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 지난 주말에 못 했어요.. 죄송해용…

 

 

요즘 면접 몇 군데 뛰었어요.

 

 

미국에 17년 째 살면서 제가 혼자 뿌듯해 하는 것 두 가지는,

첫 째, 내 이름 석자를 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

두번 째, 한국말 계속 잘하고 있다는 것.

 

 

학생 때는 몰랐는데, 직장인 되고, 세금 짤없이 내기 시작하니,

아 나도 투표란걸 좀 하고 살아야 겠다, 해서 시민권 취득을 결심하고.

시민권 취득하면서, 결혼 하면서 이름도 성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다는거

그저 혼자 좋아하고 있고요.

시민권 취득하면서 이름을 안 바꾼 이유는, 딱히 이름을 바꿀 필요를 못 느껴서요.

 

 

결혼 하면서는, 남편하고 잠깐 상의는 했는데, 저는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이름 바꾸면, 사회 보장국, 차량국, 크레딧 카드 회사 등등 오만데 전화하고

전화만 하나요, 사안 따라 직접 가기도 해야 하는 걸.

 

 

이름 바꾼 증명 보내고 어쩌고 하는거 너무 귀찮아서.

그래서 내가 내놓은 제안.

 

 

당신 성하고 내 성하고 뽕짝 시켜서 둘이 함께 바꾸는거 어때요?

 

 

힐러리 로덤이, 결혼하고 힐러리 로덤 클린턴이 됬잖아요?

하지만 빌 클린턴은 그냥 빌 클린턴.

빌 로덤 클린턴으로 바꾸지 않고요.

가만 생각해 보니, 내 성만 바꾸면 나만 억울 하겠는거라…

그 귀찮은 관공서 전화질, 방문질을 나만 주루룩 해대고 남편은 그저 가만히만 있으면 되고.

 

 

‘물귀신 작전’ 이라고나 할까요. 나만 귀찮을 수는 없다! 하는 각오로

당신도 그렇게 뽕짝성으로 바꿀 의향이 있으면 나도 하고

아니면 나도 그냥 내 성 가져 가겠다, 했더니,

 

 

당연히 자기는 성 안 바꾼다 하더라고요.

뭐…노 프라블럼.

그래서 둘이 각 자 자기 성을 그냥 그대로 건드리지 않는 걸로 합의 보고,

그렇게 이름은 그냥 놔 뒀네요.

 

 

결혼하고 휴가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해외를 나갔다 미국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관세 관련 서류를 나눠 주잖아요.

묻더 라고요.

‘패밀리’인지를.

입국 서류는 개인마다 각각 작성해야 하지만

세관 서류는 가족 당 한 장만 작성하면 된다고 하면서요.

‘부부’라 하면, 한 장 주더라고요.

 

 

그래서 고거 비행기 안에서 작성해서, JFK 공항 내려서,

입국 심사대 줄을 서잖아요.

내국인, 외국인 갈라서.

저도 시민권자이니 둘이 나란히 내국인 줄에 서서, 우리 차례가 되면

함께 가서 두 사람 여권이랑 관세 서류 주고,

입국 심사 직원이 여권에는 도장 찍어 주고 관세 서류는 훑어 보고 도로 주잖아요.

가방 찾아 나가는 길목에 앉아 있는 직원 주라고요.

 

 

한 번은, 그러니까 그 입국 심사대 앉아 있던 직원이 기분이 안 좋았다거나

원래 성격이 안 좋다거나

아니면 그런 짓거리를 그냥 즐긴다거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인상이라는 인상은 잔뜩 쓰고,

 

 

세관 서류 한 장만 썼네?? 이러더니,

둘이 부부요? 이러는 거라…

 

 

남편하고 저하고 동시에 ‘예스’ 대답을 했는데,

진짜 왕짜증이라는 듯, 인상을 팍 쓰더니, 안 그래도 무척 공손하고 사랑스럽던 태도가

정말 공손하게 변해서는,

관공서 직원이 부쓰 안에서 혼자하는 예의 그 레퍼토리.

 

 

고개 설레 설레 흔들고,

한숨 한 번 푹 쉬고,

혼잣말 하는거요.

 

 

이렇게 사는 사람들 이해가 안 간다나…

미국에 왔으며 미국법을 따르라나…

 

 

남편은 여행 끝에 피곤도 하고 말대꾸할 가치도 못 느낀다는 듯 가만히 서 있고,

저는 저대로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그 사람이 우리 여권 자기 손에 들고 있는 한,

그 힘자랑의 순간에 어쩌고 저쩌고 함시롱 그 사람으로 하여금

나는 힘이 있다…라는 우월감과

우리는 그 여권을 받아야만 진전이 가능하다는

상대적 열등의 상황에 해악을 끼치고 싶지가 않아서.

 

 

뭐라고 지껄이거나 말거나,

남편이랑 저랑 약속이나 한 듯이 아무 반응도 않고 심드렁하게 그 앞에 서 있다가,

도장 찍어서 도로 내주는 여권 싹 받아 들면서 발 떼기 전에요,

 

 

그거 법 아니거든요. 아자씨가 뭘 모르시네…

That’s not a law, you know…

 

 

요러고 싹 와 버렸음ㅎㅎㅎ

 

 

내가 법을 어겼수?

나 잡아갈테요?

메롱~~~

 

 

제가 법적으로 성을 바꾸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이름에 내 사생활을 드러내고 싶지가 않았던 거였거든요.

나를 사적으로 친밀하게는 알지 못하고, 그럴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

내 성을 보고,

‘아 저 사람은 남편이 미국 사람인가 보네?’

이렇게 추측 가능하게 되는 거 싫어서요.

 

 

그런데 저 혼자 저런 뜻으로 이름 안 바꾸면 뭐해요.

다 물어 보는데ㅎㅎㅎ

 

 

그저께 간 면접에서는, 면접 스케줄 잡는 전화를 받았을 때,

그 쪽에서 몇 시에 올 수 있느냐,

네 좋습니다. 했더니,

그럼 그 때 봅시다 하길래,

누굴 찾을까요? 했더니,

누굴 찾으세요 합디다. 사장이라고.

(그저 예로 에이미라고 한 번 칭해 봅니다)

 

 

가서 뭐 작성하라는 서류 주길래 적고 조금 기다렸다 면접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는 정말 다짜고짜,

자기 소개 생략, 인사 생략하고 다짜 고짜 자기가 물어볼거 다다다다 질문 하더라고요.

난 저 사람 이름이 뭔지도 모른채,

이 사업체에서 어떤 타이틀 갖고 일하는 사람인지도 모른채,

베라벨거 다 물어보는거 성심 성의껏 대답해 주고요,

사장이라는 사람이,

한국말로 몇 마디 하더니, 이제부터는 영어로 하자고,

영어는 어느 정도나 하는지 봐야 한다고 하면서요.

 

 

이 얘기 저 얘기 한참 했죠.

마지막에 뭐 물어볼거 없냐고 하더군요.

두 유 해브 애니 퀘스천스?

 

 

그래서 제가 그랬네요.

 

 

쏘….아 유 에이미?

 

 

굉장히 본인이 미국화 됬고, 영어를 잘하고 뭐 이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기본 매너도 안 갖추고 있는거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는…

 

 

Hi, How are you? I’m Amy.

 

 

하고 시작하는게 그리 어렵나….

사실 고급 영어라는게 따지고 보면, 땡큐 플리즈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고

해야 할 순간에 인사치레만 제대로 하면

어려운 단어 구사, 완벽한 문법, 유려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웬만큼 되는건데 말이죠.

 

 

암튼 시작부터 저렇더만, 벨 요상시런 질문은 다 받았네요.

물어보는 거는 다 대답해주긴 했는데,

영어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사회가 묻지 말라고 법으로 금하는 질문 사항은

빠짐없이 물어보는게 너무 웃기대요.

뭐 이런 일 한 두번 당해본 건 아니지만요.

 

 

결혼은 했느냐,

남편은 한국 사람이냐, 미국 사람이냐…

뭐하는 사람이냐

 

 

까지 물어볼 적엔, 정말 웃음만 나와서리….ㅎㅎㅎ

제가 대답하니 저거 메모꺼정 하던대요ㅎㅎㅎ

 

 

오늘 오후에도 한 군데 다녀 왔는데…

좀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너무 너무 재미나게 얘기하다 온 거 있죠ㅎㅎㅎ

제가 일하게 되면 사장 한 명, 직원 한 명, 그런 환경의 사무실이었는데,

저는 거기서 일하고 싶었어요.

 

 

먼저 일하던 사람이 꽤 오래 일하다 얼마 전 그만 두어서

지금 급한대로 사장님의 부인되시는 분이 나와서 전화를 받고 계시다고.

그런데, 그 중년의 부부가,

저는 참 느낌이 좋았어요.

수수한듯 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무엇보다 예의가 있고..

 

 

그런데 보니깐…조건이 서로 안맞는 거는 맞았어요.

사장님은, 저 보다는 급여가 많이 나가지 않는 선에서

사무실 전반적인 보조 업무를 볼 사람이 필요했고

그에 비해 저는 좀 학력이나 경력이 넘치는 편이었고,

 

 

저는 그렇게 말씀 드렸거든요.

 

 

오래도록 일을 안했고,

지금 직장을 구하면,

안정되고 마음 편하게 오래 일 할 수 있는 곳 이었으면 한다,

급여가 좀 안 맞는건 사실 그리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요.

 

 

사장님 말씀은,

말은 그래도 막상 일을 해보면, 제대로 돈을 못 받는 것에 대해

금방 불만이 생길거라고요.

벌어서 자기 용돈이나 하는 아가씨면 몰라도

결혼한 사람은 이런 박봉에 일하긴 많이 힘들거라 하면서요.

저보고, ‘고급인력’이라고 더 넓은데 나가서 일하는게 저한테는 더 맞을거 같다고 하고요,

ㅎㅎㅎ

칭찬을 엄청^^

 

 

저는 사실 속으로요,

돈 조금 더 받는 것 보다,

정말 사람 같은 사람하고 일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거든요.

사장님이나 사모님이나

이런 인품이라면, 월급 얼마 못 받아도 정말 마음 편하게 일할거 같았어요.

내가 기쁜 마음으로 일하면

누가 아나요, 그 사업체가 복댕이 영입으로 쭉쭉 번창할 수도 있는 거고요.

 

 

사장님께서

조금만 생각해 보자, 고 하시더군요.

저보다 먼저 두 명 정도 인터뷰 한 사람들이 있다고요.

연락 주겠다고.

 

 

집에 와서, 배가 고프길래,

오뎅 볶고, 오이지 무치고, 된장 찌개 데우고

부산하게 움직여서 밥 잔뜩 먹고 났더니

전화가 왔어요.

 

 

다른 사람 쓰기로 했다고 (더 싼값에 ㅎㅎㅎ)

이번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다음을 기약하자.

 

 

그래서,

 

 

아 네.

제 이력서 잘 두시고,

혹시라도 이번에 구하신 분하고 잘 안되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사장님하고 사모님, 너무 인상 좋으시고 점잖으신 분들이라

저는 정말 많이 같이 일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에,

두 분 건강 하시고요.

 

 

했더니, 저 말을 너무 좋아하시네? ㅎㅎㅎ

 

 

면접 내내,

한 쪽 옆에서 미소를 머금고 앉아 있던 사장님 부인.

원래는 함께 일을 안 하는데,

지금 사람 구하느라고 잠깐 나와 계신거라고.

인상이나 분위기나 태도나..너무 좋은거 있죠.

얘기 다 끝나고 일어서는데 사모님 왈,

 

 

아니…참 어려 보이는데….

아가씬줄 알았더니, 벌써 공부 할 거 다하고 결혼도 했다니…..

활달하고 생기있어서 참 좋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저 중년이예요. 결혼도 서른 넘어 느직이 한걸요.

 

 

나오는데 두 분이 저더러,

 

 

밖에 추운데 여기서 옷 입고 나가요.

 

 

하십니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입죠 뭐.

ㅎㅎㅎ 안녕히 계세요.

 

 

하고 저도 웃으면서 인사하고 나오는데,

저를 쳐다보는 두 내외 모습이 너무 인자한거 있죠.

 

 

직장 구한다고 면접도 정말 여러군데 다녀보고,

항상 끝내고 나면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이

기운도 빠지고, 허탈도 하고, 모멸감도 느끼고, 우울도 하고, 배도 고프고…그렇던데…

오늘 면접은 하고 나오니 기분이 좋던걸요.

처음 경험한 느낌임.

 

 

집에 와서 남편이 어땠냐고 묻길래,

 

 

very nice people. classy people…

 

 

했더니, 남편이 움찔! 놀라던걸요 ㅎㅎㅎ

이 세상만사 다 재수 없어 하는 부인 입에서 '클래씨 피플' 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봤다 이거죠.

엄청난 찬사라...이거죠.

 

 

굉장히 좋은 사람들인거 같은데, 몇 달 있다 다시 또 전화해 보래요.

마구 격려를 해줍니다.

 

내일이나 모레, 면접 하나 또 잡힐 것도 같고요.

 

 

암튼지 오늘은, 기분이 나쁘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