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angers in the Mirrors
By
Liv Constantine
자신의 진짜 이름도, 어디에서 왔는지도, 가족이 있는지 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에디슨 (Addison)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딘가에 친한 친구들이 있을 게 분명하지만, 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친구들은 새로운 자신이 태어난 이후 2년 동안 사귀었던 사람들뿐이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전의 모든 기억은 남김없이 지워져 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무릎에 생긴 반달 모양의 상처가 어떻게 생긴 건지, 장미 냄새를 맡으면 왜 속이 뒤틀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에게는 여기 그리고 지금밖에 없으며 그것 조차도 확실치 않다. 알고 있는 몇 가지는 바닐라 보다는 초코 아이스크림을 더 좋아한다는 것과 해질녘 밝은 오렌지와 핑크로 물든 하늘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사진 찍는 걸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카메라 뒤에서 밖을 내다보는 것에 좀 더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볼 게 없을 때 안을 들여다 보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다.
이 아름다운 9월의 어느 날, 사람들이 그녀의 약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고, 그녀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그 사람은 진짜 누구인가. 당신은 과거 전체가 미스터리인 누군가를 어떻게 진짜로 알 수 있는가.
그녀의 약혼자 가브리엘 (Gabriel)은 곁에 앉아서 사랑스럽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눈빛에 온몸이 뜨거워졌다. 그는 항상 웃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였고, 함께 있으면 주변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진짜라고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어떤 부분들을 찾게 해 준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녀는 사진을 찍는다. 가브리엘은 그녀에게 놀라운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진찍는 일이 너무 좋았다. 카메라 뒤에 있을 때면 다시 그녀 자신이 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 일을 오랫동안 해왔고 좋아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녀를 살렸고, 삶을 주었으며 가브리엘에게로 인도한 일이었다. 그는 10월에 처음으로 가족 갤러리에서 전시쇼를 하게 해 주었고, 곧 그들은 그녀의 가족이 될 것이었다.
에디슨은 식당을 둘러 보다가 가브리엘의 옛 여자친구였던 다시 (Darcy)에게 눈길이 멈췄다. 가브리엘의 친구 패트릭 (Patrick)이 일어나 가브리엘의 결혼을 축하하며 건배를 하자고 했고, 그녀는 잔을 들고 있었지만 억지 미소를 짓고 있었고 눈이 슬퍼보였다.
가브리엘의 누이 동생인 해일리 (Hailey)가 대표 들러리였지만, 그녀 역시 에디슨을 안지는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주위의 흥겨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어둠이 다시 내려 앉았고 그녀는 텅빈 기분을 느꼈다. 가브리엘이 그녀의 기분이 바뀐 걸 눈치채고 테이블 아래에서 손을 꼭 잡았다. 그런 다음 그녀에게 기대며 괜찮냐고 물었다. 그녀는 역시 손을 꼭 쥐며 억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흐르지 않기를 바래며.
그때 그녀를 구해 준 에드 (Ed)의 아내인 지지 (Gigi)가 일어나 패트릭에게서 마이크를 가져가 에디슨을 안지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너무나 사랑한다고 하면서 에디슨이 자신들의 삶에 들어왔을 때 그것은 자신들이 구했던 가장 큰 축복이었다고 했고, 에디슨이 자신들에게는 딸같다고, 에드 (Ed)와 자신은 정말 행복하다고 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위해 건배를 했다.
에디슨은 지지의 새 시작을 위한 건배에 동참하기가 힘들었지만 건배를 하긴 했다. 왜냐하면 그녀도 지지를 좋아했고, 그녀와 에드는 에디슨에게는 없는 부모 역할을 해 주려고 애를 썼기 때문이었다. 에드가 결혼식날 그녀의 손을 잡고 입장하기로 했는데, 에디슨은 그에게 감사하면서도 어딘가에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고 있는 아버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맘이 편치 않았다.
그것이 그녀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이유였다. 만약 그녀의 부모가 어딘가에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거나 혹시 죽었다고 생각하며 슬퍼하고 있으면 어떡하나? 혹은 더 최악으로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다면?
의사들은 그녀가 환자였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억은 교묘한 것이었다. 하려고 하면 할 수록 더 기억하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실질적인 실마리가 될만한 것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신분 증명서도 없었고, 사진이나 연락처가 담긴 셀폰도 없었다. 반면, 그녀의 몸은 몇 가지 실마리를 갖고 있었다. 그들만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들쭉날쭉한 상처들. 하지만 그것들은 그녀에게는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았다.
한편, 줄리안 헌터 (Julian Hunter)는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몇 달 안에 또 한 번의 결혼기념일이 다가오고 있었고 좀 더 행복했던 때의 기억들만이 그에게 위안이 되었다. 일곱 살인 딸 발렌티나 (Valentina) 가 엄마와 아빠가 결혼했던 날에 대해 다시 얘기해 달라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자 익숙한 상실의 느낌이 다시 그를 휘감았다. 하지만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햇살 가득했던 11월의 그날에 대해 얘기했다.
카산드라 (Cassandra)는 그날 아침 자신이 웨딩드레스 입은 걸 미리 보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 재수가 없다고 한다며. 그가 그녀에게 정말로 그런 걸 믿는 건 아니지? 라고 묻자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며 그저 신중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줄리안은 자신이 이성적인 과학자라고 생각했고, 의사로서 봤을 때 행운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일생에 별 영향력이 없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녀의 비위를 맞춰 주기로 했다.
발렌티나가 그를 쿡쿡 찌르며 계속하라고 재촉했다. 그는 그것은 몇몇 친구들과 너의 조부모님만 참석한 소규모 결혼식이었고, 젊은 음대생의 첼로 소리에 맞춰 너의 엄마가 걸어왔다고 말했다. 발렌티나가 엄마가 아름다웠냐고 묻자 그는 물론이라고,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의 머리에 그날의 모습이 떠올랐다.
좀 더 얘기해 달라는 발렌티나를 달래며 얘기를 마친 그는 카산드라를 마지막으로 본 때를 뒤돌아 보았다. 익숙한 상실과 후회의 감정이 그를 감쌌다. 물론 그들도 다른 부부처럼 자신들만의 문제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변덕스럽고 기분 변화가 심했다. 그는 가장 심하게 싸웠던 그날 밤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막말을 주고 받았다. 이후 그는 모든 걸 잃었다는 생각을 했고, 발렌티나를 혼자 키울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모든 게 좋아졌다. 한동안은 말이다. 그런데 2년 후, 지금, 그녀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마치 공중으로 사라진 것처럼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는 온몸으로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것이 그를 살아 갈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었다. 물론 발렌티나도. 그녀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카산드라의 얼굴과 머리, 입술은 줄리안을 닮았지만.
이제 그는 어린 딸을 데리고 이층으로 함께 올라갔다. 잠들기 전 양치와 동화책 읽는 의례적인 일을 마치고 그는 딸에게 잘 자라는 입맞춤을 하고 마지못해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화장대 위에 놓여져 있는 그녀의 화장품들과 향수, 그리고 첫 번째 결혼기념일 때 그녀에게 사 준 보석 박힌 빗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것을 집어 들고 코에 대며 그녀의 냄새를 맡아보려고 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빗을 내려 놓고 그는 그녀의 옷장으로 가 문을 열었다. 그녀의 멋진 옷들이 아직 그대로 걸려 있었다. 그는 그녀의 물건들을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한편, 약혼식 다음 날, 지지가 차를 더 마시겠느냐고 물어 에디슨은 그러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잔을 밀었다. 지지와 에드의 작은 부엌에 있는 나무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에디슨은 언제나 자신이 보호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지는 지난 밤 에디슨이 아름다웠다며 가브리엘과 에디슨이 완벽한 커플이라고 하면서 자신과 에드는 그녀 때문에 기분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말로 기뻐하고 있었지만 에디슨은 즉시 지난 밤에 느꼈던 기분을 다시 느꼈다. 마치 자신의 내부가 서로 뒤엉킨 것 같은 펄럭이는 불안감을. 그녀는 고동치는 불안감을 없애려고 숨을 참고 지지에게 웃어보이며 자신이 행운아라고 말했다.
에디슨은 가브리엘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똑똑했고 성공한 남자였다. 인기가 많았고 놀라운 가족을 가졌다. 그의 부모인 블라이드 (Blythe)와 테드 올리버 (Ted Oliver)는 32년 전 결혼 직후 필라델피아 (Philadelphia)의 올드 시티 (Old City)에 갤러리를 열었다. 블라이드는 화가였고 테드는 인수 책임자였다. 갤러리의 전문 분야는 동시대 예술이었고, 종종 두 사람은 새롭고 장래가 촉망되는 예술가들을 찾아 여행을 다니곤 했다. 그럴 때면 그들은 그날 그날의 운영을 가브리엘과 그의 누이인 해일리에게 맡겼다.
그들은 화목한 가족으로 함께 시간 보내는 걸 좋아했다. 저녁 식사 때 대화는 활기찼고 명랑했으며, 주제는 예술부터 사회적 이슈, 그리고 세계적 사건까지 다양했다. 그녀에게 그 광경은 부모와 자식이 어때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았고, 항상 그녀 자신의 가족은 어땠을까 궁금해지곤 했다. 자매나 남자 형제가 있을까? 우린 가브리엘의 가족이 그런 것처럼 같이 있을 때 서로를 좋아했나?
그리고 그때 그녀는 자신을 블라이드의 입장에 놓아 보았다. 만약 내 아들이 과거를 모르는 여자와 결혼한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건강이나 유전적인 정보도 없고, 그녀의 배경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만약 그녀의 가족 중에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마약중독자가 있다면? 또는...또는...그녀는 답이 없는 무수한 질문들을 갖게 될 것이다. 블라이드와 에드도 같은 질문들을 갖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에디슨은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지지에게 에드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날 밤에 있었던 일 중 아무 거나 기억나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자신이 말했던 거나 특이하게 보이는 무언가? 그러면서 물론 그것이 쓸 데 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고,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조차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여러번 2년 전의 그날 밤에 대해 세세히 생각을 해 보았던가? 그날, 그녀는 진이 빠져 있었고, 발을 질질 끌며 절뚝 거리고 조금만 더 가면 쓰러질 것 같았었다. 그녀의 목구멍은 먼지와 모래로 가득찬 것처럼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절실하게 물이 필요했고, 누군가를 멈추게 하기 위해 뭐든 해야 했다.
그녀는 도로로 나가 갓길을 따라 비틀거리며 걸었다. 더 이상은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걷다가 지나가는 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렇게 얼마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대형 트럭의 불빛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를 바로 지나쳐 공기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쉭하고 지나가 버렸다. 그녀의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기적 중의 기적이 일어났다. 그 트럭이 멈춰 후진을 하더니 그녀에게로 와 운전석에 있던 남자가 조수석 문을 열고 깊은 목소리로 차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녀는 떨면서 제발, 도와달라고 대답했다. 그가 타라고 하면서 손을 내밀어 그녀가 차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가 바로 에드였다.
그녀는 차문을 닫고 팔로 자신을 감싸 안았다. 그가 계속 그녀를 살피며 괜찮냐고 물었다. 그녀는 여기저기 찢어진 바지와 피가 말라붙은 손을 내려다 보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손으로 이마를 집어보자 그녀의 몸이 통증으로 심하게 덜컥거렸다. 그녀는 괜찮다고 하면서 혹시 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옆에 있는 칸에서 차가운 물병을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운전하는 동안 내내 도로만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녀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순간 생각을 했다.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어디든지 당신이 가는 곳으로, 라고 대답했다. 그가 이상한 듯 쳐다 보며 자신은 펜실베니아에 있는 집으로 가고 있다고, 열흘 동안이나 도로 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창밖 지나가는 키가 큰 소나무들을 바라보며 펜실베니아라고요, 좋아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는 이마를 찌푸리고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뉴저지 (New Jersey),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도로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가 그녀에게 펜실베니아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그녀가 말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는 자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히치하이킹은 아주 위험스런 일이라고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특히 젊은 여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알고는 있느냐고 말했다. 그녀의 뱃속에서 불안한 펄럭거림이 느껴졌다. 그는 지금 그녀가 그의 트럭에 올라 탄 게 실수한 거라고 말하려는 참인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겁나게 했다는 걸 눈치챘는지 두 손을 들고 걱정말라며 당신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려는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걱정스런 얼굴로 그녀를 다시 흘끗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고, 창백한 것 같다고 하면서 고속도로에서 내려 당신을 병원으로 데려다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두려웠지만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 없게 제발 자신은 괜찮다고, 제발 제발 멈추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가 잠시 가만 있다가 알겠다고, 하지만 필라델피아에 도착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는 나중에 당시 그의 더 나은 판단과는 반대로 운전을 계속하긴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그를 계속 그렇게 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에디슨은 한숨을 쉬며 안심했다. 그리고 머리를 창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녀는 깜빡 졸다가 그의 깊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깼다. 그가 그녀에게 이름이 뭐냐고, 이 근처에 사느냐고 물었다. 내 이름?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눈을 꼭 감고 집중해 보려고 했지만 그녀의 뇌는 너무나 뒤죽박죽이었고 멍했다.
숨을 깊이 들이 마시며 그녀는 그에게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 언제든 밝혀질 게 아닌가 말이다. 그녀는 모르겠다고, 실은...하고 말하다 잠시 멈춰 다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녀는 실은 자신이 도로를 따라 걸어 가기 이전의 일에 대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가 당신이 어떻게 다쳤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걸은 것과 당신의 트럭을 탄 거 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드가 낮은 휫바람 소리를 내며 기억상실증이냐고 물었고, 그녀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만약 좀 더 논리정연한 정신상태였다면 주저했겠지만, 그녀는 너무 지친 나머지 그가 권유한대로 뒷쪽 침대로 가 그가 깨울 때까지 잤다.
얼마 후 그 남자의 집에 도착해 작은 현관으로 다가가자 문이 열리고 빨강 머리를 한 작은 여자가 나와 에디슨의 손을 잡으며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면서 자신을 지지라고 소개했다. 에드가 그녀를 가볍게 포옹하며 여보 잘 있었어, 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처자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여인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자고 있는 동안 에드가 전화로 자신의 아내에게 혼란에 빠진 히치하이커를 데려가고 있다고 말한 모양이었다.
지지는 즉시 에디슨을 티끌 한 점 없는 부엌으로 데리고 가 의자에 앉혔다. 그녀는 에디슨의 머리를 살펴본 다음 에드에게 에디슨은 들을 수 없게 뭐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에디슨에게 혹시 모르니 병원엘 데리고 가겠다고 하면서 매우 심각하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안쪽이 어떻게 됐는지 자신은 모르겠다고, 그들이 몇가지 테스트를 해 전체 그림을 볼 수 있게 할 거라고 말했다.
그때 에디슨은 자신이 얼마나 배가 고픈지 느꼈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지가 얼마나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마음을 읽었는지 지지가 차 한 잔과 버터 바른 잉글리쉬 머핀 하나를 그녀 앞에 놓아 주었다. 그녀는 에디슨에게 먼저 뭔가를 좀 먹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에디슨은 그 즉시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서 그토록 갖기를 원했던 바로 그 여성임을 알았다. 그것이 뭘 의미하든 말이다.
한편, 에디슨은 오늘 밤 가브리엘의 엄마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녀는 가브리엘과 함께 가기를 원했지만, 그는 에디슨과 블라이드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결혼 준비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디슨은 블라이드가 자신을 편안하게 해 주려고 애를 쓸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아직 그녀가 약간은 두려웠고 지지와 에드의 집에서 30분을 더 운전해 가야 하는 것이 신경쓰였다.
진입로에 들어서자 그녀는 잠깐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차를 주차하고 조수석에 있던 블라이드가 가져오라던 서류들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블라이드가 준 결혼 잡지에서 발췌한 사진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블라이드는 그것을 주며 좋아하는 사진들을 뽑아오라고 말했다.
에디슨은 에드와 지지, 가브리엘의 가까운 가족, 그리고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 몇 사람만 초대한 작고 친밀한 결혼식을 생각했지만 지난 달 그들이 결혼하겠다고 그의 부모에게 얘기하자 마자 일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날, 그들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막 끝내고 모두 커피를 마시던 중 가브리엘이 그 소식을 알렸을 때, 에디슨은 블라이드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걸 보았다. 테드는 웃으며 축하한다고 하면서 에디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되는 걸 환영한다고, 너무 잘 됐다고 말했다.
블라이드는 재빨리 생기를 찾고 웃으며 날짜를 정했느냐고 물었다. 가브리엘이 간단한 결혼식을 원한다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하면서 에디슨에게 그렇지? 하고 동의를 구했고 그녀 역시 그렇다고 대답했다. 블라이드는 너희 둘이 가능한한 빨리 함께 살고 싶은 것도 이해하고 작은 결혼식도 사랑스럽긴 하지만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전 그것에 대해 에디슨과 내가 조금 더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에디슨을 똑바로 바라보며 괜찮지? 하고 물었다. 그래서 에디슨이 오늘 밤 사진첩과 약간의 불안감을 갖고 그곳에 온 것이었다. 그녀는 차에서 집으로 걸어 가면서 작고 요란하지 않은 결혼식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기를 바랬다.
블라이드는 우아하기도 하고 편안해 보이기도 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에디슨을 포옹했다가 놓으며 그녀를 선룸으로 데리고 갔다. 에디슨은 이전에 자신이 그렇게 큰 집에서 살았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각각의 차고를 가진 우아한 석조 건물로 된 가브리엘의 집에 올 때마다 여전히 위엄에 놀라곤했다.
둘이 사귀기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난 후, 어느 날, 부모가 주말 여행을 떠나고 없을 때 가브리엘이 그의 집을 구경시켜 주었다. 에디슨은 각각의 방의 아름다움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광대한 거실에는 따로 구분된 세 개의 앉는 구역이 있었고, 그랜드 피아노와 수영장이 보이는 테라스로 나가는 프렌치 도어가 있었다. 서재는 진녹색 벽과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아 있는 책꽂이, 그리고 커다란 가죽 소파와 의자가 갖춰져 있는 그야말로 책읽는 사람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에디슨이 가장 맘에 든 곳은 선룸이었다. 그곳은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고 돔 형태의 천장과 식물과 꽃들로 가득찬 곳, 영원히 머물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다.
블라이드는 창문 옆 유리 탁자에 앉으며 반대편 의자를 가리켰다. 에디슨은 그곳에 앉으며 사진첩을 탁자 위에 놓았다. 그곳에는 이미 블라이드가 여러 목록들과 안내 책자들을 묶어 놓은 바인더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에디슨에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에디슨은 주름 하나 없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가브리엘과 자신은 작고 너무 요란하지 않는 결혼식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심지어 갤러리에서 짧게 의식을 한 다음 식당이나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면서 가족과 친구 몇명하고만, 하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블라이드의 표정을 살폈지만 그녀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블라이드가 그렇구나, 라고 대답하자 에디슨은 재빨리 우리는 11월 언젠가에 결혼식을 하길 원한다고, 준비하는데 너무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이드는 말없이 차를 두 잔 따라 한 잔을 에디슨에게 주었다. 블라이드는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신 다음 잠깐 그것을 들고 있다가 내려놓았다. 그리고 에디슨의 손을 잡고 네가 모든 걸 간단하게 하고 싶어 하는 걸 이해하고, 자신이 너무나 구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내 얘기를 들어 주겠니? 하고 말했다. 에디슨은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블라이드는 먼저, 가브리엘이 너와 있을 때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자신도 기쁘다고 말했다. 사랑을 찾았다는 건 축하받아야 할 일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아들의 행복과 이 큰 걸음을 자신의 모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들이 모두 너를 만나고 너와 가브리엘의 결정적인 날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녀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 에디슨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벌써 자신의 바닥이 흔들림을 느끼며.
그후로도 블라이드는 결혼식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말했고, 에디슨은 그 모든 것을 듣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드레스부터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혼인서약을 해야 한다는 것까지, 듣기만해도 주눅이 들었다. 그녀는 그것을 자신이 갖고 온 폴더 속에 넣으며 가브리엘에게 얘기를 해보고 뭐라고 하는지 보자고 말했다. 블라이드는 확고한 표정을 보이며 가브리엘은 네가 뭐라고 하든 말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것은 에디슨 그녀의 몫이었다. 만약 그녀가 블라이드의 말을 거스른다면 결혼 생활은 블라이드에 맞선 상태로 시작될 것이었다. 그녀는 블라이드에게 모든 걸 살펴보고 장소를 정하겠다고 하면서 거기서부터 다시 얘기를 해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잠깐 말을 멈췄다가 이미 9월 중순인데 11월까지 이 모든 걸 다 준비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블라이드는 안 된다고, 이런 큰 이벤트는 시간을 오래 잡고 주의깊게 계획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아마 내년 이맘 때쯤이면 너희 둘이 남편과 아내로서의 첫 댄스를 출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에디슨은 옷을 갈아 입고 블라이드가 준 바인더를 살펴보며 한숨을 쉬었다. 거기에는 블라이드가 신부와 신랑 들러리의 선물부터 밴드, 꽃 등등 아까 말했던 모든 것들을 적어놓았다. 에디슨은 참석자들의 선물 부분에서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들러리를 해달라고 부탁할 만큼 가까운 사람은 해일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필라델피아에서 2년을 보내면서 에디슨은 가브리엘과 그의 가족 외에는 이렇다 할 가까운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블라이드가 만든 목록을 살펴 보다가 아무 생각없이 전단지를 뒤집어 보았는데 거기에는 벤치에 앉아 있는 두 명의 여자아이들의 사진이 있었고 그것이 에디슨의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순간 그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어떤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 전단지를 떨어뜨렸다.
그녀는 어두운 방에 앉아 있었고 주변의 그림자만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옆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팔로 감싸 안고 있었는데, 그 여성은 떨고 있었다. 그녀가 쉬, 그가 들을 거야, 라고 하면서 조용히 하라고 말했고, 그녀가 감싸고 있던 여성은 그럴 수가 없다고 소근거렸다. 에디슨은 그녀에게서 떨어지며 매트리스 아래를 더듬어 보았다. 그때 그녀의 손에 뭔가 단단한 것이 잡혔다. 그것은 총이었다. 에디슨은 그것을 움켜 쥐었다. 그런데 그때 어딘가에서 그를 죽여, 그를 죽여야 해, 라는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에디슨은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현재로 돌아왔다. 그녀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녀는 멍한 상태로 일어나 부엌 카운터 위에 있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가브리엘의 이름이 화면에 보였다. 그녀는 숨을 내쉬며 'end' 버튼을 눌렀다. 지금 그와 얘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그 기억을 다시 되새겨 보려고 했지만 그건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남아 있는 거라곤 분노의 감정뿐이었고, 그것은 너무 강해 자신도 모르게 전화기를 벽을 향해 힘껏 던졌다. 전화기는 완전히 박살나 버렸다.
한편, 줄리안은 설탕 쿠키 접시를 딸 앞에 놓았다. 그는 하나를 집어 들고 쪼개 한 조각을 자기 입에 넣었다. 카산드라의 레시피를 따라 했지만 여전히 맛은 같지 않았다. 아무 것도 같은 게 없었다. 한숨을 쉬며 그는 카운터에서 물병을 집어 들고 부엌 아일랜드에 기댔다. 발렌티나가 입안 가득 쿠키를 먹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가 비가 그쳤으니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자고 하자 발렌티나가 인형을 보러 가자고 했다. 그가 특별히 맘에 두고 있는 인형이 있느냐고 묻자 발렌티나는 그녀와 엄마와 닮은 인형의 이름을 대며 그것을 보면서 엄마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딸을 안으며 엄마를 잊지 않을 거라고 하자 발렌티나는 아랫 입술을 떨면서 엄마는 왜 떠났느냐고, 우리를 사랑하지 않은 거냐고 물었다. 새로운 질문이었다. 그녀는 한 살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점점 질문이 많아졌다. 그가 물론 엄마는 우리를 사랑했고 돌아오려고 애를 쓰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자 발렌티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기다리고 싶지 않다고,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줄리안은 밝았던 발렌티나가 최근 변했다는 걸 눈치챘다. 그녀는 우울해졌고 때론 따지기까지 했다. 그는 그녀에게 계속 희망을 주는 게 더 안 좋은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는 아직 카산드라를 찾기 위해 다달이 탐정에게 큰 돈을 지불하고 있었다. 그는 카산드라가 죽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증거를 찾기 전에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언젠가 그녀를 집으로 데려올 것이었다. 그는 그걸 확신했다.
그날 밤, 발렌티나를 재운 후 줄리안은 카산드라의 화장대로 가 서랍을 열고 그녀의 가죽 일기장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그녀가 사라지고 난 후에 발견했다. 함께 살면서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적어놓은 그녀의 일기장은 그로 하여금 그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 기분이 들게 하였고, 그녀의 글들을 읽으며 마치 그녀가 아직 그의 곁에 있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꼈다.
그는 그것을 들고 침대 옆 안락의자에 앉아 지금까지 수십 번도 더 읽은 첫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줄리안이 그녀에게 프로포즈 한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가족을 갖게 된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했으며 둘이 아이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고 그가 할 수 있는 한 많이 갖자고 했다고 썼다. 그리고 이제 고통스런 과거에서 벗어나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고 썼다.
한편, 블라이드는 탁자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녀의 온 몸을 흝고 지나갔다. 그는 관례적인 일요일 저녁 식사를 위해 왔다. 가브리엘과 해일리가 어렸을 적부터 그녀와 테드는 일요일 성찬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주중에는 서로 다른 활동 등으로 수백 가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지만 일요일은 가족을 위한 날이었다. 아침엔 교회, 브런치는 클럽에서, 그리고 저녁은 집에서 요리한 식사. 하지만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식사를 할 때 느꼈던 만족감은 계속되는 걱정으로 빛을 잃었다.
에디슨의 과거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 다른 가족에게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해일리는 에디슨을 무척 좋아해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언니라고 불렀다. 그리고 테드 역시 아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다. 하기사 테드는 모든 사람을 사랑했다. 블라이드는 아들의 약혼자에게 동정이 가지 않았다. 어찌 됐든 가브리엘이 그녀에게 강조했듯이 에디슨이 기억상실인 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처음 가브리엘이 블라이드에게 에디슨에 대해 말한 날 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가 길잃은 개나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보였던 바로 그 눈빛이었다. 그는 친절한 낯선 이에게 구조된 이 아름답고 재주많은 젊은 아가씨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블라이드는 아들이 지금까지의 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해일리가 그녀를 데리고 왔다면 블라이드도 그녀를 수양딸로 기꺼이 받아 들일 수 있었다.
블라이드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어느 날 에디슨이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게 되고 그녀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에디슨은 이미 남편이 있었다. 블라이드는 에디슨이 언젠가 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생각에 잠긴 그녀를 가브리엘이 불렀다. 그가 다음 목요일날 에디슨과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가려는데 아버지와 엄마도 같이 가려는지 물었다. 블라이드는 다음 토요일 밤 테드의 생일 만찬을 위해 수만 가지 할 일이 남아 있었지만 자신과 테드를 생각해 준다는 것과 에디슨을 불쾌하게 하는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아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자신들을 초대에 함께 가자고 한 것이 분명 에디슨의 아이디어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가브리엘이 다시와 데이트할 때엔 항상 둘이서만 공연을 보러다녔고, 가브리엘은 그들을 초대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에디슨이 나타난 후 가브리엘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에디슨이 가족에 대한 열망이 있기 때문에, 뭔가에 속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때때로 그것은 그저 아부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블라이드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엄마는 그들의 많은 재산 때문에 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뿌리 깊이 갖고 있었다.
저녁을 마치자 에디슨이 벌떡 일어나 접시를 치우기 시작했다. 블라이드는 손을 들며 최대한 짜증을 감춘 목소리로 괜찮다고, 일하는 사람이 치울 거라고 말했다. 에디슨과 저녁을 함께 먹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고 블라이드는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녀에게 계속 상기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 짜증났다. 그녀가 자신의 접시를 치우는 것이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반대하는 작은 형태의 복수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에디슨이 얼굴을 붉히며 죄송하다고 하면서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 이미 각인된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가브리엘이 엄마를 흘끗 보았고, 그녀는 한숨을 삼키며 널 불편하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니라고, 거실에 나가 커피 마시자고 말했다. 가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블라이드는 다시 한 번 이 상황이 얼마나 걱정스러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녀가 아들의 에디슨에 대한 헌신에 조금치라도 주저함을 보이면 그는 그의 입장을 더 고수할 것이다. 그는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무쇠같은 의지의 소유자였다. 그가 마음을 바꾸는 것은 오로지 그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하지만 블라이드의 방어적 본능이 날을 세웠다. 가브리엘과 에디슨은 일 년동안 약혼 기간을 갖고 적절한 결혼식 계획을 세우자는 그녀의 주장을 묵인했다. 그건 그녀가 에디슨에 관한 모든 걸 혹은 그녀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는 일 년이란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그녀는 이미 에디슨에 관해 찾아볼 사설탐정과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이는지와는 상관없이 블라이드는 그녀가 진짜 누구인지 알게 될 때까지 에디슨이 자신의 가족의 일원이 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편, 에디슨과 가브리엘은 블라이드가 그녀의 남편의 60세 생일을 맞이 해 어마어마한 파티를 마련한 그들의 성으로 갔다. 파티에 초대된 손님이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에디슨은 언제나 그들의 대단한 소셜 서클과 얼마나 자주 모여 노는지 놀랐다. 가브리엘은 그의 부모처럼 외향적이었고 사교적이었다. 그것이 에디슨이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녀는 일대일 관계를 갖는 게 훨씬 편한 사람이었다.
안으로 들어 가자 마자 에디슨은 다시가 다이닝 룸 테이블 근처에서 블라이드와 얘기를 하고 있는 걸 보았다. 꽃무늬 원피스와 굽이 높은 끈달린 샌들을 신은 다시는 아름다웠다. 그녀는 그 세계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파티를 즐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매력적이었고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편한 분위기를 보였다.
특히 에디슨의 예비 시어머니와. 그들은 서로를 향해 몸을 기대고 있었고 그들의 대화는 활기 넘치고 활달했다. 에디슨은 그들의 친숙함이 신경쓰인다는 사실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가브리엘의 부모가 그와 다시가 결혼하기를 기대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에디슨과 가브리엘을 보자 블라이드는 미소지으며 손짓을 했고, 에디슨은 목이 막히기 시작했다.
블라이드는 가브리엘에게 늦었다고 말하며 뺨에 입을 맞췄고, 에디슨에게는 사랑스럽게 보인다고 인삿말을 했다. 그리고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블라이드는 언제나 우아하고 에디슨에게 친절했다. 에디슨은 고맙다고 댓구했고,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상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에게 인사를 했다.
다시는 두 사람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영 어색했지만 그녀는 정중했다. 그녀는 좋은 예절을 가지라고 배웠을테고 그것을 보여주었다. 에디슨은 그녀가 자신을 싫어하는지 궁금했다. 가브리엘이 에디슨을 만났을 때 그는 다시와 사귀는 중이었고 나중에 가브리엘은 에디슨과 첫 데이트 하기 전에 이미 다시와의 관계는 끝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가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그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편, 줄리안은 전화 통화를 마치고 긴 한숨을 쉬었다. 사설 탐정에 따르면 이번에도 잘못된 정보였다. 그는 그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가 있단 말인가? 물론, 그녀가 사라진 후, 그는 모든 지역 병원뿐만 아니라 그 주변까지 모두 체크했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구글에 실종 여성이나 신원 불상자와 관련된 일련의 키워드에 대해 알람을 설정했다. 하지만 그가 얻은 정보들은 모두 소용이 없었다. 감시 카메라가 익명성을 불가능하게 하고 은행 기계가 즉시 위치를 표시하는 이 시대에 그렇게 사라지는 게 가능한 건가?
근데, 그것이 문제였다. 카산드라의 직불 카드와 운전면허증이 다른 신용 카드들과 함께 그녀의 에르메스 지갑 안에 들어 있었고, 그것은 윗층 그녀의 침실 옷장에 있는 샤넬 핸드백에 들어 있었다. 그녀의 여권도 가죽 케이스에 넣어져 서랍장 젤 윗칸에 그대로 있었다. 그들의 어카운트에서 현금도 인출된 게 없었고, 비상시를 위해 줄리안이 집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 1000불도 그대로였다.
그날 밤, 이제는 루틴이 되어 버린 저녁 와인을 마시고 발렌티나를 살펴 본 다음 줄리안은 카산드라의 일기장을 들고 의자에 앉았다. 거기에는 줄리안의 친구들과 그의 아버지만 초대해 소규모 결혼식을 올리려 한다는 것, 그리고 하버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관절염 때문에 아리조나 (Arizona)로 이사한 그의 유명한 의사 아버지 그랜트 헌터 (Grant Hunter) 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일선에 뛰어든 그녀에 대해 자신의 아들에 비해 너무나 학력이 차이가 난다고 생각할까봐 두렵다고 쓰여 있었다.
또한 일기에 따르면, 그녀는 패션 공부를 하러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지금 27살이며 이혼녀이고 이제 막 정말로 그녀를 좋아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과 결혼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의 아버지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고 했고, 줄리안은 걱정하지 말라고,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그의 아버지와 통화할 때 그의 목소리가 변하는 걸 들었다는 것, 그는 긴장하고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고 전화기를 꽉 잡고 있었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면 그는 몇 시간 동안 긴장한 채 있었고, 그의 재미있는 성품이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몇 잔의 와인과 그녀의 위로면 됐다고 했다.
줄리안은 일기장을 닫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전에도 그걸 읽었지만 여전히 그건 그에게 충격이었다. 그는 이제서야 카산드라가 그에게 말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보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그녀가 그의 아버지가 그를 얼마나 기분 상하게 했는지 알 거라곤 생각치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어려운 사람이었고, 거리감있는 그리고 냉정한 사람이었다. 줄리안은 자신이 아버지의 기준에 도달했다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스탠포드 (Stanford)에 합격했을 때에도 느슨한 환경에 흥미를 느낀다면 하버드말고 스탠포드를 택하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는 아버지가 줄리안 자신이 학교를 택한 것을 언짢아 한 것인지 정말로 하버드가 더 우수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줄리안은 가능한한 보스턴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가 돌아와 매사추세츠 병원에서 레지던시를 한 이유는 오로지 당시 그의 아버지가 아리조나로 떠나셨기 때문이었다.
줄리안의 아버지가 그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한 카산드라의 걱정은 사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신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걸 숨기려고 하지 않았고 그것이 카산드라를 속상하게 만들었다. 그녀를 안정시키고 아버지의 의견은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그녀에게 확신시키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의 아버지는 카산드라가 손녀를 낳자 태도가 바뀌었다.
한편, 에디슨은 샤워물 소리에 잠에서 깼다. 비몽사몽 간에 몸을 뒤척여 시계를 보니 오전 6시였다. 토요일 아침이고, 갤러리는 오전 11시에 문을 열며 그는 보통 주말엔 늦잠을 자는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을까 의아해 하고 있는데 물소리가 멈추고 잠시 후 허리에 수건을 두른 그가 욕실에서 나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에디슨이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느냐고 묻자 가브리엘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를 안았다.
섹스가 끝나고 뒤엉킨 채 그는 잠이 들었다. 그녀는 이 순간 평화롭고 유대적인 감정을 느꼈다. 그건 6개월 전엔 그녀가 상상할 수도 없던 것이었다. 그가 그녀가 일하고 있는 사진에 관한 것들을 파는 가게인 'Exposed' 에 들어온 그날 그는 모든 걸 바꾸어 놓았다. 그냥 걸어서 카메라 장비를 둘러 보는 그에게서 뭔가가 느껴졌는데, 아마 그것은 카운터로 다가오며 보여준 그의 따뜻하고 맘좋아 보이는 미소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녀가 필요한 것이 있느냐고 묻자 그가 무반사경 디지털 카메라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안내한 곳으로 따라가 여러 개의 카메라를 살펴 보고 그중 한 개를 골랐다. 계산대로 돌아와 그녀가 그 카메라를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다. 그녀는 보통 고객과 그런 잡담을 나누지 않았지만 그는 말을 붙이기 쉬운 뭔가가 있었다.
그는 예술품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가족이 운영하는 갤러리를 책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장래 고객을 위해 그림을 찍어야 하는데 자신이 갖고 있는 오래된 카메라로는 그것을 줄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알겠다고 하면서 자신도 아는 갤러리일까요? 하고 묻자 그가 2가에 있는 '올리버' 라고 말했고, 그녀는 그곳에 가본 적이 있다고,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는데 그의 얼굴은 완벽했다. 그는 그녀가 방문했을 때 자신이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깨를 으슥하며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그녀에게 사진작가냐고 물었고 그녀는 당황해 얼굴을 붉히며 전문가는 아니라고, 그저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벽에 걸린 풍경 사진을 가리키며 자신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가브리엘은 그것들이 걸려 있는 곳으로 가 한참을 들여다 보더니 너무나 멋진 사진이라고 감탄했다. 에디슨이 그것들은 자신에게 새로운 출발을 상기시켜 준다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는, 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가브리엘은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 이름을 물었고 그녀는 머뭇거리다 에디슨 홉 (Hope)이라고 대답했다. 그가 점심에 특별한 일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없다고 하면서 그의 점심 초대에 응했다.
그것이 그들의 시작이었다. 가브리엘은 에디슨이 필라델피아로 온 이후 처음 데이트한 남자였다. 그녀는 그에게 그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두려웠다. 그녀는 그가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자신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며 가능한한 빨리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날의 점심 후, 다시 토요일 밤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고 에디슨은 그날 그에게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그녀가 자신에 대해 모든 걸 말했을 때, 그는 맘고생을 했을텐데 이름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이 맘에 든다고 했다. 에디슨은 그 이름을 자신이 지었다고 말하며 죄책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 이름은...
에디슨이 자신이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면서 어딘가에 자신의 가족이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나가고 있다고 하자 그는 언젠가 알게 될 거라고, 이런 일을 겪는 걸 상상할 수는 없지만 당신이 누구이든, 정말로 누구이든 여기에 있다고 하면서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며 그녀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하자 그는 그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전에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후 그들은 그의 집에서 거의 날마다 함께 지내다시피 했다. 약혼 후 그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자고 했지만 에디슨은 망설였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안전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지와 에드의 집을 떠날 수가 없었고, 악몽이 다가오면 눈물과 함께 그녀가 지르는 비명 소리를 그가 들을 수도 있다는 걸 받아 들일 수 있도록 그녀 자신을 조정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블라이드가 약혼 기간을 1년 연장한 것이 한편으론 감사했다.
한편, 블라이드는 해일리와 함께 블라이드를 만나러 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녀가 처음 밖에서 만나자고 제안했을 때 에디슨은 한 번밖에 입지 않는 웨딩드레스에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으며 직장 동료가 빌려 입으라고 말해 주었다고 하면서 한 가게 이름을 댔다. 블라이드도 젊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웨딩 가운을 많이 빌려 입는다는 얘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웨딩드레스는 특별한 것이고 자신이 에디슨이 무엇을 원하든 사줄 수 있음에도 절약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시 후 해일리가 내려와 매우 신난다며 에디슨이 어떤 걸 고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블라이드는 진입로을 빠져 나가며 에디슨이 너의 그 열성의 반만 보여도 좋겠다고 말했다. 해일리가 그녀의 엄마를 바라보며 에디슨은 자신의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지 않느냐고, 그것이 그녀가 열성적이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다. 블라이드는 자신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금이 젊은 여성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니냐며 그녀는 흥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 다시는 그랬을 거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해일리가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가브리엘은 다시와 결혼하는 게 아니라고, 그는 에디슨을 사랑하고 있다고, 자신은 왜 엄마가 그걸 인정하지 않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라이드는 해일리의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에디슨이 다시가 갖고 있는 삶의 환희 같은 건 없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내적 강함과 용기는 칭찬할만 하다는 걸 인정했다. 그래서 그녀를 다시와 비교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라이드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해일리에게 에디슨이 너의 드레스를 입겠다는 얘기를 하진 않았느냐고 물었고, 해일리는 그랬다고 하면서 하지만 에디슨에게 먼저 다른 걸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블라이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일리는 에디슨의 유일한 신부 들러리였다. 블라이드는 에디슨이 필라델피아에 2년 동안 살면서 결혼식을 비롯해 어디에도 초대할 정도로 가까운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거슬렸다. 그녀는 에디슨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예약된 살롱으로 가자 에디슨은 벌써 그곳에 와 있었다. 살롱 주인은 에디슨이 긴팔을 원했다고 하면서 먼저 한 유명 브랜드 드레스를 입어보라고 권했다. 그것을 입은 에디슨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녀는 블라이드에게 다가와 조용히 그건 너무 비싸다고 자신은 그걸 입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11벌의 가운을 입어 본 후 에디슨은 값싸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걸 골랐지만 블라이드가 보기엔 처음 입어 봤던 그 드레스에는 훨씬 못미쳤다.
하지만 해일리는 에디슨에게 너무 아름답다며 하면서 둘이 의견의 일치를 보고 서로 너무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본 블라이드는 자신이 에디슨과 갖지 못한 가까운 관계를 해일리가 갖는 걸 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에디슨과 차츰 거리가 좁혀질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녀는 항상 두 자식들이 누구와 결혼을 하든 그 배우자들과도 가깝게 지내기를 바랐다.
그런데, 잠시 후, 해일리가 에디슨이 입고 있는 드레스의 팔 중의 하나에 달린 여러 개의 단추를 만지는 게 보였다. 그러자 천이 살짝 옮겨지고 순간 에디슨이 자신의 손을 갑자기 홱하고 뺐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의 팔목에 있는 들쭉날쭉한 흉터를 블라이드와 해일리가 봐버리고 만 것이다. 그 상처는 바로...
0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