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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Mr. Penumbra`s 24-hour bookstore by Robin Sloan (2012)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9-2-26  18:57:10

Mr. Penumbra's 24-Hour Bookstore


By


Robin Sloan




예술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에 있는 '뉴베이글 (NewBagel)'이라는 회사의 본사에서 근무했던 클레이 제논 (Clay Jennon)은 그 둥근 형태의 빵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자료들을 만드는 디자이너였다. 말하자면, 메뉴, 큐폰, 유리창에 붙일 포스터 등등을 제작하였고, 한번은 제과 제빵 박람회의 전 부스를 책임 맡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경제 악화로 인한 엄청난 푸드 체인 수축으로 레이오프를 당했다.


그 회사는 구글에서 일했던 엔지니어 두 사람이 독립해 차린 회사였는데, 마지막으로 별별 아이디어를 다 내어 회생을 해보려고 했지만 어느 것도 먹히지 않았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그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 결과 의외의 승진도 하고. 하지만 경제는 더욱 나빠졌고, 사람들은 불경기시 신중하게 으깬 덩어리 소금이 흩뿌려진 부드러운 외계인 우주선 모양의 베이글 보다는 옛날식의 푹신하고 타원형인 베이글을 더 원하는 것 같았다.


성공에 익숙했던 전 구굴 직원들은 그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재빨리 상호명을 '올드 예루살렘 베이글 컴퍼니' (Old Jerusalem Bagel Company)로 바꾸고 알고리듬을 완전히 배제한 체 검고 형태가 일정치 않는 베이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에게 회사의 웹사이트를 옛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광고 예산은 줄어들다가 아예 없어져 버렸고, 할 일도 점점 없어졌다. 그는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고 승진은 어림도 없었다.


마침내 전 구글러들은 백기를 들고 코스타리카로 떠나버렸다. 빵을 구워내던 오븐들은 차갑게 식었고 웹사이트는 운영되지 않았다. 퇴직 수당은 없었지만 그는 회사에서 준 맥 컴퓨터와 트위터 어카운트는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단순히 음식 체인점의 수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레이오프가 된 사람들은 모텔과 텐트 시티에서 살게 되었다. 전체 경제는 갑자기 뮤지컬 좌석을 차지하려는 게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 좌석이든 가능한한 빨리 하나라도 잡아야 했다.


경쟁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자 클레이는 기분이 굉장히 안좋았다. 그처럼 디자인 계통에서 일하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웹사이트나 고급 터치 스크린 접속 장치를 디자인했다. 한 신흥 베이글 가게의 로고가 아닌. 애플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의 절친인 닐 (Neel)은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뉴베이글에서 다시 일년을 일했을 때 그의 상태는 좋았지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거나 특별히 어떤 것에 능숙하리 만큼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인터넷 구인 광고에 열중했다. 그의 기준은 재빨리 변해 갔다. 처음엔 자신이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업무 쪽의 회사에서만 일하리라 고집했다. 그러다가 새로운 뭔가를 배울 수 있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고, 그 다음엔 나쁜 짓만 아니면 된다고 바뀌었다가 이젠 악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정의를 바꾸는 지경까지 되었다.


그를 구해준 건 신문이었다. 인터넷을 멀리하면 일자리 찾기에 열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여러 장의 구인 광고를 프린트 했고, 전화기를 서랍에 넣고, 걷기 시작했다. 그는 너무 많은 경험을 요구하는 광고는 구겨서 길가 쓰레기통에 버렸고, 너무나 지쳐 더이상 걸을 수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그는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는 유망한 설명서 두, 세 개를 뒷 호주머니에 넣었다. 이런 일상을 보내던 중 그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자리를 찾게 된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걸을 때면 그는 창문에 붙은 구인 광고들을 유심히 살폈다. 물론 그것들은 직원을 뽑는 적법한 방법은 아니었다. 적법한 직원을 뽑는 곳은 대부분 크렉리스트 (Craiglist)를 이용했으므로. 그런 광고들은 의심을 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우연히 발견한 '24시간 서점' 광고도 그랬다. “사람 구함. 야간 교대. 특정한 자격 조건을 갖추어야 함. 직원 혜택 좋음” 지금 생각해 보면 '24시간 서점'은 뭔가에 대한 완곡어 (Euphemism)가 틀림없었다.


광고를 본 그가 서점의 유리문을 열자 위에 달린 벨이 징글거렸다. 그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 갔다. 그가 얼마나 중요한 문지방을 넘었는지 그땐 몰랐다. 안은 보통 서점과 다를 바가 없을 거라고 상상하겠지만, 그 서점은 묘하게 좁고 아찔하게 높았으며 책꽂이는 위로 쭉 올라가 있었다. 책이 3층 이상 쌓여 있었다.

책꽂이들은 서로 가까이 놓여져 있었는데 위로 하염없이 뻗어 있어서 마치 숲속 가장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문 주위와 윗쪽은 유리로 된 두꺼운 네모판이 검은 쇠로 된 격자 판으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것들을 가로질러 아치형 모양으로 높은 황금색 글자가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미스터 페넘브라의 24시간 서점' (Mr. Penumbra's 24-Hour Bookstore). 그 아래, 아치의 쑥 들어간 곳엔 심볼이 있었다. 그것은 펼쳐진 책 밖으로 나온 완전히 평평하게 펼친 두 손이었다. 미스터 페넘브라는 누구일까?


잠시 후, 서고에서 '안녕하세요?' 라는 조용한 목소리가 들리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는 키가 크고 몹시 말라서 사다리 같았다. 손을 뻗어 선반을 붙잡고 걸어오는 그는 몹시 위태로워 보였다. 어둠 속에서 나오자 그가 입고 있던 푸른색 스웨터와 눈동자가 같은 색인 것이 보였다. 그는 매우 나이들어 보였다.


그는 클레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하게 손을 흔들더니 무엇을 찾느냐고 물었다. 어찌된 일인지 클레이는 그 질문을 받자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클레이가 미스터 페넘브라와 얘기 좀 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 노인은 자신이 바로 페넘브라이고 그곳의 관리인이라고 말했다. 클레이는 얼떨결에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페넘브라는 눈을 한번 깜박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정문 옆에 있는 안내 데스트를 향해 위태롭게 걸었다. 잠시 후 그는 '일자리라' 하면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데스크 뒤에 있던 의자에 미끄러지듯 앉더니 건너편에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서점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자신이 일했던 레스토랑에서 요리책도 팔았었다고 말하며 그것은 고려할만한 경험이 아니냐고 묻자 페넘브라는 그렇지 않지만 상관없다고, 책을 사고 팔았던 이전의 경험은 여기서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페넘브라는 클레이에게 좋아하는 책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라고 했다. 그의 얘기를 듣고 클레이는 즉각 경쟁자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건 한 권이 아니라 시리즈라고 말하며 그것은 최고의 글도 아니고 너무 긴 것일 수도 있고 결말은 형편없을 수도 있지만, 자신은 그것을 세 번이나 읽었고, 6학년 때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 역시 그 시리즈에 매혹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숨을 쉰 다음 그 책의 제목에 대해서 말했다.


페넘브라는 한쪽 눈썹을 올리다가 미소를 짓더니 아주 좋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빼곡히 찬 흰 이를 드러내며. 그런 다음 눈을 가늘게 뜨고 클레이를 위 아래로 살펴 보더니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것이 한달 전이었다. 지금 클레이는 페넴브라 서점의 야간 점원이 되었고, 원숭이처럼 사다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일은 웹 디자인처럼 시장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더 흥미로웠고, 이 시점에서 뭐든 할 수만 있다면 해야 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새 기술을 좀 더 자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랬다.


'미스터 페넘브라의 24시간 서점'이 아주 넘쳐나는 고객 때문에 24시간 운영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거의 손님이 없다시피 했고, 때때로 그는 자신이 점원이라기 보다는 경비원 같이 느껴졌다. 페넘브라는 중고책을 파는데, 그것들은 새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한결같이 최상의 컨디션을 갖고 있었다. 그는 베스트셀러 목록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의 목록은 아주 다양했는데, 그의 개인적인 취향 이상의 패턴이나 목적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십대 마법사 이야기나 뱀파이어 경찰 같은 내용의 책은 없었다. 딱 그런 책을 팔 것 같은 곳인데 말이다.


클레이는 가끔 그를 보러 오는 친구들에게 책을 사라고 종용할 예정이며, 적어도 엽서 하나는 같이 보낼 것이라고 계획을 세웠다. 그 엽서들은 앞문에 쌓여져 있었고, 페넘브라는 가끔 그것을 1불에 팔곤 했다. 하지만 몇 시간만에 팔리는 엽서 판매 대금은 그의 급여를 지불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급여가 어떻게 지불되는지 궁금했다. 뿐만 아니라 그 서점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페넘브라의 24시간 서점'은 두 서점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앞쪽은 보통의 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안내 데스크 주변으로 빼곡히 책이 둘러 쌓여 있었다. 이 다소 정상적인 서점은 책을 고르기엔 불편했지만 최소한 도서관이나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책들이 꽂혀 있었다. 다른 한 서점은 그것들 뒤와 윗쪽에, 높은 사다리 같은 책꽂이로 되어 있었고, 구글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책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Waybacklist'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것들 중 많은 책들은 가죽이 갈라졌거나 금박으로 된 제목을 가진 오래된 외양을 갖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밝고 빳빳한 커버로 갓 제본된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그것들이 전부 오래된 것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모두 유일무이했다. 처음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그는 그것들이 모두 소규모의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이거나 자가 출판된 것들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한 달가량 일을 하고 있는 지금, 그것보다는 좀 더 복잡한 구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서점에는 그곳만의 고객이 따로 있었다. 그들은 옆집 가게에서 일하는 스티브 잡스 (Steve Jobs)전기를 찾던 젊은 여자와는 달리, 훨씬 나이든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규칙적으로 그곳을 찾아 왔다. 그들은 결코 여기저기를 둘러보지 않았다. 그저 활짝 깬 맨정신으로 와서 활기차게 필요한 것을 말했다. 예를 들어, 미스터 틴들 (Mr. Tyndall)이라는 고객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벨이 울리는 것이 멈추기도 전에 자신이 필요한 책을 요구했다. 그리고 잠시 후 급히 다시 재촉했다. 그러면 클레이는 컴퓨터로 'Waybacklist'에서 그것들을 찾아 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다소 수수께끼처럼 이렇게 나왔다. 전기나 역사서 혹은 공상과학이라는 분류가 아닌, 그저 '3-13' 이렇게 말이다. 그것이 'Waybacklist'였다. 3 번째 통로, 13 번째 책꽂이. 그러면 미스터 틴들은 조금 전에 자신이 말한 책과 교환하기 위해 어딘가에서 자신이 가져온 커다란 책을 꺼내 돌려주며 그의 카드를 내밀었다. 그 카드에는 서점의 유리창에 그려져 있는 것과 같은 장식이 찍혀 있었다. 그가 사디리를 타고 올라가 미스터 틴들이 원했던 책을 찾아 내려와 갈색 종이를 싸서 건네주면 그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쏜살같이 거리로 나갔다. 그 시각은 새벽 3시였다.


그것은 북클럽인가? 어떻게 가입하지? 회비를 내야 하나? 그는 틴들 같은 사람이 왔다 간 후 혼자 앉아서 이런 생각을 했다. 틴들이 가장 괴짜였지만, 솔직히 그 사람들 모두 괴짜라고 말할 수 있었다. 모두 흰머리에, 외곬수였고, 어떤 다른 시대나 장소에서 온 것 같았다. 아이폰도 없었고, 근래의 이벤트나 대중 문화같은 것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클레이는 그들이 어떤 클럽에 속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들이 서로 알고 있다는 증거가 없었다. 각각 홀로 와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만 말하고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클레이는 그들이 원하는 그 책들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모르는 게 그의 일의 한 부분이었다. 사다리에 잘 올라갈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하고 고용된 날, 페넘브라는 안내 데스크 뒤에 서서 밝은 푸른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일자리는 세 가지 필요요건이 있는데, 각각 매우 엄격하네. 그러니 가볍게 동의하지 말기 바라네. 이 서점의 직원들은 거의 한 세기에 걸쳐 이 규칙을 따라왔지. 나는 그것이 깨지기를 원치 않는다네. 첫째, 자네는 밤 10시 정각부터 새벽 6시까지 반드시 이곳에 있어야 하네. 절대로 늦어서는 안되네. 일찍 일을 끝내서도 안되고. 둘째, 책꽂이에서 책들을 찾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것들을 읽어서도, 훑어 보는 것도,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을 살펴 보는 것도 해선 안되네. 멤버들을 위해서만 검색을 허용하네” 그리고 마지막 요건은 “모든 거래는 반드시 정확하게 기록해서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간, 고객의 외모, 정신상태, 심지어 책을 요구했을 때의 태도와 받았을 때의 태도, 그가 혹시 어딘가 다친 것 같진 않았는지, 모자에 로즈마리 가지를 꽂았는지 등등...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위의 조건들이 기이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한밤중에 낯선 책을 낯선 사람들에게 건네주는 이런 행동은 굉장히 적절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의 시간을 금지된 책꽂이를 바라보면서 보내기 보다는 고객들에 관해 쓰면서 보냈다.


첫 번째 날 밤에, 페넘브라는 안내 데스크 안쪽 아래 책꽂이를 보여 주었는데 거기에는 굉장히 큰 가죽 커버를 가진 큰 장서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었다. 모두 똑같은 외향을 하고 있었지만 책등에 밝은 로마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페넘브라는 그것들이 등록 일지이며 거의 1세기 정도 전의 시대부터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을 꺼내 쿵소리가 나도록 데스크에 올려 놓고 이제 클레이가 그것들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의 커버에는 '나레이션'을 의미하는 'Narratio'라는 단어와 유리창에 새겨져 있는 심볼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책처럼 펼쳐져 있는 두 손 말이다.


페넘브라는 클레이에게 그것을 펼쳐 보라고 말했다. 안쪽 페이지는 넓고 회색으로, 검은 잉크로 쓴 손글씨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스케치도 있었다. 페넘브라는 여러 장을 한꺼번에 넘기더니 공간이 반쯤 채워졌고 아이보리 북마크가 된 곳을 펼쳤다. 그는 클레이에게 그곳에다 이름, 시간, 그리고 제목을 적으라고 말했다. 물론 매너와 모습 역시.


그는 모든 멤버들에 대한 기록을 보관하고 있으며 멤버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 모두의 것도 그들의 작업을 추적하기 위해 역시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끊더니 그들중 몇몇은 정말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레이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묻자, 페넘브라는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듯 한쪽 눈썹을 올리며 '이 사람아! 당연히 책을 읽고 있지' 하고 말했다.


아침에 페넘브라는 고객이 있었으면 그에 관해 물었다. 그러면 클레이는 일지에 쓴 것을 일부 발췌해서 읽어 주었고, 그는 클레이가 기록하고 보관한 것에 만족한다는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때로 아주 깊은 질문을 하곤 했다. 예를 들면, 미스터 틴들이 입은 코트에 달린 단추가 자개로 만든 거였는지, 아니면 뿔로 만든 건지, 혹은 금속인지, 구리인지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물론 이런 질문은 이상했다. 물론 그 의도 역시 알아차릴 수 없었고, 법을 어기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지만,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묻지 않아야겠다고 판단되었다. 왜냐하면 그 질문 자체가 위험스러울 수도 있으므로. 혹시 질문을 했다가 곤란한 상황이 되거나, 더욱 나쁜 건, 그 자리에서 해고하겠다고 한다면...


페넘브라가 클레이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맡은 일에 충실하고 아무 것도 묻지 말라. 그래서 클레이는 페넘브라의 경계선을 시험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그 일이 필요했으므로. 아무튼 전날 밤 미스터 틴들의 단추는 옥으로 만든 것이었다.


한편, '페넘브라의 24시간 서점'은 주인 한 명에 종업원 두 명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페넘브라는 주로 황금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아침 시간을 맡았다. 물론 그곳에 그런 시간대가 있긴 한지 의심스러웠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후부터 클레이가 오기 직전까지 올리버 그론 (Oliver Grone) 이라는 다른 직원이 일했다.


올리버는 키가 크고 단단한 체격을 갖고 있었다. 그는 버클리 대학원생으로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박물관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몸집에 비해 너무 조용했다. 그는 간단하고 짧은 문장으로 얘기했으며 항상 뭔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듯 보였다. 뭔가 아주 오래 전 것이나 아주 머나 먼 일들에 대해서. 클레이가 몇 가지 시험해 본 결과 올리버는 보통 1000 B.C.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클레이 자신은 어제 점심 때 무엇을 먹었나도 간신히 기억하는데 말이다.


클레이는 그런 올리버에게 질투심을 느꼈다.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유심히 보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정확히 같은 일에 정확히 같은 의자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빠른 시기 안에 그는 아주 눈에 띄는 정도로 앞서 나갈 것이고 클레이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그는 실 세상에서 자신이 거처할 자리를 곧 찾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손님이 뜸한 서점에서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보다는 월등히 다른 그 무언가에 더 익숙했으므로.


일이 끝나는 아침 6시는 뭔가를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으므로 보통 클레이는 집으로 가서 책을 읽거나 비디오 게임을 했다. 그는 방 세 개짜리 아파트에서 다른 두 명의 룸메이트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매튜 미틀브랜드 (Mathew Mittelbrand)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애슐리 아담스 (Ashley Adams)였다. 매튜는 예술가였고, 애슐리는 한 홍보 대행사의 영업 담당 임원이었는데,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전에 클레이가 일했던 뉴베이글 회사의 홍보를 담당했고 그래서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클레이가 만든 로고를 맘에 들어 했다. 처음에 클레이는 그녀에게 빠져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같았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그녀는 영리하고 강하며 조직적이고 사려심이 깊었다.


이 아파트는 그녀의 것이었다. 원래는 애슐리와 클레이 그리고 바네사 (Vanessa)라는 룸메이트가 함께 살았었는데, 바네사가 MBA를 하러 캐나다로 간 바람에 클레이의 대학 친구의 친구인 매튜를 룸메이트로 들이게 된 것이었다. 같이 살게 된 이후 애슐리와 매튜는 여러 일들에 대해서 깊은 공감을 보였다. 클레이는 메튜에게 자신이 일하는 서점에 들르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메튜가 새벽 220분 경에 클레이를 찾아 왔다. 메튜는 서점으로 들어서자 마자 높은 천정을 가리키며 위로 올라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클레이는 그곳에서 일한 지 한 달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그의 장난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확신이 없었지만 그의 호기심은 전염성이 있었다. 그는 'Waybacklist'를 직접 살펴 보고 책꽂이 사이에 서서 나무에 가까이 기대 어떤 종류의 나무인지 살펴 보기도 했고 책등의 텍스쳐를 들여다 보기도 했다.


클레이는 매튜에게 아무 것도 만지면 안된다고 경고했지만, 메튜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사다리를 만지작 거리며 책을 사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다. 클레이는 그것들을 살 수는 없다고, 빌려주는 책들이라고, 그것들을 보려면 클럽의 멤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메튜는 이미 반쯤 공중 위로 올라가 그것들이 희귀한 책들인지, 첫 번째 에디션인지 물었다. 클레이가 유일한 에디션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인 것 같다고 하자 메튜는 뭐에 대한 책들이냐고 물었다. 클레이가 솔직히 모른다고 대답하자 메튜는 믿을 수 없다는듯 뭐라고? 하고 반문했다.


클레이가 다시 한번 좀 더 큰 소리로 모른다고 하자 메튜가 한 권도 본 적이 없냐고 물었다. 그가 사다리를 더 오르지 않고 멈춰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 보는 모습을 보자 클레이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메튜가 자신의 눈앞에 꽂혀 있는 책을 꺼내기 위해 손을 뻗자 클레이는 사다리를 흔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잠시 후 메튜는 커다란 책을 한 권 꺼냈다. 그것의 무게 때문에 그는 사다리 위에서 휘청거렸다. 클레이가 이를 악물고 그냥 그 자리에 그것을 두라고 말했지만 메튜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보며 '어메이징' 하다고 말했다. 클레이도 다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메튜가 있는 곳만큼 올라갔다.


사실, 그 역시 몹시 궁금했다. 그는 메튜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또한 그가 그의 어깨 위에서 악마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해 준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메튜는 두꺼운 책을 자신의 가슴팍에 대고 클레이 쪽으로 기울여 주었다. 이것을 위해 틴들과 그 나머지 사람들이 한반중에 달려 오는 것인가?


두 페이지에 걸쳐 보이는 것은 빈 데가 없는 글자들의 행렬로, 거의 흰색 공간을 찾아 볼 수 없이 상형문자들로 덮혀 있었다. 그 글자들은 크고 굵었으며 날카로운 선명한 셰리프 문자로 종이에 찍혀 있었다. 클레이는 알파벳이라는 것, 즉 일반적인 로마 글자이지만 단어는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아니, 거기에는 단어가 전혀 없었고, 페이지에는 그저 긴 글자들만이 늘어져 있었다. 전혀 구분되지 않는 글자들이 뒤죽박죽 얽혀져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


메튜는 처음 그것을 보고 초자연적 예식을 위한 사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는데, 직접 보더니 그 책이 그것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클레이는 책꽂이에서 다른 책을 한 권 꺼냈다. 그것은 초록색 표지를 가진 크고 납작한 책이었는데, 갈색 책등에 '크레쉬미르' (Kresimir)라고 쓰여 있었다. 그 책의 안쪽도 역시 첫 번째 것과 같았다.


클레이가 그 서점을 찾아오는 고객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하면서 생각에 잠겨 있는 순간, 아래에서 벨이 울리고 누군가 서점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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