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ng of Achilles

By

Madeline Miller

'나'는 10살 때,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오트리스 (Othrys) 산의 산등성이와 바다 사이에 위치한 아주 작은 나라인 프티아 (Pthia)로 오게 된 페트로클러스 (Petroclus)이다. 그의 아버지 메노이티우스 (Menoitius)는 왕이며 왕들의 아들이었다. 그는 페트로클러스의 엄마가 14살 때 사제들 앞에서 아이를 낳겠다고 맹세하고 결혼했다. 그녀는 더할 나위 없는 배필이었다. 외동이어서 그녀 아버지의 재산은 그녀의 남편에게로 갈 것이었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결혼을 하고서야 그녀가 별볼일 없다는 걸 알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예식이 행해질 때까지 그녀를 베일로 감추는 데 혼신을 다했고, 마침내 사람들이 베일을 벗겼을 때, 페트로클러스의 엄마가 웃었다고 했다. 그것이 사람들이 그녀가 아주 우둔하다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 신부들은 웃지 않았다.

페트로클러스가 태어났을 때 그의 아버지는 아내의 팔에서 아이를 빼내 간호사에게 넘겼다. 불쌍한 생각이 든 산파가 그의 엄마에게 아기 대신 베개를 안겨 주었다. 그의 엄마는 그것을 끌어 안았다. 그녀는 바뀐 걸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이내, 페트로클러스는 실망스러운 아이로 자랐다. 작고 가냘폈다. 빠르지도 않았고, 강하지도 않았으며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그에 대해 가장 좋은 점을 말하라고 한다면 병약하진 않다는 것이었다. 그의 또래들이 걸렸던 감기와 경련도 피해갔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저 바꿔치기해진 비인간적인 아이가 아닌가, 하고 의심만할 따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아버지의 시선을 느끼며 페트로클러스는 손이 떨렸다. 그리고 그의 엄마가 있었다. 와인을 온몸에 질질 흘리는.

페트로클러스가 다섯 살이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시합을 주최하였다. 남자들이 저 멀리 테살리아 (Thessaly)와 스파르타 (Sparta)에서까지 모여들었고, 그들의 저장고는 금으로 가득찼다. 100명의 하인들이 20일 동안 경기 트랙을 두드리고 돌을 깔았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그의 세대에서 가장 훌륭한 시합을 열기로 작정했다.

페트로클러스는 가장 훌륭하고 갈색의 기름 바른 육체를 가진 선수들이 태양 아래 쭉 늘어서 있던 걸 기억한다. 어깨가 떡 벌어진 유부남들, 수염이 나지 않은 젊은 청년들과 아이들이 함께 섞여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두꺼운 근육이 드러나는 종아리를 갖고 있었다. 죽은 황소에게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전부 짜내어졌고, 황소는 재빨리 죽었다. 그것은 다가올 시합을 위한 좋은 징조였다.

선수들이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와 그가 앉아 있는 연단 앞에 모였다. 그곳에는 우승자들에게 줄 상품들이 빙둘러 놓여 있었다. 금이 섞인 술잔, 동을 두들겨 만든 삼각대, 귀중한 쇠가 앞에 달린 재나무 검 등. 하지만 진짜 상은 페트로클러스의 손에 있었다. 이제 막 엮어진, 그의 엄지로 문질러 반짝반짝해진 초록 나뭇잎 화관. 그의 아버지는 마지못해 그것을 아들에게 주며 들고만 있으라고 거듭 강조했다.

가장 어린 소년들이 첫 번째로 달릴 것이었다. 그들은 모래 속에서 발을 끌며 사제가 고개를 끄덕이기를 기다렸다. 그들은 성장기의 한창 때에 있는 아이들로, 긴장한 피부 아래에는 날카롭고 막대기같은 뼈가 보였다.

그런데, 수십 명의 어둡고 헝클어진 왕관들 사이에서 밝은 머리가 페트로클러스의 눈에 들어왔다. 그 소년의 머리카락이 태양 아래에서 꿀처럼 빛났고, 그안에서 금이 반짝였다. 왕자의 관이었다. 그 소년은 다른 아이들보다 작았고, 어느 정도 다른 아이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젖살로 통통했다. 그는 긴 머리를 가죽끈으로 뒤로 묶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 본 그의 얼굴은 성인의 것처럼 진지했다. 사제가 땅을 치자, 그는 좀 더 나이든 소년들의 두툼한 몸을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그는 쉽게 움직였는데 그의 뒤꿈치가 혀처럼 분홍색으로 빛났다. 그가 승리했다.

페트로클러스는 아버지가 자신의 무릎에 놓여 있던 화관을 들고 가 그 소년에게 씌워주는 걸 바라보았다. 초록잎들이 그의 밝은 머리색에 대비해 거의 검은색으로 보였다. 그 소년의 아버지 펠레우스 (Peleus)가 웃는 얼굴로 자랑스러워 하며 자신의 아들을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 펠레우스의 왕국은 그들의 것보다 더 작았지만, 소문에 의하면 그의 아내는 여신이고 그의 백성은 그를 사랑한다고 했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질투어린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아내는 멍청이였고 아들은 가장 어린 그룹의 아이들 보다 더 느려 경기에 참여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는 페트로클러스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들은 저래야 한다고.

페트로클러스는 펠레우스 왕이 그의 아들을 껴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소년은 화관을 공중에 던지고 받기를 반복했다. 그는 웃고 있었으며 그의 얼굴은 승리로 빛났다.

이후, 페트로클러스에게는 당시의 자신의 삶에 대해 별로 기억나는 게 없었다. 왕관을 쓰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아버지, 그가 좋아했던 정교한 장난감 말, 해변에서 에게해를 바라보고 있던 엄마. 그 마지막 기억에서, 그는 엄마를 위해 돌로 물수제비를 날렸다. 그녀는 잔물결이 이는 모습을 좋아하면서도 눈길은 술잔에 가 있었다. 혹은 바다 그 자체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그걸 잘하는 것이 기뻤다. 그것이 엄마에 대한 유일한 기억이었고, 너무나 특별해 그걸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할 뻔했다.

결국에,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그의 별볼일 없는 아들과 그의 별볼일 없는 아내가 둘만 있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는 그 해변, 해안가의 경치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 이후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편, 어느 날, 페트로클러스는 아버지 왕에게 불려갔다. 방앞에서 그는 돌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어떤 왕들은 긴 뉴스를 전달해야 하는 사신들의 무릎을 위해 그곳에 러그를 깔기도 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틴다레우스 왕(King Tyndareus)의 딸이 마침내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틴다레우스는 스파르타의 왕이었고 가장 풍성한 남부 땅을 아주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가 탐내는 종류의.

페트로클러스 역시 그의 딸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그녀는 그들의 나라들에서 가장 뛰어난 여자라고 했다. 그녀의 엄마 레다 (Leda)는 신들의 왕이며 백조로 변장한 제우스 (Zeus)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했다. 아홉 달 후, 그녀는 두 쌍의 쌍둥이들, 즉 인간 남편과의 사이에서 클리템네스트라 (Clytemnestra)와 캐스터 (Castor), 그리고 신의 빛나는 백조 자손인 헬렌 (Helen)과 폴리데우세스 (Polydeuces)를 낳았다. 하지만 신들은 가난한 부모로 악명 높았으므로 틴다레우스가 모두에게 유산을 주기로 했다.

페트로클러스는 아버지의 말에 댓구하지 않았다. 그런 일들은 그에게 별 의미가 없었다. 그의 아버지가 목청을 가다듬고 조용한 의회실이 울리도록 큰 소리로 '우리는 그녀를 우리 가문에 오게 하는 데 최선을 다 하려고 하니 너는 가서 구혼자로 나서거라' 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놀라서 헉하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가 불편하다는 걸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그의 아들이 자신은 볼썽사납고, 장래성이 없으며, 무관심한 아홉살난 아이라고 말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므로.

그들은 다음 날 아침 길을 나섰다. 그 여행은 별 인상적이지 않은 시골길을 통과해 가는 육로 여행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기둥 꼭대기에 앉아 여러 방향에서 말을 타고 있는 실무진들과 사신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페트로클러스는 타고 있는 당나귀의 가죽 고삐를 내려다 보며 엄지손가락으로 털을 어루만졌다. 그는 그곳에서의 그의 자리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나귀를 타고 가야 하다니.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의 아버지가 했던 많은 것들이 그런 것처럼. 그가 탄 당나귀가 좌우로 흔들거렸고, 그도 당나귀와 함께 흔들거렸다. 그는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하는 이런 사소한 행위 조차도 반가웠다.

틴다레우스의 성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첫 구원자가 아니었다. 이미 마굿간은 말들과 노새들이 가득했고, 하인들은 분주했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그들에게 제공된 연회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마침내, 그의 아버지가 목욕을 하고 머리를 빗으라는 명령을 내린 날이 되었다. 그는 페트로클러스의 튜닉을 바꿔 입히더니 또 다시 바꿔 입혔다. 페트로클러스는 금박이 달린 보라나 금박이 달린 주황이나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아버지에게 복종했다. 검은 턱수염이 난 그의 아버지는 힘있고 엄해 보였다.

그들이 틴다레우스에게 주려고 준비해 온 선물은 다나에 (Danae) 공주의 이야기가 새겨진 금이 섞인 볼이었다. 그 이야기 즉슨, 쏟아지는 금빛 속에서 제우스가 다나에 공주에게 구혼했고, 그녀는 페르세우스 (Perseus)를 낳았다. 페르세우스는 고르곤 [Gorgon: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뱀인 괴물. 페르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 메두사 (Medusa)를 일컬음-마가렛 주]을 무찌른, 그들의 영웅 중 헤라클레스 (Heracles)에 버금가는 사람이었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그것을 아들에게 건네며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대형홀을 보기도 전에 돌벽을 때리는 수백 명의 목소리, 잔과 갑옷이 덜거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하인들이 창문들을 열었고, 각 벽에는 정말 값비싼 양탄자들이 걸려 있었다. 페트로클러스는 실내에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남자들이 아니라 왕들이 말이다.

그들은 의회 앞으로 나오라는 부름을 받고 소가죽이 덮힌 의자에 앉았다. 하인들은 뒤쪽 그늘로 물러났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그가 꼼지락거리지 못하도록 그의 칼라깃 안으로 손가락을 쿡 찔렀다.

한 가지 상을 위해 온 너무 많은 왕자와 영웅들 그리고 왕들이 한 사람 한 사람씩 자신들을 소개했다. 빛나는 머리결과 날씬한 허리 그리고 비싼 염색을 한 의복등을 갖춘 젊은이들이었다. 많은 이가 신들의 아들이거나 손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용맹한 행위들을 쓴 노래를 하나 둘 갖고 있었다. 틴다레우스는 그들을 각각 차례로 반기며 방 중앙에 쌓여져 있는 선물을 받았다. 그러면서 각각의 남자들에게 청혼을 하게 했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가 그들중 필로크테테스 (Philoctetes)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을 제외하고 가장 나이가 많았다. 옆에 있던 사람이 플로크테테스가 헤라클레스의 전우, 라고 말했다. 헤라클레스는 그들의 영웅중 가장 위대한 사람이었으며, 필라크테테스는 그의 부하중 최측근이었고, 유일하게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페트로클러스가 본 것 중 가장 큰 활을 들어올리며 그것이 헤라클레스의 활로, 그가 죽으면서 자신에게 주었다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의 나라에서는 화살은 비겁쟁이들의 무기로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이 화살에 대해선 누구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것을 잡아 당길 때 드는 힘이 그들 모두의 기를 죽였다.

다음으로 여자처럼 눈에 칠을 한 남자가 자신의 이름은 이도메네우스 (Idomeneus)이며 크레테 (Crete)의 왕이라고 소개했고, 그 다음엔 아트레우스 (Atreus)의 아들인 메네라우스 (Menelaus)였다. 그는 거대하고 곰같은 그의 형제인 아가멤논 (Agamemnon) 옆에 앉아 있었다. 메네라우스의 머리카락은 놀랍도록 선명한 빨강, 불로 연마된 청동색이었다. 그의 몸은 근육으로 이루어진 강하고 다부지고 활력이 넘쳤다. 그가 준 선물은 비싼 것으로 아름답게 염색된 옷이었다. 그는 웃으며 아가씨는 치장이 필요없을 것 같지만, 하고 덧붙였다. 그것은 매우 과장된 말이었다.

페트로클러스는 자신도 뭔가 재치있는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랬다. 20살 이하는 그가 유일했고, 신의 자손도 아니었다. 그는 아마 펠레우스의 금발 아들도 이러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이런 곳에 내놓지 않았다.

계속해서 자기 소개들이 이어지자 페트로클러스의 머릿 속에서 그들의 이름들이 희미해졌다. 그는 잠시 연단의 흰색 베일을 쓴 여자들에게 관심을 돌리며 왕들의 소개들을 더 이상 듣고 있지 않다가 '어서오세요, 메노이티우스' 라고 그의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놀랐다. 틴다레우스가 그들을 바라보며 당신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유감이라고 말했고, 그의 아버지는 내 아내는 살아 있다고 하면서 내 아들이 당신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오늘 여기에 왔다, 고 말했다.

침묵이 흘렀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페트로클러스는 어지러워 주변이 빙빙 돌았다. 멀리서 틴다레우스가 당신의 아들은 아직 성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내 아들이 성인일 필요는 없다며 내가 두 사람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남자, 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들의 국민들이 좋아하는, 대담하고 뻐기는 일종의 농담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틴다레우스가 그렇군요, 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침묵 속에서 다시 말을 꺼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동과 술, 기름과 양모를 갖고 왔는데 자신은 금을 가져 왔고, 그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 극히 일부, 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자신도 모르게 아름다운 볼에 새겨진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어루만졌다.

틴다레우스가 '나와 내 딸들은 그렇게 값어치있는 중요한 선물을 가져다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비록 당신에게는 하찮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라고 말했고, 왕들이 소근거렸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가 이해하지 못한 듯한 모욕이 있었던 것이었다. 페트로클러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헬렌을 자신의 왕국의 여왕으로 만들 거라고 하면서 당신도 아시다시피 내 아내는 그러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재산이 여기 있는 젊은이들의 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을 것이며, 내 무훈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때, '구혼자는 당신의 아들인 줄 알았는데' 라는 소리가 들렸다. 페트로클러스는 고개를 들고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줄의 맨 마지막에 있던 사람으로 그의 곱슬머리가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의 한쪽 다리에 들쭉날쭉한 흉터가 있었는데, 뒷꿈치에서 무릎까지 그의 짙은 갈색 피부를 꿔맨 봉합선이었다. 칼로 난 상처인 것 같았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화를 내며 '라에르테스 (Laertes)의 아드님, 난 당신에게 얘기할 기회를 주지 않았소' 라고 말했다. 그 남자는 웃으며 '그렇죠, 제가 방해를 했습니다. 하지만 제 방해를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 그 문제에 기득권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전 그저 참관인으로서 얘기했을 뿐입니다' 라고 말했다.

연단에서의 작은 움직임이 페트로클러스의 눈길을 끌었다. 베일을 쓴 여인들 중 한 사람이 약간 움직였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가 얼굴을 찌푸리며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가요? 헬렌 때문에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그럼 무엇 때문에? 그를 그의 바위와 염소에게로 되돌려 보냅시다' 라고 말했다.

그 남자는 눈썹을 들어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틴다레우스 역시 가볍게 '당신이 말한 것처럼 만약 당신의 아들이 구혼자라면 그가 자신을 소개하도록 해 주시오'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자신이 얘기해야 할 차례인 것 같아서 이름을 말하며 메노이티우스의 아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높았고 말을 하지 않고 있어서 갈라진 소리가 났다. 그는 자신이 헬렌의 구혼자로 이곳에 왔으며. 그의 아버지는 왕이며 왕들의 아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에게서는 아무런 지시가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틴다레우스가 그에게 직접 얘기를 하도록 시킬 것이라고 생각치 않았던 것이다. 페트로클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물로 가져온 볼을 선물 더미가 있는 곳으로 갖고 가 넘어지지 않을 곳에 놓았다. 그리고 돌아와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구혼자들의 줄이 소리없이 움직였다. 지금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는 거대한 몸집에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보다 1.5배는 더 컸다. 그의 뒤에서 두 명의 하인이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뒷꿈치에서부터 왕관에 까지 닿는 크기로 보통의 남자는 그것을 휴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엔 장식도 되어 있지 않았다. 헤지고 상한 가장자리가 전투에 나갔다는 걸 증명했다. 그는 자신을 텔라몬 (Telamon)의 아들인 아작스 (Ajax)라고 소개했다. 그의 소개는 직설적이고 짧았다. 그는 제우스의 혈통이며 그의 거대한 몸집이 그의 증조 할아버지가 자신을 계속해서 좋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선물은 유연한 나무를 아름답게 깎은 창이었다. 불에 달군 촉이 횃불에 반짝거렸다.

마침내 다리에 흉터를 가진 마지막 남자의 차례가 되었다. 틴다레우스가 그를 바라보며 '별 관심없는 참관인이 이 절차에 대해서 해야 할 이야기는 무엇인가?' 라고 물었다. 그 남자는 몸을 뒤로 기대며 자신은 당신에게 전쟁을 선포한 멍청이들을 어떻게 그만두게 하는지, 혹은 헬렌의 운좋은 새 남편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면서 여기 있는 6명의 남자들이 이미 서로의 목에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틴다레우스가 자넨 흥미있어 보이는군, 이라고 하자 그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남자들의 어리석음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때 덩치가 큰 아작스가 라에르테스의 아들이 자신들을 멸시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꽉 쥔 그의 주먹은 페트로클러스의 머리통만 했다. 이름이 오딧세우스 (Odysseus)인 그 남자가 아작스에게 '텔라몬의 아드님, 그렇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틴다레우스가 '오딧세우스, 그럼 무엇인가, 자네의 마음을 한번 말해 보게나' 하고 말했다. 틴다레우스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오딧세우스는 다시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건 위험스러운 도박이에요, 당신이 얻게될 보물과 명성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여기 있는 각각의 남자들은 귀하고, 자신들이 그렇다는 걸 알고 있죠. 그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라고 대답했다. 틴다레우스가 그 모든 건 자신에게 사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옆에 있는 아버지의 몸이 경직되는 걸 느꼈다. 음모였다. 홀 안에서 화난 얼굴을 한 사람은 그의 아버지만이 아니었다. 오딧세우스는 맞다고 하면서 자신이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하며 해결책의 댓가로 자신이 이미 지명했던 당신의 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틴다레우스가 당신이 해결책을 내놓으면 그걸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연단에서 경미한 움직임이 있었다.

오딧세우스가 내놓은 해결책은 헬렌이 남편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잠시 말을 멈췄다. 여자들은 그런 일을 할 수 없었다. 오딧세우스는 그렇게 하면 아무도 당신을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고, 지금 바로 이 순간에 그녀가 선택하게 함으로써 그녀가 당신으로부터 자문이나 지시를 받았다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 하나를 들더니 그녀가 선택하기 전 남자들은 모두 헬렌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녀를 뺏어간 그녀의 남편을 보호해 주겠다는 맹세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페트로클러스는 그곳에 있는 게 불편했다. 맹세라니? 그리고 여성이 남편을 선택하는 그런 비관례적인 일에 대해서도 말이다. 남자들이 의심스러웠다.

틴다레우스가 얼굴에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좋다고 하면서 얼굴을 가린 여자를 보며 '헬렌,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느냐? 하고 물었다. 그녀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홀의 구석구석까지 모두 들린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그렇게만 말했을 뿐인데 페트로클러스는 주변의 남자들의 몸이 전율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어린아이였는데도 느꼈는데, 비록 베일로 가리고는 있지만 방안을 열광시킬 수 있는 이 여자의 힘이 경이로웠다.

갑자기 그녀의 피부는 금빛이고, 검은 눈동자는 그들이 올리브를 주고 산 번지르르한 흑요석처럼 빛난다는 말을 들은 게 생각났다. 그 순간에 그녀는 홀 중앙에 있는 모든 상을 합친 것 같은 아니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녀는 그들의 목숨을 가질 만한 가치가 있었다.

틴다레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면 자신은 그렇게 결정을 하겠다며 이제, 맹세하고 싶은 누구든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투덜거리는 몇몇의 반쯤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자리를 뜨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다. 헬렌의 목소리와 그녀의 호흡으로 부드럽게 펄럭이는 베일이 그들 모두를 사로잡고 있었다.

재빨리 소환된 사제가 흰 염소 한 마리를 제단으로 끌고 왔다. 염소는 쉽게 죽었고, 사제는 그것의 검은 피를 불속의 삼나무 재와 섞었다.

틴다레우스가 오딧세우스를 지목하며 자네가 첫 번째라고 말했다. 9살짜리인 페트로클러스 자신이 봐도 그것이 적합한 것 같아 보였다. 오딧세우스는 이미 자신이 얼마나 영리한지 반은 보여주었다. 반쯤 미소를 띤 오딧세우스의 입이 실룩거렸다. 그는 물론이라며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트로클러스는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생제물 의식 동안 그는 오딧세우스가 그늘속으로 그의 등을 기대는 걸 보았다. 마치 잊혀지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단으로 갔다.

오딧세우스는 헬렌, 하고 부르더니 잠시 말을 멈추고 팔을 반쯤 사제에게로 뻗으며 자신은 구혼자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동료애에만 맹세한다는 걸 기억하라고, 당신이 만약 자신을 선택한다면 절대로 당신 자신을 용서치 않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농담이었고, 여기 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들 모두는 헬렌처럼 빛나는 사람은 불모의 이타카 (Ithaca)의 왕을 선택할 것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제는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난로로 불러 손목에 피와 재로 표시를 하고 쇠사슬처럼 묶었다. 페트로클러스도 사제에게 맹세를 하고 모두 볼 수 있게 팔을 들었다. 마지막 남자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자 틴다레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 내 딸아, 이제 선택을 하렴' 하고 말했고, 그녀는 주저없이 '메네라우스' 라고 말했다.

그들 모두 경악했다. 그들은 긴장감과 망설임을 기대했다. 빨간 머리의 남자가 얼굴에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그는 몹시 기뻐하며 가만히 앉아 있는 그의 형의 등을 찰싹 쳤다. 사방에 분노와 실망, 심지어 슬픔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무도 검을 꺼내지 않았다. 그들의 손목에는 피가 두껍게 말라 있었으므로.

틴다레우스가 일어서며 알겠다고 했다. 그는 아트레우스의 차남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걸 기쁘게 생각한다고 하면서 자네는 내 딸 헬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네의 사랑하는 형이 내 클리템네스트라를 요구한 적이 있지만 말일세, 라고 말하며 키가 가장 큰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거대한 아작스 뒤에 있던 몸집이 작은 남자가 세 번째 여자는 어떠냐고, 당신의 조카 말이오, 내가 그녀를 가져도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남자들이 긴장감을 늦추며 웃었다. 오딧세우스가 소란스러운 상황 너머로 '너무 늦었습니다 테우세르 (Teucer), 그녀는 제가 맞이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더 이상 듣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가 그의 어깨를 잡고 의자에서 끌어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더 이상 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바로 그날 밤 집으로 떠났다. 페트로클러스는 아주 실망한 채 당나귀에 올라탔다. 헬렌의 전설적인 얼굴을 슬쩍 볼 기회 조차도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 여행을 다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어느 날, 페트로클러스는 선물로 받은 두 쌍의 주사위를 손에 들고 들판에 서 있었다. 그것들은 선물은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 아버지에게서 받은 것이 아니며, 때때로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의 엄마가 준 것도 아니었다. 그걸 준 사람은 기억나지 않았다.

때는 늦여름이었고, 궁정에서부터 달려온 그는 숨을 헐떡거렸다. 시합이 있던 날로부터 그에게는 권투, 검술, 원반던지기 등 모든 경기 기술을 훈련시키는 교습가가 지정되었다. 하지만 페트로클러스는 그에게서 도망쳐 나왔고, 해방감에 기뻐하고 있었다. 몇 주만에 혼자 있게 된 것이었다.

그때 한 소년이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클리소니머스 (Clysonimus)였고, 궁정에 자주 오는 귀족의 아들이었다. 그는 페트로클러스보다 나이가 더 많았고, 더 컸으며, 블쾌할 정도로 살이 쪘다. 그의 눈길이 페트로클러스의 손에 있는 주사위에 머물렀다. 그는 음흉하게 페트로클러스를 보며 손을 내밀어 그것들을 보여달라고 했다. 페트로클러스는 그의 더럽고 두툼한 손가락이 그것들을 만지는 게 싫었다. 그래서 싫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작지만 왕자가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귀족의 아들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걸 그에게서 빼앗는 행위를 하곤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의 아버지가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는 페트로클러스를 협박하는 걸 개의치 않고 그것들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그가 못마땅했다. 그래서 싫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소년이 앞으로 다가오며 그것들을 달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이를 갈며 내 것이라고 딱부러지게 말했다. 그 소년이 그것들을 가져가려고 손을 뻗자 페트로클러스는 그를 뒤로 밀쳤다. 그 아이가 비틀거리는 걸 보고 페트로클러스는 기뻤다.

그 소년이 야! 하고 화를 냈다. 페트로클러스가 왜소하고 멍청하다는 소문이 있었으므로 만약 그 아이가 이대로 물러선다면 망신거리가 될 것이었다. 그 아이는 얼굴을 붉히며 페트로클러스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본의 아니게 뒷걸음질쳤다. 그 아이가 겁쟁이, 라고 말하며 비웃었다. 페트로클러스는 목소리를 높이고 얼굴을 붉히며 자신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자신의 말을 음미하듯 의도적으로 천천히 '너의 아버지는 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고 하면서. 페트로클러스는 그럴리가 없다고 말했지만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소년이 조금 더 다가왔다. 그리고 주먹을 들며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는 거야?' 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그가 자신을 때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핑계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페트로클러스는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을 걸 상상했다. 겁쟁이 놈, 이라고. 페트로클러스는 손을 그 소년의 가슴에 대고 밀쳤다.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 해서. 그들의 땅은 풀과 밀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넘어진다고 다치진 않을 것이었다. 페트로클러스는 그렇게 핑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곳은 또한 바위가 많은 땅이기도 했다. 그 소년의 머리가 돌에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페트로클러스는 소년의 눈에 놀라움이 서리는 걸 보았다. 그의 주변의 땅이 피로 물들었다.

페트로클러스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바라보며 공포로 목이 꽉 막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인간의 죽음을 본 적이 없었다. 동물들의 죽음 외에 말이다. 물론 그것도 그림과 벽장식 양탄자에서, 그리고 저녁 식사 접시 위의 검게 탄 것들을 본 게 전부였다. 이런 건 본 적이 없었다. 덜컥거리며 캑캑이면서 팔을 휘젓는. 왈칵 흘러져 나오는 것의 냄새. 페트로클러스는 도망쳤다.

그 소년의 가족은 페트로클러스의 즉각적인 추방이나 사형을 요구했다. 그들은 힘이 셌고 죽은 아이는 그들의 큰아들이었다. 그들은 왕에게 그들 소유의 들에 불을 지르거나 그들의 딸들을 강간하라고 허락할 수도 있었다. 보상이 이루어지는 한 말이다. 하지만 어떤 이의 아들은 손대지 않았다. 이번 경우, 귀족들이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들 모두 규칙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간일발에 놓여 있는 난장판, 바로 유혈의 복수를 피하기 위해 그들에게 매달렸다.

페트로클러스의 아버지는 그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허우적거리며 일생을 보냈고 페트로클러스같은 아들을 위해 그걸 잃을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것이었다. 상속자와 그들을 품은 여자들을 아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므로. 그래서 그는 그들의 요구에 동의했다. 페트로클러스는 축출되어 다른 남자의 왕국에서 맡아 기르기로 말이다. 페트로클러스의 몸무게와 동량의 금을 주는 댓가로 그들은 그를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할 것이었다. 페트로클러스는 부모도, 성도, 유산도 없을 것이었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았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몸무게와 동량의 금이 아들의 호화로운 장례식을 치르는 데 드는 비용보다 쌌다.

이것이 페트로클러스가 10살 때 고아가 된 사연이었다. 이것이 그가 어떻게 프티아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들 나라 중 가장 작은 나라인 프티아는 산과 바다 사이의 북쪽 구부러진 땅에 위치에 있었다. 왕인 펠레우스는 신들이 사랑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 자신은 신이 아니었지만 총명하고 용감했으며 잘 생겼고 경검함이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그 댓가로 그들의 신들이 그에게 바다의 여신 테티스 (Thetis)를 아내로 주었다. 그것은 신이 주는 가장 높은 영예였다.

신의 혈육은 그들의 흙으로 빚어진 종족을 정화하였고, 먼지와 흙에서 영웅들이 태어났다. 그리고 이 여신은 더 대단한 약속을 가져왔는데 운명이 예언하길 그녀의 아들이 그의 아버지를 능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건 펠레우스의 가문이 지속된다는 보장을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신들의 선물이 누구에게나 기쁘지는 않은 것처럼 여기에도 반대의 날이 있었으니 바로 여신 자신은 신들의 결정을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페트로클러스를 비롯해 모든 이가 그녀의 날뛴 이야기를 들었다. 신들은 그녀가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해변으로 펠레우스를 데려갔다. 그들은 그에게 서곡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녀는 인간과의 결혼을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들은 또한 그가 그녀를 일단 사로잡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것도 경고했다. 왜냐하면 요정 테티스는 바다의 약삭빠른 노인인 그녀의 아버지 프로테우스 (Proteus)처럼 교활했고, 자신의 피부를 천 가지 다른 형태의 털과 깃털 그리고 육으로 만드는 법을 알고 있을 정도로 영악했기 때문이었다.

펠레우스는 분명 그녀의 부리와 발톱 그리고 이빨과 고리와 가시달린 꼬리가 그에게 사나운 짓을 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절대로 피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경건했고 복종심이 강한 남자였으며 신들이 그에게 지시한 일들은 모두 실행했다. 그는 그녀가 회색 파도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말총처럼 검고 긴 머리를 가진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격하게 반항하는 그녀를 붙잡아 붙들고 있었다. 둘 다 지쳐 숨을 쉬지 못하고 모래로 인해 상처를 입을 때까지 말이다. 그녀가 그에게 입힌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그녀의 허벅지 위의 잃어버린 처녀성의 흔적과 합쳐졌다. 그녀의 저항은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처녀성을 잃는다는 것은 결혼 서약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었다.

신들은 그녀에게 최소한 일년 동안 그녀의 인간 남편과 지내기를, 그리고 땅 위에서 조용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의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제 그가 그녀를 껴안아도 그녀는 더 이상 반항하느라 발버둥치거나 몸을 뒤틀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뻣뻣하게 조용히 오래된 물고기처럼 물에 젖은 채 추위에 떨며 누워있었다. 그녀의 내켜하지 않은 자궁은 한 아이만을 품었다. 그녀의 임무가 끝났다는 선언이 있자 그녀는 즉시 집에서 뛰쳐나와 바다로 돌아갔다.

그녀는 아들을 보기 위해서만 땅으로 돌아왔다. 다른 어떤 이유도 없었고, 오래 머물지도 않았다. 나머지 시간 동안 그 아이는 가정교사와 유모들에 의해 길러졌고 펠레우스가 가장 신뢰했던 카운슬러인 피닉스 (Phoinix)의 보호 아래 있었다. 펠레우스는 신들이 자신에게 준 선물을 후회해 본 적이 있었을까? 평범한 아내라면 온화하고 웃는 얼굴을 한 그와 같은 남편을 맞이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하지만 바다의 요정인 테티스에게는 아무 것도 그의 더럽고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 평범함의 얼룩을 퇴색시키지 못했다.

한편, 이름모를 하인이 프티아에 도착한 페트로클러스를 궁전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빈 손이었다. 몇 안 되는 소지품은 그의 방으로 옮겨 졌고, 그의 아버지가 보낸 금은 금고로 가는 중이었다.

페트로클러스는 금과 분리되자 낯선 공포감을 느꼈다. 그것은 몇 주 동안의 여행 동안 그의 동료였고, 그의 가치를 되새겨 주는 것이었다. 그는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들을 외워서 알고 있었다. 손잡이 부분에 무늬가 새겨져 있는 잔 5개와 육중한 손잡이가 달린 홀, 두들겨만든 금 목걸이, 2개의 장식용 새 조각상, 그리고 끝에 금박을 입힌 나무로 조각된 수금. 마지막 것은 속임수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나무는 싸고 양이 풍부했고 무게가 나가 금으로 채워 져야 할 공간을 메꿨다. 하지만 수금은 아주 아름다워 어느 누구도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것은 페트로클러스 엄마의 지참금이었다.

그는 왕이 있는 방으로 자신을 데려 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가서 무릎을 꿇고 감사하다는 말을 쏟아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하인이 갑자기 옆문에서 멈추고 펠레우스 왕이 출타중이어서 대신 그의 아들 앞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그가 당나귀를 타고 오면서 연습했던 의무적인 말을 준비했던 상황이 아니었다. 펠레우스의 아들이라. 그는 아직 펠레우스의 아들의 밝은 머리색에 대비되었던 짙은 화관, 경기장을 따라 빛났던 그의 분홍 뒷꿈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은 저래야지, 라고 했던 그의 아버지의 말도.

펠레우스의 아들은 배 위에 수금을 올려 놓고 넓은 벤치에 누워서 한가하게 그것을 뜯고 있었다. 그는 페트로클러스가 들어 오는 소리를 못들었는지, 아니면 쳐다 보지 않기로 작정을 했는지 가만히 있었다. 페트로클러스가 그곳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그전까지는 그의 위치도 왕자였지만 이젠 무시해도 될 정도의 위치가 된 것이었다.

그가 발을 끌며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자 펠레우스의 아들이 머리를 옆으로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페트로클러스가 그를 본지 5년새에 그의 소년같은 모습은 없어지고 많이 자라있었다. 페트로클러스는 그의 짙은 초록 눈동자, 소녀같은 체격을 가진 그의 아름다움에 온몸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반감이 솟았다. 페트로클러스 자신은 많이 변하지도 않았고 잘 지내지도 못했으므로.

그는 잠이 가득한 눈을 하고 하품을 하더니 페트로클러스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그의 나라는 페트로클러스 아버지가 소유한 것의 반, 아니 ¼, 아니 1/8 정도밖엔 되지 않았고, 페트로클러스가 소년을 죽이고 추방되었는데 아직도 그를 모르다니. 페트로클러스는 이를 갈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좀 더 크게 다시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페트로클러스의 침묵은 처음엔 용납이 되었다. 그가 못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하지만 두 번째는 아니었다. 그는 페트로클러스, 하고 그의 아버지가 지어 준 이름을 댔다. 입안이 씁쓸했다. 그는 아버지가 지어 준 영광스러운 이름이라고 말했고 진심이었다. 그는 펠리우스 아들이 그것에 대해 농담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페트로클러스는 펠레우스의 아들도 자신처럼 바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펠레우스의 아들은 옆으로 누워 페트로클러스를 바라보며 자신의 이름은 아킬레스 (Achilles)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조금 들었다. 둘은 잠깐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킬레스는 눈을 깜박이며 다시 하품을 했다. 그리고 프티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도 궁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것이 나가도 좋다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날 오후, 페트로클러스는 자신이 유일한 위탁아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겸손한 프티아의 왕은 버려진 아들들을 받아 들임으로써 부자가 된 것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왕 자신 역시 예전에 도망자 신세였어서 추방된 사람들에 대한 자선을 베풀기로 명성이 높았다.

페트로클러스가 머물 곳은 긴 막사 스타일의 다다미였다. 방안에는 몸싸움을 하거나 쉬고 있는 다른 소년들로 가득했다. 하인이 그의 물건들이 놓여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몇몇의 소년들이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그는 분명 그들 중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고 이름을 물어 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자신은 이름을 말할 것이고.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던 놀이로 되돌아 갔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페트로클러스는 뻣뻣해진 다리를 끌고 자신의 돗짚 침대로 가 저녁 식사를 기다렸다.

저녁 식사를 위한 공간은 궁전 앞쪽에 있는 긴 홀이었다. 창문을 열면 오트리스 산 고원이 보였다. 홀은 그들 전부의 몇 배나 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컸다. 펠레우스는 연회를 베풀고 접대하기를 좋아한 왕이었다. 음식은 간단했지만 풍부했다. 소금에 절인 생선과 허브 치즈를 곁들인 두꺼운 빵. 염소나 황소고기같은 육고기는 없었다. 그런 것들은 왕족이나 축제 기간 동안만 먹을 수 있었다.

페트로클러스의 맞은편 램프 불빛에 밝게 빛나는 머리가 보였다. 아킬레스였다. 그는 다른 소년들과 함께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그가 한 말에 크게 웃었다. 왕자라면 저래야지. 페트로클러스는 손가락에 걸리는 거친 빵을 내려다 보았다.

저녁 식사 후엔 각자 원하는 걸 할 수 있었다. 몇몇 소년들이 게임을 하려고 구석에 모여들었다. 그중 한 명이 페트로클러스에게 같이 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직 어린시절의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페트로클러스보다 어렸다. 페트로클러스가 게임?이라고 묻자 그 소년은 주사위 놀이, 라고 말하며 손을 펴 그것들을 보여주었다. 그것들은 뼈를 깎아 만든 것으로 검은 염색으로 얼룩덜룩했다. 페트로클러스는 뒷걸음질치며 큰 소리로 '싫어' 라고 말했다. 그 소년은 놀라 눈을 깜박거리며 알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가버렸다.

그날 밤, 페트로클러스는 죽은 소년에 대한 꿈을 꿨다. 그의 머리가 땅에 부딪쳐 달걀처럼 산산조각이 난. 페트로클러스는 그가 자신을 따라왔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귀를 막았다. 죽은 자들의 목소리는 산 자를 미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들었다. 페트로클러스는 절대로 그의 목소리를 듣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포에 휩싸여 잠에서 깼다.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지 않았기를 바라며. 창문 밖에 있는 별들의 아주 작은 빛이 유일한 불빛이었다. 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다른 소년들의 존재가 그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죽은 자는 증인이 있든 없든 그들의 복수를 위해 올 것이므로.

잠시 후, 달빛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졸린 눈꺼풀이 다시 감기자 몹시 창백한 얼굴을 하고 피를 뒤집어쓴 그아이가 페트로클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그였다. 추방은 산 사람들의 분노를 만족시킬 수 있지만 죽은 자를 달래지는 못했다.

다음 날 아침, 페트로클러스는 눈이 까칠까질했고, 몸은 무겁고 둔했다. 다른 소년들은 아침 식사를 위한 옷을 차려 입고 하루를 기대하며 페트로클러스에게서 떨어진 곳으로 몰려 들었다. 그가 이상하다는 얘기가 재빨리 돌았고, 그 어린 소년은 주사위든 뭐든 들고 그에게 다시 접근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 때 그의 손가락이 그의 입술 사이에 빵을 밀어 넣었고 그의 목구멍이 그것을 삼켰다. 우유가 부어졌고, 그는 그것을 마셨다.

그후, 그들은 검과 창을 훈련하기 위해 칙칙한 햇빛이 내리쬐는 연습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페트로클러스는 펠레우스 친절의 완전한 진실을 알게되었다. 잘 훈련되고 은혜를 입은 그들은 언젠가 그에게 훌륭한 군대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페트로클러스에게는 창이 주어 졌다. 손에 옹이가 박힌 커다란 손을 가진 사람이 그를 몇 번씩 교정해 주었다. 그는 그것을 던졌고 목표물인 오크 나무 가장자리를 상처냈다. 교습가는 한숨을 쉬더니 두 번째 창을 주었다. 페트로클러스는 눈으로 다른 소년들을 훑어보며 펠레우스의 아들을 찾았다. 그는 그곳에 없었다. 페트로클러스는 다시 한 번 오크 나무를 바라보았다. 움푹 파이고 갈라진, 구멍에서 수액이 흘러나오고 있는. 그는 창을 던졌다.

태양은 여전히 높게 떠 있었다. 페트로클러스는 목이 말랐고 뜨거운 먼지로 가려웠다. 교습가들이 그들을 자유롭게 해 주자 거의 대부분의 소년들이 바닷가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아직 바람이 살랑대고 있었다. 눈은 몹시 무거웠고, 아침 운동으로 인해 팔이 아팠다. 그는 올리브 나무의 우거진 그늘 아래 앉아 파도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는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의 고향에서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힘든 아침 운동, 그런 다음 혼자 보내는 긴 오후 시간. 밤에 그는 눈을 감고도 노랗고 밝은 둥근 테두리가 감은 눈꺼플에 닿을 정도로 달을 바라보았다. 매일 밤 그 소년은 페트로클러스를 찾아 왔다. 노려보는 눈빛과 머리가 부서진 채로. 때로 그는 고개를 돌려 페트로클러스에게 그의 머리에 난 구멍을 보여주기도 했다. 거기에는 그의 뇌에서 나온 부드러운 덩어리가 매달려 있었다. 또 가끔 그는 페트로클러스에게 손을 뻗었다. 페트로클러스는 공포에 숨이 막혀 잠에서 깨어 동이 틀 때까지 어둠을 응시했다.

아치형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 때가 그에게는 유일한 안도감을 주는 때였다. 그곳에서는 벽들이 그를 압박하지도 않았고, 뜰의 먼지 때문에 목구멍이 막히지도 않았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입에 음식을 가득 담고 얘기하는 목소리들이 그를 편안하게 했다. 그는 혼자 앉아 밥을 먹고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때가 페트로클러스가 아킬레스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는 페트로클러스 무리들과는 분리되어 왕자로서 그들과는 상관없는 의무들을 수행했지만 식사는 테이블을 돌면서 항상 그들과 함께 했다. 커다란 홀에서 그의 미모는 불꽃처럼 빛났고, 활기차며 밝은 그의 모습은 페트로클러스로 하여금 자꾸 눈길이 가게 만들었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그가 자리에 앉을 때 그의 몸은 페트로클러스의 그것과는 다르게 비틀어지지 않고 마치 조각상처럼 완벽한 품위를 만들어냈다. 그의 가장 놀라운 점은 남의 눈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다른 잘생긴 아이들이 하듯이 멋을 내거나 입술을 내밀고 뿌루퉁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는 그 주위에 있는 소년들에게 미치는 그의 영향력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페트로클러스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소년들은 혀를 내밀고 열망적으로 모여든 개들처럼 그를 에워쌌다. 페트로클러스는 주먹으로 빵을 짓이기며 그의 구석 테이블에서 그 모든 걸 지켜보았다. 그의 간절한 질투심은 부싯돌같았고, 불꽃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킬레스가 평소와는 다르게 페트로클러스와 한 테이블 떨어진 가까운 곳에 앉았다. 그는 밥을 먹으며 그의 먼지 낀 발로 판석을 긁었다. 그것들은 페트로클러스의 발처럼 갈라지지도 옹이가 박히지도 않았고, 분홍색이 먼지 아래에서 부드러운 갈색이 되었다. 왕자니까. 페트로클러스는 속으로 비웃었다.

그런데 마치 아킬레스가 그의 말을 들은 것처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찰나의 순간 페트로클러스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는 얼른 눈길을 피하며 빵을 먹는 데 열중했다. 그의 뺨은 불타올랐고 피부의 털이 곤두섰다. 마침내 그가 다시 조심스럽게 눈을 들자, 아킬레스는 다시 자신의 테이블로 몸을 돌려 다른 소년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그 이후, 페트로클러스는 좀 더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고개를 숙이고 눈길을 다른 데로 얼른 피하며. 그런데 아킬레스도 신중했다. 최소한 저녁 식사 동안 한번은 고개를 돌려 페트로클러스가 무관심한 척 하기 전에 그를 붙잡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연결된 그 찰나의 순간은 페트로클러스가 하루 중 뭔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뱃속에서 갑작스럽게 솟아나는 사냥당한 분노를. 그는 낚시 바늘을 흘끔거리는 생선 같았다.

페트로클러스가 추방된지 4주째가 되었을 때, 그가 항상 앉았던 테이블에 아킬레스가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페트로클러스는 다른 소년들이 자신과 같이 앉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자신의 테이블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아킬레스 때문에 그 테이블은 소년들로 북적댔다. 페트로클러스는 순간 얼어 붙었다. 그는 피함과 분노 사이에 붙들려 있었다. 분노가 이겼다. 그 테이블은 페트로클러스 자신의 것이었고, 아킬레스가 몇명을 데리고 왔던 그가 자신을 거기에서 밀어낼 수는 없었다.

페트로클러스는 마지막으로 비어 있는 곳에 앉았다. 그의 어깨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듯 긴장했다. 아킬레스의 존재는 그의 신발에 들어 있는 돌처럼 무시하기가 힘들었다. 그의 피부는 이제 막 짠 올리브 오일 색이었고, 광택이 나는 나무처럼 부드러웠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 모두를 덮고 있는 딱지와 상처 하나 없이 말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접시들이 치워졌다. 하지만 아킬레스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는 가만히 눈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치우더니 그릇에 담겨 있는 무화과 몇 개를 집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저글링을 했다. 소년들이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더 해 봐! 더 해 봐!

무화과는 색이 잘 안 보일 정도로 위로 날랐다. 속도가 너무 빨라 그것들이 그의 손에 닿는 것 같지가 않았다. 저글링은 수준 낮은 무언극 배우나 거지들이 쓰는 계략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다. 공기 중에 생생한 페턴을 그리며. 그것은 너무 아름다워 페트로클러스 조차도 관심없는 척 할 수가 없었다.

돌고 있는 무화과를 보고 있던 그의 시선이 페트로클러스의 것과 마주쳤다. 페트로클러스는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아킬레스가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잡아봐' 라고 말했다. 그가 만든 패턴에서 무화과 하나가 튀어 나와 페트로클러스를 향해 날아 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그것을 잡았다. 그것은 부드러웠고, 살짝 온기가 있었다. 페트로클러스는 다른 소년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킬레스는 무화과를 하나씩 하나씩 잡더니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는 마지막 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페트로클러스는 아무 생각 없이 그가 던진 잘 익은 무화과를 입으로 가져갔다. 오돌토돌한 알갱이들이, 달콤함이 그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한 번, 정말 맛있는 무화과를 먹었다.

아킬레스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다른 소년들도 작별 인사를 했다. 페트로클러스는 그가 다시 한 번 자신을 바라볼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킬레스는 몸을 돌려 궁전 반대편에 있는 그의 방으로 사라졌다.

다음 날, 성으로 돌아온 펠레우스가 페트로클러스를 불렀고, 살인 땜에 왔다는 걸 다시 확인하더니 그에게 아직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페트로클러스에게 위안이 되었다.

그날 늦게, 펠레우스에게서 혹은 그들의 대화를 들은 하인에게서였는지는 모르지만 페트로클러스에 대한 얘기가 아이들에게 퍼진 모양이었다. 놀랍게도 아이들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그가 지나가자 그들의 얼굴에 두려움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들은 적당한 안전 거리를 두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속닥거림이 페트로클러스를 숨막히게 했다. 그의 좁은 세상은 점점 더 좁아졌다.

어느 날, 페트로클러스는 올리브 기름을 보관하는 저장고에 숨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네가 이곳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왔다'는 소리에 페트로클러스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킬레스였다. 그의 얼굴은 심각했고, 초록색 눈으로 페트로클러스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페트로클러스는 죄의식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 역시 자신이 그 시간에 그곳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는 페트로클러스를 찾았다고 하면서 아침 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얼굴을 붉혔다. 화가 치밀었다. 그를 추적하는 게 아킬레스의 권리이겠지만 그가 그렇게 한 게 싫었다. 그는 넌 그곳에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아킬레스는 교습가가 그걸 알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가 그래서 너의 아버지가 널 보냈구나, 라고 말하자 아킬레스는 아니라고, 자기가 그냥 온 거라고 했다. 그는 그들이 얘기 나누는 걸 지나가다 듣고 네가 아픈지 확인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가 아무런 댓구가 없자 아킬레스는 자신의 아버지가 벌을 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 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벌은 태형이었고 보통 공개적이었다. 왕자는 매를 맞진 않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왕자가 아니었다.

아킬레스가 넌 아픈 게 아니구나, 라고 말했고, 페트로클러스는 무미건조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킬레스가 그럼 그건 변명이 되지 않겠네, 라고 말했고, 페트로클러스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킬레스는 네가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한 변명 말이야, 그런 게 있으면 벌을 받지 않을텐데, 뭐라고 할 거니? 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가 모르겠다고 하자 아킬레스는 뭐라도 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그렇게 말하자 페트로클러스는 속에서 더 화가 났다. 그가 넌 왕자잖아, 라고 말하자 아킬레스는 놀란듯이 고개를 약간 기울이더니 그래서? 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는 그러니까 너의 아버지께 네가 나랑 같이 있었다고 말하면 되잖아, 너의 아버지는 그렇게 믿으실 거야, 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느끼는 것보다 더 확신하며 말했다. 만약 페트로클러스 자신이 아버지에게 다른 아이를 위해 그렇게 말했다면 그는 악의적으로 매질을 당했을 것이었다. .

아킬레스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은 거짓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가 그럼 나를 너의 수업에 데려가, 라고 하면서 그럼 거짓말이 아니잖아,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킬레스는 눈썹을 치켜 세우더니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그런 종류의 고요함이었다. 숨쉬는 것과 맥박이 뛰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정지한, 사냥꾼의 활 소리를 듣고 있는 사슴과 같은. 페트로클러스는 숨을 쉬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뭔가를 결정한 듯 아킬레스의 표정이 풀리더니 가자, 라고 말했다. 페트로클러스가 어딜? 하고 묻자 아킬레스는 내 수금 수업에, 라고 말하며 그렇게 하면 네 말대로 거짓말 하는 게 아니니까, 라고 말했다.

그를 따라가며 페트로클러스는 탈출, 그리고 위험, 그리고 희망, 이 모든 것을 동시에 느끼며 가슴에 흥분감이 차오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