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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Since We Fell by Dennis Lehane (Thriller, 2017)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8-8-29  15:02:51

Since We Fell


By


Dennis Lehane




5월의 어느 화요일, 37살의 레이첼 (Rachel)은 남편을 총으로 쐈다. 그는 마치 언젠가 그녀가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듯한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넘어졌다. 당시 그녀는 보스턴 항구에 있던 배를 타고 있었다. 그 마지막 순간, 남편이 물로 떨어지기 직전 자신의 발로 서있을 수 있었던 그 짧은 순간, 그녀는 그의 눈에서 여러가지 감정을 읽었다. 경악, 자기 연민, 공포, 그리고 분노.


그의 눈은 심장에서 품어나오는 피와 그곳을 붙잡고 있는 그의 손 아래로 흐르는 그것을 보면서도 자신은 괜찮을 것이고, 그것을 모두 이겨낼 것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는 강했고, 그의 삶 속에서 가치있는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로 혼자 만들어냈으므로 이 마저도 자신의 의지대로 벗어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다가 그는 막 자각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이번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감정, 다른 모든 것을 다 포괄하고 있는 그것,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담고 있었다. 그럴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그는 소리없이 입으로 그것을 말했다.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쪽에 있을 때 그가 종종 그렇게 했듯이. . . . 라고. 그런 다음 그는 배에서 떨어져 검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만약 이틀 전에 누군가가 그녀에게 남편을 사랑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녀는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사실, 그녀가 방아쇠를 당길 때도 같은 질문을 했다면 그녀는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왜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


레이첼은 메사추세츠 (Massachusetts) 서쪽의 파이오니어 밸리 (Pioneer Valley)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암허스트 (Amherst)를 대학을 비롯한 다섯 개의 학교가 있는 컬리지 구역으로, 그녀의 아버지 제임스 (James) 역시 그 대학들 중 한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레이첼이 이제 막 세살이 되었을 때, 그는 그녀와 엄마를 떠났다. 그 무렵, 그녀의 엄마 엘리자베스 차일즈 (Elizabeth Childs)는 마운트 홀요크 (Mount Holyoke)에서 가르치고 있었다.


아버지가 떠났을 때, 엄마는 그가 정말로 떠날 것이라고 생각치 않았던 것 같았고,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을 했던 듯했다. 하지만 그가 돌아오지 않자 그녀의 실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증오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둘 사이에 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금기시 되었다. 만약 그 얘기가 나오면 그것은 전쟁을 의미했다.


엄마는 레이첼이 16살이 되고 상황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성숙함을 보여주면 아버지의 성을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6살이 되기 바로 직전, 레이첼은 절도 혐의로 체포되었고 그로 인해 다음 목표 날짜는 졸업식이 되었다. 하지만 그해 칵테일 드레스 파티에서 엑스타시와 관련된 사건이 있었고, 졸업을 했다는 것 자체가 행운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다음으로 엄마는 레이첼이 대학을 간다면 먼저 커뮤티니 칼리지에서 학점을 먼저 딴 다음 '진짜' 대학으로 진학을 하라고, 그리고 그때 가서 다시 아빠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


둘은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싸웠다. 레이첼은 소리지르며 물건들을 부쉈고 엄마는 싸울 때마다 레이첼에게 왜 그를 만나야 하는 거냐고 물었다. 레이첼은 '왜냐면 그는 내 아버지이기 때문이야!'라고 소리쳤다. 엄마는 '그는 너의 아버지가 아니고, 그저 정자 제공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레이첼이 대학 1학년 때, 아버지와는 그저 잠깐 동거를 했을 뿐 결혼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도 계단(The Staircase)이라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써 일약 유명 작가가 된 그녀의 엄마가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의 죽음 후, 레이첼은 엄마를 잃는 것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준비를 하지 못했는지 깜짝 놀랐다. 엄마는 많은 일을 했고, 대부분은 딸의 의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항상 전적으로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전적으로 그리고 아주 끔찍하게 떠나버렸다. 하지만 레이첼에게는 여전히 한 가지 질문이 남아 있었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엄마는 영원히 떠나버렸다.


그녀의 엄마는 유언장에서 모든 것을 레이첼에게 남겼다. 그것은 레이첼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적었지만 21살의 그녀에게 필요한 액수 이상이었다. 만약 그녀가 알뜰하게 살고 현명하게 투자한다면 앞으로 10년은 살 수 있을 액수였다.


이후 레이첼은 집을 뒤져 엄마의 졸업사진들과 스냅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 보았지만 어디서도 아버지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광고를 보고 브라이언 들라크롸 (Brian Delacroix)라는 사립탐정의 사무실을 찾아 갔다. 광고가 과장된 것 같이 그의 사무실은 정말 말그대로 신발 상자만 했지만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기 싫어 그녀는 그에게 자초지총을 얘기했고, 얼마 후 그녀에게 돌아온 답은 그를 그냥 잊으라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집을 팔 무렵, 엄마의 일기장 몇권을 발견했다. 그때쯤 레이첼은 에머슨 (Emerson)을 졸업하고 NYU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메사추세츠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것들 중 반은 날짜가 쓰여져 있지 않았고, 엄마는 몇달 동안, 한번은 일년 동안 아무 것도 쓰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녀는 대체적으로 공포에 관해 썼다. 『계단』이 나오기 앞서의 공포는 재정적인 것이었고, 그녀의 책이 전국적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후에는 그만큼 값어치 있는 다음 책을 못쓸까봐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녀의 공포는 대부분 아버지를 찾고 싶어 하는 레이첼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몇장 뒤에 레이첼의 숨을 잠시 멈추게 하는 구절이 있었다. '나는 오늘도 그를 보았다'라는. 쓰여져 있는 내용으로 봐서 레이첼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아파서 누워 있었던 때의 얘기인 것 같았다.


그것은 1992년 겨울이거나 19931월 초의 일이었다. 당시는 엘리자베스가 교환교수로 코네티컷 (Connecticut)의 웨슬리얀 (Wesleyan)에 있었던 때로, 그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미들타운 (Middletown)30마일 반경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처음엔 그녀의 아버지 찾기에 회의적이었던 브라이언은 2001년 늦여름 다시 그일을 맡기로 했지만 얼마 후 그가 내린 결론은 역시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고, 그는 레이첼에게 다시 한번 더 그 일을 그만두라며 자신은 아예 사립 탐정 일을 접겠다고 말했다.


한편, 레이첼이 공황장애를 처음 겪은 건 2001년 가을, 땡스기빙 바로 후였다.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한 아파트 앞에서 울고 있는 여자를 보고 다가갔는데, 사실은 그 여자가 울고 있었던 게 아니라 레이첼 자신이 울고 있었다. 그녀에게 티슈를 건넨 그 여자에게 여러 차례 고맙다고 말하고 비틀거리며 걷다가 주저 앉았는데, 신호를 받고 서있던 빨강색 밴의 운전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창백한 눈으로 레이첼을 바라보며 니코틴으로 누래진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순간 레이첼은 땀을 흘리며 목이 점점 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질식하고 있는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빨강 색이 아니라 갈색의 밴, 그리고 종잇장처럼 흰 치아를 가진 흑인인 것을 알게 된 그 밴의 운전수의 도움으로 겨우 집으로 돌아온 레이첼은 이후 NYU에서의 다음 학기 휴학을 했다. 아파트를 나와 신경정신병원까지도 겨우 갔다. 첫번째 만났던 의사는 공격적이어서 대화 중 레이첼이 싸우고 나와 버렸고, 두번째 의사 테스 포터 (Tess Porter)는 병원도 가깝고 좀 더 부드러웠다. 레이첼은 그녀와 있으면 안심이 되었다. 2002, 늦봄 무렵, 레이첼은 첫번째 공황장애와 약한 광장공포증에서 벗어났다.


대학원을 마치고 레이첼은 펜실베니아 (Pennsylvania)에 있는 한 신문사에서 일년 일한 후 다시 메사추세츠의 퀸시 (Quincy)에 있는 『패트리엇 렛저』(Patriot Ledger)의 특집 부서로 옮겼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지역 산부인과 의사가 레이첼을 찾아와 그녀가 태어날 때 자신의 두손으로 그녀를 받았다면서 그녀가 아버지를 찾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다. 그녀가 일하는 신문에 자신에 대한 얘기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그와 헤어져 돌아온 레이첼은 그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그가 환자 성추행으로 의사 면허를 박탈당하고 병원문을 닫았다는 걸 알게 되고, 이후 우여곡절 끝에 그로부터 아버지의 이름이 'JJ', 다시 말해서 제레미 제임스 (Jeremy James)라는 걸 알게되었다. 결국, 자신이 알고 있던 제임스가 사실은 아버지의 성이었다는 걸, 그래서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얼마 후, 마침내 아버지를 찾게 된 레이첼은 그의 집으로 찾아 가는데, 놀랍게도 그렇게 힘들게 찾은 그는 자신이 사실은 레이첼의 생부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과 엄마의 광증에 가까운 행동에 대해서도. 하지만 엄마에게는 레이첼이 전부였다는 얘기도. 그는 자신이 레이첼을 키우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제레미와 레이첼은 친한 친구같은 사이가 되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는 TV 채널의 프로듀서인 레이첼의 남자친구인 세바스찬 (Sebastian)하고도 잘 지냈다. 한번은 제레미가 그녀의 집으로 와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보다가 엘리자베스 차일즈가 대학원 시절이었던 때 찍은 것으로 추측되는 사진을 두장 발견하는데, 그것은 남자 셋 여자 셋이 어떤 바에서 찍은 사진들이었고, 제레미는 자신이 엘리자베스와 사는 3년 동안 그런 사진을 단 한 장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제레미가 그 사진 속의 인물들이 엘리자베스와 함께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인 것 같다며 자신이 몇군데 연락을 해서 그 사람들의 신원을 알아 보겠다고 했다.


이주 후, 제레미가 사진 속의 사람들의 신원을 알려주었고, 그중 가장 가능성 있는 사람과 통화를 했지만 그 역시 그녀의 아버지는 아니었다. 그는 하와이에서 신경정신의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도 엘리자베스가 딸에게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은 것을 의아해했다.


그와 통화 후, 레이첼은 일주일에 세번이나 공황장애를 겪었다. 칩거하고 싶은 본능이 아주 격렬해졌다. 몇주 동안은 아침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갔지만 주말엔 완전히 집에만 있었다. 첫 세 주말에 대해서 세바스찬은 그것을 둥지 본능이라고 이해해 주었지만, 네번째엔 짜증을 냈다. 당시 그들은 그 도시에서 있었던 행사 파티의 모든 게스트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던, 말하자면 유명 커플로 몇몇 연예 잡지의 가쉽란의 고정 커플이었다. 레이첼은 자신이 그 위치를 얼마나 즐기고 있었는지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 도시는 그 결정에 환호했고 완벽한 축하를 보내주었다.


결혼 초대장이 발송되고 일주일 후, 그녀는 취재를 하러 나갔다가 우연히 사립탐정 일을 했던 브라이언과 마주쳤다. 물론 그는 간간히 그녀에게 소식을 전했지만 이렇게 얼굴을 보게 된 건 거의 8년만이었다. 그보다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는 한 남자와 함께 있던 브라이언은 2001년에 보았던 마른 모습이 아닌, 35살 정도의 용모 준수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그녀에게 약간 불안정하고 불안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공동 사용 휴가용 주택을 팔려고 하는 그런 사람의 에너지였다. 그녀는 그가 목재를 파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거의 10년여 동안 그 일을 하면서 그가 별로 반갑지 않은 악수와 얼굴을 대지 않고 키스하는 쇼맨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레이첼의 결혼식날, 제레미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입장을 했다. 그녀의 베일을 들어 올려 줄 때 그의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두어번밖엔 보지 못했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 게 불편하진 않았다. 그런데, 처음 제레미를 찾고 그의 집에 전화를 했을 때 그녀가 언제 연락해 올 것인지 몹시 기다렸다고 말했던 그의 아내 모린 (Maureen)은 레이첼이 그들을 찾은 걸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았지만, 이후 만날 때마다 점점 거리를 두었다. 마치 레이첼을 환영한 것은 그녀가 주변에 서성거리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일 때에만 그렇다는듯이 말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 이상하게 레이첼과 제레미는 함께 하지 못했다. 모린이 몸이 안좋다고 했는데, 심각한 것은 아니고 나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한번 점심 시간에 겨우 시간을 내서 뉴 런던 (New London)에서 만났는데 그는 지쳐보였다. 모린이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사실 모린은 2년전 유방암에 걸렸다가 나았다고 했다. 그녀는 두번에 걸쳐 유방 절제술을 받았는데 최근 스캔에서 재발한 것 같다고, 병원에서는 다음 주에 몇 가지 검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흘 후, 제레미가 그의 사무실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그는 자기 발로 비틀거리며 병원까지 갔는데, 기다리는 동안 두번째 뇌경색이 왔다. 제레미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의 가족은 레이첼이 원하는 때 원하는 시간만큼 있으라고 했고 또 가족인 것처럼 대해 주었지만, 레이첼은 그들만의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또한 시간이 지나고 제레미는 회복되었고 집으로 옮겨졌지만, 레이첼과 함께 있는 것을 많이 불편해했으며 어느 날은 자주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결국 그날 그의 집을 나서면서 레이첼은 마음 속으로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후 세바스찬이 레이첼에게 Big Six에서 뭔가 굵직한 것을 맡길 것 같다고 말했고, 며칠 후 하이티 (Haiti)에서 강도 7.0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것을 취재하기 위해 레이첼이 투입되었다. 그곳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마실 물도 없었고, 실종된 사람들을 찾을 방도도 없었으며, 무엇 보다도 어린 여자 아이들에 대한 강간이 큰 문제였다. 그곳은 이미 가난으로 힘들대로 힘든 곳이었고 인간의 상상력 너머에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그런 소식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서방 여러 나라들이 돕고 있으니 그곳이 곧 회복되고 있다는 밝은 소식, 그것을 원했다. 하지만 레이첼이 직접 두눈으로 보는 세상은 그렇지 못했다.


얼마 후 회사에서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고 돌아왔지만 레이첼은 하이티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일상 생활이 잘 되지 않았다. 그때 다시 방송 잘 보았다는 브라이언의 메일을 받고 그녀는 다시 하이티로 가겠다는 요청을 해보지만 번번히 거절되다가 어느 날, 세바스찬이 와서 딱 한번만 더 하이티에 보내준다는 허가가 났다며 절대로 실수하지 말라고 말했다.


기쁜 마음으로 하이티에 간 레이첼은 다시 한번 더 그곳이 곧 지옥일 거라고 느꼈다. 무엇보다 어린 여자 아이들의 강간범 중에는 학교 생물 교사도 포함되어 있는 현실. 여자 혼자서는 절대로 밖에 돌아다녀서는 안되었고, 어린 여자 아이들을 그들 손에서 지켜내기 위해 밤에는 이 텐트 저 텐트를 전전하며 숨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보호했던 여자 아이들 중 두명이 실종되었고, 아무 데서도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또한 그곳에서 오래 일했던 예전 수녀였던 사람도 실종되었다.


당시, 그중 위디 (Widdy)라는 아이는 차라리 자신이 그들에게 제물이 되면 두, 세시간만에 끝날 일이라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레이첼은 말도 안된다고 말렸다. 사실, 강간범들이 그들을 찾아내 위디가 납치 될 때 레이첼이 함께 있었는데, 그들은 백인이고 언론인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는 그녀를 구타하는 것으로 끝냈다. 그때, 그중 대장격인 사내가 그녀의 입에 총구를 들이대고 '살고 싶다' 라는 말을 억지로 하게 만들었다. 이후 레이첼은 자신이 위디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곳에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레이첼은 결국 공황장애로 방송 사고를 일으켰고 그 결과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는 도중 해고 통지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다시 그녀가 훌륭했었다고 하는 브라이언의 메일이 왔다.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위로해 주는 그가 이전 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던 브라이언이 맞는지, 도대체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얼마 후, 레이첼은 가끔 가던 바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일하던 바텐더를 바라보는 순간, 이 상황을 어디서 겪은 듯한 데자뷰를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이 실제적으로 겪은 게 아닌 바로 그녀의 엄마가 겪었던 상황, 즉 엄마의 사진에서 보았던 바로 그 광경이었다는 걸 깨닫고 집으로 달려가 전에 제레미와 보았던 그 사진을 꺼내 살펴보았다. 그 사진 속에 엄마의 눈길이 향했던 인물은 바로 그 바의 바텐더였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녀는 그의 사진을 들고 거울에 비춰보며 그의 눈동자가 자신의 그것과 똑같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그를 찾기 위해 사진 속의 바를 찾아가는데, 그곳의 주인에게서 그녀의 아버지 리랜드 그레이슨 (Leeland D. Grayson)이 그곳에서 25년 동안 바텐더로 일했으며, 얼마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위스키와 오토바이를 좋아했으며, 두번 결혼했다가 이혼했는데 그의 직계 소생은 없었고 두번 다 아이가 딸린 여자와 결혼을 해서 양자녀가 있었다고 했으며 사귀었던 여자만도 여럿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레이첼은 생부의 무덤에 있던 비석을 보면서 엄마가 그에게 레이첼에 관해 또는 레이첼에게 그에 관해 왜 얘기를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엘리자베스는 그의 삶이 어떻게 풀려갈 지를 알아던 것 같았다. 그녀는 그가 원하는 게 별로 없고, 상상력은 미약했으며, 야망은 모호했음을 알았던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소도시에서 자랐고 소도시에서 살기로 결정했지만 편협적인 사고를 경멸했다.


레이첼은 또한 엘리자베스가 그녀에게 생부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애초에 그녀의 몸을 그에게 허락한 것을 인정하는 건 그녀의 몸 중의 일부는 자신의 출신지에서 벗어나는 걸 결코 원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신에 레이첼과 아버지를 서로에게서 빼앗아 버리는 길을 택했다고. 그래서 그녀는 결코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단 한번도 말이다.


레이첼은 하이티 방송사고 이후 사람들에 대한 공포감이 날로 커졌다. 세바스찬과는 헤어지기로 했는데, 그것이 공식적으로 결정이 됐을 때 세바스찬은 몇달 동안 손님용 침실에서 기거했고, 그 전에는 그의 보트에서 잤다. 그녀를 사랑하기는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 사람을 좋아하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그는 그의 보트를 사랑했다. 둘이 함께 샀던 집은 마켓에 팔려고 내놓기로 했고 이익이 생기면 반으로 나눠 갖기로 했다. 그녀는 새집을 구해야 했지만 그 도시가 좋아서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던 중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십대 여자애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마지막 방송 때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을 본 후 그녀는 아예 집밖에 나가지를 않았다. 음식도, 와인도, 보드카도 모두 바닥이 났다. 살펴볼 사이트도 없었고 더 이상 볼 프로그램도 없었다. 그때 세바스찬이 이혼 공청회 스케줄이 정해졌다고 알려왔다.


그녀는 준비를 하고 법정으로 가는데 도로 위의 다른 차들이 위협으로 느껴졌다. 불안감이 그녀의 목과 피부를 위협하고 머리 끝이 쭈삣하게 선 것이 느껴졌고, 얼마 후 간신히 법정에 도착했다. 결혼 때의 그것과 많은 부분이 비슷한 이혼 공청회가 끝나자 마자 세바스찬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꼿꼿한 걸음걸이로 이미 반쯤 법정을 나서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남아 있던 그녀에게 쏟아졌다.


법원에서 나와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 나와 그녀가 타야 할 하이웨이를 향해 가려다가 거칠게 운전하는 차들이 생각나 반대 방향으로 갔다. 가는 동안 괜찮았다. 한번, 그녀가 교차로에 다다랐을 때 오른쪽에서 어떤 차가 그녀를 앞질러 가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손에 땀에 났다. 몇분 후 그녀는 그 동네에서 그 무엇보다도 찾기 힘든 주차 공간을 발견하고 차를 댔다. 몇분 동안 그곳에 가만히 앉아 숨을 쉬어야 한다고 되뇌었다.


레이첼은 차에서 내려 그 주변 동네를 산책했다. 그저 별 목적은 없었으나 가까운 곳에 그녀가 행복한 밤을 보냈던 바가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그녀가 아직 『글로브』(Globe) 에서 일하고 있던 때로, 그녀가 썼던 시리즈 기사가 퓰리쳐 상 후보자로 추천됐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결과는 퓰리처는 아니었지만 다른 상을 두개나 받았었다.


그녀는 그 바를 찾아 곧바로 빈 테이블로 갔다. 야구 모자를 푹 눌러 쓴채 바텐더에게 보드카를 주문하고 일간지를 요구했다. 성평등에 대한 온갖 노력과 토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자 혼자 바에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은 주의를 끌었다. 바에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그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가을 레이첼의 멘탈붕괴 영상이 바이러스처럼 퍼졌을 때 첫 12시간 동안 그것을 본 사람은 80,000명이었고, 24시간 내에 7개의 짤이 돌아 다녔다. 그녀의 몇 친구들은 대중들이 그녀를 알아보는 숫자에 대해 레이첼이 너무 과대 평가한다고들 했고 그것을 본 사람들 중 기억하는 사람들은 몇 안될 거라고 얘기했었지만, 레이첼은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고 있을 그 몇 안되는 사람과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얼마 후, 그녀와 가까이 있는 테이블에서 여자 남자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그들과 눈이 마주친 레이첼은 공황장애가 서서히 시작되는 걸 느꼈다. 그리고 법원에서 바로 집으로 안가고 그곳에 온 것을 후회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저 리포터'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 그녀의 목이 죄어 왔고,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그녀가 일어서려고 하는데 바텐더가 그녀 앞에 술 한잔을 놓으며 저쪽 신사분이 '경의를 표하며' 보내신 거라고 말했다.


잠시 후, 옆 테이블에서 여자친구와 싸우던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가려고 하자 그는 그녀를 붙잡고 그가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그잔을 비우고 가라며 시비를 걸었다. 또한 문제의 그 영상을 언급하며 당시 그녀가 술에 취했었는지, 아니면 마약을 해서 그렇게 정신이 없었는지 물으며 대답하라고 했다. 레이첼이 계속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놔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레이첼!'하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포악한 그 상황에서 구해주러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사람은 바로 브라이언이었다. 레이첼은 이전 날 그를 만났을 때 풍겼던 기묘한 분위기를 잊지 않고 있었고, 그녀가 이혼한 바로 그날 그를 마주치게 된 것이 우연의 일치 치고는 좀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날 밤 브라이언의 이혼 소식을 들었고 이후로 둘은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브라이언을 남자친구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가 아주 많이 그 도시를 떠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가 그 도시에 없을 때면 어김없이 공황장애가 찾아 왔다. 그러나 그는 목재를 싸게 살 수 있는 곳, 혹은 비싸게 팔 수 있는 곳 등을 찾아 여기저기 세계를 돌아 다녀야 했다.


그가 없는 동안, 어느 날은 귀가 너무 잘 들려 도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말소리까지도 다 들렸고, 길을 걷다가 쓰레기통에 토하기도 했다. 택시 타기도 두려웠고, 어느 날은 그녀에게 다가온 포교활동 하는 사람 얼굴에 대고 토할 뻔 하기도 했다. 집에서는 그녀가 토해놓은 신발이 놓여져 있었고, 브라이언이 돌아오는 날 와인에 취해 잠옷 바람인 적도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이 없는 동안의 일을 다 토해내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고, 그녀는 있었던 얘기들을 그에게 다하며 예전 세바스찬처럼 그의 얼굴에 혐오의 표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의 얼굴엔 동감의 표정이 있었다. 그녀가 그런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하자 그는 뭐가 부끄럽냐며 분명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둘은 얼마 후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브라이언은 그들의 결혼식에 가족들을 초대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이번엔 제레미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입장하지도 않았다. 결혼식이 끝나고 둘은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레이첼이 자신의 생에서 지금보다 더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남편으로서의 브라이언의 최대 장점은 인내심이었다. 그는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하는 레이첼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도 타게 했고, 과연 지하철을 탈 수 있을까 싶을 때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지하철을 탈 수 있게 했다. 또한 레이첼에게는 말하지 않고 그녀를 몰에도 데려갔다. 그는 레이첼이 겁을 낼 때마다 자신이 함께 있다고, 자신을 믿으라고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럴 때면 그녀는 안심이 되었다. 덕분에 레이첼은 서서히 혼자 엘리베이터도 타게 되었고, 몰에도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비가 몹시 내리던 어느 날, 그날 아침 브라이언은 영국으로 출장을 떠났고, 레이첼은 예전 방송국에서 일할 때 친하게 지냈던 멜리사 (Melissa)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갔다가 얘기 도중 멜리사는 브라이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레이첼이 결혼식 때 두 사람이 30분 정도 얘기를 나누지 않았느냐고 하자 멜리사는 브라이언에 대한 생물학적인 지식 외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잠시 후 레이첼은 멜리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게 맘에 들지 않아 핑계를 대고 먼저 나와 거리를 걷고 있었다. 멜리사의 얘기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가 건물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코플리 플라자 (Copley Plaza) 건물과 행콕 타워 (Hancock Tower) 건물 사이에 난 좁은 길에 호텔 물품들을 실어 나르는 트럭과 그 뒤에 검정색 서버밴이 서 있었고, 잠시 후 행콕 타워 뒷문으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와 그 차를 타는 게 유리창에 비쳤다.


그런데, 그 사람을 본 순간 레이첼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그날 아침 런던으로 출장을 떠난다고 했던 브라이언이 틀림 없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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