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Wisdom of the Earth
By
Christopher Scotton
아침 무렵에 인디애나 (Indiana)에서 동쪽으로 운전을 하다보면 선광한 지평선 위로 애팔라치아 (Appalachia) 산맥이 좀 더 어두운 푸른 색을 띄며 솟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산록지대의 푸른 구릉지들이 밀물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모래 주머니들처럼 울창한 봉우리들을 떠받치고 있었다. 처음 그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일반 사냥꾼과 모피를 얻기 위해 덫을 놓는 사냥꾼, 그리고 사냥감들이 서쪽으로 가고 난 다음에는 농부들이었다. 구릉지와 산맥 사이에 길고 협소한 구덩이 같이 오목한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농부들과 소들이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 아래로, 터그 포크 (Tug Fork)에서부터 클린치 밸리 (Clinch Valley)에 이르기까지, 동쪽 해안선을 따라 가장 순수한 석청탄의 두꺼운 판이 있었다.
어느 해 6월, 열다섯 살 무렵의 케빈 길룰리 (Kevin Gillooly)는 엄마와 함께 스테이션 웨건을 타고 인디애나에서 외할아버지 (Arthur Bradely Peebles)가 사는 켄터키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의 남동생인 조슈아 (Joshua)가 죽은 지 2달만이었다. 조슈아의 사고 후 엄마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를 가둬버렸고, 그후부터 입을 닫아 버렸다. 사람들은 엄마가 충격으로 미쳐버렸다고 수군댔다. 변호사인 아버지는 불신의 침묵에서 벗어나 아주 바삐 자신의 분노를 그와 마주치는 모든 사람, 특히 케빈에게 퍼부어댔다.
외할아버지가 엄마와 케빈을 그의 집으로 보내 여름을 함께 나게 하라고, 그러면 엄마가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에 치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고,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의견이 일치한, 몇 안 되는 보기 드문 결정 중의 하나였다.
외할아버지 아서는 결혼 직후엔 한 대학에서 철학 교수로 있다가 전쟁 후 다시 공부하여 지금은 수의사이다. 그의 아내 사라는 렉싱턴의 좋은 점을 그들이 사는 미시와치위 (Missiwatchiwie) 카운티로 가져와 메드가 (Medgar) 여성 클럽과 문학 모임 등과 같은 걸 처음 시작했고, 제일 처음으로 셰익스피어의 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녀는 버스에서 자신의 자리를 흑인 임산부에게 양보하기도 했고, 일하는 하녀가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그녀는 케빈의 엄마인 애나 (Anna Ryder Peebles)를 낳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외할아버지 집을 향해 차가 서서히 다가가자 몇 달만에 처음으로 엄마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어렸고, 아버지는 가볍게 그녀의 팔을 잡으며 집에 왔다고 말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는 차가 미처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현관 계단을 달리듯 내려와 차 문을 열고 엄마를 내리게 한 다음 끌어안으며 집으로 돌아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엄마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안았다. 캐빈이 차에서 내리자 할아버지는 그에게 키가 좀 더 자란 것 같다며 포옹을 하고 어깨를 감싸 쥐었다. 잠시 후 37년 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하녀로 일하고 있는 쉰세 살의 오디 레이 (Audy Rae)가 현관에서 차로 다가왔다. 그녀는 엄마의 양어깨에 각각 손을 얹고 마치 진짜인지 확인하듯이 팔을 쭉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케빈을 게스트 룸으로 안내한 오디는 그에게 지금 그와 엄마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데, 치료가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말했다. 케빈이 아버지가 그 일이 자신이 잘못해서 일어난 거라고 비난한다고 하자 오디는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부드럽게 위로했다.
한편, 머농가힐러 광업 회사 (Monongahela Mining Company)는 1912년 켄터키 주 메드가 시를 에워싸고 있는 완만한 산어깨 위와 쭉뻗은 산꼭대기 아래에 첫번째 광산을 열었다. 휠링 (Wheeling)에서 온 조사팀이 뽑아낸 중심 샘플이 아주 두껍고 순수해서 윌리엄 비처 보이드 (William Beecher Boyd)의 가슴을 뛰게 했고, 그는 몸소 새 자동차를 끌고 그 땅을 구입하러 왔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차례로 그에게 땅을 팔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주변의 들판들이 갑작스럽게 시가 되어 흙과 진흙 대신 아스팔트가 깔렸다. 그리고 버둥대는 옥수수 대신 새로운 송판으로 된 단독 주택들이 들어섰다. 은행과 또 하나의 교회, 그리고 두 개의 대장간이 더 생겨 뒤떨어졌던 메드가를 1917년 당시의 상황에 들어맞게 변화시켰다. 그 모두가 윌리엄 비처 보이드와 머농가힐러 광산 회사의 서비스였다.
1920년대에는 혹스백 (Hogsback)과 화이트 마운틴 (White Mountain) 사이의 긴 골짜기 안 메드가 거주민이 2000명으로 늘었으며, 학교와 감옥, 그리고 교통수단이 생겼다. 대공황이 다가왔다가 별 친하지 않은 사촌처럼 사라졌다. 공황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여전히 석탄을 태우고 메드가는 여전히 그것을 팠다. 왜냐하면 머농가힐라 광산 회사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1965년 미스 재이니 (Miss Janey)가 그의 사촌이며 파트너인 파리에서 군대 생활을 한 폴 피어스 (Paul Pierce)와 함께 파리 미장원과 잡화점을 오픈함으로써 미시와치위 카운티를 모던하게 바꾸었다. 다음 10년 동안 메드가에는 많은 가게들, 클럽 등이 생기고, 무수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지만, 항상 광산이 있었다. 1978년, 그들이 메드가 탄층에서 마지막 톤을 뽑아 낼 때까지. 이후 대부분의 광부들은 남쪽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700명 이하의 주민들만이 남았다. 한때 이탈리언 레스토랑과 극장이 있었던 매드가의 서쪽 부분은 완전히 폐쇄되었고, 시내에만 일렬로 가게들이 몇개 남아 있었다.
한편, 그들이 할아버지 집에 도착한 다음 날 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아버지가 떠나자마자 케빈은 호주머니에 성냥을 넣고 메드가와 주변 산을 탐색했다. 그는 시내 외곽에 있는 산의 첫번째 평지에서 바싹 마른 나뭇잎들을 무릎 높이까지 모아 불을 붙였다. 가운데에서 가느다랗게 연기가 피어 나더니 불꽃이 일자 연기는 사라졌다. 적당한 세기의 바람이 불을 더 살렸고, 그는 불꽃이 3피트까지 솟아 올라 나뭇잎을 다 태우고 검게 그을린 잉걸불 속으로 주저 앉는 걸 냉랭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숨막힐 듯한 슬픔과 지난 2개월 동안 그를 덮쳤던 분노의 감정, 즉 죄의식, 흥분, 활력, 부끄러움 등과 같은 그런 감정과는 다른 뭔가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불꽃의 열기도 그것을 관통하지 못했다.
조쉬가 죽은지 한달여 정도가 지난 후부터 그는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뒷마당에 있던 작은 쓰레기통에서부터 시작했는데, 그 다음엔 집 뒷쪽 숲에서 잔가지들을 모아다가 불을 붙였다. 그가 살던 인디애나의 레드힐 (Redhill) 주변에 다른 작은 불들을 몇번 냈고, 급기야 시 공원 내에 있던 낡은 나무 창고를 태웠다.
그가 메드가에 온 첫 주 동안 히비 (Hivey) 농기구 가게의 뒷마당에 있던 쓰레기통의 화재와, 바람 때문에 거의 통제가 안 될뻔 했던 훤히 뚫린 산머리에서의 잡초 화재, 지독한 검은 연기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구식 폼 자동차 시트 화재 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발톱을 모으는 희한한 취미를 가진, 케빈의 일생에서 지울 수 없는 친구 버지 핑크 (Buzzy Fink)를 처음 만나게 된다.
어느 날, 케빈은 시내 밖 산머리에 있는 땅 위에 누워 있다가 붉은 거미에게 물렸다. 너무 아파서 당황했고 어쩔 줄 몰라하면서 집으로 갈까 생각하다가 케빈은 그곳으로 달려 가는 동안 독이 그의 뇌로 더 퍼져갈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마지막 언덕에서 보았던 버려진 석탄장에 불을 붙이기로 작정을 했다. 그런데 그때, 커다란 나무 사이로 '달팽이를 거미한테 물린 부위에 묶어 놓으면 붓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회색 달팽이어야지, 갈색 달팽이는 오히려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신이 지금은 갖고 있는 달팽이가 없는데, 계곡 아래로 내려가면 많이 있을 거라고 하며, 다른 벌레는 안 되고 꼭 회색 달팽이어야 한다고 했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다 케빈은 그의 나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담배를 피우며 지저분한 잡지를 읽고 있는 걸 보았다. 뒷꿈치가 헤진 그의 군화가 나뭇가지 사이로 달랑거렸다. 그는 벌거벗은 여자가 나온 잡지를 케빈의 머리 위로 던지더니 곧이어 그 역시 땅으로 뛰어 내렸다. 그는 땅에서 뭔가를 찾는 시늉을 하다가 케빈을 물었던 거미를 잡아 들어올리면서 걱정할 정도로 독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달팽이를 붙여 놓지 않으면 며칠 동안 아플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은 버지 핑크라고 했다.
그는 케빈 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컸으며 몸집도 반 정도 더 컸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이제 막 씻고 나온듯이 보일 정도로 푸르렀다. 양쪽 뺨에는 주근깨가 뿌려져 있었으며, 가운데가 벌어진 커다란 흰 앞니는 웃을 때 분홍빛 혀를 돗보이게 했다. 그가 케빈에게 '피블스가 아이로군' 하고 말해서 케빈은 할아버지가 아서 피블스 씨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버지가 달팽이를 잡으러 가자고 말하며 계곡 아래로 내려갔고, 겨의 뒤를 따라 케빈도 간신히 계곡으로 내려가 달팽이를 잡았다. 버지는 덕 테잎으로 그걸 상처 부위에 고정시키면 된다며 자신이 앉아 있던 나무 위 오두막으로 가자고 했다.
그 오두막은 아주 커다란 오크 나무의 주 몸통이 나누어지는 곳의 가운데 가지 위에 놓여져 있었다. 케빈은 그곳으로 오르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발이 미끄러져 배가 가지에 긁혀 피가 났다. 그러자 버지는 인디애나에는 그런 나무가 없냐며 놀렸다. 마침내 오두막의 첫번째 현관 앞에 오르자 도시 전체를 볼 수 있었고, 혹스백 (Hogsback)에 있던 옛 광의 구덩이와 잔재물들도 보였다. 케빈이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는 동안 버지는 가만히 앉아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
어디선가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멀리서 들리는 천둥 소리 같았지만, 좀 더 짧고, 더 날카로왔으며, 맑은 하늘과 매치가 되지 않았다. 케빈이 저게 무슨 소리냐고 묻자 버지가 요즘 사람들이 채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산 윗 부분을 폭파해서 위에서부터 파들어가는 거라고 했다.
잠시 후 덕 테입으로 달팽이를 고정시키고나서 버지는 지난 주에 케빈이 온 것을 보았다고 말했고, 케빈은 엄마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살기 위해 왔으며, 아버지는 일 때문에 인디애나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버지는 케빈의 엄마가 케빈의 동생의 죽음 때문에 미쳐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며 케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케빈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엄마는 그것을 아주 나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버지가 그래서 그렇게 불을 질렀느냐고 물었다. 케빈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 버지가 다시 그것이 네가 불을 지른 이유냐고 물었다. 케빈은 오두막 아래를 내려다 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버지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케빈은 자신은 그저 심심해서 그랬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래를 보고 있던 케빈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자 버지는 여전히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조금 누그러진 소리로 더 이상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다시 말했다. 케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내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버지가 동생이 어떻게 죽었느냐고 물어서 케빈은 자동차 사고라고 거짓말을 했다. 버지는 자신의 형인 클레오 (Cleo)도 어릴 적에 헛간 지붕 위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는데, 다행이 두 다리만 부러졌다고 말했다. 버지는 그의 형 클레오는 열일곱 살이고, 유명 풋볼 선수로 주에서 요구하는 통과 점수를 다시 깻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형에 대해 얘기할 때 그의 표정은 활기를 띠었다. 그는 그의 형과 함께 훈련을 하는데, 형은 거의 기계 같다며 아마 프로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은 멋있다고 대답하며, 조슈아의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물결 모양의 산맥을 바라보았다. 버지가 클레오에 대해서 계속 얘기하는 동안 조슈아에 대한 슬픈 생각과 죄의식이 차차 어두운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둘은 오후 내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그곳에 있다가 헤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케빈이 할아버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깜깜한 밤이었다. 현관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던 할아버지는 케빈의 안부를 물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할아버지는 케빈의 친구들에 대해서 묻고, 케빈은 친구들이 조슈아가 죽은 후 자신을 멀리 한다고 말했다. 마치 자신이 무슨 전염병에 걸린 사람처럼. 가장 친한 친구 조차도. 그래서 그들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것은 조슈아 때문이 아니라 엄마 때문이라며, 몰에서 소리지르며 울고불고 했던 그 일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때론 친구들이 그렇게 실망을 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케빈의 나이였을 때 진짜 똥이 든 샌드위치를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식구 모두 고군분투하고 있었을 때였다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힘들 때 도피처로 썼던 것이 바로 책이라며 집 안에서『보물섬』(Treasure Island)을 갖다 주었다.
그주 토요일, 케빈은 지난 주에 발견했던 오래된 광산 헛간에 불을 지르기 위해 늦은 아침에 집을 나섰다. 오디 래이는 오지 않는 날이었고, 할아버지는 일을 하러 나갔기 때문에, 그는 히비 농기구점에 가서 소다와 샌드위치를 샀다. 그리고 버지의 나무 오두막으로 가서 잠시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 후 목표 지점으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작업대에 뚜겅이 열린 유리 그릇이 죽 놓여 있었는데, 바닥에는 오래 전에 날아간 솔벤트 잔여물이 남아 있었다. 작업대 아래에 거의 꽉 찬 오래된 금속 통이 있었는데, 먼지가 쌓인 그곳에 희미하게 등유라고 쓰여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그의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올듯이 두근거렸다. 그것을 집어 들자 그의 발과 그 아래 있는 땅이 눈 때문에 신호를 잘 잡지 못하는 TV처럼 희미해졌다. 그의 손은 감각이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손처럼. 마치 다른 독립체의 그것처럼. 그것들은 그의 사지를 조종하고 그로 하여금 그의 실체에서 빠져 나와 통 속의 내용물을 오래된 마루 바닥에 흩뿌리고 마른 땅이 물을 흡수하듯 나무가 등유를 빨아들이는 것을 지켜보도록 만들었다. 통이 비자 그는 그것을 문쪽으로 던진 다음 다섯 걸음 뒤로 물러서서 호주머니에서 레드힐 상표의 성냥을 꺼냈다. 그리고 한 개를 켠 다음 그것을 들고 구석에 고여 있는 등유를 향해 막 던지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가 뒤에서 그의 손목을 잡았다. 버지 핑크였다. 그는 성냥불을 불어 껐다. 그는 케빈에게 불태워 없애 버리려고 자신의 산으로 왔느냐고 말했다. 케빈이 뭐라고 변명을 하려다가 신경쓰지 말라며 버지의 손아귀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 시내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잠깐 후 버지가 그를 불렀다. 케빈이 몸을 돌리며 어쩌라고, 하고 말했다. 버지는 그에게 뭔가 보여줄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것이 요청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케빈이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버지는 그가 꼭 봐두어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케빈이 다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버지는 그의 곁을 지나쳐 나무 위 오두막으로 되돌아가는 산길을 걸으면서 따라 오고 있느냐고 물었다.
케빈은 서둘러 그를 뒤쫓아가며 지난 며칠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 버지는 케빈이 불을 지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케빈은 할 말이 없었다. 버지는 누군가 그것이 번지지 않도록 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케빈은 그저 작은 불이었을 뿐이라고 말해 놓고 즉시 후회했다. 케빈의 말을 들은 버지는 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반쯤 돌려 케빈을 바라 보더니 다했느냐고 물었다. 케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버지는 다시 산길을 걸었다.
버지는 케빈을 데리고 그의 나무 위 오두막으로 올라가더니 그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가리키며 그것들을 보라고, 자기가 산 각각 이름들을 붙여 놓았다고 말하며, 하나 하나 이름을 댔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붙인 이유도 설명했다. 케빈이 그중 하나인 Telling Cove라는 곳엘 가보고 싶다며 혼자 가겠다고 하자 버지가 그곳에 못간다고 말렸다. 케빈이 그곳이 너무 위험스러운 곳이냐고 묻자, 버지는 케빈이 그곳에 가면 안되는 이유는 Telling Cove에 가면 누구든지 자신의 비밀을 말해야 한다며, 만약 비밀을 얘기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고 말했다. 케빈이 비웃으며 믿지 않자 거기에 얽힌 한 예를 얘기해 주었다. 하지만 케빈은 고개를 저으며 그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케빈은 그곳엘 가겠다고 우겼고, 버지는 어찌됐든 그를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버지가 오두막으로 들어가 플래쉬와 작은 배낭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케빈이 버지의 뒤를 따라 떨어지지 않게 나무를 타고 막 내려오려고 하고 있을 때였다. 뭔가가 휙 소리를 내며 그들 머리 옆을 지나 탁 소리를 내면서 오크 나무에 꽂혔다. 둘은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무에 박힌 12인치 쇠화살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빌어먹을 게이놈들이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고, 거긴 자기 구역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니, 몸집이 크고, 여드름 투성이인, 기름낀 검은 머리를 가진 십대 녀석 하나가 그들을 향해 나무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석궁이 매달려 있었는데, 둘의 머리를 향해 활을 쏘고 난 후라 줄이 느슨해져 있었다. 그의 뒤에는 같은 나이 또래의 훨씬 작은 아이가 있었는데, 그는 앞의 아이와 같이16살 정도 됐지만, 몸집은 그의 반도 되지 않았다.
몸집 큰 아이가 계집애 같은 놈들이 자신들의 구역에서 뭘하고 있느냐고 다시 물었고, 버지가 조용히 너의 구역이라고? 하고 말했다. 케빈은 버지가 속에서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고 무기를 가진 십대의 면전에서 화를 참아야 한다는 걸 잘 깨닫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버지가 너의 구역은 다른 곳이 아니냐며 그곳 이름을 대자 날씬한 아이가 전부 자신들의 구역이라며 욕을 했다. 버지가 자신은 그저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케빈에게 주변을 보여주고자했던 것 뿐이라고 하자, 그들은 둘을 향해 담배 연기를 뿜었다.
케빈은 버지와 그들과의 대화에서 몸집이 큰 아이의 이름은 틸로이 (Tilroy)이고, 작은 아이는 스키터 (Skeeter)라는 걸 알았다. 틸로이가 스키터에게 화살을 빼오라고 하자 그는 가면서 일부러 버지의 어깨를 쳤고, 버지가 버팅기자 그는 버지를 벽돌벽에 부딪친 새처럼 그를 힘껏 밀쳤다. 그리고는 주먹을 들어 올렸지만, 버지는 조금도 움찔하지 않았다. 트롤리가 다시 화살이나 가져 오라고 말했다.
버지가 트롤리에게 석궁은 어디서 난 거냐고 물으며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하자, 트롤리는 삼촌이 생일 선물로 주었다고 대답하며 그것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벌써 파섬과 개를 한마리씩 잡았다고 자랑스럽게 떠들어댔다. 버지가 휘파람을 불며 정말 멋있다고 말하자 트롤리는 잠깐 할 말을 잃은듯 가만히 그의 새 무기를 들여다 보았다.
버지가 가려고 움직이자 스키터가 오두막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버지가 이제 집에 가야 한다고 하자 스키터는 욕을 하며 사다리가 어디 있는지 다시 물었고, 버지는 자신은 사다리를 본 적이 없으며, 그것은 형 클레오의 오두막이고, 아무도 데리고 올라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버지가 형 이름을 들먹이자 트롤리와 스키터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오두막만 올려다 보았다. 그들이 뭐라고 소근대며 위를 가리키는 동안 케빈과 버지는 길을 따라 내려왔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 케빈이 뒤를 돌아보자 트롤리가 그를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버지는 그의 옷을 잡아 끌면서 계속 걸으라고 했다. 버지에 따르면 트롤리는 뚱뚱해서 아이들, 특히 선배들에게 따놀림을 당했는데, 그는 신입생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지는 그가 주차장에서 한 짓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클레오가 무서워 자신에게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케빈과 버지는 자주 만나는 친구가 되었다. 별 할 일이 없는 그런 곳에서 규칙적으로 만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활력소가 되었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저 말없는 저녁 식사 시간과 현관 앞에서의 할아버지와의 대화가 전부인 생활이 계속되었다.
어느 날, 현관에 할아버지의 친구들이 모였는데, 그중 할아버지의 켄터키 대학 동기이며 뉴욕과 시카고의 신문사에서 30년 동안 일을 하다가 은퇴한 후 고향인 메드가로 돌아와 지역 신문 출판 겸 편집장 일을 하고 있는 체스터 스킬 (Chester Skill)이 와서 놀라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인 심프 다저 (Simp Dodger)가 자신의 집 마당에서 날아온 돌맹이에 맞아 숨졌다는 것이었다. 그 돌맹이는 산 정상을 밀고 탄을 캐기 위해 폭발을 유도한 곳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할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에 따르면 그 방법은 위험하지만 옛 방식에 비해 돈이 덜드는 방법이었는데, 할아버지는 그것을 범죄라고 말했다. 부바 보이드 (Bubba Boyd)가 산 정상을 밀어버린 장본인으로, 그는 광산과 그 도시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었고, 이제 할아버지의 어린시절 집이 있는 산인 주크 할로우 (Juke Hollow)를 사기 위해 그곳으로 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것을 절대로 그에게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느 날, 이른 아침, 할아버지와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할아버지가 케빈에게 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케빈은 아버지가 조슈아의 죽음이 그의 탓이라고 했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말도 안된다고 했다. 아버지는 케빈의 밴드 연습 때문에 데려다 주던 중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서있던 사이 케빈을 바라보면서 그가 하라는 대로 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의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그 일은 케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 케빈은 눈물이 차올랐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이런 비극에 대해 비난받는 것은 한 인간이 다스리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인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깜박이며 아버지가 왜 그를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극복하려고 애를 쓰는데, 그의 엄마 같은 사람들은 그것을 속으로 삭이고, 아버지 같은 사람들은 남을 비난하는 것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곧 제정신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 동안에 케빈은 자신과 함께 지내면 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케빈이 그런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케빈은 할아버지를 따라 그러비(Grubby)의 농장으로 가서 소뿔 제거 작업과 거세 하는 것을 돕고, 할아버지의 제안으로 그날 이후 할아버지의 보조로 일을 하고 약간의 용돈을 벌게 되었다. 그들이 농장에서 소와 씨름하는 동안 바로 뒷쪽 산에서 다시 폭발음이 들려왔고, 그러비는 농장을 부바 보이드에게 팔아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
시내의 거의 모두를 소유하고 있는 부바 보이드는 산들을 거의 다 폭파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었다. 그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때 돈을 물쓰듯 써재끼면서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항상 활짝 웃었지만, 그의 눈은 영혼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케빈이 만약 그가 그 도시의 모든 걸 소유하고 있다면, 그를 막을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고 묻자, 할아버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케빈이 다시 그가 땅을 소유하고 있다면 거기에 자신이 원하는 걸 할 권리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그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자고 했다. 내 소유의 땅으로 강이 흐른다고 아래쪽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물을 오염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냐고. 그들은 그의 잘못으로 병들고 죽을 수도 있다고.
케빈이 그럴 수도 있다고 하자, 할아버지도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사람들이 부바의 돈을 받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혹시 그를 반대하면 그에게서 나오는 젖줄이 끊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이 받는 수익은 산위에서 얻는 수익의 절반도 되지 않으며, 그 도시에서 부바에게 대항할 용기를 가진 사람은 폴 피어스밖엔 없다고 말했다. 케빈이 풀 피어스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할아버지는 다음 날 엄마와 함께 미스 재이니의 미장원으로 케빈을 데려가 그를 만나게 해주었다.
폴 피어스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거의 매일 매를 맞으며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기분이 좋을 땐 한없이 다정했지만, 삶이 힘들면 아내가 살아있을 때는 아내를 때렸다. 당시에는 그저 손바닥으로 때렸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작고 느리며 꾀를 부릴줄 몰랐던 폴을 오랫동안 껴안고 독을 끄집어내듯 그녀의 고통을 해소했다. 엄마가 죽고난 후 천둥같은 아버지의 노여움은 자식들을 향했다. 그리고 손 대신 단단한 히커리 나무 막대로 바뀌었다. 맞고난 후 폴은 칙 마운틴 (Cheek Mountain) 쪽으로 가 차가운 땅을 파서 그저 열살 남자 아이의 몸이 들어갈만한 얕은 구덩이를 판 다음 옷을 다 벗고 그곳에 누웠다. 그리고 흙으로 몸을 덮고 마치 해변에서 모래를 덮고 누워 있는 아이들처럼 그렇게 가만히 누워 있었다.
일단 그의 몸을 그렇게 묻고 나면 산은 그에게 해독제가 되어 매맞은 고통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이 그에게 침을 뱉었던 아픔 같은 것을 모두 없애주고 치유해주었다. 땅이 자신의 몫을 다하고 나면 그는 하늘을 향해 노래를 불렀는데, 교회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를 천상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그의 형들은 18살이 되고선 모두 집을 떠났다. 그때쯤 그의 아버지는 몸이 굽었고, 폴도 이제 아버지에게 맞설 만큼 몸이 커졌다. 그의 십대 시절, 아버지의 구타가 멈추고 난 후 그는 차가운 땅이 그가 느끼는 이상한 감정을 없애주기를 바라면서 산으로 올라가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그것은 점점 더 강력해졌고 수그러들지 않았다.
18살 때 그는 아버지가 자신을 어떤 식으로든 존중해 주기를 바라며 입대했다. 하지만 군대로부터 그가 보병대에 맞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자 아버지는 그를 비웃었다. 그는 워싱턴 디시의 펜타곤에 임시 배치되었다가 새로 생긴 미군악대의 첫번째 테너로 복무하게 되었다. 그리곤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 타오르는 욕구는 계속되었다. 그는 점점 어두운 곳을 찾아 다니게 되었는데, 그런 곳에서 그와 비슷한 사람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고, 어느 날 밤 한 공원의 숲 속에서 급습한 경찰에게 발각되어 공공장소에서의 성기노출에 대해서 변호하고 일반제대를 부탁했다. 그는 게이였던 것이다.
폴 피어스는 케빈의 머리를 자르며 안부를 묻고, 케빈의 외할머니 사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폴이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앉아 있는데, 몇명의 백인 사내아이들이 흑인 여자애를 끌고 그들의 차로 데려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폴이 나서서 제지했지만 그들은 그저 비웃었다. 그때 마켓에서 나오던 케빈의 할머니가 손에 들고 있던 걸 모두 내려놓고, 그 백인 아이들 중 한명에게 다가가 힘껏 뺨을 후려치더니 다시는 여자에게 그런 식으로 손을 대지 말라고 말한 다음 그 흑인 소녀의 팔을 잡고 데리고 갔다고 했다. 그녀의 행동에 너무나 놀란 그 사내 아이들은 이후 다시는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했다. 나중에 케빈은 할머니가 구해주었던 그 흑인 소녀가 바로 할아버지 집에서 일하는 오디 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는 케빈의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는데, 할아버지는 지난 네 번의 크리스마스 때 가장 못사는 40 가정에 장난감과 터키를 전달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동네 사람들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폴은 그 도시가 아주 좋은 곳이라고 말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그때 폭발음이 들려왔고, 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화가나서 부바 보이드가 개울과 우물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고 묻더니 바로 유독 물질로 오염시키고 있다고, 그래서 그쪽에서 나오는 수돗물은 회색이라고 말했다.
며칠 후 사람들은 부바 보이드와 그의 회사가 저지르고 있는 모든 산의 정상을 깎아 평평하게 만들어 버리며 자연에 몹쓸 짓을 하는 걸 성토하기 위해 폴 피어스의 주도로 시청에 모였다. 그는 부바 보이드의 회사가 자신들의 온 생애를 짊어지고 있는 그 산들에게서 계속 이득만을 취하고 되돌려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며, 자신들이 회사로부터 얻은 게 있느냐고 묻자 누군가가 '일자리'라고 하자 폴이 그 일자리를 자신이 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에 대해 댓가를 지불하고 있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헌신짝 버리듯이 버린다고 했다. 이제 그들은 산을 그들에게서 빼앗기를 원하고 있다며, 그는 그의 발로 바닥을 치며 더 이상은 안된다고 여러번 말했다. 이어서 워싱턴 디시에서 온 펜드릭 (Mr. Pendrick)이 부바 보이드가 하고 있는 산 꼭대기 제거 작업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다. 그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대응하는 '애팔라치 작전' (Appalachian Project)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문이 벌컥 열리더니 풋볼 선수 같이 덩치가 큰 남자가 성큼성큼 들어와 펜드릭을 무시한 체 앞으로 나가더니 슬라이드를 잡아 당겨 종이처럼 구겨 버렸다. 그의 뒤를 따라 조금 덩치가 작은 남자들 4명이 들어왔다. 폴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이 시장과 함께 그곳을 빌렸다면서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자 그는 그 건물이 자신의 소유 건물이라고 말했다. 그가 바로 부바 보이드였다. 그는 자신의 일이 그 도시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오히려 폴 피어스의 동성애가 도시를 소돔과 같이 망치고 있다고 외쳤다. 할아버지가 일어서서 걸어 가며 부바에게 선을 넘었다고 소리치자 폴이 할아버지를 제지했다. 폴은 자신 역시 그곳에서 자랐고, 자신이 게이인 것이 산꼭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어떤 관계가 있으며, 그것이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할 수가 있는 거냐고 물었다. 부바 보이드가 그의 말을 중간에서 끊으려하자 화가 난 할아버지가 그의 얘기를 계속 들으라고 소리치며 홀의 뒷쪽으로 걸어갔다.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그 화난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할아버지와 부바 보이드 사이의 불화, 둘 사이의 역사를 알고 있었다. 부바 보이드가 뭐라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결국 그 모임은 부바 보이드의 바램 대로 폴과 핏첼 (Paitsel)이 게이 파트너임이 밝혀지며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체 끝났다. 사실 아무도 그 사실을 발설하진 않았지만, 폴과 핏첼의 관계에 대해서 메드가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못마땅한 것은 그 사실을 자신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옆 도시에서 알게 되었고, 그래서 망신스럽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들 모두 폴이 얼마나 상냥하고 친절했는지, 그들을 얼마나 여러모로 도와주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날 밤 할아버지와 친구들이 할아버지 집 앞 현관에서 술을 마시며 놀고 있는데, 부바 보이드가 찾아왔다. 그는 할아버지에게 큰 액수를 제시하며 그의 소유의 산을 팔으라고 했고, 할아버지는 보이드가 그것을 사고 나면 그 뒤에 있는 국유림에 무슨 짓을 할 줄 뻔히 알고 있다면서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절대로 팔지 않겠노라고 말하고, 자신의 집에서 나가달라고 말했다.
며칠 후 케빈은 할아버지와 함께 세넛 버짓(Senate Budget)이라는 사람의 집에 다리가 부러진 노새를 치료해주러 갔다가 화장실에 가는 길에 2주 전에 핑크의 나무 위 오두막 근처에서 만났던 몸집 큰 틸로이와 마주쳤다. 그는 케빈에게 여기서 뭐하는 거냐고 물었고, 케빈 역시 그가 왜 그곳에 있는지 궁금했다. 틸로이는 거기가 자기 집이라고 말했다. 케빈이 노새 치료 때문에 왔다고 하자 틸로이의 말투가 부드러워졌으며, 케빈에게 석궁을 보여주겠노라며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방 벽에는 온갖 헤비 메탈 그룹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것들은 사진이 아니라 모두 석탄과 연필을 이용해 직접 그린 것들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들을 모두 잡지의 사진들을 보고 틸로이가 그린 것들이라는 거였다.
그것들은 정말로 굉장했다. 케빈이 누구한테 그림 그리는 걸 배웠느냐고 묻자 틸로이는 배운 적 없다고, 그저 혼자 그렸다고 했다. 케빈이 정말로 잘 그렸다고 하자, 틸로이는 그것들이 자신의 최고 작품이 아니라며 옷장으로 가더니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옷 아래에서 커다란 메탈 박스를 가져왔다. 그 안에는 온갖 그림도구들과 그림들이 들어있었는데, 한 줄씩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맨 위쪽 커버에서 연필로 그린 그림 한 장을 꺼내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미스 재이니의 가게 안을 똑같이 그린 것으로, 폴 피어스가 팔짱을 끼고 활짝 웃으면서 미용 의자 앞에 서 있었다. 그것은 폴 피어스와 정말 똑같았다.
케빈의 칭찬에 틸로이는 좋아하며 폴이 그에게 미술 도구를 사주었고, 그 댓가로 그를 그려주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기에 색칠을 한 후 그에게 줄 것이며, 아마 그는 그것을 그의 가게에 걸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이 미술 학교에 진학하라고 하자 폴도 그렇게 말했다며, 그가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얼굴을 굳히더니 자신은 그런 학교엔 가지 않겠다며, 그런 곳은 계집애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난 후 케빈이 할아버지가 찾을 게 분명하다며 가겠다고 하면서 방을 나섰는데 틸로이는 아무런 댓구가 없었다. 케빈이 다시 간다고 말했지만 틸로이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있었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노새의 다리에 깁스를 하고 8주 동안 그대로 두라고 하며, 깁스를 풀어도 예전처럼 움직이지는 못할 거라고 했다. 세넛이 노새를 움직이려고 끌었지만 노새가 움직이지 않자 세넛은 갑자기 안으로 들어가더니 사냥총을 들고 나와 노새의 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할아버지가 얼른 캐빈을 감싸 안았다. 세넛이 총을 들고 나올 때 엄마와 함께 뒤따라 나왔던 틸로이는 그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세넛이 다시 한번 더 총을 쏘려고 하자 할아버지가 얼른 총을 빼앗았다. 세넛이 자신의 노새에게 어떻게 하든지 그것은 자기 맘이라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자신의 손자를 쏠 뻔 했다며 화를 냈다. 세넛의 아내가 나와 할아버지에게 총을 돌려 달라며 그것은 자신들의 총이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경찰서에서 찾으라고 말했다.
그들이 떠난 후 틸로이는 눈물을 닦으며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에게 멋있었다고 말하자, 세넛은 그가 다시 계집애가 된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틸로이는 고개를 흔들며 눈물을 감추기 위해 눈을 깜박거렸다. 차 안에서 케빈이 바로 경찰에 신고했어야 한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세넛이 자신의 총으로 자신 소유의 노새에게 쐈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세넛의 경제 사정으로는 다리를 저는 노새를 계속 데리고 있을만한 여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한달 동안 고기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에 그를 비난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 일의 충격으로 케빈은 목에 솜뭉치가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일은 그해 여름 내내 그의 곁에 머물러 있었고, 그것은 그 뒤에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한 이유와 그 일들이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대해 더 깊고 필요한 이해를 제공했다.
며칠 후 아버지가 왔는데, 케빈은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도 자신에게 했던 대로 똑같이 조슈아의 죽음이 케빈의 탓이라고 말했고,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화를 내는 소리를 들었다. 다음 날 폴의 미장원에서 케빈은 폴과 핏젤이 틸로이 때문에 다투는 소리를 들었고, 사람들이 틸로이에 대해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세넛 버짓 가 사람들이 주동이 되어 폴과 핏젤을 몰아내려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 히비에 모이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참석한다. 할아버지의 설득으로 그 모임은 별일없이 끝났지만, 세넛의 동생인 거버너 (Governor)가 자신들의 일을 방해한다며 할아버지한테 대들었다.
다음 날, 케빈과 버지는 케빈의 집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기로 했고, 할아버지는 마당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 텐트를 찾으러 케빈을 데리고 다락방으로 갔다. 거기에는 오직 나무 옷장 하나밖엔 없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거기에는 아주 상세하게 조각이 되어 있었다. 특히 옷장문에 나무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계곡 속의 집이 조각되어져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그곳이 바로 부바가 팔으라고 한 주크 할로우라고 말했다. 그날 케빈은 할아버지에게서 부바 보이드 아버지 때문에 할아버지의 아버지, 즉 증조 할아버지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들었다. 당시 증조 할아버지는 탄광에 노동조합을 결성하려고 했고, 부바의 아버지 윌리엄 보이드는 그걸 막기 위해 사람을 시켜 조합 사무실에 커다란 폭탄을 설치했다. 증조 할아버지는 시위를 계획하기 위해 그곳에서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그 폭탄 사고로 증조 할아버지는 다른 7명의 동료들과 함께 죽었다.
케빈은 뒷 야드에 텐트를 치고 버지를 기다렸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케빈은 혹시 그가 오지 않을까봐 자꾸만 할아버지한테 부정적인 말을 했고, 할아버지는 그때마다 올 거라고 말했다. 자라면서 바쁜 아버지가 얼굴을 보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에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항상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버지가 할아버지를 부르면서 누군가 쫒아 오는 듯 헐레벌떡 달려와서 '그'가 심하게 다쳤다며 빨리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그'가 누구냐고 묻자 버지는 폴이라고 대답했다. 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무릎에 손을 얹고 몸을 구부리더니 숨을 고르다가 토했다. 버지가 오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던 오디 래이가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황급히 집을 나서며 케빈과 버지에게 꼭 집에 붙어 있으라고 말했지만, 케빈과 버지는 서로 마주 보다가 동시에 할아버지를 따라 갔다.
폴은 태아가 웅크리고 있는 듯한 자세로 옆으로 누워 있었는데, 머리 주변에 그에게서 흘러나온 피가 흥건히 고여있었고, 귀에서는 하얀 액체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불량품 멜론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간신히 꾸륵거리는 숨을 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와 연골이 범벅이 되어 있었고, 코에는 뼈조각이 튀어 나와 있었다. 한쪽 눈구멍은 맞아서 푹 들어가 있었고, 다른 쪽 눈은 이상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피가 흥건히 고여 있는 그의 머리 곁에는 작은 진주 같은 게 여러 개 흩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그의 치아였다.
폴의 머리 근처에 그날 밤 쓸 버지의 담요와 옷가지들이 들어 있는 가방이 놓여 있었다. 케빈이 얼른 그것을 들고 둘은 한쪽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케빈이 버지에게 그의 담요등을 건네며 어떻게 된 건지 물었지만 버지는 고개를 흔들며 구급차가 오는지 길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구급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고 번쩍거리는 불빛이 보이자 버지는 길로 달려 나가 힘차게 팔을 휘저었다. 구급대원과 경찰들이 도착해서 폴을 싣고 떠나고 할아버지는 오디 레이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라고 하면서 자신은 핏첼의 집으로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날 밤 야드의 텐트 안에 누워서 케빈이 버지에게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그 일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지 물었지만 버지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고, 아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 모든 일을 목격한 후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버지는 바로 잠이 들었지만, 케빈은 피투성이의 폴의 이미지 위로 오랫 동안 의식의 저 너머로 밀어왔던 조슈아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리고 당시 자신의 행동과 실패를 동이 틀 때까지 반복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병원에서 돌아온 할아버지는 폴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고, 그의 참석 하에 버지가 경찰의 참고 조사에 응할 수 있다는 허락을 그의 엄마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셰리프인 젭 비너 (Jeb Binner)가 왔다. 버지는 자신이 케빈의 집에서 캠핑을 하러 오는 도중이었는데,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소리가 들려 지나치려고 하던 찰나 '도와달라'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 가보니 폴이 쓰러져 있었다고, 그래서 닥터 피블스의 집으로 뛰어 왔다고 말했다. 경찰이 주변에서 누군가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어서 버지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결국 며칠 후 폴은 병원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그런데, 사실, 버지는 폴이 공격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고, 범인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었으며, 그 일이 벌어진 곳에 누가 있었는지 숨어서 모두 목격했다.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발설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케빈과 Telling Cave에 간 날, 버지는 왜 경찰에게 자신이 목격한 것을 사실 대로 말할 수 없는지 고백하게 되고, 케빈 역시 동생 조슈아의 죽음에 얽힌 사실을 털어 놓게 된다.
그리고 며칠 후, 외할아버지와 케빈은 하이킹을 가게 되는데, 갑자기 찾아온 버지도 함께 가게 된다. 그런데, 폴을 죽인 범인이 그들을 찾아오고, 세 사람은 큰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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