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an Called Ove
By
Fredrik Backman
스웨덴의 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오베 (Ove)는 쉰 아홉 살이고, 사브 (Saab)를 탄다. 그는 외모가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그런 타입의 남자이다. 그들이 마치 도둑이고 그의 손가락이 경찰관의 손전등이라도 되는 양 말이다. 그는 어린시절 우연히 아버지가 다녔던 철도 회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그가 도둑으로 몰리는 사건이 있었고, 그는 밤에 청소하는 직으로 좌천되었다. 하지만 그 일이 그의 아내 손자 (Sonja)를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결혼 후 그는 집짓는 일을 하고싶다는 그의 꿈을 들은 아내의 권유로 건축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되고, 자격증을 딴 후 그 분야 회사에 취직해 30년 넘게 그곳에서 일했다. 그의 아내는 6개월 전에 세상을 떠났고,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준 단 한 사람, 아내가 없는 세상은 그에겐 너무 힘들어서 아내가 많이 그리웠다. 만약 사람들이 묻는다면 그는 아내를 만나기 전 살았다고 말할 수 없고, 아내가 떠난 이후에도 마찬가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는 원칙과 규율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세상을 옳고 그름이 분명한 흑백의 논리로 바라보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점점 멋대로 변하는 세상이 너무 못마땅했다.
어느 날, 그는 한 애플 스토어에 컴퓨터를 사기 위해 갔다가 상자 하나를 들고 카운터에 서 있었다. 그는 평소 그곳이 일본차나 타고 다니는 그런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베는 자신이 들고 있는 중간 크기의 흰색 박스를 냅다 흔들기 전, 꽤 오랫동안 점원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것이 '오-패드' (O-Pad)냐고 물었는데, 체질량지수가 한자리 수일 것 같은 젊은 점원은 표정이 몹시 불편해 보였다. 그는 오베의 손에서 그 박스를 빼앗고자 하는 충동을 억제하느라 노력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오베에게 그것은 정확하게 말해서 아이 패드 (iPad)라고 말하면서 그것을 그렇게 흔드는 걸 멈춰 주겠냐고 말했다.
오베는 그의 말에 그 상자를 몹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알겠다며, 다시 그것이 컴퓨터냐고 확인했다. 그 점원은 그렇다고 대답했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더듬거리며 그렇다고 했다가, 다시, 말하자면 그것은 아이 패드이며,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태블릿'으로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서핑 장치'(surfing device)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그것을 보는 시각이 다양하다고 말끝을 얼버무렸다.
오베는 점원을 바라보다가 하지만 그것이 좋은 것은 맞지 않냐고 물었다. 점원은 혼란스럽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가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 오베는 한숨을 쉬며 마치 지금 둘 사이의 문제는 오로지 상대방의 나쁜 청력뿐이라는듯 천천히 그리고 또렷하게 다시 말했다. 그것은.좋은.물건, 좋은. 컴퓨터.냐고. 점원은 그의 뺨을 긁으며 어찌 대답해야할 지 모르다가 물론 그것은 정말 좋은 장치이지만 당신이 어떤 종류의 컴퓨터를 원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오베는 그를 쏘아보며 자신은 컴퓨터를 원한다고, 망할 놈의 평범한 컴퓨터를 원한다고 말했다.
두 남자 사이에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그런 후 점원이 그의 목청을 가다듬으며 사실 그것은 평범한 컴퓨터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뭐라고 덧붙이려다가 말을 멈췄다. 그는 자신이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의 단어를 곰곰히 찾고 있는듯 했다. 그러다가 다시 목청을 가다듬고 혹시 랩탑을 원하는 거냐고 물었다. 오베는 고개를 미친듯이 흔들더니 카운터 너머로 위협하듯 기대어 아니라고, 자신은 랩탑을 원하지 않는다고, 자신은 컴퓨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점원은 교사처럼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랩탑이 컴퓨터라고 말했다. 모욕감을 느낀 오베는 그를 쏘아보더니 손가락으로 카운터를 찌르며 자신이 그것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냐고 말했다.
둘 사이에 다시 마치 두 총잡이가 자신들이 총을 갖고 오지 않았다는 걸 갑자기 깨달은 듯한 침묵이 흘렀다. 오베는 자신이 들고 있던 상자의 고백이라도 기다리는듯 그것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키보드는 어떻게 꺼내느냐고. 카운터 끝에 몸을 기대고 있던 점원은 손바닥을 맞잡고 문지르더니 몸을 이쪽 저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건 키보드가 없다고 말했다. 오베는 눈썹을 어떻게 하더니 아, 물론 그렇지, 라고 말하며, 엑스트라로 사야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점원이 아니라고, 그것은 키보드가 따로 없이 화면상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베는 마치 점원이 카운터를 돌아나와 맞은 편에 있던 디스플레이용 유리를 혀로 햝는 걸 본 것 처럼 어이없다는듯 고개를 흔들며 자신은 키보드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알아들었느냐고 말했다. 그 젊은이는 마치 참을성있게 열을 세는 것처럼 한숨을 깊이 쉬더니 알아들었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그 태블릿이 아니라 맥북(MacBook)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오베는 그것이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바로 그 축복받은 '전자책'이냐고 물었다. 점원은 아니라고, 그것은 키보드를 갖고 있는 랩탑이라고 대답했다.
오베는 쉭쉭거리며 좋소, 라고 말하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것들은 좋냐고 물었다. 점원은 얼굴을 긁고 싶다는 충동을 미친듯이 감추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카운터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자기 동료가 고객과 일이 끝나면 와서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 보고 오겠노라고. 점원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라졌다가 몇분 후 그의 동료와 함께 나타났다. 그 동료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물었고, 오베는 다시 경찰 플래쉬 역할을 하는 손가락으로 카운터를 찌르며 컴퓨터를 원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기분좋은 얼굴을 하고 왔던 그 동료의 얼굴에는 더 이상 그런 표정은 없어졌고, 마치 보복하겠노라는듯한 표정으로 그의 동료인 첫번째 점원을 바라보았다. 그 첫번째 점원은 자신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점심 먹으러 간다고 하고 나가버렸다. 오베는 콧방귀를 끼며 점심이라고, 요즘 사람들은 오직 그것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동료가 뭐라구요? 하고 묻자, 오베는 점심이라고! 하고 말하며 상자를 카운터 위로 던지고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한편, 이 일이 있기 3주 전, 오베는 동네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쳤다. 고양이는 첫눈에 오베를 몹시 싫어했다. 물론 그 감정은 상호간의 것이었다. 그날도 오베는 알람시계 보다 10분 먼저 일어났다. 그는 알람소리를 못듣고 늦잠을 잔다든지,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고 시계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평생 알람시계를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매일 아침 그는 5시 45분에 일어났다.
거의 40년간 그는 한 집에 살고 있으며, 매일 아침 다른 날과 똑같은 양의 커피를 커피메이커에 넣고 뽑은 다음 아내와 함께 한 잔을 마셨었다. 두 사람이 딱 한잔씩 마시고, 한잔은 커피 팟에 놔두는 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내가 죽은 후에도 그는 그 일을 반복하고 있다. 사람들은 딱맞는 양의 커피를 만드는 걸 더 이상 모르는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요즘 사람들은 더 이상 펜으로 글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왜냐하면 요즘엔 모두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컴퓨터를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사람들이 글을 쓰지 못하거나 적절한 양의 커피를 만들지 못하는 이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커피가 만들어지고 있는 동안, 오베는 군청색 바지와 자켓을 걸친 다음 클로그 (Clogs: 나무로 만든 신)를 신고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아침 산책을, 아니 거의 아침 사찰을 위해 동네 거리로 나갔다. 주변의 일렬로 늘어서 있는 집들은 조용했고, 인기척도 없었다. 아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이 도로에 사는 사람들은 꼭 그렇게 해야하는 경우 아니면 아무도 그렇게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수고같은 걸 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날은 이른 아침 방문객이 있었다. 그것은 고양이었다. 그것은 집과 집 사이에 놓여진 작은 통로 중간에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꼬리는 반밖에 없었고 귀도 한쪽밖에 없었다. 몸둥이에는 마치 누군가가 손으로 한움큼씩 뽑아낸 것처럼 군데군데 털이 없는 곳이 있었다. 보기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오베는 발을 쿵쾅거리며 고양이를 향해 갔다. 그런 그를 보고 고양이가 일어섰다. 그들은 그곳에 서서 마치 작은 시골 마을의 술집에서의 두명의 잠재적인 말썽꾸러기들인 것처럼 잠시 서로를 탐색했다. 오베는 고양이에게 자신의 클로그 한쪽을 집어던질까 생각했고, 고양이는 마치 그것을 되받아칠 자신만의 클로그를 갖고 오지 않은 걸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베가 대신 “꺼져!”라고 소리치자 고양이는 폴짝 뛰었다. 고양이는 잠시 쉰아홉살의 노인네와 그의 클로그를 가만히 살펴보더니 몸을 돌려 느릿느릿 뛰어가 버렸다. 그런데 이후로 고양이 녀석은 계속 오베의 집 주위를 서성이며 그를 찾아온다.
오베는 성가신 놈이라고 생각하며 시계를 보았다. 6시 2분 전이었다. 지금 가지 않으면 그의 전체 사찰을 늦어지게 하려고 작정하고 나타난 것 같은 고양이 녀석의 바램 대로 될 것 같았다. 그는 집과 집 사이에 난 작은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주택가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교통 사인 아래 섰다. 그러고는 쇠기둥을 힘껏 찼다. 그것은 이상한 짓이 아니라 항상 그것이 잘 있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말하자면 오베는 모든 붙박이로 서 있는 것들은 한번씩 발로 차 보는 그런 타입이었다.
그는 파킹랏을 질러서 걸으며 모든 거라지를 따라 앞 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혹시 지난 밤에 도둑이 들지는 않았는지, 혹시 공공기물 파손 갱단들이 불을 지르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았다. 이 근처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난 적이 없었지만, 오베는 자신의 조사를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그는 사브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자신의 거라지 문 손잡이를 세 번 잡아 당겨 보았다. 다른 아침과 똑같이.
그런 후 그는 게스트 파킹랏으로 갔다. 그곳은 24시간 동안만 주차해 놓을 수 있었다. 그는 작은 노트 패드에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 모든 차들의 번호를 작은 노트 패드에 적어놓고 호주머니에 보관했다가 그것을 꺼내 주차되어 있는 차들의 번호와 전날 적어놓은 번호를 대조해 보았다. 그의 노트 패드에 적혀 있는 번호와 같은 번호의 차가 있을 경우, 그는 집으로 돌아와 VLA (Vehicle Licencing Authority)에 연락해 그 차 주인에 관한 것을 알아낸 다음, 그에게 연락해 사인도 못 읽는 천치라며 욕을 해주었다. 오베는 게스트파킹랏에 누가 주차를 했는지 상관없었다. 하지만 원칙은 원칙이었다. 24시간 주차라고 씌여 있으면 그곳에 허락된 시간은 딱 그 시간 만큼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곳 아무데나 파킹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오늘은 다행히 그런 불법을 저지른 차들이 없었다. 그래서 오베는 그의 다음 조사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쓰레기 장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가정 쓰레기는 구별해서 버려야 한다는 최근의 주장에 대해 꾸준히 반대해 왔다. 일단 쓰레기를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 결정이 되면, 누군가는 그것이 실제로 행해졌는지 확인을 해야했다. 어느 누구도 오베에게 그 역할을 하라고 말한 적 없지만, 오베 같은 사람이 주도권을 잡지 않으면 난장판이 될 것이었다. 그곳에 가니 쓰레기 봉투가 여기 저기 뒹굴었다. 그는 쓰레기통을 발로 살짝 찬 다음 유리병 재활용통에서 병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것의 금속 뚜껑을 돌려 열고 다시 병은 유리병 재활용통에, 뚜껑은 금속 재활용통에 집어 넣었다.
그가 주민 협회 회장으로 있을 때 감시 카메라를 달면 쓰레기 장을 모니터 할 수 있어서 사람들이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난처하게도 그의 제안은 부결되었다. 이웃들은 그것에 대해 '약간 불편하게' 생각을 했으며, 또한 그 많은 비디오 테입을 다 살펴봐야 한다는 것도 골칫거리라고 했다. 하지만, 2년 후 오베가 협회의 회장직을 그만두고 나자 그 문제가 다시 대두되었고, 새 운영 위훤회가 주민들에게 센서로 움직이는 새로운 카메라가 나왔다며, 그것은 장면을 바로 인터넷으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그 카메라를 달면 쓰레기 버리는 곳뿐만 아니라 주차장에서 일어나는 강도와 도둑질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좋은 점은 비디오에 녹화된 내용은 24시간 후에는 자동적으로 지워져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위반 행위 같은 것은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만장일치의 결정이 필요했지만, 오직 한 멤버가 반대표를 던졌다. 그 사람은 바로 오베였다. 그는 인터넷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차라리 누군가 매일 감시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쓰레기 장의 조사가 끝나자 매일 아침 하던 식으로 문을 잠근 다음 손잡이를 세번 당겨서 잠겼는지 확인을 했다. 그런 다음 돌아서 가려다가 자전거 보관소 밖의 벽에 자전거 한대가 기대어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 주민들에게 자전거를 그곳에 두지 말라고 알리는 커다란 사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그 옆에 누군가가 화가나서 손으로 '여기는 자전거 파킹랏이 아니다!'라고 휘갈겨 쓴 노트가 붙어 있었다. 오베는 투덜거리며 자전거 보관소의 문을 열고 자전거를 안에 잘 밀어 넣고 문을 잠그고 또 세번 확인했다.
오베는 집들 사이에 나 있는 작은 길을 걸었다. 그는 자신의 집밖에 멈춰서서 몸을 구부리고 포석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틈새를 따라 미친듯이 냄새를 맡아보았다. 오줌이었다. 분명 오줌 냄새가 났다. 이 조사를 끝으로 그는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군 다음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전화 회사에 연락해 서비스를 취소했고, 신문 역시 끊었다. 그는 작은 욕실의 수도꼭지를 고쳤고, 부엌에서 베란다로 나가는 문의 손잡이에 새 못을 박았다. 다락방에 있는 상자들을 다시 재정열했고, 마당 창고 안에 있는 기구들을 재배열했으며 사브 자동차의 겨울용 타이어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제 그는 항상 있는 그 자리에 있다.
이랬던 그의 인생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뀔 지 정말 몰랐다.
11월의 어느 화요일 오후 4시 경이었다. 그는 히터와 커피 머신, 그리고 모든 전등을 껐다. 그는 IKEA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부엌에 있는 나무 가구들에 기름칠을 했다. 그는 집안에 있는 모든 나무 가구들에 6개월 마다 기름칠을 했다. 그 일이 끝나고 거실에 서서 유리창 너머로 밖을 내다보았다. 앤더스 (Anders)라는 이웃이 조깅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 거리로 이사온 지 4,5년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혼 후 이곳으로 왔으며, 많이 오른 가격으로 집을 샀다는 것 등 오베는 이미 그에 대해서 다 알고 있었다.
그의 동네는 집값이 비싼 곳이 아니였는데, 저런 사람들 때문에 집값이 점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었다. 오베는 집의 론을 거의 다 갚아가고 있었다. 그는 집 모기지를 갚기 위해 일을 했고, 단 한번도 병가를 내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어깨에 지고 살았다. 말하자면 책임감 말이다. 이젠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아무도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컴퓨터와 컨설턴트 그리고 스트립 클럽에나 다니고 내밀히 아파트 리스를 파는 고위직 간부들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조세 도피와 증권 투자뿐. 아무도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 나라에는 그저 하루 종일 점심이나 먹으려고 하는 사람들만 가득했다.
오베가 알고 있기로, 앤더스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보다 열살이나 어린. 오베는 그녀를 'Blond Weed'라고 불렀다. 그녀는 헬멧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개를 데리고 거리를 걸으며 산책을 시키다 오베의 집앞에서 오줌을 누게 했다. 그녀는 오베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오베는 늘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생각한 인생은 결코 이런 게 아니었다. 화요일 오후, 일터가 아닌 집에서 기름칠된 가구 옆에서 창문을 바라보는 일, 이것은 그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사실 어제 그는 회사에서 인생을 조금 느리게 가는 것도 멋있지 않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고용 가망성이 희박해 좀 더 나이든 세대들을 은퇴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그는 해고된 것이었다. 그들은 지난 금요일날 말하려고 했지만 오베의 주말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월요일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창문 너머로 그의 집과 정확히 같은 이웃의 집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있는 새 가족이 이사를 왔는데, 외국인인 것 같았다. 그는 그들이 무슨 차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빌어먹을 일본차겠지, 하고 생각했다. 오베가 커텐을 젖히자 서른살 가량된 키가 작고 검은 머리색을 가진, 딱 보기에도 외국인임이 틀림없는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비슷한 나이 대의 거대한 백인 금발 남자에게 화가난듯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 차는 우스꽝스럽게 작은 일본차로 뒤에 트레일러가 달려 있었는데, 지금 그것이 오베의 집 바깥쪽 벽을 긁어대고 있었다. 멀뚱한 그 남자는 그녀에게 뭐라고 손짓과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일이 보기보다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트레일러 바퀴가 그의 화단 위로 올라오자 오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오베는 뭐하는 거냐며 그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그녀 역시 그것을 자신도 알고싶다고 소리쳤다. 오베는 순간 당황했다. 그는 그 여자를 노려보았다. 그녀 역시 그를 노려보았다. 오베가 이곳에서는 차를 운전할 수 없다고, 사인을 읽지 못하냐고 말하자, 그녀가 그를 향해 걸어왔다. 오베는 그녀의 배를 보고 임신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선별적 비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베에게 다가와 자신이 차를 운전하고 있지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베는 말없이 몇초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제 막 그 일본차에서 빠져 나와 그들을 향해 다가오며 두 손을 들고 얼굴엔 사과의 미소를 짓고 다가오는 그녀의 남편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니트 가디건을 입고 있었고, 자세를 보아하니 분명 칼슘이 부족해 보였다. 그는 6.5 피트에 가까운 것이 틀림없었다. 오베는 평소 6피트가 넘은 사람들을 보면 피가 그들의 뇌까지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회의적이었다. 오베가 그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묻자 그가 운전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그 여자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비꼬며 그의 팔을 때리려는 제스처를 했다. 그녀는 그보다 1.5인치 정도는 더 작았다.
오베가 그 남자에게 그녀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자신의 아내라고 대답했다. 그말을 들은 그 여자는 임신한 배를 위 아래로 튕기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 장담하지 말라고 대꾸했다. 두 사람은 운전이 쉽지 않았다는 둥, 여자가 자신이 오른쪽이라고 말했는데 그가 왼쪽으로 갔다는 둥 하면서 다튔다. 그녀는 그가 절대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소리쳤다. 그리고서는 족히 몇분 동안 열변을 토했다. 오베에게는 그 말들이 그저 복잡한 아라비아 저주처럼 들렸다. 그 남편은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안하다며 작은 사고였으니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거라고 그녀를 달랬다. 오베는 그 남자가 마치 자신의 차 후드 위에 주저앉아 똥을 싼 사람처럼 쳐다보며 '해결한다고? 당신은 지금 내 화단에 들어와 있다고!'라고 소리쳤다.
그 남자는 트레일러 바퀴를 무겁게 바라보더니 오베에게 웃으면서 사실 화단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에 씹고 있던 담배를 위치를 바꾸더니 그것은 그저 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오베가 그에게 농담하고 있다는 듯이. 오베는 이마에 크고 위협적인 주름을 잡으며 '그.것.은.화.단.이.에.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남자는 담배가 머리에 얽힌 것처럼 머리를 긁더니 하지만 아무 것도 기르고 있지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베는 자신의 화단에 뭘 기르든지 말든지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남자는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과 더 이상 싸우기 싫다는듯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내가 그의 편을 들어주리라 기대하며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아내는 전혀 그럴 맘이 없는 듯 보였다. 그 남자는 다시 오베를 바라보며 웃으며 임신이어서, 호르몬 어쩌고 저쩌고 했다.
그의 말에 그녀는 웃지 않았다. 물론 오베도 웃지 않았다. 그녀는 팔짱을 꼈다. 오베는 벨트에 손을 꼈다. 그 남자는 자신의 큰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약간 부끄러워 하며 그의 팔을 몸 이쪽 저쪽으로 흔들었다. 마치 그것들이 천으로 만들어졌는데, 바람결에 나부끼듯. 그러다가 마침내 그는 트레일러를 옮기겠다고 말하며 오베를 향해 순진무구하게 웃었다. 오베는 웃지 않았다. 그는 자동차는 이 지역에 들어올 수 없다고, 표지판이 있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뒤로 물러서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차로 가더니 그 작은 일본차에 몸을 구겨 넣었다. 그것을 본 그의 아내와 오베는 거의 동시에 '맙소사!' 라고 말했다. 그녀를 싫어하는 마음이 약간 사그라들었다.
그 남자의 다음 운전 시도는 오베의 메일 박스를 박살냈다. 화가 난 오베가 차로 다가가 문을 열자 그 남자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솔직히 트레일러의 바퀴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가난 오베가 당장 차에서 내리라고 소리치자 그 남자는 놀란듯 쳐다보며 아무런 댓구를 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차에서 내리더니 모자란 아이처럼 그 옆에 섰다. 오베는 자전거 보관소를 가리키며 그쪽으로 가 있으라고 하면서 자신이 그 차에 올라탔다. 그는 그 남자가 왜 트레일러를 제대로 운전하지 못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른쪽 왼쪽으로 가는 게 뭐가 어려워서 반대로 가는가 말이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은 삶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 차를 운전하는 건 오베가 생각했던 것 만큼 쉽지 않았다. 차를 움직이려 하자 어딘가에서 엄청 큰 소음이 들려왔는데, 알고보니 그것은 차가 뒤로 갈 때 내는 경고음이었고, 그런 걸 한번도 못본 오베는 차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잠시 후 멀뚱한 그 남자가 다시 와 그 소음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오베는 자신이 그런 것도 모를줄 아냐며 화를 냈다. 더구나 그 차는 하이브리드였고, 그 남자가 차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 전기차에서 개스로 가는 모터로 바뀌기 전에 배터리에 파워가 얼마나 남았는지 측정을 한다는 둥 말했지만 오베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차를 정확히 자신의 집과 그 무능한 새 이웃의 집 사이에 주차하고 내려 열쇠를 그 남자에게 돌려주었다. 그 여자의 아내는 팔짱을 낀채 오베를 향해 묘한 웃음을 지으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그녀의 갈색눈은 지금까지 오베가 본 것 중 가장 컸다. 오베는 다시 한번 더 그곳에 차를 갖고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말을 그들에게 전하고 쿵쿵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그는 집과 창고 사이의 포장길을 반쯤 가다가 멈추고, 오랫동안 해왔던 일, 즉 몸을 숙여 킁킁거리며 개 오줌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아직 그를 바라보고 있는 새 이웃에게 그곳을 가리키며 여기 저기 개 오줌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고 거칠게 말했다. 그러자 이웃의 아내가 '오...케이'라고 말했고, 오베는 아니라고, 이 주변엔 아무 곳도 '오케이'인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서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는 복도에 있는 의자에 맥없이 주저 앉아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빌어먹은 여인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은 눈 앞에 있는 표지판도 읽지 못한다면 왜 이곳으로 이사를 와야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블락 안쪽으로는 차를 갖고 올 수가 없었고,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오베는 그의 코트를 아내의 수많은 코트들 사이에 걸었다. 그리고 조심히 닫힌 창문에 대고 '바보들'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런 다음 거실로 나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얼마나 서 있었는지 몰랐다. 그는 자신의 생각에 빠져 허우적댔다. 그것들은 안개처럼 이리저리 떠다녔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고, 백일몽에 빠져 지내는 그런 타입도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뭔가가 그의 머리속에서 비비 꼬인 것 같았다. 뭔가에 집중하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 그는 그것이 정말 맘에 들지 않았다.
초인종이 울렸을 때 그는 마치 따뜻한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눈을 세게 비비고 마치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지는 않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오베는 몸을 돌려 초인종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것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처럼. 복도로 몇 발자국 옮기는데, 그는 자신의 몸이 석고를 바른듯 뻣뻣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자신의 몸에서 나는 소린지 마루바닥에서 나는 소린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는 열기도 전에 문을 향해 이번에는 또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다. 그는 문을 세차게 열면서 다시 이번에는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문 앞에는 세살가량의 여자아이가 서있었고, 그녀는 그가 세차게 문을 연 바람에 뒤로 휙 날라가 예기치않게 엉덩방아를 찧고말았다. 그녀 곁에는 그 광경에 완전히 놀란 모습의 일곱살가량의 여자아이가 서있었다. 그들 둘 다 머리색은 아주 진한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오베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갈색눈을 갖고 있었다.
오베가 뭐냐고 묻자 큰 아이가 조심스럽게 플라스틱 그릇을 내밀었다. 오베는 주저하면서 그것을 받았다. 그것은 따뜻했다. 행복하게 '밥이에요!'라고 외치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던 아이가 일어섰다. 큰 아이가 훨씬 더 그를 경계하며 '사프란을 넣고 지은 밥이에요, 닭고기와 함께,'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오베는 그들을 의심스럽게 살펴보며, 그것을 팔고 있느냐고 물었다. 일곱살짜리 소녀가 그들도 이곳에 살게 되었다고 큰소리로 말했다. 오베는 잠시 침묵했다. 그런 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말했다. 작은 아이가 자신의 엄마가 뭐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녀의 발음이 분명치 않아서 오베는 뭐라고 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큰 아이가 자신의 엄마가 그가 배고파 보인다고, 그에게 저녁을 갖다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다시 정리를 해주었다. 그러더니 가자하며 동생의 손을 잡고 떠나버렸다. 분개한듯한 눈빛으로 오베를 똑바로 한번 더 쳐다본 후에.
오베는 그들이 살금살금 걸어가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임신한 그 여자가 그들의 집 앞에 서있다가 아이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세살짜리 소녀가 몸을 돌려 명랑하게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엄마도 손을 흔들었다. 오베는 문을 닫았다.
그는 음식을 냉장고에 넣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준 음식을 놔두었다가 나중에 먹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집에서는 음식을 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것은 원칙이었다. 그는 거실로 가 천장을 바라보며 여태껏 생각했던 천장에 고리를 다는 일을 다시 생각했다. 하지만 밖을 보니 벌써 어둠이 내려 앉았다. 그는 어두워지면 드릴로 못을 박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웃들에게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에 공구함을 다시 다락방에 넣었다. 그는 계단을 내려가 다락방 열쇠를 작은 복도의 래디에이터 뒤쪽 원래 자리에 두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고리를 달려고 계획중이었다. 혹시 자연재해로 집이 무너져도 그것만은 그대로 달려 있는, 그 정도로 튼튼한 고리를 말이다.
그들은 조금 쉬라고 했다. 컴퓨터로 일하고 평범한 커피는 마시지 않는 젠체하는 많은 30대들. 사회 전체가 아무도 트레일러를 후진할줄 모르는 곳. 그런 그들이 그에게 와서 더 이상 그가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그게 타당한 일인가?
그는 TV를 켰다. 그것을 보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멍청이처럼 우두커니 앉아 있고 싶지 않았다. 그는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사프란 밥을 꺼내와 컨테이너 채로 먹었다. 화요일 저녁이었고, 그는 신문 구독을 취소했으며, 래디에이터를 껐고, 모든 전등을 껐다. 그리고 내일 그는 거실 천장에 고리를 달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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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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