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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작은 서재

The Orphan`s Tale by Pam Jenoff Margaret Kim (margaret7630) 2019-4-5  21:06:47

The Orphan's Tale


By


Pam Jenoff






파리. 널싱홈에 있던 에스트리드 (Astrid)는 신문에서 곧 있을 서커스 전시에 대한 기사를 읽고 그곳에 가기 위해 작전을 짰다. 여권 사진을 찍기 위해 널싱홈 도우미 중의 하나에게 뇌물을 주었고, 비행기표는 현금으로 샀다. 이른 새벽에 그녀를 태우러 온 택시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크게 경적을 울리는 바람에 들킬 뻔 했지만 다행히 경비원은 깨지 않았다.


그녀는 전시관이 있는 그랑 팔레 (Grand Palais) 근처의 쁘띠 (Petite) 팔레에 도착해 온 힘을 다 짜내 계단을 올라갔다. 지난 해 다친 엉치뼈가 한 발자국 뗄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로비 안으로 들어가자 개막 행사가 이미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그녀는 안내 데스크와 전채 요리와 샴페인을 든 집사들을 피해 재빨리 서커스 전시회장으로 갔다.


천장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보며 울컥했지만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요즘엔 항상 그렇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에도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걸렸고, 계획했던 일을 하려면 일 분의 여유도 없었다. 목구멍에 걸려 있는 듯한 슬픔 덩어리를 뒤로 밀며 그녀는 앞으로 나아갔다. 의상, 가발 등등의 소품을 지나 그녀는 마침내 철도 객차에 다다랐다. 옆판 몇 개가 안쪽에 있는 작은 침상들을 보여주기 위해 제거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널싱홈에서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있는 그녀의 방의 반도 못되는 아담한 사이즈라는 것에 놀랐다. 기억 속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더 컸었는데 말이다. 그 객차가 신문에서 본 것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의 심장 어느 부분은 지금까지도 그렇게 믿는 걸 두려워했다.


그녀의 뒤에서 말소리들이 들려왔다. 어깨 너머로 재빨리 뒤를 보니 리셉션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전시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몇 분 내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그녀는 가로줄이 쳐진 받침대 아래로 들어가기 위해 쭈그리고 앉았다. 누군가가 '숨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재빨리 그녀는 객차의 아랫 부분을 손으로 더듬었다. 기억에 따르면 분명 그곳에 칸이 있었다. 문은 여전히 꼼짝하지 않았지만 기억을 더듬어 어딘가를 누르니 문이 열렸다.


그런데, 손을 안으로 집어 넣어보니 그 칸은 비어 있었다. 그곳에 해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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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 독일. 네덜랜드 태생인 노아 (Noa)4개월전부터 벤셰임 역 (Bahnhof Bensheim)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었다. 그곳은 아주 작은 간이역이어서 전쟁 전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그냥 지나치는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곳은 밤에 열차를 주차하고 엔진을 교체하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곳은 겨우 이틀분의 음식을 갖고 쫓겨난 그녀에게 거처를 마련해 준 곳이었다. 그녀가 독일군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부모가 그녀를 집에서 쫓아낸 이후 머물렀던 '소녀들의 집'에서는 그냥 맨발로 쫓겨났다. 그녀는 기차역을 향해 가면서 아무 데도 갈 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운좋게 그 역의 청소부 자리를 구하게 되었다.


'소녀들의 집'에서 쫓겨날 때 입었던 임신복을 아직 입고 있는 역 창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여름 햇살에 흰색으로 보이는 우중충한 머리카락과 연한 푸른색 눈을 가진 그럭저럭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한때 자신의 평범함이 싫었지만 이곳에선 오히려 그게 더 나았다. 매표소와 안내소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은 그녀에게 거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여행객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어디 출신인지 전혀 개의치 않았는데, 외롭기는 했지만 그녀에겐 그게 더 좋았다. 과거에 대한 질문에 답할 자신이 없었으므로.


조금 전 끼익 소리를 냈던 기차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누군가가 기계를 작동한 채 그대로 놔둔 모양이었다. 그녀는 저 멀리 선로에 멈춰 서있는 기차를 향해 걸었다. 그녀는 석탄통을 지나쳤는데, 혹시나 석탄을 훔쳤다고 의심받아 일자리를 잃을까봐 그녀는 그곳을 빨리 지나쳤다.


부모님 집에서 쫓겨나 헤이그 (Hague)로 가는 버스에서, 한 독일 여자가 그녀에게 '이상적인 아리아인' 이라며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비스바텐 (Wiesbaden)으로 가라고 하면서 그녀가 '제국의 아이'를 가졌다는 노트를 써주었다. 노아는 독일로 가는 것이 위험스러운지 혹은 거절해야 하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당장 갈 데가 없었으므로.


그녀가 '소녀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들 역시 그녀에게 운이 좋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인이지만, 그녀는 아리아인으로 간주되었고, 그녀의 아이는 레벤스본 프로그램 [Lebenseborn program: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독일인의 인구가 감소하자, 힘러는 SS 장교들과 군인들에게 아리아인 여자들과 관계를 맺으라고 밀어부쳤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인종적으로 순수한' 어린 여자 아이들로 하여금 비밀스럽게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양육과 입양을 주관하는 SS 조직으로 보내졌다-마가렛 주. “The Nazi Party”, Jewish Virtual Library에서 발췌]에 의해 좋은 독일인 가정에 입양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거의 6개월을 지냈다. 그곳에서 자신보다 몇 개월 먼저 들어온 에바 (Eva)라는 소녀를 알게 되었는데, 어느 날 밤, 에바가 피를 흘리자 그들은 그녀를 병원으로 보냈고, 이후 그녀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


어느 추운 10월 아침, 드디어 이슬이 비치고, 노아는 18시간 동안 엄청난 진통에 시달렸지만 어느 누구도 용기를 주는 말도 다독거려주는 말도 한 마디 없었다. 마침내 아이가 나오면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간호사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노아는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이를 볼 수 없었다. 그녀가 고통에도 불구하고 일어서려고 애를 쓰며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의사가 별 일 아니라고, 아이는 건강하다고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당황함이 역력했다. 그때, 앞으로 기댄 그녀의 눈과 꽤뚫을 듯한 아이의 검은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런데, 그것은 아리아인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의사의 고충을 알 것 같았다. 그 아이는 그들이 원한 완벽한 종족과는 전혀 상관없는 외모였던 것이다. 그녀 쪽이든, 아니면 독일 군인 쪽이든 간에, 숨겨진 유전자가 그에게 검은 눈동자와 올리브 색의 피부를 주었던 것이다. 그는 레벤스본 프로그램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었다.


아이가 큰소리로 울자 그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손을 뻗어 아이를 안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종이 양식에 아이에 관한 세부 사항을 적고 있던 의사와 간호사가 불편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안된다고, 레벤스본 프로그램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그렇게 하기로 사인을 하였지만 제발 한번만 안아보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간호사는 안된다며 나가버렸다.


그녀가 안보이자 의사가 노아의 애원에 뭔가를 느꼈는지 주저하며 아이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그 아이를 원치 않았었으나, 그 순간, 사랑의 감정이 그녀를 휘몰았고, 어차피 그들은 이 아이를 원치 않으니 자신이 데리고 갈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때, 간호사가 다시 돌아와 그녀에게서 아이를 거칠게 떼어냈다. 그녀가 안된다고 반항하자 갑자기 팔에 따끔한 게 느껴졌고 머리가 빙빙 돌았다. 그리고 거친 손들이 그녀를 침대로 밀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정신이 들었을 때, 그녀는 홀로 차가운 분만실에 누워 있었다. 나중에 그들은 아이가 좋은 집으로 갔다고 말했지만, 그들의 말이 진실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노아는 아픈 기억을 밀어내기 위해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역에서 나와 밖으로 나왔다. 추위가 살을 에는 듯했다. 다행히 역을 순찰하는 경찰차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웅웅소리가 들리는 기차로 다가갔다. 그 소리는 마지막 칸에서 들려왔는데 엔진소리가 아니었다. 아니, 그것은 기차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살아 있는 무엇인가로부터 나오는.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지키는 원칙이 있다면 절대로 기차 가까이로 가지 않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유태인을 태우고 있었으므로. 웅웅 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졌는데, 이제 상처입은 동물이 숲속에서 내는 소리같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인적이 없는 플랫폼을 살펴보다가 역 끝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위를 배회하는 경비 경찰도 이 소리를 들었을까? 그녀는 잠시 그곳에 서서 생각했다. 그냥 가야 한다고. 그저 아무 것도 못 본 양 눈을 내리깔고. 그것이 일년동안 전쟁통에서 배운 교훈이었다. 다른 사람 일에 끼어 들어 좋은 꼴을 보지 못했다. 만약 자신이 속해 있지 않는 기차 부분에 관여 하다가 잡히면, 갈 데 없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체포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그랬듯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기차 칸으로 점점 다가가자 그것은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또한 작은 발이 기차 칸의 열려진 문틈 사이로 보였다. 문을 뒤로 잡아 당겼다가 그녀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거기에는 아기들이 있었다.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는 아기들이 볏집이 깔린 기차칸 위에 겹겹히 쌓여 누워 있었다. 대부분의 아기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잠을 자고 있는 건지 죽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정적 속에서 헐떡거리는 양 울음소리 같은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소변과 똥 그리고 토사물 등의 냄새에 휘청거렸다. 이곳으로 온 이후,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나쁜 꿈이거나 실재일 수가 없는 영화 같은 것이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엄마의 품에서 떼내어진 너무나 많은 아기들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그녀의 아랫배에서 불이 난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도대체 이 아기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녀는 어깨 너머를 흘끗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탄 기차는 항상 감시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갓난 아기들이 도망칠 염려는 없었으므로. 그녀에게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아기는 낯빛이 회색이었고 입술도 파랬다. 그녀는 눈썹에 매달린 성에를 털어내 주려고 했지만 아기는 이미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녀는 손을 얼른 뒤로 잡아 당기며 다른 아이들을 살펴 보았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벌거벗었거나 혹은 혹독한 추위를 방어하라는듯 담요나 작은 옷가지 한 장으로 덮여 있었다. 그러나 차 한가운데에 완벽한 두 개의 분홍색 양말이 뻣뻣하게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아무 것도 걸치고 있지 않은 아이의 발에 신겨 있었다. 누군가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때, 다른 아이들 틈으로 머리 하나가 쏙 올라왔다. 볏짚과 똥이 심장 모양의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그 아이는 고통스러워 보이진 않았지만 마치 '여기가 어딘가요'라고 묻는 듯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 얼굴에서 뭔가 친밀함이 느껴졌다.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 그것은 마치 그녀가 낳은 그 아이의 눈 같았다. 그녀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아기는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더니 칭얼대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른 팔을 뻗어 다른 누군가가 듣기 전에 안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를 손아귀에서 놓쳤고, 아기는 더욱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칸 안으로 들어 가려고 했지만,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누워 있어서 밟을까 드려워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필사적으로 다시 한번 더 팔을 뻗어 그 아이를 들어 올렸다.


아이는 안자 마자 그녀의 팔에서 조용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운명이나 뭐 그런 것이 다시 그녀에게 보내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머리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잠이 든 건지 죽어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를 감싸 안고 기차에서 멀어졌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만약 다른 아이들도 살아 있다면 이번이 그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야 했다.


하지만 안고 있던 아이가 다시 울기 시작했고, 날카로운 그 소리가 적막을 깼다. 그녀는 아이의 입을 막고 역으로 되돌아 달려 갔다. 아무도 없는지 주변을 살피다가 그녀는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에서 평소 청소할 때 쓰던 누더기 천을 가지고 아이의 얼굴에 묻은 오물을 닦았다. 그리고 지저분한 기저귀를 열었다. 그녀의 아기처럼 그 아기도 사내아이였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아이의 작은 성기는 다른 사내 아이들과 달랐다. 그것은 포경수술이 되어 있었다. 그 아기는 유태인이었다.


그녀는 내내 자신을 괴롭히던 현실에서 물러섰다. 그녀는 유태인 아기를, 아니 어떤 아기도 데리고 있을 수 없었다. 하루에 12시간을 역에서 청소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것일까? 더구나 그녀는 신생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녀는 다른 천조각으로 겨우 기저귀를 만들어 채우고 화장실을 나와 역에서 벗어나 기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를 기차에 다시 데려다 놓아야했다.


그런데, 플랫폼 근처에서 그녀는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섰다. 경비 경찰 중 한 명이 그녀가 가려는 선로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사방을 필사적으로 둘러보았다. 역 건물 옆에 우유 배달 트럭이 서있었고 뒷쪽에 커다란 통들이 높게 쟁겨져 있었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그것을 향해 걸었다. 그녀는 차가운 금속통이 아기의 벗은 피부에 얼마나 차가울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빈 통에 아이를 밀어넣었다. 그는 울진 않았지만 절망적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트럭 문이 닫히자 의자 뒤에 몸을 숨겼다. 곧 아이를 실은 트럭이 떠날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그녀가 한 짓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무력한 아이를 그 자리에 두고 죽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트럭으로 뛰어가 문을 열고 우유통 속의 아이를 꺼냈다. 속으로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고 말하며 다독이고 있는 그때, 기차 근처에 있던 경비 경찰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자 두 번째 경찰이 사나운 셰퍼트를 끌고 역에서 다가오는 게 보이는데...


한편, 14개월 전, 1942년 독일, '클렘트 (Klemt) 서커스단'의 스타 공중곡예사였던 아스트리드 (Astrid)는 얼마 전 독일군 장교였던 남편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혼을 당한 후, 소식이 끊긴 가족들을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때 그들의 막사가 있었던 곳은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그곳에서 전투는 없었지만 부서진 마차와 지스러기 고철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계곡은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그녀는 한때 그녀의 집이었던 빌라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예전 그녀의 집 대문 위에 검은 나치 문양을 가진 커다란 붉은기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빌라의 창문을 살피며 혹 아는 얼굴이 있나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편지가 배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돌아온 후 가족이 그곳에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그녀는 와야했다. 그녀의 마음 한 쪽에 바뀌지 않은 삶을 상상했거나, 최소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서. 하지만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에 와서는 안됐다는 걸 깨달았다. 슬픔이 재빨리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을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누구에게 목격되거나 혹은 그녀가 누구인지 왜 그곳에 왔는지 심문을 받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 그녀는 '노이호프 서커스' (Circus Neuhoff)의 겨울 막사가 있었던 옆 부지를 향해 언덕을 올라갔다. 조금 전 기차가 담스타트 (Darmstadt)에 다다르자 그 서커스의 광고 포스터가 보였다.


클렘트와 노이호프는 라이벌이었고 그들은 몇년 동안 경쟁을 했다. 서로를 능가하려고 애쓰며. 하지만 기능을 예외로 하고 서커스단은 한가족이었다. 두 서커스는 방을 따로 쓰는 형제 자매처럼 서로의 곁에서 나란히 자랐다. 길에서는 경쟁자였지만 비수기 때에는 그들은 함께 학교엘 가고 함께 놀았다. 함께 언덕을 구르기도 하고 때때로 밥도 같이 먹었다. 노이호프 씨가 허리통증으로 무대감독을 할 수 없었을 때 그녀의 오빠인 줄스 (Jules)가 그들의 쇼를 돕기 위해 파견되기도 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노이호프 씨를 보지 못했다. 그는 비유태인이었고 모든 것이 변했다. 그의 서커스는 그녀의 서커스가 사라지고 난 후 매우 활개를 쳤다. 그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녀는 혹시 그가 그녀의 가족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노이호프 저택에 도착하자 낯선 하녀가 문을 열었다. 그녀는 자신을 처녀적 이름인 잉그리드 (Ingrid) 클렘트라고 소개했다. 하녀의 표정에서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을 서커스 때문에 알게 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수 년 전 그녀가 떠났을 때, 그것은 아주 놀랄 만한 일이었고 주위 수 마일에 걸쳐서 사람들이 소근댈 정도였다. 아무도 그녀처럼 독일 장교와 결혼하기 위해 떠나진 않았으니까. 특히 유태인은.


그녀의 남편 에릭 (Erich)1934년 봄, 그녀의 서커스를 처음 관람하러 왔었다. 불빛 너머로 관객을 보지 말라는 건 그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일종의 미신이었는데, 그녀는 커텐 뒤에서 그를 보고말았다. 서커스를 하느라 길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던 29살의 그녀는 결혼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데이트를 시작했다. 히틀러가 집권한 지 겨우 일 년밖엔 되지 않았다고 해도, 나치 독일이 이미 유태인들을 싫어한다는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에릭의 눈에는 그들 주위의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열정과 강력함이 있었다. 그가 프로포즈를 했을 때 그녀는 두번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에릭과 함께 떠난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그녀를 꾸짖지 않았다. 그녀가 유태인이 아닌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에 대해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대신 그녀가 그 서커스단을 인수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가 떠나려는 지금에서야 그걸 알게 되다니. 그녀는 마음을 바꿔 머물 수도 있었지만 에릭과 그녀가 언제나 꿈꿔온 삶이 그녀를 유혹했다. 그래서 에릭과 함께 그의 아파트가 있는 베를린으로 떠났다.


에릭과의 행복한 결혼 중 5 년째 되던 해 전쟁이 발발했다. 에릭은 군수품과 관련있는 일에 승진됐는데 그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의 퇴근이 늦어졌다. 그는 어두워진 후나 굉장히 기분이 안좋은 채, 혹은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뭔가로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집에 왔다. 그는 나치 제국이 승리하면 몹시 달라질 거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달라지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이 원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급히 더 나빠졌다. 라디오와 신문에서는 유태인들에 대해 끔찍한 말들을 했다. 유태인의 가게 유리창이 깨졌고 대문에는 페인트가 칠해졌다. 그녀가 주저하다가 에릭에게 그녀의 가족에 대한 말을 꺼내자, 그는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그들에게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달래주었다. 그녀가 이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걸 보면 담스타트 역시 그럴 거라고 하자 그는 그녀를 안으며 이 도시에서 그저 몇 건의 강도짓이 있었는데, 그건 그저 과시일 뿐이라며 주변을 둘러보라고 아무 일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녀가 가족들을 걱정하고 있던 어느 날, 편지 한 장이 도착했다. 그것은 아버지로부터 온 것으로 가족 서커스단을 해체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의 톤은 사무적이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한 세기 이상 잘 해왔던 가족 사업을 해체하는 아버지의 고뇌가 느껴졌다. 편지에는 그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혹은 떠날 것인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그녀는 즉시 답장을 썼다. 계획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고, 그리고 혹시 돈이 필요하냐고. 하지만 그녀의 편지는 개봉되지 않은 채 되돌아 왔다. 그것이 6개월 전의 일이었고 그들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도대체 가족들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노이호프씨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거실로 나왔다. 그녀는 일어나 그를 향해 막 다가가려다가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의 옷 칼라에 나치 뺏지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 온 것이 실수였다. 그가 주저하며 체면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반가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운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가 베를린에서 온 것이냐고 물었다. 그것은 아주 정중하게 무슨 일로 왔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그녀가 그렇다고 대답하며 아버지가 서커스단을 해체한다고 편지를 보내서 답장을 썼는데 편지가 되돌아왔다고 말하며 그들에게서 소식을 들은 적 있느냐고 묻자, 그는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그곳에 갔을 때는 이미 모두 떠나고 없었다고 말하며 그녀의 집에서 갖고 나온 물품을 하나 꺼내 주었다. 그러더니 그는 그녀를 도울 수 없을 것 같다며 즉시 베를린으로 돌아갈 것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돌아갈 집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에릭은 며칠 동안 공식 만찬을 하느라 집에 오지 않았고, 와서도 내내 서류에 파묻혀 있었다. 그러다가 3일 만에 대낮에 집에 왔다. 그는 예전과는 다르게 그녀를 안아주지도 부드러운 말을 건네지도 않았다. 대신 뻣뻣한 자세로 이혼하자고 말했다. 놀라서 말문이 막힌 그녀가 간신히 여자가 생겼느냐고 묻자 그는 놀람과 고통으로 얼굴을 붉히며 아니라고 말했다.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둘 사이에는 깰 수 없는 열정이 있었으므로. 그는 제국이 유태인 아내를 가진 장교들에게 모두 이혼하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의 사인란도 없는 서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며 총통의 명령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가 도망가자고, 30분 이내에 짐을 쌀 수 있다고 했지만 그는 뻣뻣하게 서서 사람들이 그가 사라진 것을 눈치챌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그러면 자신이 그집을 갖겠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흔들며 지금 당장 떠나라고 말했다.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기계적으로 짐을 싸 나오다가 결혼 반지를 빼 그에게 건네 주며 그것은 더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라고 하자, 반지를 내려다 본 에릭은 처음으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느끼는 듯 온 얼굴을 구기더니 눈을 닦았다. 그리고 반지를 내민 손을 밀었다. 그 바람에 반지가 바닥에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가지라고, 혹시 돈이 필요하면 그것을 팔으라고 말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파트를 나가 버렸고, 그 순간 그들이 함께 했던 세월은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물론 그녀는 그런 얘기를 할 정도로 노이호프씨를 잘 알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좋은 일로 베를린을 떠났다고 말하며, 베를린을 떠나며 다른 사람들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다시 낀 결혼 반지를 만지작 거렸다. 노이호프씨가 어디로 갈 것인지 묻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노이호프씨가 그녀에게 그들의 서커스단에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녀가 놀라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서커스에 공중곡예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계절 근로자나 공연자들이 서커스단을 왔다갔다 할 수는 있지만, 한 서커스 가족이 다른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노이호프 가족을 위해 일을 한다는 걸 상상할 수가 없었지만, 그의 제안은 갈 데가 없는 그녀에게 솔깃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몸을 꼿곳이 세우며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그녀의 가족 서커스를 기억하는 옛날 사람들에게는 클렘트 가족이 노이호프 서커스단에 합류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일일 것이었지만, 그녀는 유태인이었고 지금 그녀를 고용한다는 것은 범죄였다. 왜 그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려는 것일까? 그는 그녀에게 이름을 바꾸면 된다며 '아스트리드 소렐(Sorrell)'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는 소렐이 그녀의 남편 성이라는 알고 있었다.


그는 또한 그녀의 사업 머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외동아들인 에멧 (Emmet)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는 에멧을 낳다가 죽었고 이후 그는 재혼하지 않았다. 에멧은 사업을 할 머리도 공연을 할 재주도 없는 말그대로 쓸모없는 상속자일 뿐이었다. 그는 순회 공연 중에도 도박을 하고 댄서들에게 추파를 던졌다.


노이호프씨가 그녀에게 다시 대답을 재촉했다. 그녀는 ''라고 대답하고 기차에 올라 가족을 계속 찾고 싶었다. 하지만 노이호프씨의 눈빛을 보니 그녀와 가족의 불행을 돕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이것이 두 번째 기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좋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가족에 대한 소식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그 집에서 머물러도 좋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그들과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기를 원했다. 어렸을 적에도 그녀는 다른 공연자들과 함께 막사에서 지내는 게 더 편했다. 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주일에 30 마르크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그녀를 데리고 집을 나서서 막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가 예전에 훈련을 했던 가족 소유의 연습실로 다가가자 목에 슬픔이 차올랐다. 안으로 들어가자 몇몇 공연자들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희미하게 아는 얼굴들이 몇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이후, 그녀를 싫어해 수근거리는 몇몇 공연자가 있긴 했지만 아스트리드는 별 의심을 받지 않고 그곳에서 지내며 광<iframe id="google_ads_iframe_/1249652/Missyusa_OSV_Desktop_SIDEVIEW_1x1_0" title="3rd party ad content" name="google_ads_iframe_/1249652/Missyusa_OSV_Desktop_SIDEVIEW_1x1_0" width="1" height="1" scrolling="no" marginwidth="0" marginheight="0" frameborder="0" data-google-container-id="2" data-load-complete="true" style="font-family: "Malgun Gothic", Dotum, 굴림, verdana, arial, sans-serif, helvetica font-size: 13px border-width: 0px border-style: initial vertical-align: bottom">대 역할을 하는 피터 (Peter)와 연인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피터가 길에서 눈밭에 파묻힌 젊은 여자와 아기를 발견해 구조했다며 데려왔다고 했다. 그들이 정신이 들면 서커스단에서 함께 지내며 돌봐주어야 한다는 노이호프씨의 말에 아스트리드는 그들이 혹시 자신을 포함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곳에 머무르는 걸 반대한다. 하지만 노이호프씨는 아스트리드에게 그 젊은 아기 엄마에게 공중곡예를 가르치라고 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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