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onwealth

By

Ann Patchett

알버트 커즌스 (Albert Cousins)와 픽스 키팅 (Fix Keating)의 본격적인 인연의 시작은 키팅의 둘째 딸 프래니 (Franny)의 세례식 때였다. 세 아이의 아빠이며 LA 카운티 지방 검사인 커즌스는 어느 금요일 법원 복도에서 한 경찰과 얘기하고 있는 경찰 출신 지방 검사 딕 스펜서 (Dick Spencer)를 스쳐 지나갔다. 그 경찰은 커즌스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얼굴은 낯이 익었다. 그가 스펜서에게 일요일날 보자고 말했고, 그가 떠나자 커즌스는 딕 스펜서에게 일요일날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딕이 그 경찰은 픽스 키팅이며 얼마 전 아이를 낳았고 세례 파티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커즌스가 푸른 제복을 입고 복도를 내려가고 있는 키팅을 바라보며 첫째냐고 묻자 딕이 둘째라고 말했다. 커즌스가 둘째인데도 그런 파티를 한다는 말이냐고 묻자 딕이 가톨릭이어서 그렇다며 그들은 항상 질리지 않고 한다고 말했다.

커즌스는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참석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일요일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물은 건 순전히 순수한 질문도 아니었다. 그는 일요일이 싫었다. 일요일은 가족의 날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초대를 받기가 어려웠다. 주중에 그는 아이들이 일어나자 마자 나왔다.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아내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남긴 다음 그는 사라졌다. 밤에 집에 가면 그들은 잠들어 있거나 잠을 자려고 하고 있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사랑스럽고 꼭 있어야할 존재들이라고 느껴졌고 월요일 아침부터 토요일 새벽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이 되면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잠을 자지 않았다. 그는 그에게 달려드는 아이들과 놀 수도 없었고 놀고 싶지도 않았으며 일어나 크립에 있는 갓난 아이를 안아 주기도 싫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했다.

일주일 내내 커즌스는 포주놈들과 아내를 때리는 놈들, 옹졸한 도둑들 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는 편파적인 판사와 졸고 있는 배심원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 주말이 오면 LA의 모든 범죄에서 벗어나 파자마 바람의 아이들과 임신 중인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리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토요일 정오가 되면 그는 아내 테레사 (Teresa)에게 월요일 첫 번째 공판 전에 사무실에 가 끝내야 될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는 정말로 일을 하러 갔다. 두어 번 맨하탄 비치 (Manhattan Beach)에 가 핫도그를 먹고 비키니와 짧은 반바지를 입은 여자 아이들과 시시덕거리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 햇볕에 타 데레사에게 들킬 뻔 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사무실로 가 주중 내내 같이 앉아 있던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토요일 오후에 다른 날보다 서너 시간을 더 일했다.

하지만 일요일엔 다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나 아내나 혹은 그의 일적으로나. 그래서 그는 일요일 아침 초대받지 않은 세례 파티에 대한 기억을 소환해 내 테레사에게 그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레사가 그를 바라보며 잠깐 얼굴이 밝아졌다. 왜냐하면 그녀는 종종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에 가고 싶다고 말했었고, 그 파티에 가족 모두 함께 가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게 아니라고, 일로 가는 거라고 말하자 테레사가 눈을 꿈뻑거리며 세례식 파티가 말이에요? 라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이 경찰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레사가 그 경찰의 이름을 묻지 않기를 바랬다. 왜냐하면 바로 그 특별한 순간에 그것이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말하자면 거래꾼인 거지, 사무실 전체가 참석하는데 나도 경의는 표해야지, 라고 말했다.

그녀는 세례 받는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 선물은 준비했는지 물었다. 그는 선물에 대해 생각치 못했다. 그는 술 캐비넷으로 가 진 한 병을 꺼냈다. 그것은 그가 주고 싶지 않은 커다란 병이었지만 봉인이 아직 떼어지지 않은 걸 보자마자 마음을 결정했다.

한편, 픽스 키팅은 벨소리에 얼굴에 미소를 짓고 문을 열었고 자신의 현관 앞 콘크리트 현관에 서 있는 부검사장인 커즌스를 보았다. 그는 지난 30분 동안 그 문을 스무 번도 넘게 열었다. 이웃들, 친구들, 그리고 교회 사람들, 그의 아내 비벌리 (Beverly)의 여동생 보니 (Bonnie)와 그의 형제들 모두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들과 관할 구역 경찰 모두에게. 하지만 커즌스가 올 줄은 몰랐다. 그는 커즌스와의 연관성을 찾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픽스는 이주 전 아내에게 왜 이 세상에서 알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세례식에 초대해야 하는지 물었고 그녀는 그에게 초대 리스트를 보고 누구를 빼야 하는지 알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지금 그녀가 묻는다면 커즌스를 똑바로 가리키며 '바로 저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가 알버트 커즌스를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의 얼굴과 이름만 알 뿐 그 이상 알지 못했고, 그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그를 초대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였다.

픽스는 커즌스가 어떤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자 왔겠거니 생각했다. 물론 한번도 그런 적은 없었지만 지금의 이 상황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손님들이 앞마당에 모여있었는데, 늦게 온 건지 혹은 빨리 가려고 그런 건지 혹은 집안이 너무 복잡해 빠져 나온 건지 픽스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커즌스가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종이백으로 감싼 술을 한 병 들고 홀로 자신의 집 앞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픽스가 지방 검사실 소속 사람들 중 초대한 사람은 딕 스펜서뿐이었다. 딕은 경찰이었는데 야간 법대를 다녔고, 혼자 힘으로 그것을 해냈다. 딕이 경찰차를 몰든 혹은 판사 앞에 서 있든 그의 출신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반면 커즌스는 변호사였다.

잠시 후, 픽스는 커즌스에게 들어오라고 하면서 문을 닫았다. 비벌리는 신선한 공기를 위해 문을 열어 놓으라고 했지만 집안에 몇 명이 있든 문을 열어놓을 수는 없었다.

부엌에 있는 비벌리와 픽스 사이에 30명쯤 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녀가 고개를 내밀고 남편 픽스를 불렀다. 커즌스가 먼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하며 인사를 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픽스는 반사적으로 몸을 꼿꼿이 세웠다가 그 순간이 지나가도록 기다렸다.

픽스는 조심스럽게, 특히 바닥에서 놀고 있는 4살인 큰 딸 캐롤라인 (Caroline)을 밟지 않게 조심하며 부엌으로 갔다. 부엌에는 여자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모두 웃으며 큰소리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비벌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유일하게 옆집 사는 루이스 (Lois)가 냉장고에서 음식 그릇들을 꺼내고 있었다. 비벌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월리스 (Wallis)는 크롬 소재의 토스터를 거울 삼아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비벌리의 엄마는 무릎에 아기를 앉히고 조식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부엌에 있는 여자들은 돌아가면서 아이에게 야단법석을 떨었다. 마치 그녀를 재미있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인양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전혀 흥미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피곤한 얼굴로 중간 어디쯤을 쳐다보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선물을 받는 이 온갖 혼잡스러움이 한 살짜리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비벌리가 부엌으로 온 픽스에게 얼음이 부족하다고 했다. 픽스가 그건 당신 동생이 맡기로 했지 않느냐고 하자 비벌리가 그녀가 잊었다고 하면서 누군가에게 나가서 좀 사오라고 말하라고, 얼음 없이 파티를 하기에는 너무 덥다고 하자 픽스는 자신이 얼음을 사오겠다고 했다. 도로 윗쪽에 마켓이 있었고 잠깐 나갔다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가 집을 나서자 그의 동생 탐 (Tom)이 함께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 에스콘디도 (Escondido)에서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는 탐은 아내 베티 (Betty)와 세 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두 형제는 아이들이 생기고 난 후에는 자주 만날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가족 모두 부모님 집에 모여 크리스마스에 미사를 드린 이후에 보지 못했고, 그 전엔 아마도 에린 (Erin)의 세례 때 에스콘디도에서 만났었을 것이다.

픽스는 마켓에 가기 위해 나설 때 시계를 보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찰들이 시간 측정에 특별한 재능이 있듯이 그 역시 자신들이 얼마 동안 나가 있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20여분, 정확히는 25분이었다. 그 시간은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는 충분히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돌아왔을 때 현관문이 열려져 있었고 야드에는 아무도 없었다. 탐은 차이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도 그럴 것이 소방관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었다. 만약 연기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므로. 집에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까보다 훨씬 조용했고 뭔가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픽스는 파티가 시작하기 전 라디오를 틀어 놓았었는데 지금 처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부엌으로 기어오지도 않았고 그들이 나간 것을 눈치챈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그들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은 열려진 부엌문이었다. 픽스의 파트너인 로머 (Lomer)가 그들을 기다렸다가 고개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기울이며 딱 제 시간에 왔다고 말했다.

그들이 집을 나서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자들만 있었던 아까와는 다르게 대부분이 남자들로 가득찬 부엌은 움직일 공간이 없었다. 비벌리의 엄마는 보이지 않았고 아기도 보이지 않았다. 비벌리는 싱크대에서 칼을 들고 오렌지를 자르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옆에서는 두 명의 엘에이 카운티 지방 검사인 딕 스펜서와 알버트 커즌스가 자켓을 벗고, 넥타이도 풀고, 셔츠를 팔꿈치까지 말아 올린 채 두 개의 쥬서기에 반으로 자른 오렌지를 넣고 돌리며 즙을 짜고 있었다. 그들의 이마에는 땀이 흘렀고 열려진 셔츠 칼라의 색깔이 점점 검게 변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그들의 도시의 안전이 오렌지 쥬스를 만드는 것에 달려 있다는 듯 열중하고 있었다.

보니가 딕의 안경을 벗기고 타올로 땀을 닦아 주었다. 능력있는 딕의 아내가 잔뜩 몰려 있는 군중들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임에도. 땀에서 벗어난 눈을 들어 픽스와 탐을 발견한 딕이 '얼음!'하고 외쳤다. 보니도 얼음이라고! 하고 외쳤다. 왜냐하면 날씨가 지옥불처럼 더웠으므로 얼음이라는 단어는 다른 어떤 것보다 더 반가운 말이었다.

얼음을 갖고 오기로 했던 보니가 얼른 픽스와 탐에게서 그것을 받아 오렌지 껍질이 쌓여 있는 싱크대에 갖다 놓자 비벌리가 제때 왔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오렌지 자르기를 멈추고 쥬스에 얼음을 넣고 커즌스가 가져온 진을 반 정도 넣고 마셨다. 마치 페이스를 조절하듯이. 그리고 그녀는 진을 반 정도 넣고 반은 오렌지 쥬스를 넣어 음료를 만든 다음 경찰들에게 전달했다. 아직 한 손에 봉지를 들고 있던 픽스는 그와 동생이 마켓에 다녀온 사이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버트 커즌스는 보니가 그에게 건네 준 음료를 길게 마셨다. 요즘 경찰에 매우 반해 있는 보니의 충성심은 두 지방 검사에게로 옮겼갔다. 하지만 커즌스는 고개를 남편에게 음료를 건네고 있는 비벌리 쪽으로 기울였다. 꼭 그녀와 커즌스 둘 사이에 통하는 코드가 있는 것 같았다. 픽스는 손에 컵을 들고 그 초대하지 않은 손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비벌리가 건배가 아닌 지시를 하듯 낮은 목소리로 건배, 라고 말했다. 픽스는 여전히 제기할 불평이 있었지만 종이컵을 들어올렸다.

그날 픽스를 긴장시켰던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날 커즌스는 아이가 잘 있는지 찾아 봐 달라는 픽스의 부탁으로 여기저기를 살피다가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있던 비벌리와 마주쳤다. 커즌스는 자초지총을 말했고, 그것을 들은 비벌리는 자고 있던 품안의 아이를 커즌스에게 건네 주다가 두 사람 사이에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 커즌스는 순간 찌릿한 감정을 느꼈는데, 그 감정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 픽스의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부엌에서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키팅을 부르는 비벌리를 처음 본 순간 그것을 느꼈다.

그날, 그는 비벌리의 동생이 딕에게 지나친 관심을 쏟았고 화가 난 딕의 아내가 그를 데리고 먼저 가버리는 바람에 그의 몫까지 쥬스를 짜야했다. 사실 그는 키팅의 아내가 자신에게도 관심을 주기를 기대하며 만약 필요하다면 LA 카운티에 있는 모든 오렌지를 다 주스로 만들 수도 있었다. 이 도시에서 그가 말을 해본 여인 중에 아마도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여인일 것이고, 분명 부엌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옆에 서 있는 것일 것이었다. 그녀의 미모가 가장 큰 요점이었지만, 그것 말고도 그녀가 그에게 오렌지를 건네 줄 때마다 손가락이 닿자 뭔가 찌르르 하는 게 있었다.

그는 유뷰녀에게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다가가는 것이 나쁜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당신이 그녀의 집에 있고 그녀의 남편 역시 집에 있으며 그녀의 남편이 경찰이고 그 파티는 그 경찰의 둘째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일 때는 더욱 더 말이다. 커즌스는 이걸 모두 알고 있었지만 좀 더 큰 힘이 움직이고 있다고 혼잣말을 했다. 그가 좀 전에 밖에서 만났던 가톨릭 신부가 분명 예사롭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뭔가가 예사롭지 않다는 말은 모든 것이 백지화 된다는 말만큼 좋은 말이었다. 커즌스는 컵을 집으려 왼손을 뻗으며 테레사가 전에 하던 식으로 오른팔을 돌리다가 멈췄다.

픽스 키팅이 정확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문간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픽스는 그에게 딕이 자신이 쥬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고, 커즌스는 당신이 주인인데 뒤에 박혀서 쥬스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픽스는 칼을 들며 커즌스에게 당신은 손님이라고, 밖에 나가 즐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커즌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한동안 둘은 아무 말없이 나란히 서서 쥬스를 뽑았다. 그러다가 키팅이 전에 두 사람이 한 사건 때문에 만난 일이 기억난다고 했다. 물론 커즌스는 그 사건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사실 커즌스는 다른 남자의 아내에 관한 백일몽 속에서 반쯤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는 처음엔 테레사와 비벌리가 만나 친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방에서 비벌리를 만난 그 순간, 두 사람이 만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다른 팔을 그녀의 허리에 놓고 그녀의 지퍼 라인에 대고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것은 진과 오렌지 쥬스의 마법이었다. 아이를 둘 사이에 두고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부엌에서 그녀의 손과 닿았을 때 그의 손가락에서 느껴졌던 불꽃이 그의 척추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낄 때까지. 그녀는 다른 손을 그의 허리 부분에 놓고 혀끝으로 그의 벌어진 이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잠시 후, 둘 사이에 안고 있던 아이가 움직이는 바람에 키스를 멈춰야 했고, 비벌리가 기저귀 가는 테이블에서 부드러운 수건을 갖고 와 그의 입술을 닦아 주며 립스틱, 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다시 몸을 기대며 그에게 키스를 했다. 커즌스가 당신은, 하며 뭐라고 말하려고 하자 그녀가 취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녀는 취해서 그런 것뿐이라고, 자신의 남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며 다시 웃었다.

그는 그때 깨달았다. 그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알았던 것을, 그녀가 부엌 문에 기대어 그녀의 남편을 부를 때부터 알았던 것을 말이다. 그것이 그의 새 삶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한편, 세월이 흐르고, 픽스는 키모테라피를 받기 위해 딸 프래니 (Franny)와 함께 UCLA 메디컬 센터에 왔다. 체온을 재고 피를 뽑고 몸무게를 재고 기본적인 과정이 끝나고 환자들이 비스듬히 누워 케미컬을 몸속으로 집어넣는 안락 의자들이 놓여 있는 커다란 방으로 갔다.

기본적인 처치를 하는 동안 픽스가 프래니에게 너의 엄마가 버트 (Albert)를 만난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프래니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질문이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버트 이전의 시간은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월리스를 너무 싫어해서 그녀가 두 사람을 소개시켜 주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픽스는 월리스가 비벌리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항상 자신들의 부엌에 앉아 자유와 자유 연애에 대해 말했다고, 비벌리는 자신만의 개성이 없는 사람이어서 그녀 옆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유 연애를 부르짖는 월리스 옆에서 그것이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하면서. 프래니가 그때가 60년대였었다고 모든 걸 월리스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 없다고 하자 픽스는 자신은 그러겠다고 했다.

월리스는 10년 전 대장암으로 죽었다. 그렇게 자유 연애와 자유를 부르짖었던 그녀는 대학 1학년 때 만나 결혼했던 래리 (Larry)와 죽을 때까지 함께였다. 래리는 그녀를 침대에서 씻기고, 약 갯수를 세고, 배변 주머니를 갈아 주며 그녀의 생이 점점 사그라드는 걸 진득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래리가 운영했던 안과 병원을 팔고 오레곤 (Oregon)으로 갔다.

월리스와 비벌리는 29살 때부터, 비벌리가 알버트 커즌스와 결혼하기 위해 버지니아 (Virginia)로 떠난 후부터 계속 나라의 반대편에서 그들의 우정을 유지했다. 그래서 월리스의 마지막 생을 위한 이사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들이 어디서 살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그들은 이사 후 더 가까워졌는데 월리스가 래리와 강아지들 외에 얘기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벌리가 세 번째 남편인 제이크 다인 (Jake Dine)과 결혼할 때 월리스는 신부의 기혼 들러리 대표를 하기 위해 오레곤에서 알링턴 (Arlington)으로 날아갔다. 그녀는 비벌리가 픽스와 결혼할 때에도 신부 들러리였었다. 하지만 버트와의 결혼식 때는 들러리를 서지 않았는데, 그것은 샬롯스빌 (Charlottesville) 교외에 있는 버트의 부모님 집에서 사적으로 친구들 없이 행해졌기 때문이었다.

프래니는 특정 환자에게 눈길이 머무르지 않게 조심하면서 방 안에 있는 다른 환자들을 훑어보았다. 픽스가 알비 (Albie)라는 커즌스의 아들과 계속 연락을 하냐고 묻자 프래니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알비에 관해 너무 많은 얘기를 했고, 이제 마치 거기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듯 그에 관해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

픽스가 버트의 안부를 물어서 잘 지내는 거 같다고 대답했다. 픽스가 그와 자주 연락하냐고 물어 패니는 아빠와 얘기하는 것만큼 자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픽스는 경쟁이 아니라고 했고 프래니는 그렇다고 말했다. 픽스가 그가 결혼했느냐고 물었고 프래니가 혼자라고 대답하자 세 번째 여자가 있었지 않느냐고 했다. 프래니는 잘 안 됐다고 말했다. 픽스가 세 번째 여자 이후에도 약혼자가 있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버트가 세 번째 이혼 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얘기 듣는 것에 지쳐하지 않았다. 프래니가 잠깐 있었다고 하자 픽스가 약혼자와도 잘 안 됐다는 말이냐고 하자 프래니가 그렇다고 했고, 픽스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픽스는 같은 질문을 한 달 전에도 했었고 한 달 후에도 또 할 것이다. 늙었고 병들어서 그들의 대화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척 하면서. 물론 그는 늙었고 아프지만 모든 걸 기억했다. 예전에 피의자를 찾으며 썼던 지략을 이용하여 계속 '증인'을 관찰하면서.

그의 담당 간호사가 약을 연결하고 나가자 픽스는 자신이 그곳에 있을 때 항상 생각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었고, 프래니는 버트, 라고 대답했다. 그가 정색을 하며 자신이 버트나 그의 방화광 아들에 대해 묻는 것은 대화라는 걸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그들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커즌스의 방화광 아들 알비는 예전에 학교를 불지르겠다고 해 잡혀갈 뻔 한 걸 비벌리의 부탁으로 픽스가 구해 준 적이 있었다.

프래니가 근래 누구를 생각해 왔느냐고 묻자 픽스는 그의 파트너였던 로머 (Lomer)라고 대답했다. 그가 넌 로머가 누군지 모르지? 라고 말했고 프래니는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그녀는 그 이야기나 그 비슷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가 오래 전에 얘기해 주었다.

픽스는 아마도 프래니가 그를 기억하지 못한 거라고, 그가 마지막으로 왔을 때 그녀가 그의 무릎 위에 앉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래니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고 저녁을 먹을 때조차도 그녀를 내려놓지 않았다고 했다. 프래니가 오기 전 로머의 최애는 캐롤라인이었다. 하지만 프래니의 등장으로 로머의 관심이 온통 그녀에게로 쏟아졌고 캐롤라인은 그걸 못견뎌 했다. 그녀는 로머와 프래니가 함께 있는 걸 보는 것조차도 싫어했다. 하지만 프래니의 기억은 달랐다. 캐롤라인이 무릎에 앉고 싶어 했던 사람은 그들의 아버지였다.

비벌리가 로머와 보니를 엮어주려고 했지만 픽스는 보니가 똑똑치 못하다고 반대했었고, 그걸 후회했다. 프래니가 그는 게이였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픽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게이든 아니든 그는 50살이 되기 전 죽었다.

프래니는 그에게 로머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픽스는 잠깐 가만히 있었다. 픽스는 프래니가 어린 시절 그렇게 좋아했던 로머를 처음엔 모른다고 했던 게 맘에 들지 않았다. 그는 딸들이 언젠가 로머와 같은 남자를 만나기를 원했지만 행운이 따르진 않았다. 픽스는 저녁식사 테이블에서 프래니를 안고 있던 로머와 저녁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외식을 하러 나갈 것 같은 복장을 하고 있던 비벌리와 함께 있었던 게 생각나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한 번의 전기 쇼크가 그의 식도를 타고 지나갔다. 그것은 마치 독약이 갑자기 그의 암 덩어리를 씻어 내려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프래니가 아빠, 하고 부르며 그녀의 손을 정확히, 아주 가벼이 그 장소의 흉골에 놓았다. 픽스는 고개를 흔들며 베개를 하나 더 갖다 달라고 말했다. 그녀가 돌아와 그의 등뒤에 그것을 넣어 주자 그는 로머에 대해 말을 시작했다. 어찌됐든 그녀는 자신을 보기 위해 시카고에서 그곳까지 와 주었으니 말이다.

1964년 8월 2일 밤, 로머는 범인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픽스는 그날 밤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해 보려고 애를 썼다. 이 방, 오늘, 그의 딸, LA, 올림픽로에서 약간 벗어난 그 집. 그는 뒷 문이 열려 있었고 앞 문은 잠겨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집이 어떤 집인지, 지금 아빠가 살고 있는, 산타 모니카 (Santa Monica)의 집을 말하는 거냐고 하자 픽스는 고개를 저으며 그날 밤 우리가 갔던 그 집 말이다, 로머가 총에 맞았던, 이라고 말했다. 프래니가 자신은 로머가 주유소에서 총에 맞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녀의 엄마가 그렇게 얘기했었다. 그리고 40년이 넘은 그 일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방과 후 셋이 차를 타고 오던 날이었다. 무엇 때문에 캐롤라인이 엄마와 싸움을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고, 또한 왜 그 싸움이 다른 때의 것보다 더 심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엄마로 하여금 로머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만들었다.

픽스가 프래니에게 맞다고 로머는 올림픽로에 있는 주유소에서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프래니는 의자에서 몸을 숙여 손으로 아버지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회색이었던 그의 머리는 지난 키모 후에 반짝이는 흰색으로 자랐다. 그녀는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로 알고 싶다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잠시 간호사가 와 대화가 끊겼다가 프래니가 다시 물었다. 그런 다음 무슨 일이 있었냐고. 이것이 어느 의사도 치료를 말하지 않던 때에 그녀의 아버지가 키모를 받게 할 합의였고, 이것들이 그녀가 듣게 될 이야기의 전부였다. 그녀와 캐롤라인이 번갈아 가며 LA로 날아오는 건 그들의 아버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가 갖고 떠날 이야기를 듣게 되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녀는 오늘 밤 아버지가 잠든 후 캐롤라인에게 전화해 로머에 관한 얘기를 해줄 것이다.

간호사가 물을 두 잔 들고 왔다. 픽스는 물을 원했지만 프래니는 괜찮다고 했는데 간호사는 두 잔을 들고 와서 한 잔을 프래니에게 건네 주며 실물을 보기 전까진 당신이 그것을 원하는지 생각치 못한다, 고 하며 세상 일이 다 그렇다고 말했다. 듣고 보니 그녀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물을 원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보니 물이 마시고 싶었다.

프래니가 다시 아버지를 재촉했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아버지가 파트너의 죽음 후 정신줄을 놔버렸다는 것, 로머를 죽인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 등을 얘기했다.

프래니가 그럼 로머를 죽인 사람이 누구였느냐고 묻자 픽스는 자신이 그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혀졌다고 했다. 프래니가 그러니까 누가 그랬는지 범인을 찾지 못했다는 거네요, 라고 말하자 픽스는 아무 말 없이 컵을 집어 물을 마셨다. 식도 때문에 힘들게 물을 마신 픽스는 아니라고 그들은 범인을 잡았다고 했다. 프래니가 하지만 아빠는 다른 사람을 지적했잖아요, 라고 하자 그는 경찰에게는 다른 사람을 지적했지만 배심원들에겐 다른 사람을 지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진범이 잡혔다고 했다. 그는 로머와 주유소 아르바이트 아이를 죽였고 그것을 목격한 자신을 죽이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 오면서 한편으론 그 일을 기억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잊고 싶었다고 했다.

비벌리는 로머가 죽은 뒤 2년을 더 픽스 곁에 머물렀다. 버트에게 같이 떠나겠다고 이미 약속을 했지만 말이다. 그녀가 그렇게 한 건 픽스에게 그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방과 후 돌아오던 차 안에서 심하게 다퉜던 그날 캐롤라인과 프래니에게 자신이 그들의 아버지를 그냥 떠났다고 생각치 말라고, 그녀는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고 말했다.

픽스는 점차적으로 머릿속에서 로머를 지우려고 했다고 했다. 오랫동안 그를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 날 그를 내려 놓았다고 했다. 더 이상 그의 꿈을 꾸지 않았고, 점심을 먹을 때마다 그가 뭘 원했었는지 생각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옆자리에 탄 동료를 바라보며 로머가 아니구나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게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것은 안도감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래니가 그런데 다시 그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묻자 픽스는 그렇다고, 전부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한편, 버트와 곧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될 비벌리가 캘리포니아에서 버지니아로 이사가기 전, 버트는 토랜스 (Torrance)에 있는 자신이 살던 집으로 와 테레사에게 같이 이사가는 걸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물론 자신들과 함께는 아니고, 라고 하면서.

테레사는 한때 그녀의 남편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는 노틀댐 (Nortre Dame)의 높은 구석에 걸터 앉아 있는 괴물 석상들 보다 더 악마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걸 말로 하진 않았지만 그의 말투가 바뀌었을 때 그 생각이 그녀의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그녀가 버지니아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LA로 온 것은 자기 때문이 아니냐고 그런데 왜 이젠 여기 머물러 있고 싶어 하느냐고 말했다. 아이들을 부모님 집으로 데려가 학교를 보내고 시간이 된다면 자신이 집을 찾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

테레사는 버트의 다리에 매달려 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에게 왜 자신이 버지니아로 가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그걸 그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그가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테레사는 양쪽 부모가 가까이 사는 게 아이들에게 더 나은 것 같아서? 아버지 없이 자라지 않는 게 아이들에게 더 나은 것 같아서? 라고 말하자 버트는 맙소사, 테레사, 당신이 버지니아 출신이잖아, 하와이로 가라고 제안하는 게 아니잖아, 당신의 가족이 전부 그곳에 있고 그곳에서 더 행복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말하는 거지, 라고 말했다. 테레사가 내 행복을 그렇게 생각해 주다니 참 감동스럽네, 라고 말했다.

버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그의 시간을 축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시간을 한 번도 고려해 준 적이 없었다. 그는 당신만 빼고 모든 사람이 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그자리에서 그대로 있겠다고 결정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고 말했다.

테레사는 커피를 두 잔 내려 한 잔을 버트에게 권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녀가 당신은 비벌리의 남편에게도 같이 가자고 권유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 그 사람도 자신의 딸들을 자주 보고 좋겠네, 라고 하면서. 그녀는 양쪽 다 아는 친구에게서 버트와 곧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될 사람이 버지니아로 가는 이유가 버트가 비벌리의 첫 남편이 그를 죽일 것이고, 그가 그것을 사고처럼 보이게 만들어 절대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두려워 해서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 비벌리의 첫 번째 남편이 경찰이고 몇몇 경찰은 그런 일에 능수능란하다는 것이었다.

이혼 후, 테레사는 LA 카운티 검사장의 사무실에 비서직 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어린 두 아이를 데이 케어에 보내고 좀 더 큰 아이 둘은 방과 후 프로그램에 등록시켰다. 검사장 사무실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은 버트의 긴 외도를 덮어준 것에 대해 테레사에게 약간의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을 했고 그가 떠나자 그녀에게 그 일을 제안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들은 그녀에게 야간 대학을 다녀 변호사 보조원이 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녀는 지치고 화가 나 있었지만 똑똑했다.

버트 커즌스는 부 지방 검사장으로 급여가 작았고 그래서 그는 그다지 많지 않은 위자료와 아이들 부양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부모님의 재산은 그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합의에 포함이 되지 않았다. 그는 여름 내내, 학기가 끝나고 다음 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자신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걸로 양육권 청원을 했고 받아 들여졌다. 테레사는 두 주만 허용하겠다고 열심히 싸웠지만 버트는 변호사였고 그의 친구들은 판사와 친구인 변호사들이었다. 그리고 그의 부모는 끝까지 가라고 그에게 많은 돈을 보내 주었다.

처음 몇년은 아이들이 어려 그들만 여행을 할 수가 없었다. 한 해는 비벌리의 엄마가 그들을 데려 갔고 다음 해엔 보니가 데려갔다. 보니는 테레사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분노하며 사과했다. 그녀는 원래 비벌리를 좋아했던 가톨릭 사제인 마이크 신부와 결혼했고, 그래서인지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모든 일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또 다른 해에는 월리스가 보호자 역할을 했다. 목소리가 큰 그녀는 아이들을 좋아했다.

아이들이 돌아올 때는 테레사의 사람들이 아이들과 동반했다. 한 해는 그녀의 엄마가, 다른 해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사촌이. 버트는 아이들과 6시간 동안 함께 비행할 용감한 사람에게는 누가 됐든 비행기표를 지불했다.

1971년, 아이들이 홀로 여행할 수 있게 되자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그들만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었다. 테레사는 공항에서 아이들에게 버트에게서 온 비행기 티켓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과 해 주어야할 것들을 모두 적은 편지를 아빠에게 전해 주라며 건네 주었다.

아이들은 모두 비행기 타는 걸 좋아했다. 그들은 엄마를 무척 좋아했지만 캘리포니아를 몹시 싫어했다. 또한 그들의 엄마가 때때로 우는 걸 싫어했다.

픽스는 캐롤라인과 프래니가 여름에 캘리포니아로 가면 한 주 동안 휴가를 냈고, 반면 버트는 아이들이 오면 비벌리에게 해야 할 일이 두 배로 늘었다고 말하며 갑자기 바빠졌다. 그는 부검사 생활은 너무 스트레스가 많다며 부동산 및 신탁법 사무실에서 일했다. 그의 아이들이 도착한 바로 그날에 딱 맞춰 사람들이 어떻게 새 유언장을 작성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는 비벌리를 공항에 혼자 보냈다. 공항에 갈 시간도 안 되고 저녁 식사 시간도 못 맞출 것 같다고 했다. 비벌리는 전에도 혼자 버트의 아이들을 픽업하기 위해 공항에 나간 적이 있었지만 사실 그녀는 공짜 티켓으로 그녀를 방문한 그녀의 엄마나 보니 또는 월리스를 픽업하러 나간 것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그들을 보는 건 언제나 즐거웠다. 그녀의 눈에 아이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혼자 앉아 있는 기분이 묘했다. 잠시 후 스튜어디스가 커즌스의 아이들 4 명을 데리고 나와 그녀의 사인을 받았다. 여자아이들은 실망스런 표정으로 그녀에게 마지못해 허그를 했고 남자 아이들은 알아 들을 수도 없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애들 4명 모두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공항은 재회하는 다른 가족들이 내는 기쁨의 소리로 시끄러웠지만 그녀의 경우는 예외였다.

짐을 기다리며 비벌리가 학교는 어땠느냐고 점수는 잘 받았느냐고 묻자 대답한 아이는 오로지 셋째 홀리 (Holly)뿐이었다. 그외에도 비벌리가 LA의 날씨, 비행기에서 뭘 먹었는지, 비행은 괜찮았는지 물었고 홀리만 대답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아이들의 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타고 온 승객의 짐이 다 나올 때까지도. 비벌리가 아마도 뭔가 착오가 있었는가 보다고 하며 보관증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홀리는 보관증이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짐을 하나도 갖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벌리가 뭐라고? 하고 되물었다. 홀리는 LA 공항에서 갖고 갈 짐이 없다는 것에 뭔가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그것이 아버지가 원하는 거라고 하면서 그녀를 안심시켰다. 아버지는 너희들이 모든 걸 새 것으로 갖기를 원한다고 하면서. 새 옷, 새 장난감. 아마도 아버지는 그걸 비벌리에게 말하는 걸 잊은 모양이었다. 홀리는 다시 한 번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아무 것도 가져 오지 않았다고. 비벌리는 속으로 버트를 욕하면서 뭐라고? 하고 다시 물었다.

그런 대답을 한 번 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지만 다시 하게 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홀리의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주근깨가 있는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우리는 아무 짐도 갖고 오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제 그녀는 아버지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아직 만나지 않았는데도. 더 나쁜 건, 그녀의 아버지는 다시 엄마에게 화를 낼 것이라는 것이었다.

비벌리는 빙빙 돌고 있는 짐들을 여기에서부터 저기 끝까지 바라보았다. 승객들과 그들을 마중 나온 사람들이 하나 둘씩 없어졌다. 그녀의 의붓 아이들 중 둘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세 번째는 울고 있으며 네 번째 아이는 자신이 매고 있는 가방의 비닐끈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누가봐도 어딘가 부족한 아이였다.

그녀는 그럼 왜 우리는 지난 30분 동안 이곳 짐 찾는 곳에 서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아직 그렇게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화가 나겠지만 지금은 그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홀리가 모른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옷자락을 끌어당겨 코를 닦으며 그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당신이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나는 우리가 짐이 있다고 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비벌리에게 매해 LA에서 돌아 오는 그녀의 딸들을 데리러 가는 공항으로의 두 번째 나들이는 앞서의 것보다 더 나빴다. 왜냐하면 항상 두 번째는 더 나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네 아이들을 집에, 처음엔 그녀의 엄마와 함께, 그 다음엔 보니와, 그 다음엔 월리스와, 그리고 이번엔 큰 아들 칼 (Cal)의 보호 하에 두고 듈즈 (Dulls) 공항으로 다시 갔다. 버트의 아이들이 전체 여름을 보내기 위해 동부로 왔지만 케롤라인과 프래니는 두 주의 짧은 여행을 위해 서부로 갔다가 돌아왔다. 일 주일은 픽스와 또 다른 일 주일은 그녀의 부모와 함께 보내기 위해서. 짧은 동안이었지만 그들에게 버지니아보다 캘리포니아가 더 좋다는 걸 느끼기에 충분했다.

비벌리는 무릎을 꿇으며 그들을 안았지만 아이들은 시쿤둥했다. 캐롤라인은 그녀의 아버지와 살기를 원했다. 그녀는 간청했고, 애원했지만 해가 갈수록 부정당했다. 캐롤라인의 엄마에 대한 증오는 비벌리가 딸을 안았을 때 그녀가 입고 있는 셔츠를 뚫고 뿜어져 나왔다. 반면 프래니는 가만히 서서 엄마의 포옹을 참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엄마를 미워하는 방법을 몰랐지만 공항에서 아버지를 떠나올 때마다 울면서 그걸 점점 알아가고 있었다. 비벌리는 아이들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캐롤라인이 몸을 빼자 다시 머리에 입을 맞추며 집에 돌아와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래니와 캐롤라인은 집에 돌아와 기쁘지 않았다. 전혀. 그것은 키팅가의 딸들이 이복 형제들과 재회하러 알링턴에 돌아오는 것이었고, 그것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를 의미했다. 홀리는 친하게 굴었다. 그녀는 프래니와 캐롤라인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방방 뛰며 박수를 쳤다. 홀리는 캐롤라인의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것은 LA로 가기 전 엄마가 캐롤라인에게 굿윌에 보낼 비닐 봉지 안에 넣으라고 한 바로 그 셔츠였다. 색깔도 다 날아가고 너무 작아졌다고 하면서. 홀리는 굿윌이 아니었는데.

캐롤라인과 프래니는 각자의 방을 갖고 있었지만 커즌즈의 아이들이 오면 사정이 달랐다. 좀 더 큰 캐롤라인의 방에서는 네 명의 여자아이들이, 좀 더 작은 프래니의 방에서는 남자 아이들 두 명이 지냈다. 그리고 공중전화 박스만한 화장실을 여섯 명이 공유했다.

집은 혼란스러웠다. 커즌스의 둘째 아들인 여섯 살짜리 알비는 '붐 치카 붐' 하면서 비벌리를 따라 다녔다. 그것은 스트립 클럽에서 들음직한 성적인 소리였다. 그녀가 걷는 걸 멈추면 그 소리도 멈췄다. 그녀는 그를 무시하려고 했지만 가능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가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렀을 때 그는 그녀를 쳐다만 볼 뿐이었다. 그녀가 가뿐 숨을 진정시키며 진심이라고, 멈추라고 했다. 그녀는 이성적이고 부모같은 톤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돌아서서 걸었을 때 작은 소리고 '붐 치카 붐'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벌리는 그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죽일 생각이. 그녀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가 문을 닫어 걸고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복도에서부터 테니스 공을 치는 소리와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문틀에 서서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그녀의 침대에 앉아 테니스 경기를 보고 있는 칼에게 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칼은 꼼짝도 안 했다. 스크린에 눈길을 고정한 채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버트는 아이들이 TV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테레사가 아이들에게 그걸 허용한 것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의 집에는 TV가 한 대밖에 없었고 그것은 그들의 방에 있었던 것이다.

비벌리가 밖으로 나오자 알비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입으로는 또 붐 치카 붐 하면서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의 엄마가 그걸 가르쳤을까? 분명 누군가가 가르쳤을 것이었다. 여섯 살짜리가 스트립 클럽을 다니지는 않을 거 아닌가 말이다. 비벌리가 여자 아이들 방으로 가자 그곳에는 홀리가 책을 읽고 있었다.

책에 대한 얘기를 쏟아내는 홀리를 뒤로 하고 나온 비벌리는 지금은 남자 아이들이 쓰고 있는 프래니의 방으로 갔지만 양말과 속옷 그리고 감지 않은 머리에서 나는 냄새가 살며시 풍겨나왔다. 부엌에서는 캐롤라인이 아버지에게 우편으로 보낼 거라며 브라우니를 만든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비벌리가 너의 아버지는 넛이 들어간 브라우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자 캐롤라인은 엄마랑 살 때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 않느냐고 하면서 아빠는 지금은 모든 것에 넛이 들어간 걸 즐긴다고 말했다.

알비는 다이닝 룸에 있었고, 부엌 문을 통해 그가 내는 그 소리가 들려왔다. 프래니는 거실에서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의 발을 커즌스의 막내 지넷 (Jeannettee)이 입혀 놓은 인형옷에서 빼내며 조용히 그녀의 엄마는 지금 이 순간까지 인생에서 했던 모든 것들이 실수였다고 말하며 울었다.

비벌리는 아무 데도 갈 데가 없었고, 그들을 벗어나 갈 데가 없었다. 심지어는 리넨을 넣어 두는 벽장에도. 지넷이 고양이를 뺏긴 후 그곳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비벌리는 차 열쇠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문을 닫자마자 한여름의 열기가 그녀의 폐로 들어와 숨쉬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키팅과 딸들과 함께 살았던 다우니 (Downey) 에 있던 집의 뒷쪽 패디오를 생각했다. 오후가 되면 그곳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지냈는지를. 픽스는 재산 분할과 아이들 양육비 때문에 그것을 팔았다. 왜 그집을 팔게 했을까. 버지니아에서는 모기 때문에 밖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모기에 알러지가 있었다.

캘리포니아 공립 학교가 버지니아보다 학기가 약간 더 길기 때문에 비벌리와 버트는 닷새 정도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다이닝 룸 카펫 위에서 격렬히 사랑을 나누었다. 버지니아로 온 후 비벌리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이 빠져 불편했다. 그녀의 등뒤가 따가웠지만 섹스는 대담했고 열정적이었다. 섹스가 끝난 후 둘은 천장을 바라보며 누웠다. 버트는 그녀에게 실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삶에서 일어났던 모든 것은 정확히 일어날 그대로 일어난 것이므로 그들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벌리가 당신은 정말 그걸 믿느냐고 묻자 버트는 우리는 마법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밤 버트는 비벌리의 등에 연고를 잔뜻 발라 주었다. 그녀는 엎드려 잤다. 그것이 그들의 여름 휴가였다.

한편, 키팅 아이들과 커즌스 아이들에게는 몹시 놀랄만한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서로 싫어하지도 또 종족에 대한 어떤 충성심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커즌스는 커즌스들을 좋아하지 않았고 키팅의 두 아이들은 서로가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네 여자 아이들은 한 방에서 같이 지내야 하는 것에 화를 냈지만 서로를 비난하진 않았다. 항상 모든 것에 화가 난 두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이 많은 것에 대해 별 개의치 않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섯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근본적인 미움은 바로 부모에 대한 거였다. 그들은 부모를 싫어했다. 이것 때문에 힘들어 한 사람은 프래니뿐이었다. 그녀는 항상 엄마를 사랑했으므로. 그녀와 엄마는 아주 가까웠다. 프래니는 자신이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딸이라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달랐다. 여섯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한 엄마는 다들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거기엔 프래니도 포함되었다. 아이스크림도, 수박도 다 밖에서 먹으라고 했다. 엄마는 언제부터 식탁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걸 좋아하지 않게 되었을까.

커즌스의 네 아이들은 고통스런 여름을 보내는 것에 대해 비벌리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버지를 원망했고, 그가 주변에 있으면 그렇다고 그의 면전에 대고 말했다. 칼과 홀리는 비벌리의 행동이 용서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어떤 내색도 없었지만 캐롤라인과 프래니는 몸서리를 쳤다. 그들의 엄마는 아이들을 부엌에 나이순대로 서서 접시를 들고 스토브로 받으러 오게 했다. 음식을 접시에 담아 테이블 위에 놓아 두는 대신에 말이다. 여름이면 그들은 문명화된 세상과 동떨어진 <올리버 트위스트> (Oliver Twist)에 나오는 초기 고아원 장면을 연출했다.

7월의 어느 목요일 저녁, 버트가 거실에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아 놓고 아침에 호수로 갈 예정이라고 알렸다. 다음 날 휴가를 냈고 호텔에 방 세 개를 빌렸다고 했다. 일요일 아침엔 샬롯스빌에 있는 그의 부모를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 올 거라고 말했다. 그는 휴가라고, 모든 게 준비됐다고 했다.

아이들은 눈을 깜박거리며 다른 날과 같지 않을 그날을 생각했고, 비벌리는 버트가 그것에 대해 자신에게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눈을 깜박거렸다. 아이들은 비벌리가 버트의 눈을 마주보려고 했지만 버트가 계속 피하는 걸 보았다.

다음 날 아침, 버트가 아이들에게 차에 타라고 했지만 그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도 알비와 같이 앉기를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알비는 엑싯이 보일 때마다 우리가 나가는 데냐고 물으며 옆 사람을 귀찮게 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차에 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버트가 나와 모두 차에 타라고 했다. 작은 캔버스 가방 하나만 들고 나온 버트는 칼에게 알비와 같이 앉으라고 말했다. 칼이 지난 번에 자기가 알비와 같이 탔었다고 말했다. 지난 번에? 지난 번 여행 때? 그들은 여행을 한 적이 없었다.

버트가 가방을 뒤에 넣으며 이번에도 같이 타라고 말했다. 칼은 주변을 살폈다. 여자 형제들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괴롭히고 있는 알비가 보였고, 네 명의 누이들에게는 친누이든 의붓 누이든 이걸 맡길 수 없었다. 그러다 그의 눈길이 비벌리에게 향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그녀가 알비와 함께 앉아서 가라고 하라고, 저 뒷 자리에 앉아서 가게 하라고 말했다. 버트가 칼의 뺨을 때렸다.

칼은 비틀거리며 학교에서 맞은 것보다 이번이 훨씬 덜 강한 펀치였다고 생각했지만 비벌리의 얼굴에서 별로 요동이 없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펀치였다. 칼은 찰나에 버트가 누구 편인지 비벌리가 알지 못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버트는 모든 헛소리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하며 모두 차에 타라고 말했다.

호수가 있는 도시에 도착해 호텔에서 쉬고 다음 날 아침 비벌리와 버트는 늦잠을 잔다며 아이들에게 카페에 가서 아침을 먹으라고 하면서 깨우지 말라는 쪽지를 방문 밑으로 밀어 넣었다. 여자 아이들이 칼을 깨워 함께 카페로 갔다. 캐롤라인은 저 두 사람은 늦게 일어나 다시 낮잠을 자야한다고 말할 거라며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칼이 그럼 뭘 할 거냐고 묻자 그녀는 호수를 보러 왔으니 호수를 보러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지넷이 가자고 말했다. 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번이 기회라고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그들은 계산대에서 점심으로 여섯 팩짜리 콜라와 12개의 캔디 바를 샀다. 홀리가 웨이트리스에게 호수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다. 웨이트리스는 98번을 타면 2마일이 조금 못되게 걸린다고 말했다. 홀리가 걸어서는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자 웨이트리스는 아이들을 잠깐 살펴 보았다. 그녀가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보며 부모님은 어디 있느냐고 묻자 캐롤라인이 채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아빠와 엄마가 우리 모두 걸어서 가자고 했다며 모험이 될 거라고 했다고, 우리는 가는 방향을 알고 싶은 거라고 말했다.

다른 아이들은 그녀의 능수능란한 거짓말에 활짝 웃었다. 웨이트리스는 종이 깔개를 꺼내 뒤집은 다음 걸어가려면 지름길이 있다고 말하며 안내도를 그려 주었다. 주차장에서 칼이 그들이 타고 온 차 옆에서 서성이자 캐롤라인이 네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안다며 가서 옷걸이를 가져 오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주말 아버지가 작은 아버지의 차를 그걸로 여는 걸 본 대로 시도해 보았는데 차문이 열렸다. 칼은 글로브 박스에서 권총 한 자루와 아직 봉인이 붙어 있는 1/5 정도 남은 진을 한 병 꺼냈다.

한편, 시간이 흐르고, 프래니는 로스쿨을 다니다 세 번째 학기 시작할 무렵 학교를 그만 두고 바에서 웨이트리스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바의 문을 닫고 들어가야 하던 날,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그녀가 좋아하는 유명 작가인 리온 포센 (Leon Posen)을 만나 사귀게 된다. 그는 프래니에게서 들은 그녀의 가족사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그걸 소재로 삼아 책을 써 크게 히트하고, 그것은 그들 각자의 바탕에 깔려 있는 상실, 죄의식 등등의 감정들을 들여다 보게 만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