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ush

By

Ashley Audrain

그녀는 그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불빛으로 밝게 빛나고 있는 그의 집을 바라보곤 한다. 그의 아내가 선택한 값비싼 리넨 커튼은 그의 기분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열려 있었다. 그의 딸이 숙제를 하면서 묶은 머리를 뒤로 넘기는 걸 볼 수 있고 더 어린 사내 아이가 테니스 볼을 높은 천장을 향해 던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날 밤엔 커튼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아마도 눈내리는 걸 보려고 그런 것 같았다. 그의 딸이 사슴을 볼 수 있도록. 그 아이는 오래 전에 그것을 믿지 않게 되었지만 그런 척 할 것이다. 아빠를 위해.

그는 정장 차림이었다. 아이들도 잘 어울리는 체크무늬 옷을 입고 있었고 그의 아내가 전화기로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딸은 동생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방 뒷쪽에서 전축을 틀고 있었고 그의 아내가 뭐라고 말하자 그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딸이 벌떡 일어서고 그의 아내가 아들을 들어 올려 함께 돌았다. 그는 위스키 한 잔을 들고 한두 모금 마시더니 살금살금 걸어왔다. 그것이 항상 그가 춤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아내가 잠깐 뭘 가질러 가자 남자 아이의 시선이 자동적으로 엄마를 따랐다. 그녀는 그 감정이 기억났다. 그의 아내가 성냥을 들고 돌아와 장식용 벽난로 선반 위의 초에 불을 켰다. 그녀는 구불구불한 전나무 가지들이 진짜인지 그것들이 나무 농장 같은 냄새가 나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잠시 상상을 했다. 오늘 밤 그가 잠든 동안 나뭇가지들에 불이 붙어 포근하고 은은히 빛나고 있는 그의 집이 시뻘건 불길로 변하는 상상을.

남자 아이가 쇠쏘시개를 집어 들자 누나가 부드럽게 그것을 뺏았았다. 그와 그의 아내가 눈치채기 전에. 그녀는 그런 딸을 보며 착한 누나, 도움을 주는 사람, 보호자, 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보통은 그렇게 오래 지켜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그의 가족 모두 너무 아름다워 떠날 수가 없었다. 눈, 쇠쏘시개 그리고 내일 아침 동생을 위해 눈사람을 만들어 줄 친절. 그녀는 와이퍼를 작동하고 히터를 조절했다. 그리고 차안의 시계가 7:29에서 7:30으로 변하는 걸 보았다. 그 시간은 그가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이었다.

그의 아내는 이제 의자에 앉아 그와 아이들이 왔다갔다 하는 걸 보고 있었다. 그는 등을 돌리고 있어서 그녀가 본 장면, 즉 그의 아내가 한 손을 그녀의 배에 얹고 아주 살짝 어루만지며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자신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 생각 속으로 빠져드는 걸 보지 못했다. 아직은 세포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전부였다. 그가 몸을 돌리자 그의 아내는 생각에서 빠져 나와 방안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그녀는 장갑을 끼려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눈을 들었을 때 그의 딸이 열린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집주소 플레이트 위에 있는 랜턴에서 나온 빛으로 반만 밝혀져 있었다. 아이가 들고 있는 접시에는 쿠키가 담겨 있었다.

그의 딸이 차안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그의 아내가 딸에게 사준 드레스는 너무 작았고 아이의 엉덩이가 커지고 가슴이 부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가 묶은 머리를 가만히 어깨너머로 가져왔는데, 그것은 소녀라기 보다는 성인 여성의 제스처같았다.

그 아이가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그녀는 그들의 아이가 자신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차문을 내리고 손을 들었다. 그것은 비밀스런 인사였다. 아이는 발밑에 접시를 내려놓고 다시 일어서서 그녀를 바라보다가 집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가족에게로. 그녀는 커튼이 확 쳐지고 그가 나와 도대체 그 시간에 왜 자신의 집앞에 있는지 물어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자신은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외로워서? 그 아이가 보고싶어서? 그의 빛나는 집에 있어야 할 엄마는 나라고?

대신 아이는 거실로 껑충껑충 뛰어 갔다. 그가 의자에 앉아 있는 아내를 구슬려 춤을 추자 그들의 딸이 동생의 손을 잡고 거실 창문 한가운데로 데려왔다. 무대에 선 배우처럼. 그들은 프레임에 정확히 들어왔다.

남자 아이는 정확히 샘 (Sam)을 닮았다. 그는 샘의 눈을 가졌고, 끝이 구불거리는 검은 곱슬머리를 가졌다. 그녀가 손가락에 감고 돌리고 또 돌렸던.

그녀는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그녀의 딸이 동생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계속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몸을 숙여 그의 뺨에 키스를 했다. 한 번, 두 번. 소년은 애정 표현을 좋아했다. 그는 거기에 익숙했다. 그가 내리는 눈을 가리켰지만 딸 아이는 그녀에게서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그 아이는 그의 팔뚝을 잡고 문질렀다. 마치 따뜻하게 해주려는 듯. 엄마가 해주는 것처럼.

그가 창가로 다가와 무릎을 끓고 아들과 높이를 맞췄다. 그는 밖을 살펴보다가 눈을 들었다. 그녀의 차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아들이 했던 것처럼 눈을 가리켰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하늘에 길을 그렸다. 그가 아들과 장난을 치고 있는 중에도 그녀의 딸은 그녀에게서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의자 깊숙히 몸을 기대고 침을 삼킨 후 결국 딸에게서 눈길을 돌렸다. 언제나 그 아이가 이겼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에도 아이는 여전히 그녀의 차를 바라보며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아이가 커튼을 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이번엔 그녀가 눈길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조수석에 놓여 있는 두꺼운 종이 뭉치를 집어 들고 그녀의 말의 무게를 느꼈다. 그녀는 아이에게 그것을 주러 왔다. 그것이 그녀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였다.

….........

블라이드 (Blythe)가 팍스 코너 (Fox Conner)를 만난 건 학교 도서관에서였다. 둘은 같은 선택과목을 듣고 있었는데 그녀는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이전엔 한번도 그를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가 굉장히 특이한 이름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날 오후 그는 아무 말없이 걸어서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빠졌다는 걸 아주 잦은 미소로 보여 주었다. 그녀는 매번 눈길을 피했다. 그녀는 이전엔 어느 누구에게서도 그처럼 관심을 받아보지 못했다. 그는 그녀의 기숙사 앞에서 손에 입을 맞췄고 그 행동이 둘을 다시 웃게 만들었다.

곧 그들은 21살이 되었고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졸업까지는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의 기숙사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기도 했고, 서로의 발을 감은 채 소파 양쪽 끝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들은 그의 친구들과 함께 바에 가기도 했지만 항상 먼저 일어나 침대에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걸 더 좋아했다. 그는 오직 그녀만을 원했다. 그녀의 세상에서는 거기에 대해 어느 누구도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고 친분이 있는 정도였다.

그녀는 장학금을 위한 학점을 따는 일에 너무 열중해 있어서 평범한 대학의 사교 생활을 할 시간도, 관심도 없었다. 그녀는 그 세월 동안 어느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그녀에게 뭔가 다른 걸 제공했다. 그들은 사교적 궤도에서 벗어나 둘만이 행복하게 지냈다.

그녀는 그에게서 풍기는 안락함에 사로잡혔다. 그를 만났을 때 그녀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다. 그래서 그는 쉽게 그녀의 전부가 되었다. 이것이 그가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였다. 그는 상냥했고 사려 깊었으며 협조적이었다. 그는 그녀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한 첫 번째 사람이었고, 그는 당신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걸 상상할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밤에 그가 잠들었을 때 그의 반짝거리는 검은 머리칼 냄새를 맡았고 아침에 일어날 때엔 솜털이 보송보송한 그의 턱을 따라 손을 움직이기도 했다. 그는 중독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생일 때 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100가지 이유를 적어 주었다. 그중 92 번째에 언젠가 당신이 좋은 엄마가 될 거라는 걸 사랑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녀가 리스트를 내려 놓고 당신은 나를 전혀 모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면서 왜 자신이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녀의 배를 장난스럽게 찌르며 왜 좋은 엄마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당신은 배려심이 깊고 달콤한 사람인데, 라면서 자신은 그녀와 아이들을 갖는 걸 기다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그녀의 엄마는 '때가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이 가족 내의 여자들, 우린 달라' 라고 말했다. 블라이드는 아직도 담배 필터 위에 묻은 엄마의 오렌지색 립스틱이 기억난다. 그녀의 마지막 남은 오렌지 쥬스 위에서 헤엄치던 담뱃재도. 그는 그녀의 엄마 세실리아 (Cecilia)에 대해 별로 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엄마는 그녀가 11살 때 떠났고, 그 후엔 두 번밖에 더 보지 못했으며,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그녀를 밀어부치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에게서 듣게 될 사실들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가 이해되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 대해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어떤 기대를 부여하게 된다. 엄마라는 것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 좋은 엄마를 갖게 되기를 바래고 결혼해서도 좋은 엄마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에타 (Etta)는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된 바로 그날 태어났다. 그녀는 바다같은 푸른 눈동자와 붉은 얼굴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땅딸막했다. 그녀는 처음 만난 남자애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마을 의사의 아들이었고 이름은 루이 (Louis) 였다. 그는 정중했으며 그녀가 알고 있던 다른 보통애들보다 말을 잘했다. 그는 에타가 외모에 대해 행운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것에 개의치 않았다. 루이는 만난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한 손은 등 뒤에 두고 학교까지 에타와 함께 걸었다. 에타는 그의 그런 점에 끌렸다.

그녀의 가족은 수백만 에이커에 이르는 옥수수밭을 소유하고 있었다. 에타는 18살이 되자 아버지에게 루이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고, 아버지는 자신의 사위는 농사짓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들이 없었으므로 루이가 가족 사업을 이어 받기를 바랬다.

하지만 에타는 아버지가 루이에게 농사는 어렵고 존경스러운 일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약한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물론 지적인 사람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에타는 아버지와 전혀 다른 사람을 선택한 것이었다.

루이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의사가 될 계획이었고, 의대 진학을 기다리며 장학금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사 자격증을 원한 이상으로 에타와의 결혼을 원했다. 제발 루이를 관대하게 대해 주라는 에타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버지는 루이를 뼈빠지게 부려먹었다. 루이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이슬에 젖은 들판으로 나갔다. 그는 새벽 4시부터 땅거미가 질 때까지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루이는 그의 아버지가 준 왕진 가방과 의학 서적을 팔고 그 돈을 부엌 카운터 위의 유리병에 넣어 두었다. 그는 에타에게 그것이 미래의 아이들을 위한 대학 자금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에타는 이것이 그가 얼마나 이타적인 사람인지를 말해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가을 날, 해 뜨기 전, 루이는 가축을 먹일 풀을 실은 웨건에 있는 비터에 심하게 다쳤다. 그는 옥수수밭에서 홀로 피를 많이 흘리고 죽었다. 에타의 아버지가 그를 발견했고, 그는 에타에게 곳간에서 가져온 비닐막으로 그의 몸을 덮으라고 했다. 에타는 루이의 심하게 훼손된 다리를 농가 안의 본채로 들고가 웨건에 묻은 피를 씻기 위해 버켓에 물을 받고 있는 아버지의 머리에 던졌다.

그녀는 아직 가족에게 자신이 임신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집이 크고 70 파운드의 비만이어서 임신 사실을 잘 숨길 수 있었다. 4 개월 후 눈폭풍이 휘몰아치던 날, 그녀는 부엌 바닥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가 세실리아 였다. 에타는 아이를 밖으로 밀어 내기 위해 힘을 주는 동안 부엌 카운터에 있는 유리병을 바라보았다.

에타와 세실리아는 농가의 본채에서 조용히 지냈고 거의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나갔을 때 모두가 신경증에 시달리는 그 여자에 관해 소근거리는 걸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별로 들은 말도 없었고 의심되는 것도 없었다. 에타의 엄마는 에타가 발작하는 것을 보았고, 루이의 아버지는 에타의 엄마에게 진정제를 주었다. 에타는 대부분의 날들을 그녀가 자란 방에 있는 작은 침대 위에서 보냈고 그녀의 엄마가 세실리아를 보살폈다.

하지만 에타는 곧 자신이 그런 침대에 누워서는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잘 배워서 점차 세실리아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세실리아는 할머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 에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심한 만성 위염으로 괴로웠다고, 몇 달 동안 먹을 수도 없었다고, 그래서 그렇게 말랐다고 말했다.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에타는 그들의 험담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제 막 헨리 (Henry)를 만났으므로.

헨리는 그 도시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었고 두 사람은 같은 교회를 다녔다. 그는 한 캔디 제조 공장에서 직원 60명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만났을 때부터 에타에게 친절했다. 그는 아이들을 좋아했고 세실리아는 특히 귀여웠다. 사람들은 분명 세실리아가 문제가 될 거라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 헨리는 도시 한가운데에 튜터 스타일의 집을 샀다. 에타는 침대에서 벗어나 잃었던 몸무게를 다시 회복했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집다운 집을 만드는 일에 온힘을 기울였다. 모든 창문에는 그녀가 만든 레이스 커텐이 걸렸고 오븐에는 항상 초콜렛칩 쿠키가 구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될 거라고 기대됐던 바로 그 여성이 되도록 매우 열심히 노력했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 그저 모든 것이 괜찮을 것처럼 보였다.

한편, 블라이드는 자신과 그를 생각할 때 몇 가지가 떠올랐다. 먼저, 그의 엄마와 아버지.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 중요치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그녀의 유일한 가족. 관대한 선물, 여름 휴가철이면 어딘가를 갈 수 있는 비행기 티켓. 그들의 집은 항상 따뜻하고 세탁된 리넨 냄새가 났다. 그래서 항상 그곳을 방문할 때면 그녀는 그곳을 떠나기 싫었다. 그의 엄마가 그녀의 머리칼을 만질 때면 그녀는 그의 엄마의 무릎에 올라가 앉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때로 그것은 그의 엄마가 아들을 사랑하는 만큼 그녀도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게 했다.

그의 부모는 그녀의 아버지가 어디에 계시는지 한번도 묻지 않았고, 휴가때 그가 그들의 초대를 거절했을 때에도 비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친절함이 감사했다. 물론 엄마 세실리아에 대해서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를 그의 집에 데려가기 전 그가 사려깊게 미리 말해 둔 모양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그들이 이러쿵 저러쿵 입에 올릴 만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들 어느 누구도 즐겁지 않은 다른 일에 흥미를 갖지 않았다.

그는 정말 완벽했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을 '달링'이라 불렀고 그녀는 그를 아주 좋아했다. 그는 매일 밤 집에 전화를 했고, 그녀는 복도에서 엿들으며 그의 엄마가 뭐라고 해서 지금 저렇게 그를 웃게 만드는지 같이 듣고 싶었다. 그는 아버지를 도우러 2주에 한 번씩 집에 갔다. 그는 사람들을 껴안았고, 어린 사촌들을 봐주기도 했다. 그는 그의 엄마의 바나나 브레드 레시피를 알고 있었고, 매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 되면 카드를 주었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에게 단 한 번도 그들의 결혼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 그는 그녀가 땡스기빙에 집에 가지 못한다고 소식을 전해도 한 번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그녀가 만나는 사람이 생겼다고 아버지에게 말하니 기뻐했다고, 그리고 그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는 거의 대부분을 전화기 자동응답기로 대화했고 그마저도 그가 들으면 얼굴을 붉힐 얘기들 뿐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그녀와 아버지가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그에게 가족에 대한 거짓말은 당연했고, 그래서 그는 그녀의 가족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의심하지 않았다. 그에게 가족은 매우 중요했다. 그들 둘 다 그녀에 관한 진실이 그가 그녀를 보는 시선을 바꾸게 될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

그들의 첫 아파트. 그녀는 그곳에서의 아침 시간에 보는 그를 가장 좋아했다. 침대 시트를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좀 더 자려고 하는 모습, 그가 베개 커버에 남겨둔 소년같은 냄새. 당시 그녀는 해뜨기 전 일찍 일어나 항상 축축하게 추운 뒷쪽 주방 끝에서 글을 썼다. 바닥이 따뜻해지고 블라인드 뒤에서 빛이 들어오면 그가 일어나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고 그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친구 그레이스 (Grace). 그녀는 블라이드가 대학 때 만났던 한 친구로 졸업 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레이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그레이스와 보내는 시간을 질투했고 둘이 너무 술을 많이 마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레이스가 싱글일 때 발렌타인 데이가 되면 둘 다에게 꽃을 주었다. 그녀는 그레이스를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저녁 식사에 초대했고 그는 오는 길에 와인 가게에 들러 맛있는 와인을 사왔다. 가십이 한창 무르익을 때 그레이스가 담배를 꺼내면 그는 정중하게 실례한다고 하면서 창문을 열었다. 한번은 그들이 안에서 담배를 피고 있을 때 발코니에서 그가 여동생과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힘들어하고 있던 중 그녀의 자부심인 오빠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둘만 있을 때 그레이스가 그녀에게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잠자리가 시원치 않느냐, 욱하는 성질이 있느냐고 하면서. 저렇게 완벽한 남자는 없을 테니 분명 다른 뭔가가 있는 모양이라고.

그런 건 없었다. 물론 그때에는. 그녀가 아는 한. 그녀는 '행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녀는 운이 좋았다. 가진 건 많지 않았지만, 그를 가졌으므로.

그들의 일. 그들은 일에 관해서는 자주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승승장구를 질투했고 그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의 직업, 수입의 차이에 민감했다. 그가 돈을 벌었고 그녀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녀는 졸업 후에 아무 것도 이룬 게 없었다. 몇몇 작은 프리랜서 작업 외에. 하지만 그는 관대하게 생계를 지원했고 그녀에게 크레딧 카드를 주며 필요한 건 뭐든 그걸로 사라고 했다. 그무렵 그는 건축 회사에 채용되어 두 번이나 승진을 했다. 그녀는 그동안 단편 소설 세 편을 썼다. 출판되지 못한. 그가 일을 하러 갈 때 보면 그는 다른 사람에게 속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원고에 대한 거절 편지는 당연하다는 듯 도착했다. 그는 그것이 과정의 일부라고 다정하게 그리고 자주 말했다. 그녀에 대한 그의 무조건적인 믿음은 마술같았다. 그녀는 절박하게 그가 그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는 밤마다 그녀가 그날 쓴 것이 무엇이든 읽어 달라고 했다. 그것은 그들의 일상이었다. 그는 일하러 나간 복장 그대로 소파에 앉아 그녀가 쓴 문장 중에서 근사한 게 나오면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녀의 첫 출판 글을 보여줬던 날 밤, 그의 손이 무거운 잡지를 든 것처럼 떨렸다. 그녀는 그에게 그것을 자주 생각했었노라고, 당신이 내게 갖는 자부심 말이야, 하고 말했다. 그녀는 몇 년 후 그의 떨리는 손을 다시 보았다. 그녀의 피가 묻은 딸아이의 젖은 머리를 안고 있던.

그는 그녀의 25살 생일날 청혼을 했고, 지금도 그녀는 그 반지를 가끔 왼손에 끼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웨딩드레스가 맘에 드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녀는 누군가가 입었던 중고를 샀다. 그녀는 그것을 한 빈티지 가게 유리창으로 봤는데 그의 엄마와 비싼 부띠크를 돌아다니면서도 그것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신랑들이 그렇듯 아름답다고 소근거리지 않았다. 그는 손님들이 있는 정원으로 나가기 전 돌벽 뒤에 숨어 있을 때에도 그녀의 드레스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내내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결혼식 전 그의 엄마가 결혼 반지를 주었다. 그것들은 그의 증조 할머니가 사랑했던 남자에게서 받은 것으로, 그 사람은 전쟁에 참전했다가 결코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다. 반지 안쪽에는 그가 그녀에게 남긴 말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거기에 쓰인 자신의 증조 할머니의 이름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결혼식 날, 그의 엄마는 결혼이란 둥둥 떠내려가 흩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때때로 우리는 갑자기 물이 수평선에 닿아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느껴진다고 생각될 때까지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눈치채지 못한다'고 하더니 잠시 말을 멈추고 블라이드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녀는 '해류에서 서로의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너희는 항상 서로를 찾게 될 것이고, 항상 해변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엄마가 남편의 손을 잡자 팍스는 일어서서 잔을 들었다.

그날 밤 그들은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눴다. 지칠 때까지. 하지만 그들은 아주 실감이 났다. 결혼 반지와 음식 주문 청구서 그리고 아드레날린으로 인한 두통이 있었다. 서로에게 했던 결혼서약서가 생각났다.

하지만 몇년 후 그들의 딸은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차 트렁크에 쑤셔 넣는 걸 보았다. 그녀는 그것을 처음 샀던 곳에 다시 갖다 줄 예정이었다.

블라이드는 이어진 시간 내에 삶이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한다. 그들의 바이올렛 (Violet)이 태어나기 전의 시간들. 둘이 소파에서 최신 쇼를 보며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고, 주말 오후 2시엔 거품이 나는 와인을 마시고 낮잠을 자기도 했으며, 섹스를 하기도 했다. 미장원에도 갔고, 신문에서 여행 코너를 읽으며 그들이 다음에 갈 곳을 찾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그녀는 뜨거운 음료수를 들고 비싼 가게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겨울엔 이태리산 가죽 장갑을 꼈다. 그는 친구들과 골프를 쳤고, 그녀는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 라운지 의자에 앉아 서로를 만지며 함께 있는 게 참 좋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그녀의 위치에서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인생은 덜 본능적이었다. 아이디어가 더 밝아졌고, 단어들이 쉽게 나왔다. 그는 누군가 맥주를 마시며 그에게 언급한 새 예술가들의 새 음악을 집 전체가 울리도록 틀었다. 그들의 빨래에서는 인공적으로 만든 신선한 냄새가 났다. 그들은 산에도 갔다.

그는 그녀의 글쓰기에 관해 물었고, 그녀는 다른 남자는 쳐다 보지 않았다. 그는 그해에 눈이 네다섯 번 올 때까지 매일 아주 비현실적인 차를 운전했고, 개를 원했다. 그들은 길에서 개를 보면 다가가 턱을 긁어주기도 했다. 공원은 집안 일로부터 그녀가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들이 읽는 책에는 그림이 없었으며, TV 스크린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이들이 어른용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안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들에 대해서도.

그녀가 27살이었던 여름이었다. 두 개의 낡은 접이 의자를 그들과 옆 빌딩 사이의 골목이 보이는 발코니에 놓았고, 그녀가 매단 흰 갓이 달려 있는 랜턴은 웬지 밑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쓰레기의 서서히 올라오는 냄새를 감지하게 만들었다. 그가 오늘 밤에 시도해 보자고 했다.

그들은 여러 차례 그것에 대해 말했었다. 그는 그녀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안고 있거나 무릎에 올려 놓고 놀고 있으면 특히 좋아했다. 그는 '당신은 타고 났어'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상상중이었다. 엄마가 되는 것. 그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느낌일까. 그는 '당신에게 잘 어울려' 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은 엄마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모든 걸 쉽게 받아들이는 다른 여자들과 같을 것이고, 자신은 엄마가 그러지 못한 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여름, 그들은 아주 느린 엘리베이터가 있는 한 건물에 방 두 개짜리 좀 더 큰 아파트를 렌트했다. 전에 살았던 엘리베이터가 없던 아파트는 유모차는 다닐 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 팔꿈치로 쿡쿡 찌르며 애기 용품을 보라고 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기대감이 있었다. 희망도 있었다. 그녀는 생리 기간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 배란 시기를 체크해 수첩에 표시를 했다. 하루는 그가 그녀가 표시해 놓은 'O' 옆에 스마일이 그려져 있는 걸 보았다. 그의 흥분은 사랑스러웠다. 그는 훌륭한 아빠가 될 것이고, 그녀는 그의 아이의 훌륭한 엄마가 될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 그녀는 경이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엄마의 딸이 아니었다. 그의 아내였다. 그녀는 몇 년 동안 자신이 그에게 잘맞는 사람인 척했었다. 그녀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그녀는 그녀를 낳아준 엄마 이상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 역시 아이를 원했다.

그녀가 자란 집에서 세 집 정도 떨어진 곳에 엘링턴 (Ellington) 가족이 살고 있었다. 건조하고 더위가 수그러들지 않는 여름에도 초록색을 유지하는 잔디를 가진 유일한 집이었다. 엘링턴 부인은 블라이드의 엄마가 떠나고 정확히 72시간 만에 그녀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아버지는 아직 지난 몇 년 동안 누워 잤던 소파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한 시간 전 그녀는 엄마가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엄마의 옷장과 욕실의 서랍 그리고 그녀의 담배가 있던 곳까지 샅샅히 뒤져 보았다.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없었다. 그녀는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아버지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녀의 집을 찾아 온 엘링턴 부인은 자신의 집에서 일요일 바베큐를 한다고 올 거냐고 물었다. 블라이드는 이제 막 미장원에서 나온 곱슬거리는 그녀의 머리를 보면서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세탁실로 가 자신이 갖고 있는 가장 괜찮은 옷을 세탁기에 넣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도 같이 가도 되느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엘링턴 부인은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중에 가장 사교적인 사람으로 그녀가 아버지를 초대하지 않았을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토마스 엘링턴 주니어 (Thomas Ellington Jr.)는 블라이드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언제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10살 때, 유일하게 놀던 사람이 그 아이였다. 또래의 다른 여자 아이들은 불편했다. 그녀의 삶은 장난감, 손으로 만든 머리 리본, 어울리는 양말 등등을 갖춘 그녀들의 것과 달랐다. 또한 그 아이들의 엄마들. 어린시절부터 그 애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걸 알게된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엘링턴 가족은 그녀를 기분좋게 만들었다. 미세스 엘링턴이 초대를 했다는 것은 그녀의 엄마가 떠났다는 걸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왜냐하면 그녀의 엄마는 더 이상 엘링턴 가족의 집에서 저녁 식사 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시점에서 그녀의 엄마는 블라이드가 매일 밤 5시 15분 전까지는 집에 있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집에 가야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오븐은 이미 차가웠고 냉장고는 항상 비어 있었건만. 그 당시, 대부분의 저녁에 그녀의 아버지와 블라이드는 인스턴트 오트밀을 먹었다. 그는 그가 청소일을 하는 병원 카페에서 위에 뿌리는 작은 갈색 설탕 꾸러미를 가져왔다. 당시 그는지역 최소 기준으로 괜찮다고 할 정도로 돈을 벌었지만 그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녀는 어찌됐든 멋진 저녁에 초대를 받으면 괜찮은 선물을 가져가는 것이 예의라고 배웠다. 그래서 집앞에서 9월말이라 흰색 꽃잎들이 대부분 바삭바삭하고 칙칙한 분홍으로 변한 수국을 한줌 꺾어 머리 고무 밴드로 묶었다. 그것을 본 미세스 엘링턴은 그녀에게 참 사려깊은 아가씨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것을 푸른 화병에 꽂아 따뜻한 김이 오르는 음식들 가운데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다.

토마스의 남동생인 대니얼 (Daniel)이 그녀를 좋아했다. 그들은 토마스가 그의 엄마랑 숙제를 하는 동안 거실에서 기차 놀이를 했다. 그녀는 항상 8시 이후에 숙제를 하려고 남겨두었다. 왜냐하면 그 시간이면 그녀의 엄마가 잠자리에 들던지 아니면 시내에 나가 다음 날 돌아오곤 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자주 밤에 시내에 나가 다음 날 돌아왔다. 그래서 숙제를 하는 것이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뭔가를 제공해 주었다.

토마스는 영리했지만 다른 애들과 달랐다. 그는 가장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냈고, 그는 그것을 그의 엄마가 사 준 스프링 노트에 적었다. 그러고 나면 둘은 각 페이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각 책은 몇 주에 걸쳐서 완성이 되었는데, 이야기의 각 부분에 어떤 그림이 어울리는지 엄청 공들여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 다음 시작하기 전에 연필 한 상자를 모두 깎았다. 언젠가 토마스는 그녀가 좋아하는 이야기 하나를 집에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그 이야기 속의 가족은 엘링턴 가족을 닮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셋째 아이가 있다는 것, 그 아이는 블라이드와 닮은 딸이었다.

어느 날 아침, 블라이드는 그녀의 엄마가 침대 가에 앉아 블라이드가 서랍 깊숙히 감춰두었던 그 책을 넘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블라이드를 쳐다 보지도 않고 그녀가 흑인 가족의 일원으로 그녀 자신을 그려놓은 부분의 페이지에서 멈추며 그건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다. 블라이드가 토마스와 그의 집에서 만든 거라고 말하며 그 책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의 엄마는 얼른 그녀에게서 그것을 뺐아 블라이드의 이마를 향해 던졌다. 그 노트와 그들에 관한 모든 것이 그녀를 비위 상하게 했다는 듯이. 노트의 끝이 블라이드의 뺨을 긁고 두 사람 사이의 마루 바닥으로 떨어졌다. 블라이드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좋아하지 않은 그림에 대해, 엄마에게 그것을 숨겼다는 것에 대해 당황하며.

엄마는 일어서더니 방을 나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블라이드는 다음 날 그 책을 토마스의 집으로 다시 가져갔다. 미세스 엘링턴이 그것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너희 둘 다 함께 만든 그것에 대해 꽤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그것을 가져갔다. 그리고 몇 군데 구겨진 걸 보았다. 그녀는 그것을 부드럽게 펴며 괜찮다고, 하면서 대답할 필요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블라이드에게 그것을 자신의 집에 두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것을 거실 책장에 두었다. 그날 블라이드는 그집을 나서며 미세스 엘링턴이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방을 향해 놓아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블라이드를 포함한 다섯 식구가 둥글게 서로 팔을 잡고 있고, 가운데에는 미소짓고 있는 엄마에게서 나온 작은 심장들이 폭발하는 장면의 그림이었다.

그녀의 엄마가 떠난 후 일요일 저녁 식사 때 블라이드는 미세스 엘링턴과 함께 설겆이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녀는 카셋 테입을 작동하고 식탁과 카운터를 닦으며 어린 아이처럼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 토크쇼 흉내를 내며 분위기를 돋우며 즐겁게 오븐에서 구운 파이를 먹었다. 블라이드는 그런 기분을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자발적인 것, 엉뚱함, 그리고 편안함.

그날 밤 미세스 엘링턴이 걸어서 블라이드를 데려다 주었다.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 블라이드의 집은 불이 하나도 켜져 있지 않았다. 미세스 엘링턴은 블라이드가 열쇠로 문을 열자 그녀의 아버지의 신발이 현관에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 다음 호주머니에서 예전의 그 이야기 노트를 꺼내 주면서 이제 다시 그것울 원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랬다. 블라이드는 엄지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그날 밤 처음으로 그녀의 엄마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녀는 미세스 엘링턴에게 저녁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그녀는 진입로를 돌아가면서 '다음 주에도 같은 시간에!, 만약 내가 널 그 전에 못 본다면' 이라고 말했다. 블라이드는 그럴 것이라는 걸 그녀가 알고 있는 건지 의아했다.

한편, 블라이드는 그가 그녀 안으로 들어오자 마자 알았다. 모든 게 변했다. 그는 그날 직장에 나가질 않았고, 침대에서 영화를 보고 매끼 음식은 배달해 먹었다. 그들은 그저 함께 있고 싶었다. 그와 그녀. 그리고 또 다른 그녀. 블라이드는 그 아이가 딸일 거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임산부 운동 클래스를 시작했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의 부른 배를 보며 감탄했다. 그녀의 몸은 아직 변화가 없었고 그녀는 아이가 자신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기다릴 수 없었다. 그녀의 뱃속에서. 세상 속에서.

시내를 걷는 일상이 바뀌었다. 이제 그녀는 비밀이 생겼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다르게 봐 주기를 바랬다. 그녀는 배를 만지며 '난 엄마가 될 거에요, 지금의 제 자신이 바로 그래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이 아이를 가졌다고 하자 팍스의 엄마는 세 번째로 아이 용품이 가득든 상자들을 보냈다. 그리고 몹시 기뻐하며 매주 전화해 몸은 어떤지 물었다. 블라이드는 팍스가 아이였을 때 썼던 용품들을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그런 기억에 남는 용품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날 밤, 저녁을 먹으며 블라이드는 팍스에게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라고 물었다. 그가 '무엇을?' 이라고 묻자 그녀는 '부모가 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이라고 대답했다. 팍스는 그녀가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말했다. 블라이드가 당신도 알지 않느냐며, 우리 엄마는 떠났다는 걸, 우리 엄마는 당신의 엄마와는 달라, 라고 말하자 그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좀 더 얘기해 보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가만히 있다가 당신은 달라, 라고 말하며 그녀를 뒤에서 안아 주었다.

블라이드는 그를 믿었다. 인생은 그녀가 그를 믿었을 때 더 쉬웠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아침에 아이가 무겁고 밑으로 내려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이슬이 침대를 흠뻑 적시는 꿈을 꾸었다. 공포가 재빨리 찾아와 임신 40주 동안 내내 정말 피하고 싶었던 곳으로 그녀를 끌어내렸다. 그녀는 차를 마실 물을 끓이면서 자신에게 괜찮다고, 아이가 나와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녀는 식탁에 앉아 그가 부엌으로 올 때까지 종이에다 이 주문을 계속 썼다. 그는 카싯을 차에 넣어 두었고, 종일 손에 전화를 들고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출근을 해야했다.

그날 밤 7시 30분 경, 두 사람은 함께 침실 바닥에 앉아 숨을 깊고 편안하게 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둘이 그걸 연습했었고, 수업도 들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차분함과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직관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그녀는 그가 진통 간격을 기입하고 있던 표를 빼앗아 던지며 당장 가자고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아파트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곧 나올 것 같았고, 그녀는 아이를 안에 머물러 있게 하려고 애를 써야 했다. 그녀가 준비했던 그 어떤 느낌도 가능한 것 같지 않았다. 자궁이 열리지도 않았고, 준비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앙다물었다. 겁이 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고통에 대해 그들이 말한 게 사실이었다. 물론 이제 그녀는 그때의 느낌을 더 이상 기억할 수는 없다. 그녀는 설사와 그방이 얼마나 추웠는지 기억한다. 그리고 진통 사이 사이 그들이 복도를 걸을 때 보았던 크리스마스 빤짝이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던 포셉을 기억한다. 간호사의 손은 벌목꾼 같았다. 그녀가 열림을 확인차 손을 자궁 안으로 밀어넣었을 때에 블라이드는 훌쩍거렸고 간호사는 외면했다.

블라이드는 자신은 이런 걸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대상은 없었다. 그녀는 지쳤다. 그는 2피트 떨어져 서서 간호사가 그녀를 위해 가져다 준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가 에피듀럴을 얘기했지만 블라이드는 거절했다. 그녀는 출산의 고통이 얼마나 힘든지 철저히 느끼고 싶었다. 몇번을 그곳이 불타오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의사가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가만히 힘을 주어 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죽음을 생각했다. 자신이 죽던지 아이가 죽던지. 당시에는 각자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이가 나오고 의사가 얼굴을 보여주었지만 불빛 때문에 잘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통으로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병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는 곁에 있는 그녀의 남편에게 아이가 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끈거리는 아이의 머리 아래에 손을 집어 넣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얼굴 가까이로 데려갔다. 그리고 뭐라고 말했다. 잠시 후 의사가 다시 그녀의 남편에게서 아이를 데리고 가 간호사에게 넘겨 주었다.

그녀에게서 나온 태반이 바닥으로 철퍽 떨어졌다. 의사가 그녀의 그곳을 실로 꿰맬 때 그녀는 방금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경외하며 천장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그들, 즉 엄마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껴졌고, 열광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녀의 이가 아주 강하게 부딪치며 달그락거려 그녀는 그것들이 깨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는 그 소리를 들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그 소리는 친근했다. 누군가가 '준비됐어요, 어머니?' 하더니 아이를 그녀의 발가벗은 가슴 위에 놓았다. 아이는 따뜻하고, 소리치는 빵덩어리 같았다. 아이에게 묻어 있던 피와 오물은 깨끗이 닦여졌고 병원 담요에 싸여 있었다.

아이를 보며 그녀는 말했다. '내가 네 엄마야.'

병원에서 첫 째날 그녀는 잠을 자지 못했다. 그녀는 침대를 에워싸고 있는 구멍 뚫린 커튼 뒤쪽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이의 발가락은 일련의 작은 강낭콩들 같았다. 그녀는 담요을 열고 아이의 피부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며 아이가 움찔거리는 걸 보았다. 아이는 살아있었다. 그녀에게서 나온 아이. 아이에게서 그녀의 냄새가 났다. 아이는 초유를 빨지 않았다. 그들이 그녀의 젖가슴을 잡고 아이의 입을 억지로 벌렸음에도. 그들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그녀가 잠자는 동안 아이를 잠시 데려가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아이를 보고 싶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아이의 얼굴에 떨어질 때까지 그녀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의식하지 못했다. 그녀는 새끼손가락으로 아이의 얼굴에 떨어진 눈물방울을 씻어 맛보았다. 그녀는 아이를 맛보고 싶었다. 그녀의 손가락들을, 그녀의 귓부리를. 그녀는 자신의 입으로 그것들을 느껴보고 싶었다. 진통제 때문에 육체적으로는 아무 감각이 없었지만 안에서는 옥시토신 때문에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엄마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렀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놀라움 이상이었다. 그것은 경이로움이었다.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하자면 집에 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녀가 무엇이 될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는 아이와 홀로 있고 싶었다. 그 초현실적인 시공간에서 그녀는 모든 맥박을 느끼고 싶었다. 왜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