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3년 전에 제가 사는 아파트가 한국 젊은이들의 소음으로 인해 홍역을 잠시 앓았던 시절이 있었네요.

집주인이 그 시점부터 한국인/일본인 부동산을 거래하기 시작해서

빈 집만 나왔다 하면 저 둘 중의 하나 나라 출신인 사람이 들어 오더군요.

저희 빌딩은 스튜디오/원베드 밖에 없는 아파트인지라

아이도 있는 가족이 살기는 좁아서 좀 무리고, 보통 독신 내지는 커플이 주요 입주자들이거든요.

그래서 젊은 학생들이 많이 이사를 오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 가정집에서 음주가무, 고성방가를 좀 과도하게 즐기는 한국 젊은이들이 몇 있었어요.

다른 주민들이 불면의 밤을 보내드라 고생 좀 했네요.

집주인의 아들이자 수퍼가, 그래도 한국인 입주자 중에는 제가 올드타이머라고

저한테 와서는

다른 입주자들한테 불평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자기가 몇 번이나 얘기를 했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가 않는다고, 협조문을 한국말로 써서 돌리면 좀 효과가 있지 않을까...하면서 부탁을 하길래, 안그래도 저도 많이 고통을 받고 있었던 차라 흔쾌히 알았다고 했죠.

협조문 돌리고 나서, 일단 반응은 괜찮았어요.

수퍼한테 젊은이들이 자꾸 물어봤다 하대요.

이 아줌마 대체 누구냐고, 누군지 얼굴 좀 보고 싶다고 많이 그러더라고 하더라나?

소음, 많이 사라졌습니다. 젊은이들이 협조, 곧잘 해주더군요.

글 말미에 저희 사는 아파트 호수를 적었더니, 옆에서 남편이 그거 적지 말고 그냥 익명으로 하지...그러는걸,

아니, 뭐 내가 여기다 욕을 쓴것도 아니고,

다같이 조용히 잘 살아 보세 하는 얘기 쓴건데 내가 누군지 못 밝힐 이유가 있삼?

하고는 그냥 확 적어 버렸어요ㅎㅎㅎ

아래는 제가 작성한 협조문의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빌딩에 8년째 살고있는 아줌마입니다.
근래 2-3년 들어 젊은 한국분들이 많이 이사를 오셨더군요.
젊은 분들이 많이 보이니 신선한 기운이 느껴져
덩달아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밤에 시끄러운 소음이 늘어나기도 했네요.

좋은 나이에 교우관계도 활발하고
이것저것 밤에도 하실일이 많으실 줄 십분 이해하지만
12시 이후에는 같은 빌딩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배려로
조금 조용히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더우기 1층에 살아서 두 건물이 마주보는 작은 골목 지역에서나는
소리는 직방으로 들립니다.
일주일 전쯤에는
밤 한 시가 되어가는 시간까지 예닐곱명이 시끌벅적
활발하게 교우활동 하시는 소리가 밖에서 들리더군요.

오로지 하루 8시간 칼수면과 밥심으로 그 다음날 하루 노동을 견디는
아줌마로서는 그 시간까지 소음땜에 잠 못 이룬다는 것은
저에게 다음날 치명적이 됩니다.

짧은 영어로나마 다니는 직장에서
하루 종일 전화로 고객 상대하며 말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인데
아침부터 정신 집중이 안되서
이거 영어로 어떻게하나 하면서 버벅거리면
너 바보니? 하면서
고객들 한테 왼종일 구박당하고
그 서러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몸도 부실한 사람이라 그렇게 밤잠을 설치고 나면
다음날 병든 닭처럼 하루 종일 조느라고
회서 동료들한테 임신했냐고 질문듣는것도 정말 지겹습니다.
제 똥배탓도 있겠지만
아기 낳아본 경험자들은 자꾸 조니까
임신했는줄 알더라구요.

집주인이 한국사람과 일본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방만 비었다하면 둘중 한 나라 사람이 들어오는데
여지껏 시끄러운 일본말 듣고 잠 깨본적은 없습니다.
물론 한국말이 제 귀에 더 익숙해서 그런면도 있겠으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어떤 날은 12 거진다된 시간에
젊은 남자분이 빌딩문 바로 앞에서 전화를 걸더군요.

누구누구야, 나야......나 니네집 바로 앞에 있어.

이 빌딩에 사는 여자분, 아마 잘 준비 다 해서 못나간다고 하는것 같더군요.

뭐 어때~~~넌 화장안해도 이뻐~~~

이러한 밀고당기는 실랑이가 한참 오간후에,
여자분이 준비하고 내려오겠다고 했나 봅니다.
그 기다리는 시간동안 남자분은 친구한테 전화를 하네요.

야, 나 누구네 집앞에 있어. 금방 내려온데....아 귀여워 죽겠어~~~~~~

이 귀여운 여자분땜에 그날 사람 둘 죽을뻔 했네요.
저 역시 잠못들고 이 모든 상황을 고스란히 듣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이 여자분께 인생선배로써 한마디 드리자면
화장안해도 예쁘다는 말은 본인이 거울보고 알아서 현명히 처신하시기 바랍니다.
제 과거 경험으로는 그래서 한 번 진짜로 맨얼굴 보여주니까
전화 다신 안하는 인간들이 더 많습디다.

늦은 시간이라 안되면 소신껏 끝까지 안된다하시고
다시 꼭 화장을 해서라도 잠깐이나마 얼굴보시고 싶으시다면
(저도 소시적에 두루 연애 해본 사람이라 그 마음 다 이해합니다)
비상용으로 트윈케잌하나 사다 놓으세요.
어스름한 불빛에는 트윈케잌 하나만 적신 퍼프로 맨얼굴에 쓱쓱바르고
립글로스만 발라도 충분, 2분이면 끝납니다.

그럼 제가 저번처럼 남자친구분이 친구한테 떠는 수다를 15분씩이나
안들어도 되겠지요.

그리고 남의집 창문밑에서 말고 어디든 좀 들어가서
사랑의 대화를 나누심이 좋겠습니다.
그 날 제가 드디어는 못 참고

저기요, 저기 여기서 다 들리거든요......

하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정말 젊은 분들 연애 생활에 찬물끼얹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습니다.

집주인의 후계자이자 빌딩의 수퍼인 폴 총각 말에 의하면
새로온 한국 분들땜에 불평이 너무 많이 들어와 골치가 아프다고
저한테 한국말로 조용히 살자는 협조문 좀 작성해 달라고 부탁을 하네요.
이 점 어떻게 생각들 하십니까.

한번은 어떤분들이 새벽 4시 반까지 술먹고 파티를 벌이느라 엄청 시끄러웠다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 다들 여기서 오래 살고 참 순한 사람들이라 그렇지
보통 그 정도면 다음날 점잖게 수퍼한테 가서 불평하지 않고 바로 경찰 부르죠.
경찰오고 재수 없어서 경찰서까지 가게되면
햄버거 먹으면서 유치장에 있었노라고 추억하시렵니까?
뉴욕 유치장, 제가 알아서 말씀드리는데 사람갈데 진짜 못됩니다.

파티도 좋고 다 좋은데
여기는 학교 기숙사가 아니라 일반 주거지임을 항상 잊지마셨으면 하네요.

12이후에 귀가시
골목에서 왁자지껄 떠들지 않고 빌딩문 조용히 열고 들어오기,
담벼락 아래서 떠들고 놀지 않기,
파티 자제하기,
너무 무리한거 아니죠?
12시 이후요, 한밤중, 신데렐라도 집에 들어가는 그 시간부터요.

그럼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리며
제가 음식이라도 차려놓고 반상회라도 열어서 직접 말씀드리면 좋으련만
저희 빌딩 아파트가 아시다시피 거실에 어른 넷 이상 어디 궁댕이 붙힐
공간이 있어야 말이죠. 그 점 아쉽네요.

내 집 마련의 꿈도 요원하기만 하여 이 코딱지만한 아파트가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이 중년의 영세민 아줌마를 불쌍히 여기시어
제발 협조해 주시기를 재차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젊은날에 낭만과 더불어 진지함도 공존하기를
한물간 이 아줌마가 기원하며
좋은 이웃으로 더불어 살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행복하세요.

$%^ (아파트 호수)  아줌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