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Jane Eyre
By
Sheila Kohler
1846, 맨체스터 (Manchester).
그는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에 잠에서 깼다. 어둠을 뚫고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는 가만히 누워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의 귀는 날개가 되어 잠깐 움추렸다가 길게 펴 그를 멀리 데리고 갔다. 그는 세상을 소리로만 알 수 있었다.
이 큰 산업 도시의 외곽에 있는 조용한 거리의 소리들 조차도 그에게는 낯설었다. 사각거리는 소리 외에는,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간간히 외치는 소리, 마차 바퀴의 우르렁거리는 소리, 도시에서 사는 새의 울음소리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언덕위 집에서 들을 수 있는 거친 소리들이 그리웠다. 황야 지대 너머로 부는 낮고 날카로운 바람소리, 개짖는 소리, 까마귀의 울음소리, 그리고 그의 교회의 종소리가. 지금 그가 있는 곳에서는 시간마다 울리는 교회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만의 세상의 광경이 그리웠다. 외로이 나 있는 긴 언덕 길, 새끼들을 위해 음식을 찾아 푸른 공기를 거칠게 곤두박질치는 환희에 찬 독수리. 하지만 지금 그는 상처입은 날개를 가진 한 마리의 새였다. 영원히 끝나지 않은 지옥으로 던져졌나? 밀턴 (Milton)의 『실락원』 (Paradise Lost) 에 나오는 바로 그곳에? 어렸을 적에 암송했던 구절들이 지금 너무 익숙하게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그는 그 시의 열기가 느껴졌다.
이른 아침일까? 얼마 동안 이곳에 누워 있었을까? 이 무력감, 이 속수무책, 이 지속되는 어둠은 견디기 힘들었다. 신이시여, 도와 주소서!
일생 동안 그는 위를 향해 성큼성큼 걸었다. 지식과 직위, 그리고 특별함을 얻기 위해, 희망과 변하지 않는 목적 그리고 신의 군대로부터의 신념을 가지고. 마음 속에 자신이 구원을 가져오리라는 믿음을 갖고 그의 앞에 있는 죄인들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신의 말을 배너처럼 앞세우며 나아갔다. 그는 제멋대로 구는 프랑스로부터 영국을 지키기 위해 한 사람의 젊은이로서 어떻게 캠프리지 (Cambridge)에 있는 의용군에 가입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예순 아홉 먹은 그의 뼈를 소파에 묶어 놓았다. 그들은 그의 눈을 가시관 같은 것으로 찔렀다. 그는 눈은 보이지 않고 입만 산 사람이 되어 버렸다. 얼마나 더 오래 이 늦여름 어둠의 침묵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누워 있어야 한단 말인가? 쓱쓱거리는 연필 소리만이 귀에 들리는 이곳에서 말이다. 그의 몸뚱아리를 덮고 있는 얇은 천이 무겁게 느껴졌다. 뜨겁고 건조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춥고 또 추웠다.
그들은 그 잔인한 짓이 끝났을 때 쇠꼬챙이로 그의 눈을 열었다. 그들 중 두 명이 그에게 그것을 들이밀 때 싸워야 마땅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고 신의 손길 안에서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연약한 그곳에 칼이 들어오는 것을, 방안의 모든 소리를 그리고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존재, 그에게 위안이 되는 그 사람을 고통스럽게 의식하며. 그 존재, 바로 샬롯 (Charlotte)을.
한편, 샬롯은 아버지의 곁에 있는 대리석 벽난로 선반 근처의 낮은 의자에 앉아 이른 아침의 침묵과 어둑함 속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는 아버지의 방이 그녀의 방으로 연결되어 접근이 용이하였고, 그녀가 쉴 수 있는 작은 거실도 있었다. 3층에 거주하는 20대 말 혹은 30대 초반인 듯한 붉은 머리 간호사는 신경쓰이게 거들먹거리기는 했지만 능숙했다. 의사는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도움이 되었다. 크진 않았지만 그들의 방은 안락했다. 그녀는 무릎에 글쓰기 책상을 얹고 페이지를 밝히기 위해 옆에 작은 촛불을 두었다.
의사는 빛의 차단과 완벽한 침묵을 명했다. 이 숙소의 낯설음, 칙칙한 공기, 뜨거운 어둠, 그리고 그녀 곁에 있는 신음하는 존재 등이 그녀를 떨게 만들었다.
잠시 후, 옆방에서 뭔가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소음을 냈던 무뚝뚝한 얼굴을 가진 간호사가 남색 유니폼을 입고 둥글고 흰 캡을 쓰고 방으로 들어왔다. 샬롯은 그녀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간호사에게 인사를 했다. 간호사의 존재는 샬롯이 신경쓰고 싶지 않은 침입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곁에서 홀로 그의 숨소리를 듣는 게 더 좋았다. 멀리, 신을 두려워하는 그는 크리스천으로서의 의무와 크고 가난한 그의 교구에 대한 걱정, 그리고 그의 외아들 등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는 지금처럼 그와 단둘이 있어본 적이 없었다.
간호사가 그녀의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그녀는 치통이 있고, 잠을 못잤다고 대답했다. 간호사는 큰소리로 소리를 꽥 지르며 걸으라고 말했다. 샬롯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이렇게 매력없고 숨막히는 듯한 거리를 걷고 싶지 않았다.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이 걸었던가! 그녀는 아이였을 적에 황무지의 기쁨과 자유, 좁고 답답한 집과 어른들의 억압적인 존재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그곳을 종횡무진 날라다녔다. 그녀는 필요에 의해, 운동을 하려고, 또한 기뻐서, 그리고 그녀 주변의 자연의 아름다움 때문에 걸었다. 그녀는 피곤할 때까지 걸었다. 이곳에서는 이른 아침 홀로 그녀의 아버지와 있는 시간이 더 좋았다. 간호사가 부산을 떨며 방으로 들어 오기 전, 상상의 세계로 피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이곳에서 그녀는 눈은 그에게 고정되어 있지만 마음은 가고 싶은 곳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었다.
그녀는 글을 쓰고 선을 그어 지우다가 시선을 들어 사방을 둘러 보았다. 모든 것이 그녀에겐 아주 고요했다. 놀랍게도 어두운 방에서 그녀는소소한 것들을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와 단둘이 있는 것, 그의 눈과 손 그리고 그의 목소리까지, 그의 삶과 연결된 그것들이 이 선명함을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회상의 순간으로 들어갔다. 상상과 기억 사이의 경계를 정하는 게 어려웠다. 그녀는 이 어둡고 조용한 공간에서 이미지를 상상하며 그녀에게 다가오는 걸 받아들였다. 방에 있는 모든 작은 물체들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녀는 이행의 순간에 있었다.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표시를 찾으며.
그녀는 아버지와 단둘이 그곳에 오게 된 것이 기뻤다. 집에 있는 남동생과 두 여동생을 떠나는 게 주저되긴 했지만. 거긴 무슨 일이 있을 것인가? 그녀의 여동생들은 새 책을 쓰기 위한 시간과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여름 내내, 그녀가 맨체스터에 오긴 전, 그들은 책상을 정원으로 옮겨 체리 나무 그늘에서 글을 썼다. 그녀의 남동생은 무슨 나쁜 짓을 할 것인가? 그녀는 그가 서재에 앉아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으며 빈 병을 앞에 놓고 그를 계속 따라다니는 고통이라는 여인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그것을 자신의 아내라고 불렀다.
갑자기 아버지의 몸을 따라 큰 요동이 있었다. 그녀가 왜 그러느냐고 물으며 요동치는 그의 심장에 손을 갖다 댔다. 그녀는 한 번도 그를 이렇게 바라본 적도, 밝지 않은 불빛에서 자유롭게 만져 본 적도 없었다. 그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 긴 세월이 지난 후 그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게 무엇이며 그녀는 그에 대해 아는 게 무엇인가? 그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녀에게 털어 놓을 비밀은 무엇일까? 그녀는 그것들을 듣기 원하는가? 그는 그의 결혼, 그의 부모, 그의 신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그는 그녀의 엄마를 사랑해서 택했을까 아니면 일년에 50 파운드를 받는 사회에서의 고위직 때문이었을까? 그는 그녀가 교회에서의 그의 일을 돕기 원했을까? 그는 그녀가 자신을 승진시켜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의 종교는 단순히 사회적으로 위로 올라가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하지만 그는 그저 반복적으로 물을 요구했다. 그는 항상 목마른 사람이었다. 그는 지역 금주 동맹 회장이었지만 그가 의학적 용도 외에 알코올을 소비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컵에 물을 붓고, 의자에 앉아 연필과 네모난 공책을 다시 집었다. 마치 그녀를 그와 묶듯이.
설날 다음 날, 브뤼셀 (Brussels)에서 집으로 돌아온 샬롯은 아버지가 너무나 무력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좋아했던 밀턴처럼 눈이 먼 그는 눈이 내린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환한 빛이 그의 눈을 아프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무력감에 대한 참을 수 없음뿐만 아니라 동정과 공포로 가득찬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좁은 계단을 지나 교구민을 방문하러 가고 책을 읽고 쓰고, 또 보는 걸 도울 수밖에 없었다. 그를 위해 그녀에게 익숙한 풍경과 들판, 하늘 그리고 눈 등을 묘사하면서. 그는 고마워하면서 지금까지 보다 훨씬 더 그녀에게 집중했고, 그녀의 도움과 사랑을 받아들였으며, 그녀의 말에 잘 따랐다.
저녁마다 함께 앉아 있을 때 그녀는 수술로 그의 시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겨울과 봄 내내 그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변명을 찾으며 수술을 질질 끌었다. 마침내 샬롯은 아버지를 설득해 그것을 하게 만들었다. 현명한 일이었을까? 이기적이었나 아니면 그저 의무적이었을까? 그녀의 동기는 복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흰 가운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그의 곁에 서 있는 걸 보고 마음이 놓였다. 그들은 어린 시절 막내 여동생의 침대맡에 서 있었던 환상의 천사들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곳에 있는 그들은 그와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손을 아버지의 어깨에 올리고 그를 꼼짝 못하게 하면서. 수술용 칼이 번쩍 빛났다. 그녀는 숨을 멈췄다. 의사가 각막에 칼을 대는 걸 보면서 그녀는 무섭지만 매료된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보았고 입에서 신음 소리가 나오는 걸 들었다. 그후, 그녀는 보조원의 도움을 받아 그곳에서 나왔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공짜 집과 연봉을 제공받는 아버지없이 그들 모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집과 음식을 제공하고 그들을 보호했던 것이 바로 아버지였다. 그들은 온전히 그에게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없이는 그들 모두 다시 떨어져 살아야 하고 그들 모두 싫어하고 혹독하게 실패했던 직업을 갖고 스스로의 빵을 얻기 위해 흩어져야 했다. 가르치는 일, 과외하는 일, 그의 남동생의 경우 철도 회사에서 사무원으로 일했다. 그들의 생계, 그들 머리 위의 지붕, 그들의 사랑스런 사제관, 그가 죽으면 이 모든 것이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지속적인 임기는 사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한해서 유지되는 것이므로.
그녀가 새로운 책을 써서 모두를 지독한 가난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작품인 『교수』 (Professor)가 막 거절당했는데? 그녀는 그것이 빼어나지 않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각 페이지에 그녀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각 등장인물 자체였다. 그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았다. 이 어둡고 고요한 방에서 그녀는 이제 무엇에 관해 쓰고 있는가?
그녀는 밴드를 붙이고 있는 아버지의 친숙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높은 광대, 그녀가 물려 받은 날카로운 코. 그것은 여자 보다는 남자에게 더 어울리는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단호한 입과 튀어 나온 뺨, 거기에 있는 가늘고 끊긴 힘줄도 보았다. 그녀가 하는 말들이 그에게 위로가 되고 활기를 되찾게 하는 것 같았다. 앞이 안 보이는 채로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이마에는 즐거움이 드리워졌다.
그녀가 그의 뻣뻣하게 곤두선 머리를 빗질하자 놀랍고 기대치 못한 것이였는지 그가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 순간 억제된 득의와 자기 이해의 속삭임을 느꼈다. 그의 활동이 줄어든 상태에서 자신이 그에게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지금, 그를 훨씬 더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왼쪽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것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 난 깊은 주름을 따라 흘러 내렸다. 그녀는 공책에 그의 얼굴을 대충 그렸다.
한편, 그는 얼굴에 거미줄같은 작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느꼈다. 그는 그것들을 냄새맡았다. 그의 아내가 죽은 이래 그를 그렇게 만진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그의 독신 생활의 괴로움을 거의 잊게 만들었다. 그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그의 아내의 작고 정갈했던 형체와 그녀에게서 풍기던 버베나 향을 상기했다. 그는 꿈속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마리아 (Maria), 당신이냐고 물으며 그녀의 치마와 가느다란 허리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라고 애원했던 그의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졌다. 그녀는 일생 동안 아주 균형잡힌 삶을 잘 살았다. 아주 양식있고, 경건했으며,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며. 마지막에 그녀의 성스런 삶을 시기한 것이 분명한 사탄이 그녀에게로 와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구겨진 잠옷을 입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그에게 손을 뻗어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그녀는 당신의 그 빌어먹을 신은 지금 어디 있느냐고, 그는 어디 있느냐고 소리쳤다. 고통이 그녀를 잡아 먹고 있는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이제, 처음으로, 그는 그녀가 누워서 죽어 가는 그 7개월 동안 어떻게 느꼈을지를 이해했다. 그 당시, 그는 그런 아내에게 신성모독은 대단히 심각한 죄라고 심판의 날이 다가올 것을 생각하라고 경고했을 뿐이었다. 그는 그녀가 도와줘요! 당신의 말은 도움이 되지 않아요! 라고 울부짖던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했다. 그는 같은 말을 그의 딸에게 울부짖고 싶었다. 그의 곁에 앉아서 연필을 긁어대고 있는 딸에게.
그는 아이들을 아내가 누워 있는 방으로 데려 갔었다. 아내가 아이들을 품에 안으면 좀 안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녀는 마치 그가 상처를 주었다는 듯 울부짖었다. 나이든 하녀만이 그녀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특히 점점 양이 늘어나고 있는 아편을 갖고 가면 그녀는 그걸 달라고 소리치며 이게 당신의 신보다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른 오후에 간호사가 저녁을 먹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나면 샬롯은 아버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기 위해 방문을 열어 놓고 누워서 쉬었다. 그녀는 어둑한 빛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누워 있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분명 술을 마시거나 약에 취해 인사불성이거나 발작을 일으키고 있을 그들의 짐같은 남동생과 함께 있는 여동생들을 생각했다.
그녀는 거절 편지를 호주머니에서 꺼내 퉁명스러운 단어들을 다시 읽었다. 그녀의 소설 『교수』는 두 여동생들이 쓴 첫 번째 소설들과 함께 되돌아 왔다. 그들은 여성으로서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큐러 (Currer), 엘리스 (Ellis), 그리고 액튼 벨 (Acton Bell)이라는 필명을 썼다. 그녀는 이 세 배의 거절이 그녀의 여동생들의 작품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에밀리의 작품이 너무 어두침침한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에밀리는 그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애니의 작품은 분명 정직하긴 했지만 편집자의 관심을 끌만한 물리력이 부족했다.
그 편지는 수술 당일 날 배달되었고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감정이 강해지고 뾰족해졌다. 죽음만이 빠져 나갈 방도인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난관을 겪는 걸 보면서 그 생각은 마음에서 지워졌다.
샬롯은 잠결에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흰 잠옷을 입고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나뭇잎 같은 그림자들을 보았다. 그는 잿빛이었고 차가웠다. 그는 손을 가슴에 모으고 누워 있는 돌로 만든 기사 같았다. 그녀는 아버지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죽는 것이 아닌가 두려웠다. 그녀는 촛불을 들고 가까이 갔다. 그의 숨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촛불이 깜박거리는 걸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젊은 처녀가 곁에 누운 후에야 몸에 온기가 돌아온 성경 속의 늙은 왕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녀는 가만히 그의 곁에 누웠다. 그리고 손을 그의 머리 위로 뻗고 그에게 기대어 그의 조용한 숨소리를 들었다.
한편, 그날 밤 샬롯은 자신의 교수인 Monsieur H. 꿈을 꾸었다. 그녀는 흰색 소파에 앉아 그의 아내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생각은 생생했다. 그는 장기 항해 중이었다. 그녀는 숯이 많은 검은 머리, 까만 눈동자, 탄탄한 신체, 넓은 어깨, 그리고 단단한 다리를 마음 속에 그렸다. 그는 품위 있게 보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느슨한 낡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창백하고 이 긴 그의 부재에 분명 기분이 좋지 않는 그의 아내에게 남편은 바꿀 수 있지만 아버지는 안 된다고 말했고, 슬픔에 겨워 입구에 서 있는 작고 여리여리한 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딱 샬롯 자신 같았다. 그녀는 오래된 슬픔이 다시 돌아와 울면서 잠에서 깼다.
그리움, 욕정, 그리고 질투에 반쯤 미쳐, 학교로 돌아가기를 주저하며 얼마나 브뤼셀의 축축한 거리를 터덜터덜 걸었던가. 그녀는 어두운 생각들로부터 벗어나려고 어둡고 비내리는 그곳에 한참 서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스승이며 그녀의 아버지와 남동생을 대신해 그녀의 재능을 첫 번째로 발견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던 사랑하는 친구를 잊기 위해 걸었다. 얼마나 그의 편지를 기다렸던가!
한편, 브뤼셀에 도착한 지치고 배고팠던 그날 밤, 에밀리와 그녀가 먼저 만난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 그들이 램프 불빛에 반짝이는 어두운 자갈길을 걸어 초록색 대문집에 도착했을 때 몸집이 작고 등이 굽은 여인이 문을 열어 주었다. 그녀는 그들을 즉시 환한 거실로 데려 갔다. Madame H.는 Madame Parent라고 불리는 그녀의 엄마와 함께 있었는데, 옛날 식의 드레스를 입은 Madame Parent의 자매가 그녀 곁에 가까이 앉아 있었다. 빵굽는 냄새와 스튜가 끓는 맛있는 냄새가 부엌에서 풍겨져 나왔다. 그곳은 낡고 어두운 말총 소파가 있는 집과 전혀 달랐다.
식사를 하는 동안 Madame Parent가 재미있는 얘기로 그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샬롯은 검은 머리와 우아한 Madame H. 역시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30대 말로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고, 그녀의 레이스 칼라는 완벽하게 평평했다. 이런 친절한 여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Monsieur H. 는 무례하고 성마른 사람이었다. 그는 여인들과의 평화롭고 가족적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유일한 흠일 정도로 갑자기 들어왔다 나갔다. 그는 담배 연기에 싸여 집으로 들어왔다. 분명 뭔가를 잊었거나 기분이 나빠보였다. 샬롯은 그가 뭐라고 중얼거리고 씩씩거리며 책상 뚜껑을 열고 안을 뒤지는 걸 보았는데, 그녀가 읽었던 어떤 만화책에 나오는 인물과 비슷했다.
Madame H. 가 열려진 살롱의 유리문을 통해 그를 콘스탄틴 (Constantin), 하고 불렀다. 그녀는 새로운 학생들이 왔다며 샬롯과 에밀리를 그에게 소개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엄한 눈길로 그녀를 쓱 보더니 마지못해 거실로 걸어왔다.
이 작고 가외인, 안경을 쓴 남자가 들어오자 공기가 달라졌다. 그의 검은 머리는 짧게 잘려 있었고, 그의 눈썹은 넓고 약간 누런 색을 띠고 있었으며 그의 콧구멍은 넓게 벌어져 떨리고 있었다. 샬롯은 그가 딱정벌레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그는 철없는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샬롯은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듯한 Madame H. 가 가여웠다. 물론 둘은 모두 40대였다. 그는 자신의 새 학생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넬 정도의 시간도 없는 모양이었다.
Madame H. 가 두 사람에게 기숙사를 보여 주기 위해 일어섰다. 방들을 지나쳐 가면서 샬롯은 커다란 학교 건물에 감탄했다. 그녀는 반침에 있는 성모 마리아의 형상 앞에서 등불을 발아래에 두고 잠시 기도를 했다. 신이 내게 이곳에 살면서 내 일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셨노라고.
다음 날 아침, 창문 너머로 도시 한중간에 있는 조용하고 고요한 안식처 같은 잘 가꾸어진 정원을 보았는데, 그곳은 샬롯이 다른 어느 곳보다 사랑하는 곳이 되었다. 그녀는 이른 봄날 아침이나 조용한 저녁에 새소리를 들으며 그곳을 산책하는 걸 좋아했다. 그것은 어린시절의 상상 속의 나라인 앵그리아 (Angria)를 생각나게 했고, 그녀의 남동생을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런 보호되고 있는 정원에서 그와 같이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2월의 얼마 되지 않은 날들 동안, 시작부터 그녀는 Madame H. 가 질서정연하지만 관대하게 그녀의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에 감탄했다. 젊은 여학생들은 굶주리거나 혹사당하는 일이 없었고, 의무적으로 젖은 부츠를 신고 교회로 걸어 가게 하지도 않았다. 수업 시간도 적절했다. 아침 9시에 시작해 정오까지 그리고 오후에 다시 2시부터 4시까지였다. 첫 날 저녁에 그들이 먹었던 훌륭한 식사는 무엇이 나올 것인지에 대한 샘플이었다. 운동 역시 제공되었다. 정원에서의 신선한 공기 마시기.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 (Mens sana in corpore sano)이라고 했던가. 아니,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커다랗고 햇빛이 잘드는 강의실에서 그를 보았다. 그는 아내의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쳤으며 또한 옆 학교에서 남학생들을 위해서도 강의했다. 강의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는 변모한 것 같았다. 검은 딱정벌레에서 아주 희귀한 흑조로 말이다.
그는 분명하게 달라지고 탁트인 분위기로 날개를 쫙 펴고 빠르게 항해했다. 그는 밝은 공기 사이로 그의 손을 세차게 움직이며 빠르게 얘기했다. 마치 긴급한 사정이 있는 듯이. 그가 단상 위에 올라 가자 그녀는 그의 넓은 가슴, 튼튼한 다리, 미소짓고 있는 입, 검은 눈동자의 강렬함 등을 보았다.
그는 듣기 좋은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라신 (Racine: Jean Batiste Racine, 프랑스의 극작가, 1639-99)의 작품을 읽어나갔다. 그가 자신이 읽은 부분들을 설명했을 때, 그녀는 언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의 원래의 마음, 여러 겹의 어려운 텍스트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가 이 젊은 여성들의 관심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얻기 위해 그의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치는 열정을 보았다. 갑자기, 그녀는 자신이 입을 벌리고 얕은 호흡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그가 학생들의 숙제를 되돌려 주려 하자 그것을 받기 위해 학생들이 앞으로 나갔다. 그녀는 그의 표정이 계속 바뀌는 걸 보았다. 입술이나 콧구멍의 움직임으로 한 학생을 위축시켰으며 다음 학생은 눈썹을 들어 올리며 고양시켰다. 몇몇은 울고, 몇몇은 활짝 웃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때때로 그는 뭔가를 가져와 그를 기쁘게 하는 학생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기도 했다.
샬롯은 이 사람을 기쁘게 하고, 그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그의 눈에 기쁨이 가득한 걸 보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의 달콤한 선물들 중의 하나가 되고 싶었다.
한편, 샬롯은 앞이 보이지 않고 조용한 아버지 곁에 앉아 과감히 연필을 잡고 처음으로 그녀 자신의 목소리를 썼다. 그녀는 삶에 대해, 문학에 대해, 사랑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경험을 통해 글을 썼다. 그녀는 독자의 시간을 허비하거나 긴 서두로 인내심을 잃게 하지 않고 이야기의 한가운데로 바로 뛰어 들어갔다.
이번에는 그녀의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 남자의 페르소나 뒤에 숨지 않을 것이며, 그녀의 초기 작품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비장하면서도 낭만적인 바이런 (Byron) 식의 주인공들을 내세우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는 페이지 맨 위에 “자서전” (Autobiography)이라고 썼다. 그녀는 독자들이 이것이 진실이라고 믿게 만들 것이고, 진짜 그럴 것이다.
거절 편지에서, 편집자들은 이례적일 정도의 특별한 사건을 주문했다. 그녀는 하나를, 아니 여러 개의 사건들을 그들에게 줄 것이다. 그들에게 미스테리도 줄 것이고, 압축하고 별 설명이 없는 기법을 사용하여 곧바로 액션 한가운데로 들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구시렁 구시렁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부당함과 오만, 종교적 협잡꾼들, 착취자들에게 분노하며 대들 것이다.
그녀는 첫 장면 작업을 했다. 그녀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어둠 속, 이 어두운 방에서 빠르게 나오는 어슴프레한 그림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비가 내리는 어두침침한 11월의 어느 날, 아이에게 여자가 쓴소리를 했다...”
한 고아에 대한 이 새로운 소설은 그녀가 전혀 알지 못한 일종의 충동을 가지고 개발한 것이었다. 그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썼다. 그녀는 이 생경한 가족 내에서 그 아이의 위치는 꾸준히 연민을 자아내는 힘의 물줄기에 굴복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나약한 인물을 즉각적인 고난에 빠뜨림으로써 그리고 그녀가 기백과 정의로 강력히 맞서게 함으로써 서스펜스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솔직한 10살짜리 소녀와 그녀의 부유하고 잘생긴 사촌들과 대조시켰다. 그녀는 가정교사 시절 경험했던 아이와 비슷한 14살짜리 불한당을 창조했다. 그는 케잌과 캔디를 입에 달고 사는 뚱뚱한 아이였고, 누런 피부와 두 명의 버릇없는 누이들이 있었다. 그녀 자신이 버릇없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들의 부모는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여주인공을 나이에 비해 작고 섬세하며 그녀 자신처럼 솔직한 인물로 만들었다. 그녀는 탐탁지 않아 하는 고모와 변덕스러운 하녀도 만들어 냈다.
샬롯은 애정하는 번얀 (Bunyan)과 다른 작가들의 스토리와 소설의 구조에 관해 알고 있었고, 고전 작품들을 모방하는 것에 대한 선생님들의 책망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신데렐라 (Cinderella)라는 이름의 버려진 아이에 관한 동화를 기억했다. 그녀의 부모는 부재중이거나 죽었고, 침략자가 갑자기 장면에 등장했다. 그녀는 독자들이 그녀가 그들 자신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두 너무 많은 남자 형제들과 자매들이 있으며, 그녀처럼 대가족의 고독 속에 스스로를 잃은 사람들이거나 아예 가족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므로. 고아는 중간 아이나 셋째 혹은 곧 엄마없는 여섯 아이 중의 하나가 될 인물일 필요는 없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슬픔에 겨워 서재에 들어가 나오질 않는. 그녀는 진짜 아이의 복합적인 마음을 만들어냄으로써 심약성을 피할 것이다. 말하자면 이 아이는 천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고모가 다른 아이들을 더 좋아했다는 걸 상기했다. 그녀는 주변의 상황 파악을 못하는 어른들에게 모두 묻고 싶은 걸 과감히 물을 수 있는 아이, 그녀가 되고 싶어 했던 그런 아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어두침침한 방에서 친숙한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앉아 있는 그녀 자신처럼 이 아이는 그림을 감상하고, 그녀의 심장에서 울리는 외로움과 이 가족 내의 그녀의 혼자만의 장소에서 그녀를 멀리 데려갈 단어들을 살피는 조용한 순간을 좋아할 것이다.
그녀는 폭력이 나타나기 전 희망의 순간, 약간의 휴지기를 만들어냈다. 아마 상황은 그녀의 여주인공이 은신처에 있을 때, 그녀가 꿈의 세상에 있을 때 더 나아질 것이다. 아마 그녀 자신에게도 홀로 아버지와 같이 있으며 새로운 책을 시작하는 상황이 더 나을 것이다. 그것이 그녀를 기운나게 했다.
한편, 그녀의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책 제목은 다른 일들을 하는 와중에 불현듯 찾아왔다. 그것은 난데없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아는 사람 중에 누군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 교회에서 한 번 보았던 가문으로부터 나온 것인가, 또는 그녀가 잘 아는 강, 맨 섬 (Isle of Man)의 한 구역인 에어 (Ayre)의 아름다운 계곡의 이름이었던가? 아니면 그것은 공기나 불로부터 나온 이름인가? 불 (fire)과 분노 (ire)는 책에 나올 것이다. 세상에 대한 분노 그대로: “불공평해요! 불공평하다고요!” (Unfair! Unfair!).
그녀는 아버지를 대신해 '보는' 사람이 되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관찰자 (eyer)가 된 것이다. 솔직한 제인, 에밀리 제인, 그녀의 사랑하는 여동생의 가운데 이름인 제인. 그것은 용맹한 잔 다르크 (Joan of Arc)의 잔과 가깝고, 자넷, 지넷, 어린 제인과도 아주 가까운 이름이었다. 그 이름은 의무와 둔감함, 어린시절과 복종을 상기시키지만 또한 영혼과 자유를 상기시키는 이름이고, 요정의 이름이며, 반은 영혼이고 반은 육체, 어둠 속의 빛, 위선 속의 진실, 그리고 “보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이 바로 제인 에어였다.
한편, 눈이 거의 안 보이게 되자 그녀의 아버지는 소리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조금 덜 확실한 건 냄새였다. 비누 냄새, 석탄산, 마늘 냄새 나는 입김, 그리고 심한 향수 등의 간호사의 냄새. 그와 동시에 그는 곁에 가까이 안고 있는 그의 딸의 냄새. 그는 그녀에게서 감정이 드러나는 향을 간파했다. 희미하고, 약간 퀴퀴한 슬픔의 냄새, 분노에 의해 그녀의 땀구멍에서 풍겨져 나오는 어떤 것.
그는 그녀가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고, 아이도 갖지 않을 것이며, 그의 일생 동안 의무적으로 그의 곁에 남아 그를 위로할 것이라고 간주했다. 그는 그의 딸이 브뤼셀에 있는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 즐거운 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그녀가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고, 샌달우드의 향수와 후회의 냄새를 맡았다. 그는 손을 들고 그녀의 손을 잡으려 허공을 배회하다가 그녀의 얼굴을 느끼고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는 그 학교에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곳을 다시 생각나게 했을까?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었을까? 그녀의 프랑스 선생과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선생은 두 딸들에게 다녔던 학교에 교사로 남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아버지인 그에게 그들에 관해 아주 친절하게 편지를 써 보냈었다. 그런 그가 그녀가 떠나는 걸 허락했을까? 이 착한 아이가 어떤 식으로 죄를 지었을까? 그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의 죄는 자만심에 대한, 불관용과 노여움에 대한 죄였다.
그녀는 무엇을 쓰고 있는 것인가? 그녀의 여동생들에게 편지? 시? 어떤 멜로드라마적인 이야기? 이 밤에? 그녀는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 대해 그녀가 알고 있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그녀의 남동생과의 일을 얘기하면서 기억하느냐고 물었지만 아무 말없이 다시 그리고 신경에 거슬리게 글을 쓰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가 어둠 속에 대고 속삭이듯이 너의 프랑스 선생에게서 소식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전혀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썼다. 그가 무슨 일이냐고, 뭐가 잘못된 거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는 그녀가 멀어지는 걸 느꼈다.
그는 그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그녀의 어깨에서 슬픔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뭔가 얘기를 너무나 하고 싶었다. 그의 죽어 가는 아내를 도와 주고 싶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슨 말을 해야할 지를 모르겠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침대에서 몸을 약간 움직이며 최소한 자신이 그녀에게 브뤼셀에서의 시간을, 처음엔 에밀리와 함께 그리고 나중에는 혼자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샬롯은 아버지는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는 할까, 궁금했다. 그녀는 자신들의 여행 경비는 고모에게 받은 선물로 자신들이 지불했다는 걸 아버지가 기억은 하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그들을 떠나게 하는 게 아버지에게는 언제나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다.
한편, 어느 날 오후, 브뤼셀의 학교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그것은 고모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하는 편지였다. 그녀와 에밀리는 하워스 (Haworth)로 즉시 돌아가야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스승을 떠나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들이 사제관에 도착했을 땐 이미 고모가 세상을 떠난 후였다. 그녀는 그후로 이어졌던 우울한 날들을 기억했다. 그녀가 좋아했던 집은 이제 그녀에겐 사막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그녀는 브뤼셀로 돌아가기를 바랬다. 그때 그녀 스승의 친절한 편지가 도착했다. 거기에는 그들을 교사로 채용하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그녀는 에밀리는 아버지와 함께 지내도록 남겨 두고 혼자 브뤼셀로 돌아갈 때 얼마나 기분이 고양됐었는지 기억났다.
그녀는 그의 스승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그녀가 그의 스승이 된 것이었다. 그녀는 그를 꾸짖기도 했고, 그의 엑센트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역할이 바뀌어 그의 책임자가 된 것이 얼마나 즐거웠던지. 지금 이 어두운 방에서 그녀의 힘없는 아버지와 함께 있는 걸 즐기듯이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스승이 영어 수업을 중단했다. 그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일이 너무 많다고 하면서 우리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그녀의 시간을 그에게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너무 배타적이라고, 다른 교사들이나 학생들과도 친구처럼 지내라고 하면서 그것이 그들에게도 그녀 자신에게도 좋은 일일 거라고 말하고 서둘러 교실을 나가버렸다.
그녀는 어떻게 그가 그녀에게 친구를 만들라고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재능이란 찾아 볼 수 없는 어리석고 얄팍한 여자들하고 말이다. 분명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종종 그들 얘기를 하면서 비웃곤 했었다. 학생들을 보자면, 그들은 그녀가 관심을 가질만한 자격이 없는, 둔감하고 별볼일 없는 인간들이었다. 그들 각각에게서 그녀는 그릇된 감성, 어리석음만을 보았다. 어떻게 그는 갑자기 그녀가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될 거라고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화가 났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지켜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흑조는 그녀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 때문에 하워스에서 돌아왔고, 그녀의 작품을 그와 공유하기를 바랬는데. 그녀는 그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이제 자주 그녀를 무시하거나 배신하기까지 했다. 그는 그녀의 작품을 보고 발을 구르며 어떻게 이런 종류의 글을 쓸 수가 있느냐고 꾸짖었다. 그녀가 멜로드라마틱하다고, 우스꽝스런 로맨티즘이라고 비난했다.
차갑고 참을 수 없는 침묵의 날들이 꽤 지난 후, 어느 날, 그녀는 그가 급히 정원가를 따라 달려 가는 걸 보았다. 초봄의 어느 아침이었다. 그녀는 그를 따라가 팔을 낚아채고 가까이 끌어 당겨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어떻게 그렇게 차갑게 굴 수가 있느냐고, 당신의 따뜻한 말을 듣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고, 우린 친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어떻게 잊겠느냐고, 친구 사이에 따뜻한 말을 원하는 게 너무 큰 일이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금방 후회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은 여자가 유부남에게는 고사하고 어떤 남자에게도 할 수가 없는 말들이었다. 그녀는 그저 그곳에 아무 말없이 서서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Monsieur H.는 몸을 꼿꼿이 세우더니 혹시 근처에 누가 있는지 어깨 너머를 살폈다. 그는 씩씩거리며 그녀가 잡고 있던 팔을 빼고 마치 그녀가 먼지라도 된양, 마치 그녀가 잡은 것이 그를 더럽히기라도 한듯이 손으로 털어내면서 뭐냐고 말했다. 그는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었고, 그녀가 눈을 내리깐 채 아무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자 맙소사, 숙녀분, 정신차려요! 무엇 보다 자제력을 가져요! 라고 말했다.
가장 심한 상처는 이 장면 혹은 그녀의 행동에 대한 어떤 측면이 그의 아내에게 알려졌을 거라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아마도 지나치게 열성적인 학생과 일어난 이런 종류의 일이 처음이 아니었을 것이었다. 샬롯은 그의 아내가 다른 프랑스 교사를 스파이로 삼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의 사적인 물건들과 속옷들을 뒤지고 책갈피 사이에 넣어둔 그가 준 말린 꽃들을 찾아내 다른 페이지에 꽂아 놓고, 심지어 집에서 받은 귀한 편지들도 읽었다고 확신했다. 어떻게 감히 자신의 소중한 편지들에 손을 댈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자신의 물건들에서 그의 아내의 혹은 프랑스 교사의 역겨운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그의 아내는 정중하고 친근한 전선을 유지했다. 샬롯은 그의 아내를, 그녀의 거짓과 위선을 싫어하게 되었다. 어떻게 그는 저런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단 말인가.
Madame H. 는 그녀를 불러내 자백을 받아 내려고 시도했다. 좀 슬퍼보인다느니, 얼굴이 창백해 보인다느니 하면서. 그녀는 안 좋은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자신들이 도와 줄 게 있느냐고 물었고, 외롭다고 느낄 때면 오늘 밤처럼, 함께 거실에 앉아있는 것처럼 자신을 찾아와 함께 있자고 말했다. 그리고 외로움과 향수병 혹은 마음의 상처 같은 것이 어떤 건지 자신이 잘 알고 있다며 옆자리 소파를 가볍게 두드리며 와서 그녀 곁에 앉으라고 했다. 학교에 온 첫 날 샬롯과 에밀리가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앉았던 그 소파를 말이다. Madame H.가 아주 가까이 다가오자 샬롯은 그녀의 젖가슴의 부드러운 윤곽을 느낄 수 있었고 구역질나는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샬롯은 이 여자의 결혼 생활에 그녀가 기여하는 다른 재주들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녀는 그의 아내 곁에 앉아 자신의 마음을 얘기할 뻔했다. 난 당신이 나를 싫어하는 걸 알고 있으니 아닌 척 그만해요! 어쩜 그렇게 위선적일 수 있죠? 당신이 나를, 당신 남편의 나에 대한 관심을 질투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고요, 당신은 그가 인정한 내 작업, 내 글쓰기, 내 재능에 대해 질투하고 있죠, 난 당신이 나를 평생 가르치는 일에 붙잡아 놓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어요, 박봉만 주면서 말이에요, 라고. 하지만 그녀는 입을 닥치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아버지가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을 때 부정한 것처럼.
그녀는 아버지에게 두통이 있고 조금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브뤼셀에서 그랬던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만약 그녀가 말을 하면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여름방학이 되어 학교가 텅 비자 Madame H.는 해변으로 갔고, 텅빈 강의실과 기숙사에 샬롯의 공허한 발자국이 울려퍼졌다. 그녀는 그 길고, 환한, 고요한 시간을 지나며 물이나 음식없이 사하라 사막에 버려진 것보다 더 외롭다고 느꼈다. 때때로 그녀는 그 고적감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느껴졌다. 그녀의 바쁜 뇌는 쉼없이 움직였고, 그녀의 사고는 끊임없이 그에게로 돌아갔다.
그녀가 반쯤 어두운 방 아버지 곁에서 제인에 관해 글을 쓰고 있을 때 옛 학교에 대한 모든 것이 상세히 그려졌다. 벽감에 있던 성모마리아 상, 간절히 기도문을 읊조리던 그녀의 발밑에 있던 꽃 등등, 그리고 정원에 맴돌았던 그녀가 미친듯이 기뻐하며 들이마셨던 그의 담배 냄새.
그런데, 수업이 재개된 어느 가을 아침, 샬롯은 분명 그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이미 그 귀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책상 덮개를 올렸다. 그녀는 그의 손이 덮개를 올리는 걸 상상했다. 여기저기를 거침없이 하지만 부드럽게 뒤지며 그녀의 물건들을 만지는. 그녀는 책과 연필들, 노트들 사이에서, 그가 남긴 그의 존재에 대한 반가운 흔적, 사인과 자국들, 물품들이 자리가 바뀌었다는 것, 잉크에 꽂혀진 펜촉, 깎아놓은 연필 등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남긴 독일어로 쓰여진 책을 발견했다. 책의 앞쪽 백지에는 그녀를 위한 사인이 되어 있었다.
그는 그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완전히 잊지 않았다. 그의 아내에게 복종하려 했던 것일 뿐. 그녀의 심장이 얼마나 기쁨으로 충만했는지, 둔한 여자 아이들로 가득찬 교실이 갑자기 밝고 환하게 빛났다. 그녀는 어쩔 수없이 잠시 정원으로 가 숨을 들이 마셨다.
그녀는 그가 그녀에게로 올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그곳에 머물면서 잎사귀들, 덤불 나무들, 새들을, 혹은 밤에 별을 바라보면서 어떤 형체와 신장을 가진 사람의 검은 그림자를 보기를 원했다. 그녀는 떠날 수가 없었고,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맨체스터에서 그녀에게로 돌아왔다. 그녀의 일생에서 매 시간 글을 쓴 때였다. 그녀는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최상이라고 생각했다. 고요하고, 영원한 밤 같은 그곳이. 이 낯선 도시에서의 이 방들이 그녀로 하여금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었다. 얼마 후엔 잃게 되겠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회복되면 바로 그녀의 여동생들과 남동생이 있는 하워스로 함께 돌아 갈 것이었다. 서둘러야 했다.
한편, 그곳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바느질거리를 들고 샬롯의 아버지 곁에 앉으며 식량이 부족한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지난 밤 대구 요리는 최악이었고,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묵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위해 얼마나 많은 양의 음식이 필요한지 알고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노인의 딸이 공책을 들고 그곳으로 들어와 앉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 딸은 경험이 없어 보였고, 집안일 같은 것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어느 여자든 능숙하게 해야하는 일에 대해 말이다. 그녀에게 훌륭한 레시피를 주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별 관심없었다. 뭐가 잘못된 거야? 그녀는 하루종일 노트에 코를 박고 뭔가를 썼다. 하인까지 포함해서 4명이 있었는데 육류나 가금류를 충분히 주문하지 않았다. 간호사는 자신의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충분한 양의 육류나 가금류를 먹어야 했다. 그녀는 그 딸을 대신해 몇 가지 고기류를 요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노인의 입술에 차를 흘려주며 이 열악한 집, 이 말없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떠나 세 어린 딸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싶었다. 그녀는 그녀의 남편도 생각났다. 벽돌공이었던 그는 2년 전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녀는 달콤했던 그의 입술이 생각났다.
그녀의 환자는 그녀가 제공한 빵과 버터 조각을 조금 맛을 보았지만 차가운 양고기 조각은 첫 입 후 거부했다. 그는 거의 구토를 하듯 그것을 심하게 밀어냈다. 그녀는 힘을 내야 한다고 하면서 그의 고집을 나무랐다.
그녀는 담요 아래에 그의 허벅지 사이에 소변 받이 팬을 밀어넣었다. 그녀는 눈길을 돌리고 문가에 서서 기다렸다. 그녀는 그가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고 볼 일을 잘 보지 못한다는 걸 눈치챘지만 그런 것엔 익숙했다. 얼마 후 그가 안간힘을 써서 소변 보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침대로 가 담요 아래에 있는 팬을 들면서 그의 몸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는 떨면서 에나멜 위에 뻣뻣하게 누워 있었다. 다리 사이에 그것을 뚝뚝 떨어뜨리며. 그녀는 그를 닦아주고 팬을 뺐다.
나이가 들면 그녀도 저렇게 속수무책인 모욕 상태에 놓여지게 될까? 그녀 역시 이 노인처럼 가장 기본적인 위엄도 박탈당하게 될까? 그것은 그녀가 공공장소에서 옷을 모두 다 벗어버리고 나체로 활보하는 이전의 꿈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은 그 생각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알게 되었지만 그땐 전혀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떠올렸다. 그녀는 자신이 벗은 걸 누가 보았는지 혹은 그때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개의치 않았다.
그곳에는 그녀가 신경써야할 좁은 계단이 있었다. 소변 팬을 손에 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해서 잘못하면 목이 부러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 노인이 5, 6주 더 누워 있는 동안 그녀는 그곳에 그만큼 더 있어야 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것 보다 더, 라고 닥터 윌슨이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이곳에 더 있고 싶은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일은 힘들지 않았다. 닥터 윌슨이 약속했듯이. 의사가 예견하지 못한 것은 이 두 사람과 날이면 날마다 가까이에서 붙어 있어야 하는 것었고, 그 사실이 그녀에게 별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계단을 올라가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늘에 누워 있는 그의 곁에 진짜 보기 싫은 진초록 드레스를 입은 그의 딸이 의무적으로 그의 곁에 앉아 있는 게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딸이 입고 있는 유행 지난, 그저 그녀의 몸에 걸쳐져 있는 듯한 드레스는 맨체스터에 있는 더 나은 집에서 일했던 그녀에겐 뒤떨어지고 볼품없어 보였고, 그것은 음식이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힘들게했다.
저 두 사람은 인식하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좀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을 선택할 수가 있었다. 간병일이 기품있는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젊고, 강하며, 능숙한, 그리고 그녀처럼 매력적인 젊은 여성에게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방안의 침묵이 그녀를 짓눌렀다. 그래서 그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딸은 고개도 들지 않고 공책에 뭔가를 써내려 갔다. 저런 독신녀가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노인네는 죽은 듯이 아주 가만히 누워 있었다. 딸은 그의 아버지처럼 눈이 먼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책을 코 높이까지 들어 올리거나 책쪽으로 몸을 수그리기도 했다.
간호사는 부족한 식량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때 그딸이 이 생각을 느낀 양 고개를 들었고, 희미한 불빛임에도 간호사는 찰나의 섬광을, 안경 뒤의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에서 노여움의 불꽃을 보았다.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 첫눈에 생각했던 것처럼 그녀가 온순하고 온화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은 즉시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노트에 쓰는 데 열중했다.
한편, 간호사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신께 용서를 구하며 그녀의 손을 다리 사이에 놓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는 안도하며 신음했다. 하지만 잠이 들진 못했다. 저녁으로 나온 물에 젖은 생선 보다 좀 더 단단한 뭔가를 뱃속에 넣어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치즈 한 조각과 전날 남은 약간의 양고기가 먹고 싶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가 어깨에 숄을 두르고 맨발로 한 손에 촛불을 들고 조용히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에 있는 부엌으로 가 찬장에 있는 접시에서 양고기 뼈를 꺼내 들고 맥주 한 잔을 부은 다음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는 뼈를 두 손으로 잡고 게걸스럽게 뜯었다. 뼈 근처 고기보다 맛있는 건 없었다. 그녀가 맛있는 연골을 오도독 씹고 있는데 부엌 문이 활짝 열리고 누군가가 그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놀란 그녀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머리를 어깨까지 풀어 내리고 흰 가운을 입고 서 있는 노인의 딸이었다. 그녀의 눈에 놀라움이 서렸다.
한편, 샬롯 역시 잠이 들지 못했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가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보려고 내려갔다. 그리고 테이블에서 뼈를 뜯고 있는 간호사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녀는 간호사와 여학생 때처럼 낄낄거리고 싶었다. 맥주를 마시고 그녀와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 잘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녀를 위해 상상의 이름을 찾았다. 그것은 험버트 (Humbert)였다.
샬롯은 아직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아버지 수술날 아침에 온 출판사의 세 권의 책 거절 편지와 그녀의 시와 여동생들의 시가 잘 팔리지 않은 것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에밀리의 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들은 자비를 들여 출판을 해야 했고, 지금까지 165페이지 두 권만이 팔렸다. 각각 4실링에.
그녀는 더 이상 그녀의 교수, 그녀의 스승에게 무기력하고 사정하는 편지를 쓰지 않기로, 궁극적인 복수로 그녀의 작품에 그를 이용하는 거 외에는 그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한때 가장 사랑했던 남동생에 대한 모든 희망을 버렸다. 이제 그에 대한 환멸뿐이었고 그것은 그녀의 이전의 과찬과 비례했다.
그녀는 이런 실수투성이 인간들을 그녀의 목적을 완수할 대상으로 변형시킬 것이다. 그녀는 그녀를 모욕하고 무시했던 사람들을 이용할 것이다. 그녀는 분노의 상황에서, 그녀 자신의 가치에 대한 깊은 의식을 갖고 그녀의 말들을 받아 들이지 않는 세상의 부당함에 대해 쓸 것이다. 그녀는 그녀가 잘 알고 있는 것에 관해, 그녀의 열정에 관해 쓸 것이다.
그녀는 눈을 감고 세상을 차단한 채 글을 쓰는 버릇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짧은 생에서 많은 글을 썼고, 그것들 중 많은 것이 그의 남동생과 함께였다. 그들은 한 가지 감성, 한 가지 상상력를 가진 두 존재였고, 그들의 신경은 같은 코드에 떨렸다. 그것이 이 순간을 위한 연습이었던 것일까?
그녀는 많은 여자들에게 닿고 싶었다. 그녀는 그들의 심장에 감추고 있는 것을 즐겁게 해 주고, 깜짝 놀라게 하며, 목소리를 부여하고, 그들이 좀 더 큰 고통받는 사람들의 집단의 일원이라는 걸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그녀는 여성이 느끼는 것, 말하자면 지루한 집안일에 갇혀 있는 일생의 따분함을 그들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꽥꽥거리는 목소리와 귀에 대고 강판에 가는 소리를 내는 듯한 큰 웃음소리를 가진, 아주 공적으로 그들 주위를 부산나게 돌아다니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며 선행을 베풀고 있는 이 간호사도 범위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샬롯이 깜빡 잠이 든 사이 의사가 왔다. 그는 그녀의 아버지의 눈상태를 체크하고 수술의 결과에 완전 만족한다고 말했다. 샬롯은 진심으로 그의 손을 잡으며 자신들을 살렸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문장을 끝낼 수가 없었다. 그의 손이 따뜻한 물처럼 그녀의 온몸을 쓸어내렸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희망의 순간이 친절한 약제상의 말과 함께 제인에게 찾아 올 것이다. 제인은 그녀의 고모와 별로 친절하지 않은 사촌들이 사는 리드의 집을 떠나 학교로 가게 될 것이다.
샬롯은 그녀의 머리를 의사의 어깨에 대고 기대며 그를 붙잡아 놓고 싶었다. 그녀는 함께 차를 마시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환자에게 가봐야 한다며 서둘러 나가버리고, 그녀의 흥분의 순간은 사라지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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