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메뉴는, 오랜 만에 하는 닭볶음탕이예요.

닭도리탕은 무슨 일본식 표현이라고 그리 쓰지 말라고,

닭볶음탕이라고 하라고, 레서피 검색하다 보니 그런 말 나오대요.
한 반 년 만에 하나 봐요.

 

감자니 뭐니 필요해서 장보러 동네 수퍼에 나갔다 왔습니다.
셀프 첵 아웃 기계를 기다리는데,
기계가 4대 거든요.
4개다 사용 중이고,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니깐 제가 줄은 1등으로 선거죠.


그러고 서 있는데,
좀 있다 웬 젊은 백인 커플, 카트를 밀고 제 옆에 서네요.
옆으로 서서는 제 쪽 방향을 일부러 안 쳐다보고 자기들끼 수다 떨며 딴청.


줄을 뒤로 안 서고 옆으로 설 때 부텀,
저들의 의도가 간파가 됬지만 미리부터 어쩌고 저쩌고 하기 귀찮아서 그냥 있다가요,


한 사람 거진 끝나서 주섬 주섬 하는 거 보더니
남자가 막 그리로 카트 들이 밀기 시작.

그 뒤를 따라가는 그 일행 여자를
제가 익스큐즈미 하고 불러 세워서요,

 

 

내가 당신들 보다 먼저 줄 서 있었다,
말했어요. 조용히. 차분하게.

아주나 교양있게요. 제가 다음 차롑니다. 하고요.

이 미국 사람들하고 댓거리 하자면

한국식으로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하고 팔 부터 걷어 부쳐봐야

무식하단 소리나 듣잖아요.

내 진심은 그렇지가 않지만, 그래도 이 땅에서 먹히는 방법을 써야 하니깐,

혈압 내리고, 조용히 그리고 찬찬히

 

 

i was on line before you guys.

 

그랬더니, 여자가 눈썹을 확 치켜 세우며 남자 불러 세우더만,
이 사람이 먼저라고 말을 하긴 하대요.
그러더니 그 두 남녀가 동시에 저한테 더리룩을 주는데,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거 있잖아요.

눈 헤비집고 굴려 대면서 이거 웬 헛 소리야? 하는 표정 하는거요.

별 또라이를 다 보겠네 하는 표정이요.

 

은근슬쩍 새치기 할래다,
쟈가 뭘 모르는 줄 알았더만, 다 알고 있다가 자기 차례 챙겨 먹는다고 나오니
갑자기 무안했나 봐요
그런데 그렇다고 왜 날 째려보나요. 헐...

내가 뭘 잘못했나요?

나는 내가 먼저 줄 서 있었다고,

새치기하려는 자들을 불러 세운것 뿐인데.

이 땅에 정의는 살아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 뿐인데.


저더러,


줄이 거긴지 여긴지 자기가 어떻게 아냐고 되려 저한테 지롤 지롤 하네요?


아놔???

방구는 니가 꼈거든?

화는 니가 낼게 아니거든?

딱 그 짝인 거예요.

똥낀 놈이 성 낸다고. 헐…

 

 

정말 어이가 없어서, 지가 새치기 하다 잡히고는

왜 줄 잘 서 있던 이 문화 시민한테 지롤이래요?
줄이 거기건 여기건 지보다 먼서 서 있는 사람 보이면 그 뒤로 서는게 줄이지,
무슨 게걸음 줄을 한다고 지가 옆으로 서 놓구는.
괜히 무안하니까 나한테 지롤을.

 

 

아니 내가 줄 먼저 선 죄 밖에 더 있나요.

내가 줄 서면서 내 뒤로 줄 서는 사람들 교통 정리까지

깔끔하게 해야 내 차례 찾아 먹는 건가요?

줄을 뒤로 서는지 옆으로 서는지 지들이 모르는거 내가 죄송한 일인가요?

내가 먼저 서 있는거 뻔히 보고도 어찌 어찌 엉겨 붙어 볼라고

지네가 맘대로 서 있었으면서...

참 벨 꼴입니다.

 

낫 마이 프라블럼.
내가 당신들 보다 먼저 서 있었잖아요.
차례 기다리는 거였거든요?
내가 여기서 놀려고 그냥 서 있는줄 알았나요?
줄은 먼서 서있는 사람 뒤로 서는 겁니다. 옆이 아니고.
we call that common sense.



저것들이 움찔! 하는 표정이네.
예상치 못한 반격이라는 듯이요.
슬쩍 보니깐, 이 시점에 이미 제 뒤로 서너명이 줄을 섰더라고요.
그럼 저 미련한 것들이,
그저 미안하다 몰랐다 한 마디 하고 나 흔쾌히 보내주고
곰방 다른 사람 또 같이 끝나 가던데, 가서 하면 되잖아요.


지들이 저 지롤을 떠니깐,
줄은 내 뒤로 서 있고, 지들은 새치기 하다 딱 걸린 꼴이니 분위기가
줄 맨 뒤로 가야할 분위기인 거라..


여자가 남자더러


그냥 저 쪽 캐쉬어한테 가자, 아 왕짜증, 하고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 눈알 굴려대고

옆의 남자 노무 색휘도 아주 싹퉁 바가지로 생겼든데

같이 눈알 굴리면서 나를 째려 보고 한숨 푹푹 쉬고.


야야...눈알 튀 나오겠다.
쓸데없이 기 올리지 말고 어여 볼일 보고 집에 가라...

 

 

저는 쟈들이 눈알을 굴리거나 말거나 궁시렁 대거나 말거나,
저들의 비양심적인 새치기를 허용하지는 않겠다 하는 내 목적을 달성한 만큼,
줄은 먼저 서 있는 사람 뒤로 서는게 상식이다, 딱 저 말까지만 하고

더 이상 눈길도 안주고 아무 말고 않고 있다

제 차례 챙겨 먹어서 우유랑 베이컨 계산하고 왔네요.

 

 

옛날 같지 않아서, 이젠 이 정도 일은 그냥 딱 목적만 완수하면
아니, 뭐 이딴 것들이 다 있어, 하고

안 지겠다고 혼쭐을 내주겠다고 계속 열 받쳐서 말 섞고 이러는게 귀찮아 졌거든요.

나도 내 코가 석 자에 내 인생 바쁜데

저런 철없는 싸가지들 예절 교육 시키느냐고 쓸 기운도 없고요.

내 밥 그릇 찾아 먹는거만 사수하면 나도 더 이상은

감정 낭비, 기력 낭비, 안하는 방향으로요.

그렇게 살고 있어요.

뻔하죠 뭐.
머리 질끈 묶고 안경쓴 동양 여자 하나 앞에 서 있으니
대충 제끼고 새치기 하자 뭐 요런 거였겠죠.
새치기 할래다 되려 지 차례로 못 챙기게 되서 저 쪽 가서
한숨 푹푹 쉬며 줄서있는 꼴이라니...

 

 

아 꼬소해~~~

 

 

메롱이다 요것들아~ㅋ

 

 

그러고 흐뭇한 기분으로 수퍼 나오는데

저야말로 진짜 방구나 나올라 하는거 있죠.

땅콩을 간식으로 하도 까먹어서 그런가..

아이….어쩌나……

 

 

어찌나 황망하던지….그런데 어쩌나요.

그거 참다가 괜히 더 큰 사단 낼까봐 겁나서요.

소리가 나거나 말거나, 냄새가 나거나 말거나

끄냥 뿡 뀌고 잽싸게 나와 버렸네요.

시워언~~ 했어요~ 후후~~

 

 

사고를 치고 부끄러운 마음에 종종 걸음으로 밖으로 나오니

뉴욕의 쿨한 크리습한 겨울 공기는

내 똥꼬를 불필요하게 오래 맴도는 개스의 여운을 깔끔하게 처리해 줍니다.

하늘을 보니…..

아…..달이 밝습니다….

 

 

내가 겪는 사람들, 모,두,다, 내 맘 같지가 않다는 전제를 하고,

그렇게 사람을 봐야 한다고

그럼 저런 찌질이들은 당연하게 느껴지고

내 맘 알아주는 사람은 백 배 더 반가우니까.

세상 사람 내 맘 같지 않은 것에 상처 받지 말고,

내 맘 같을 수 없는 세상 사람 중에, 내 맘 알아주는 사람 있는거,

만세를 부르고 행복해 하면 된다고.

달이….참말 이쁘네….

 

 

보름에서 삼일 빠진 달이 그런데로 참 복스럽대요.

거진 내 얼굴 비슷하게 됬네~?

 

 

보름이 금요일인가 봐요.

(달력 확인해 보니 목요일이네요. 21일)

 

 

제가 나물 반찬, 정말 정말 좋아 하거든요.

작년엔가요?

열심히, 인터넷 뒤져서 오곡밥도 혼자 흉내내 봤었어요. 너무 먹고 싶어서ㅎㅎㅎ

 

 

요리를 못하고 하기도 싫어하며

동생이 해주는 밥 먹는 걸 좋아하는 나보다 두 살 위인 나의 새침떼기 셋째 성님,

그녀의 회사로 전화를 걸어 가지고,

이거 했으니까 와서 먹고 가라고 했더니,

 

 

아주나 귀를 쫑긋 세우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는 톤의

모기만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띄엄 띄엄 하는 말.

 

 

아…..쫌 민망하다…..

언니가 되가지고 맨날 동생이 한 음식이나 얻어 먹고…

우리 회사 사람들이 놀리는데…

하지만….민망한건 순간이고 먹는건 남는 거니까…

나를 너의 언니라 칭하지 말고, 특공대라 불러주렴.

너네 집에 맛있는거 하면 짠~하고 출동해서 먹어주는 특,공,대.

알….겠~~어. 이따 봐…

오늘 퇴근은 5시 17분에 할거야.

 

 

제가 이렇게 써 놓으니까 제가 꾸며낸 말투 갖죠?

노우.

전혀.

 

 

저거 절대로 제 셋째 성 말하는 그대로예요. 맹세합니다.

저희 집안 여자들이 이래요.

다들 이렇게 거북한 개성을 하나씩 갖고 있다는.

 

 

저는 정월 대보름 참 좋아 하거든요.

대보름에 먹는 땅콩, 호두 이런거부터 해서

오곡밥,

나물 반찬들,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것들이라서.

이번에도 또 해먹을 테여요.

 

 

대보름 날 더위 파느라 고생 하지 마시고요,

저한테 다아~~ 파세요.

제가 더위 다아~~ 사드립니다.

 

 

 

그 더위 제가 다~~사 가지고요,

여행 가방에 차곡 차곡 잘 챙겨서,

커리비안 놀러가서요, 모히또 한 모금 꿀꺽 마시고,

그 예쁜 바다로 뛰어 들어가 싹 다 풀어 놓고 오죠 뭐.

조만간 제가 뉴욕 돈 다 쓸어 모을 계획 이니깐 뭐,

언제가도 저기 또 갑니다. 조만간. ㅎㅎㅎ

 

 

 

 

정초부터 재수 없었던거요, 고거 음력으로 치기로 했음.

 

 

 

여러분들도

무자년에 복 많이 받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