어른들의 염려와 질책에 시달리어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가는 바

 

대외 안심용으로 '집에서 글을 쓴다'내지는

'번역일을 하고 있다' 또는

'친구 남편 사업장에서 파트타임으로 경리일을 봐주고 있다'

 

이 셋 중에 하나 골라서 뻥을 치는 방향으로

목하 고심 중.

 

성격과 가치관:

 

본인은 굉장히 호탕, 유쾌라고 자부하나

역시나 피와 살을 나눈 형제들은 한마디로 '더럽다' 말로

모든 설명이 된다는 견해.

 

성장기에는 가슴 훈훈해지는 착한 짓도 종종 하더만

장년기에 접어 들어서 성격이 포악해지고

재수없어 졌다는 언니의 부연 설명.

 

'그 사람 질리게하는 잘난척도 좀 그만하지'

 

라는 질책도 가끔 받음.

 

싸움을 매우 즐기는 편이었음.

싸우는 상대는 주로 몸담고 일하는 회사의 상사나 심지어 사장,

주거래 은행의 직원들,

관공서 직원들 등

일상 생활에서 대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망라함.

 

길에서 동네 양아치들과 한 판 붙을 때는, 필요할 때는 욕도 적절히 사용하여

무식함의 효과를 최대한 노린다, 가

싸움에 임하는 자세임.

 

허나, 최근에는 나이 탓으로 인하야 체력이 많이 딸리는 관계로

포악했던 성격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부쩍 다운 그레이드 됨.

 

가족 관계:

 

재산 상태가 빚 외에는 매우 심플한

하류층 집안의 1남 4녀 중 막내로 성장.

슬하에 5년 간의 열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은 남편 하나와 6년째 살고 있음,

남자 친구나 2세 등은 없음.

앞으로도 없을 계획임.

 

취미와 특기:

 

침대에 누워서 책이나 신문 읽기,

사람들한테 바쁘게 사는 척 하기,

맥주 마시면서 야구 보기,

야구 보면서 맥주 마시기,

간간이 축구도 보기,

화장하고 나서 거울 보며 혼자 뿌듯해하기,

집안 어른들한테 뻥으로 효도하기,

신랑 울리기,

팔자 타령하기,

친구 부모님들 내지는 귀여운 막내 시누이와 화투 치기,

시댁 어른들한테 귀여운 척 하기,

시누이들한테 카리스마 내뿜기.

(아들 하나에 여자만 넷인 집안에서 크느라

결혼은 남자 형제만 있는 사람하고 하고 싶었는데….신랑이 1남 3녀의 장남임.

완전, 똥차 피하려다 쓰레기차에 엮인 상황임.

결혼 2년까지의 기간 안에 살짝 까칠한 시누 두 명, 기선 제압 완료.

현재는 다 사이 좋게 지냄)

 

장래 희망:

 

다시 취직해서 돈 벌기,

앞으로 십여년 바짝 일해서 50세 되면 은퇴하기,

은퇴 자금으로 현찰로 30만불 모아서 코스타리카로 가서

바닷가에 작은 집을 한 채 사고,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에 선술집을 차릴 계획.

 

런던에서 일년간 바텐더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신랑이,

자기는 바텐더를 하고 본인은 주방 아줌마를 하면 되겠다고 하나,

자기는 홀에서 손님들하고 노닥거리고 나더러는 뜨거운 불 앞에서 뺑이를 치라고??

나는 고렇게는 못함.

얼굴 마담 하겠다고 우기고 있는 중.

 

은퇴 자금 현황에 따라 그냥 놀아버리는 옵션도 유효함.

 

뉴욕에 사는 것에 대해:

 

그냥 어쩌다 보니 오게 되어 어찌 어찌 16년째 살아가고 있음.

살수록 마음에 안드는 날씨,

너무나 길고 우중충한 겨울이 싫고,

무례한 사람들은 더더욱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비좁고 낡은 아파트들인 주제에 월세만 치솟는 작금의 상황도 너무 싫고,

뮤지컬과 뮤지움 등에 심드렁한,

남들은 일부러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보고 즐기고 간다는

그 모든 뉴욕의 문화 생활과는 담쌓고 지내는 본인으로서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메리트도 없음.

 

모두 미친듯이 바쁘게 사는 모습에

게으르게 사는 내가 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힐듯함.

"정신 없이 뺑이 치며 살아도 업그레이드를 보장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대충 사는 게 속 편하다" 라는 철학을 갖게 됨. 하여,

 

가훈:

 

을 정하기를,

 

‘내일 해도 될 일을 구태여 오늘 하지 말자’

 

남들만큼 사는 것,

이 나이에 어울릴 법한 생활 수준,

남들 보기에 쪽 팔리지 않을 만큼,

 

이런 것들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의외로 대도시의 삶도 간편해 짐.

 

차 없이 살기,

거실에 소파 없이 살기,

식탁 없이 살기,

내 집 마련 안하고 살기,

무선 전화기 얻어다 쓰기,

냄비와 그릇, 숟가락 젓가락까지 다 얻어다 쓰기,

텔레비젼 얻어다 쓰기,

침대, 책상 얻어다 쓰기,

 

하면

정말 속 편함.

한 달에 나가는 고지서가 적을수록

사는 뽀대는 안 날망정

일신이 무진장 편안함.

 

그래서 아이 양육비 들어가는 셈치고 현찰 조금씩 꼬불쳐서

휴가는 꼭 챙겨서 놀러가기,

 

이렇게 한 세상 살다 죽는다 한들,

내 하늘을 향해 그 무엇이 부끄러우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