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오후에 차이나타운에서 사온 밤이에요,

벌레 먹은거 하나 없이 엄청 맛 있네요.

저렇게 후라이팬에 자갈 깔고 하면 한국에서

길에서 파는 그 군고구마랑 똑같이 되요.

시간은 고구마가 한 시간 정도 걸리고 밤은 덜 걸리고요.

요건 좀 탔음.

고구마 하루에 한 개씩 먹으면 의사가 필요없대요.

껍질째 먹으면 더 좋다고 하고요.

고구마 하루에 한 개씩 먹으니 다음 날 아침에 바로 화장실 확실하게 가네요.

친정에 또 사단이 나가지고, 한동안 슬럼프 였어요.

무슨 일인지 자세히 말하기도 남세스럽고, 마음이 많이 아프고 그러네요.

슬프길래 실컷 슬퍼하고

눈물이 나길래 실컷 며칠 울었어요.

지금 살살 떨치고 다시 일어서는 중입니다.

집안이 왜 맨날 이리 시끄러운지, 여러분들도 골치 아파서 알고 싶지 않을 거예요.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고,

아주 간략하게 구도만 설명을 하자면,

갈등 유발자 : 는 언제나, 욕심쟁이 왕이기적 주책바가지 마이너스4가지 노여사 큰 딸

갈등 심화 도우미 3인방: 노여사, 이모, 둘째 언니

갈등으로 인한 울화 폭발자 : 셋째 성

갈등의 최대 피해자: 불쌍한 나

하여, 셋째 성이 내 전화도 안 받고 말도 않는 상황이 어언 반년 째.

아니, 나는 잘못한거 없다고요…

이 쪽은 이러라 난리, 저 쪽은 저러라 난리,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어쩔 수 없이 결론은 늙은 엄마가 바라는 대로 처신하는게

나의 최선이겠다 싶어서 그렇게 한 것 뿐인데,

아주 사람마다 나만 들볶으니(막내인 것이 이럴 때 정말 신경질 남)

정말 나도 화딱지나서 돌아가시겠더군요.

그래서 작년 가을 께 부텀 불면증이 생겼고

그래서 살이 마구 빠지기 시작했다…라 이 말씀.

암튼지,

셋째 성은 나한테 직접적인 감정은 없고,

다만 우리 집 식구들이 총체적으로 다 재수없다, 뭐 이런 거에

나는 억울하게 도매금으로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나도 이 쯤에서 빨리 억울함에 종지부를 찍고 관계 회복에 들어 가야겠다는

의지가 용솟음쳐서

마침 지난 주에 남편이 고향 집으로 가서 놀다 온다고 해서 없었거든요.

토요일은 친구 만나서

맨하탄 남쪽을 쭈욱 디비 훑으며 1차 쇼핑하고 2차로 저녁 먹고

깔끔하게 3차 술, 로 한 코스 완벽하게 잘 놀고 들어오고,

일요일은 그냥 무작정 셋째 성 집으로 쳐 들어가서는

하루 종일 진드기처럼 쫒아 다녔음ㅎㅎㅎ

비디오 돌려 주러 간다길래 쫒아 가고,

플러싱 한국 옷 가게에 패딩 코트 떨이로 세일 하더라,

70불 하는데 예쁜거 하나 봤다. 해가지고

(셋째 성이 패팅 코트를 몇 년 째 산다 산다, 하고는 못 사고 있었거든요)

전철타고 플러싱 출동에 성공!

제가 예쁘다고 봐 뒀던게, 딱 하나 남았는데 또 마침 언니 싸이즈네.

입어 보는데 보니까, 지퍼가 고장이 났더라고요.

매니저한테, 지퍼 수선은 15불이나 20불 정도 하니까

수선비 빼달라고 해서 45불에 샀어요.

언니는 입어만 보고 내가 흥정 마무리 할 때까지 조용히 서 있다

지갑 열어서 돈만 내고요.

옷 가게 나와서는, 제가 로션 사야겠다고 화장품 가게 잠깐 가자고 했어요.

로션 못 바른지가 석 달째라고 함서

내가 요새 물광 화장을 한다니까 그 때까지 조용하던 언니가 갑자기 화를 냅니다.

로션없이 무슨 물광을 하냐? 바보냐??

헐…하나 밖에 없는 동생한테 바보냐는 말을 저리 함부로…

로션은 없지만, 그냥 아무거나 막 섞어서 바르면 대충 그게 그거 아닌가.

수분 크림도 있고, 허접하지만 에센스도 있고 뭐 그런데.

로션 하나 빠뜨렸다고 물광이 안되나.

하긴 내 화장이 다 하고 나서도 좀 웃긴 감은 있긴 하지만.

그게 과연 로션 때문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점원 아가씨가 어찌나 싹싹하고 말을 예쁘게 하던지

쓸데없는 돈 절대 안쓰는 셋째 성 지갑이 다 열렸습니다.

저는 로션 사고, 언니는 자외선 차단 크림.

그런데 2개를 집네요.

하나 사 줄 테니 저보고 쓰라고요.

자외선 차단 크림은 평생에 써 본 일이 없는데, 이 참에 드디어 한 번 쓰게 되는군요.

원래부터 주근깨가 온 얼굴을 덮은지라

저는 이 나이 되서 기미가 생기는지 원래 애기 때부터 있던 주근깨인지

구분도 안가서, 자외선 차단은 별로 신경 안 쓰거든요.

화장을 하면 하고, 아니면 맨 얼굴로 그냥 나 돌아 댕기고 그러거든요.

화장품 가게 나서니 배가 고프더군요.

언니가 샤브샤브 먹을래냐고 합니다.

그 동네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저렴한 샤브샤브 집이 있거던요.

오랜 만에 먹으니, 정말 맛 있네요.

일인분 고기 양이 적어 졌다고 내내 투덜댔더니

언니가 자기 접시에 있던 고기를 제 냄비로 집어 넣습니다.

언니가 반도 채 못 먹었을 때, 나는 내 거 다 먹었거든요.

요새 먹는 것 마다 맛 있다고 했더니

그것도 복이라고, 맛 있을 때 많이 먹으라고 함서

괜찮다고 하는데도 자꾸 자기 고기를 내 냄비로.

고기만 추가로 하나 더 시킬까 하다, 귀찮기도 하고

그냥 이것만 먹자 해서 관둔건데

다음 번엔 그냥 추가로 시켜 먹어야 겠어요.

대학교 졸업하고 학교 기숙사에서 집으로 왔을 때,

직장인이던 셋째 성이 갈비 사 준다고,

나랑 엄마랑 이렇게 셋이 외식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저녁 먹는 내내 내 접시로는 고기 단 한 점을 안 올려주고

언니 접시에만 고기를 올려줘서

엄마한테 왕 삐져 가지고 3일 정도 울었던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엄마라도 그랬겠다 싶네요.

나는 밥을 급하게 빨리 많이 먹고,

언니는 천천히 조용히 조금 먹으니,

그냥 놔두면 전부 다 내가 먹겠다 싶었겠다…라는 생각을 엄마가 당연히 하셨을 듯.

저는 저대로 그 당시에

밥상에 인권이 있고, 밥 앞에 모든 배고픈자가 평등할 진데,

이쁜 자식한테만 고기 올려주고

난 미운 자식이라고 이 나이 되도록 차별을 하시는 구나 싶어서

얼마나 혼자 울었던지.

그럼서 집에서 당신이 하신 맛없는 반찬 그런 거만

다 내 앞으로 놓고.

(언니들은 맛 이상해서 잘 안 먹는 것도

난 엄마가 해준건 아무리 맛 없어도 기본 두 그릇 먹으니까)

나쁜 엄마 노 여사.

언니 고기까지 뺏어서 잔뜩 샤브샤브 먹고 나왔더니

바로 계란빵 파는 아줌마가 보이네요.

메추리알 만한 계란빵 스무개에 1불.

정말 저런게 생전 입에도 안대고 먹을 생각조차 안 했는데..큰 일이네요.

게 눈 감추듯, 40여 초 만에 다 먹고.

다시 언니 집으로 가서 저녁까지 먹고 그러고 집에 왔어요.

어제는 신랑 고향 친구가 일 때문에 시내 내려와서

저희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거든요.

낮 동안 신랑이 집 청소 하는 거 감시하고 저녁에 저는 셋째 성 집으로.

그 둘이 밤 늦게 까지 부어라 마셔라 할텐데

그거 동참하기 싫어서요.

둘이 오붓하게 실컷 노세요. 저는 저대로 밤을 보내겠습니다 하고.

저녁으로 된장 푼 국물에 수제비 해 먹고,

후라이팬에 고구마랑 밤 구워서 야식으로 먹고,

언니가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세 살 바기 아들하고 한 달간 터키 여행을 했다는

나와 동갑나기 아줌마의 기행문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자니 어느 새 12시.

배가 또 고프다…

이걸 어쩌나…

어쩌긴 뭘 어째.

내가 해서 갖다준 청경채 겉절이 꺼내서

고추장에 비벼 먹고 한 시간 더 책 읽고 잤어요.

밤 열두시에 먹는 겉절이 비빔밥이 그리 맛있는 줄 평생에 처음 알았네요.

아침에 언니 출근할 때 같이 나와서 집에 오니,

남편 왈.

친구가 하루 더 자도 되냐고 했다네요.

그래서 오늘 저녁에도 저는 또 언니네로 가려고요.

어제 저녁 먹으면서 언니가 묻더라고요.

남편 실직한 소식은 알고는 있었는데, 저랑 대화를 거부하고 있었으니

자세한 건 모르고 있다가, 어제 묻더라고요.

“그래서 너네는 어떻게 사니.”

“뭐..? 돈..?”

“…….”

“부자 망해도 3년 간다는데, 우리야 워낙 돈이 많으니깐 핫핫핫!”

“…….”

음…안 믿는구나…

하는 수 없지. 솔직하게 말하는 수 밖에.

“얼마 전에 은퇴 연금 깼어.”

어쩌겠냐고.

생활비 없는데 그거라도 깨서 써야지.

많지도 않은 돈, 그나마 작년 4/4 분기부터 급기야 돈이 까지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 급격하게 떨어지기도 하고,

돈도 당장 필요하고 해서,

앉아서 더 까먹지 말고 필요할 때 이거라도 빼서 쓰자, 하고 깼다고.

은퇴 연금 깨자마자,

5월 초에 놀러가는거 예약했다는 말은 차마 못 했어요.

십원 이십원 아껴서 뻔한 직장인 혼자 월급으로 집 한 채 산 사람이 우리 셋째 언닌데,

평소에 제 소비 행태를 두고

‘오,만,방,자’ 하다고 하는 셋째 언닌데

지금 은퇴 연금 깬것도 자기 적금 깬 것 마냥 속 상할텐데

그거 가지고 아끼고 아껴서 생활비 하는거 아니고

뱃속 편하게 놀러나 간다….는 소리가 차마 안 나와서리…

언제가 되든, 실토를 하기는 해야 할텐데 당장은 못 하겠삼.

지금은 그냥 혼자 속으로

놀러갈 생각에 좋아하고 있삼.

이따 저녁 때 가서 실토를 해버릴까…

아니면 아예 자연스럽게 들킬 때까지 가만히 있을까…갈등 생기네요.

어제 저녁은, 나는 책 언니는 제가 가져간 랩탑으로 오락.

지뢰밟기? 라던가? 터질 때 마다 소리 지르면서.

그랬는데, 오늘은 맞고 치자고 할까봐요.

실은 어제도 가방에 화투 넣어 가긴 했는데,

괜히 몇 달 만에 모처럼 노는데 그거 하다 혹시라도 싸움날까봐 걱정되서 안했거든요.

작년에, 둘이 마지막으로 맞고 쳤을 때도

하다가 의견 충돌이 나서 엄마랑 이모한테 전화 해서

규칙이 어떤게 맞냐고 물어 봤는데도 속시원히 해결이 안나서

찝찝하게 끝 났었거든요.

오늘은 그냥 의견 충돌이 나도 너무 빡빡하게 대립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향으로 하고 가볍게 한 시간 정도 칠까 봐요.

저는 사실, 치다가 규칙 가지고 실랑이 하는 것 보다

돈 따고 나서 안 땄다고 하는게 더 약오름.

아무리 빨개벗고 거울보고 혼자 쳐도 돈 딴 놈이 없는게 고스돕이라지만,

가족끼리 점 십 전 짜리 치면서 왜 내숭들을 떠나 몰라요.

도로 달라는 것도 아닌데.

점에 10전도 열심히 치고 운 좀 따라주면 두부랑 콩나물 값은 벌 수 있으니까

최선을 다해 볼랍니다.

대박나면 올개닉 계란 한 판 값 건지는 거고.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