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무 오랜만입니다.

저는 득달같이 한국 나와서 벌써 나온지 보름이나 됬어요.

그새 비행기표와 함께 패키지로 끊었던 제주도 여행도 다녀 왔고요.

제주도 가기 전에 사촌 언니가 미리 예약해 뒀던 병원들 부터 몇 군데 돌았고요.

제주도 여행 이후로 컨디션이 하루가 다르게 난조를 보여서

'수술 전에 실컷 놀아야지~' 했던 제 계획에 크나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 그 점 좀 아쉽습니다.

사람들 만나고, 쇼핑도 좀 하고, 무엇보다

사촌 언니랑 셋째 성 어거지로 끌고 무도장 행차를 기필코 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실현이 안될듯 싶어요.

사촌 동생의 인맥을 통해 접수한 정보에 의해

신사동에 있다는 호텔 나이트를 가주려고 했는데...

정말 정말 있는 힘 다해 하루밤 놀고 싶었는데,

셋째 성한테,

'나 나이트 한 번도 못가고 이대로 뉴욕 돌아가면

도저히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하면서 가기 싫다는 셋째 성을 거진 꼬드겨 놨는데 제 몸 상태가 도저히 따라 주질 않네요.

지금은 마음 비우고 있는 중이예요.

한국 오기 직전에 남편하고 일주일 여행을 다녀 왔는데

몸이 너무 시커멓게 타서 그런지

저를 외국 사람인줄 아네요.

비행기 안에서도 승무원들이 옆에 앉은 셋째 성한테는 한국말로

저한테는 영어 내지는 중국어를 번갈아.

남대문 갔더니 또 장사하는 아저씨가 영어로.

보니깐, 어린 아가씨들이고 아줌마들이고 전부다 피부가 뽀얗고 하얗네요.

저처럼 시커먼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한국은 6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저 혼자 뉴욕 대표로 잠깐, 딱 열흘 일정으로 번개불에 콩 볶듯이

볼일만 보고 또 슁~~ 다시 갔거던요.

그러니까 그 때도 친구 한 명도, 단 한 명도 못 만났고

쇼핑은 더더욱 엄두도 못냈고,

그 당시 큰 언니 살고 있던 분당에 머물면서, 서울 마실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딱 볼일만 보고 감자탕만 한 다섯 번 먹고 다시 뉴욕으로 갔더랬어요.

고 때를 제외하면

17년만의 한국 방문이라고 보면 되나...?

어제는 인사동을 갔었어요.

세종로에 있는 출입국 관리소 가서 체류기간 연장하고

바로 길 건너에 있는 모교 교문 틈으로 내가 고딩 3년을 보냈던 학교 운동장 한 5초 정도 쳐다보고,

길가로 난 담벼락 보며

목용탕 가겠다고 담넘어 나왔던 여고 시절 어느 오후가 생각나 살포시 미소도 짓고.

제일 친했던 친구가 바로 학교 담 옆 골목길에 집이 있었거든요.

어느 무료했던 오후, 그 친구가 제가 졸고있는 교실로 오더니

따분한데 목욕탕이나 가자고 제안을.

수위 아저씨를 뚫고는 못 나가니 담 넘자고 하더라고요.

책상과 걸상은 옥상으로 가는 계단에 치워놓고 (빈 자리가 보이면 안되니까).

담 넘는데 동네 아저씨가 보시고 혀를 끌끌 차시며 손가락질을 했지만,

그 당시 나는 너무나 청순한 여고생 이었던지라

그런 어른들의 질책엔 감히 말대답을 하지 않았고요,

얌전히 얼굴은 앞으로만 향한채 친구랑 사이 좋게 손잡고 친구 집으로~

이태리 타올하고 수건 챙겨서 그 동네 목욕탕 가서 때 한 시간 정도 밀고

종례 시간 전에 다시 학교로 들어갈 때는 젖은 머리였지만 당당히 교문으로^^

'언니 언니,

여기 여기. 여기에 그 때 공사한다고 벽돌들이 쌓여 있었거든.

그래서 그 때 담 넘을 때 그걸 딛고 내려 온거지..

어머...이젠 다 가게들이 이렇게 들어섰네...'

했더니, 셋째 성 표정이 별로 좋지는 않더만요.

그 다음 인사동으로 방향 틀어서

깨끗한 한정식 집 가서 돌솥 비빔밥 맛나게 먹고

종로 3가로 관통되는 인사동 길을 쭈욱 따라 언니랑 이것 저것 구경하며

재미나게 걸었습니다.

거기 장사하시는 분들도 제가 먼저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묻지 않으면

저한테 중국말로 말을 시키대요ㅎㅎㅎ

볼일 보고 점심 먹고 종로까지 걷는데

피곤만 했지 배는 안 아파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청계천도, 버스타러 길 건너면서 위에서 잠깐 내려다만 봤어요.

물은 깨끗한데

너무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모습이어서 저는 별다른 감동은 못 느꼈고요.

이제 주말 지나고 월요일이 오면 입원해요.

다음 날인 화요일 6월 3일 수술이고요.

좋은 선생님 만난거 같아 마음이 편해요.

병원 큰 데로 한 군데 더 가보려다 이 분한테 초진 받고 제가 마음의 결정을 해버렸거든요.

그냥 이 교수님 믿고 이 분이랑 같이 가자. 하고요.

진료 받고 나서 좀 찾아 보니깐 수술 잘 하시는 선생님인가 보더라고요.

한국 나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종이 있는 건 맞지만, 제 배가 이렇게 아픈데 근종 때문은 아니었고

더 기다리고 두고 볼 상황도 아니었고요,

병명이 뭐더라 저도 처음 들어보는 아주 어려운 아홉 글자 였는데요,

아무튼 수술 잘 되면 건강해 진대요.

태평양 건너의 남편은 처음 며칠은 반 실성한 사람 마냥 어린양을 하더니

이제 좀 정신을 가다 듬었는지

요 며칠 의연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고요.

또 기쁜 소식은, 회사 취직은 아니지만 무슨 일거리 하나를 맡았다고 해요.

잘하면 큰 돈 될거라고 본인이 아주 좋아라 하고 있습니다ㅎㅎㅎ

시이모님, 그러니까 시어머님의 나이차가 아주 많이 나는 언니.

거진 80세 되가시는데 18살인가? 수녀님이 되셔가지고

지금 수녀님 되신지, 어이구 50년도 더 넘었거든요?

시골에서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이 잠시 머무는 조그만 쉘터 하나 대빵직으로 운영 중이신데,

제 수술 날짜 맞춰서 그 지역 수녀님들하고 특별 미사 올리신 다고, 

스케줄 잡으셨다네요.

신랑 왈,

제가 수술대 누워있는 동안

한 무리의 수녀님들이 당신을 위해 기도 드릴거라고.

신이 천주교라면 제 수술이 잘 될거라나...?

저게 당췌 무슨 말인지...ㅎㅎ

수술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조금 겁이 난다 뿐이지,

다른 것들은 다 편하게 마음 정리가 잘 되어 있고요,

입원 중에 볼 만화책도 이미 다 준비되어 있고요.

입원은 복강경으로 끝까지 하게 되면 6일 퇴원이고,

만의 하나 개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서 그렇게 되면 하루나 이틀 더 있게 되고

그렇다네요.

몸 추스리는 대로 수술 결과도 또 보고 드릴께요.

모두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