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the Mountains Echoed

By

Khaled Hosseini

주인공 압둘라 (Abdullah)는 아버지 사부르 (Saboor)와 새엄마 파르와나 (Parwana), 그리고 여동생 파리 (Pari)와 파르와나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의붓 동생 이크발 (Iqbal)과 함께 아프카니스탄 (Afghanistan)의 샤드바흐 (Shadbagh)라는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친엄마는 압둘라가 7살 때 파리를 낳다가 과다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이크발이 태어나기 전 오마르 (Omar)라는 의붓 동생이 태어났는데, 그는 2년전 추운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태어난 지 2주만에 감기로 세상을 떠났다. 친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갓난아기 파리를 보살핀 건 압둘라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분신과 같은 존재였다.

1952년 어느 가을, 아버지는 일자리 때문에 카불 (Kabul)로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파리만을 데리고 간다고 했다. 떠나기 전날 밤, 아버지는 압둘라에게 자신이 없는 동안 나머지 식구들을 부탁했고, 잠 못 드는 파리와 압둘라를 위해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그 이야기의 내용은 이러했다. 기원 전, 아주 먼 옛날, 메이단 사브즈 (Maidan Sabz) 라는 마을에 에이엽 (Ayub)이라는 한 농부가 아내와 다섯 아이들 (아들 셋과 딸 둘)과 살고 있었다. 메이단 사브즈는 'Field of Green'이라는 의미와는 달리 매우 황량한 곳이었다. 험준한 바위산맥으로 에워싸여 있었으며, 10년에 걸친 가뭄으로 물을 찾느라 마을 사람들은 매일 투쟁을 해야했다.

당시에는 여러 잡신과 정령들, 짐승들이 판을 치던 세상이었고, 그중, 머리에 구불거리는 뿔을 갖고 있으며 눈에서는 빨간 불을 뿜어내는 신이 있었는데, 그는 각각의 마을 돌아다니며 그가 택한 집의 아이를 한명씩 데려갔다. 그런데 어느날 그 신이 메이단 사브즈를 찾아오는데, 하필 에이엽의 지붕을 두드렸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에이엽에게 그것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하지만 한명을 내놓지 않으면 신은 그의 아이들을 모두 데려간다고 했다.

사실, 에이엽은 다섯 아이들을 모두 사랑했지만, 속으로는 세살인 막내 카이스 (Qais)에게 더 많이 애착을 갖고 있었다. 그는 몹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고, 몽유병이 있었다. 그들 부부는 아이가 혹시 밤에 걷다가 우물에라도 빠질까봐 염소에게 채워 놓았던 방울을 아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때로, 저녁을 먹고 에이엽은 가족들을 둘러보며 언젠가 저 아이들이 결혼을 해서 손주들을 안겨줄 것이고, 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 자신이 자랑스러운 가장이 될 것이라는 그림을 그려보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 에이엽의 그런 행복이 끝날 때가 온 것이다. 신이 그의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에이엽은 괴로워 울부짖었고, 그의 아내는 기절해버렸다. 그러면 신은 그 아이들을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그는 아이들을 가파른 산꼭대기에 있는 그의 요새로 데려간다고 했다. 그 요새는 커다란 식칼들이 벽에 걸려 있는 지하감옥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그날 밤, 에이엽과 정신이 든 그의 아내는 아이들이 듣지 못하게 작은 소리로 누구를 보낼 것인지 울면서 얘기했지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똑같이 생긴 돌에 각각 아이들 이름을 쓰고, 그것들을 주머니에 넣기로 했다. 그리고 그중 선택된 돌에 쓰인 이름의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그의 아내는 자신은 절대로 돌을 선택할 수 없다고 해서 결국 에이엽이 돌을 택하기로 했다. 손 전체를 구하기 위해서는 손가락 하나를 잘라내야 했다. 눈을 감고 주머니에서 돌을 꺼낸 다음 선택한 돌에 쓰인 이름을 본 순간 에이엽은 하늘을 향해 비명을 질렀다. 거기에는 그가 그토록 사랑한 막내 카이스의 이름이 쓰여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상심한 채로 막내 아들 카이스를 안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카이스는 아버지의 목을 꼭 안았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가 그를 밖에 내다놓고 문을 닫아 버리기 전까지.

에이엽은 문 뒤에 서서 막내 아들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가게 해달라고 하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꼭 감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용서하라고, 용서하라고 말했다. 잠시 후 신이 아이를 데리고 땅을 울리며 메이단 사브즈를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후 아무 일도 안하고 기도도 안하고 거의 먹지도 않은채 거의 반미치광이처럼 지내던 에이엽은 어느 날 자신이 농사지을 때 쓰던 낫을 허리춤에 차고 아무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채 홀연히 길을 떠난다. 그의 목적지는 카이스를 데리고 간 신의 요새였다. 몇날 며칠을 걷고 또 걸은 그는 마침내 산 꼭대기에 다다랐다. 그는 쉬지 않고 산을 올랐다. 옷은 누더기가 되었고, 발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었으며, 머리는 먼지로 딱딱하게 뭉쳐져 있었지만,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신의 요새 앞에 다다랐다.

마침내 신과 대면한 에이엽은 신에게 말했다. 당신을 죽이러 이곳에 왔노라고. 신은 우뢰와 같은 목소리로 그러냐며, 그런데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에이엽은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의 막내아들을 데려갔다며 낫을 휘두르며 왜 아이를 데려 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은 에이엽의 아들에 대한 사랑을 시험하고자 그랬다며, 그의 용기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결투를 받아들이기 전, 자신의 시험을 통과한 보상으로 에이엽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그에게 따라 오라고 했다.

잠시 후 에이엽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신이 그에게 보여준 것은 아이들이 평화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천국이었던 것이다. 그곳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아름다운 곳이었다. 에이엽은 그 아이들 틈에서 카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살아 있었고, 너무나도 잘 지내고 있었다. 그는 예쁜 흰 셔츠에 어울리는 보기좋은 바지를 입고, 다른 아이들과 함게 뛰어 놀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에이엽이 카이스를 불렀지만, 신은 아이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그곳에 자신들이 서 있는 걸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카이스는 이제 더 이상 에이엽을 기억하지 못하며, 이곳에서 좋은 옷과 음식, 좋은 친구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이엽은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신은 서랍에서 모래시계 하나를 꺼내와 홱 뒤집더니 에이엽의 발밑에 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만약 아들을 데려가면 그는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못할 것이고, 만약 데려가지 않는다면 에이엽이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한다고. 모래가 다 떨어지면 그의 결정을 물으러 오겠다고 하고, 신은 그 방을 나갔다.

에이엽은 원했던 바 대로 즉시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를 집으로 데려 간다면 매이단 사브즈에서 기다리고 있는 삶은 기껏해야 그 자신이 살아온 농부의 삶 그것이었다. 또한, 가뭄으로 죽어가는 마을의 아이들 중 하나가 되지 말란 법도 없었다. 그렇게 되면 네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데리고 가지 않는다면, 아이가 살아있는 줄 아는데, 그것을 어떻게 견디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에이엽은 울었다. 그는 너무나 낙담해 모래시계를 들어 벽을 향해 던져 버렸다. 그 소리를 듣고 신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당신은 잔인한 짐승이라고 말하는 에이엽에게 신은 자신이 산 것만큼 살고 나면 잔인함과 자비심이 동색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물었다. 그의 선택은 무엇이냐고.

대답 대신 에이엽은 갖고 온 낫을 옆구리에 다시 차고 천천히 문을 향해 갔다. 신은 그에게 좋은 아버지라고 말했다. 그가 방을 나와 복도를 걷고 있는데 신이 그를 불렀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도움이 될 거라며 검은 액체가 든 유리병을 하나 주었다.

여러 날이 지나고, 에이엽은 집에 도착했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서 어디를 다녀왔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에이엽은 산에 올라 신을 만난 것도, 비밀 정원과 그곳에서 뛰어놀던 카이스를 본 것도. 더우기, 그는 카이스라는 이름을 가진 아들이 있었는지 조차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해 봄, 매이단 사브즈에는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왔다. 그리고 그해 가을, 에이엽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피스타치오를 생산해냈으며, 다음 해 그 양은 더욱 늘어났다. 그의 피스타치오를 대도시에 팔고 난 에이엽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웃었으며, 그 이후로는 메이단 사브즈에 다시는 가뭄이 찾아오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든 에이엽은 어느 날부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는 밤에 아내가 깨지 않게 조용히 빠져나와 들판으로 나가 한 두시간 앉아있곤 했다. 그런데 가끔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밤에 활동하는 새들의 날개짓 소리 사이로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항상 같은 소리로, 고음의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였다. 그는 모든 것이 잠든 이 야심한 밤에 왜 자신이 그런 소리를 듣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그 소리를 들을 때면 항상 슬픈 꿈을 꾸고 난 뒤에 오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그 또한 지나갔다.

이야기를 마치며 아버지는 압둘라에게 에이엽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 것은 신의 또 다른 시험을 통과한 것에 대한 두번째 보상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버지와 파리 둘만 출발하는 건 쉽지 않았다. 압둘라가 함께 가겠다고 마차를 계속 따라왔기 때문이었다. 사부르는 자신이 없는 동안 남겨진 엄마와 동생을 잘 돌보라고 설득도 해보고, 한번도 때린 적이 없는 뺨을 두번이나 때려도 계속 따라오는 압둘라에게 돌을 던져 보기도 했지만 압둘라는 울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다시는 울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아버지의 엄포 속에 그들은 함께 카불로 가게 되었다. 파리는 압둘라가 함께 가게 된 게 누구보다도 기뻤다. 압둘라는 마차 옆에 서서 파리의 손을 잡고 걸었다.

황량한 사막과 사암절벽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길을 한참 걷다가 바위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쉬는 동안 압둘라는 바위 위에 떨어진 깃털에 관심을 갖는 파리를 위해 그것의 먼지를 제거하고 파리에게 주었다. 사실, 고향집에 있을 때, 파리는 압둘라가 준 함석으로 된 낡은 차 상자를 베개 밑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파리가 그 동안 모았던 깃털들이 들어 있었다. 그중 파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두달 전 압둘라가 그녀에게 선물로 준, 끝에 아름다운 커다란 눈을 가진 무지개빛의 공작 깃털이었다.

압둘라는 다른 마을에서 온 어떤 소년으로부터 그의 가족이 공작새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느 날, 아버지가 마을의 남쪽으로 일을 하러 간 사이, 그 소년이 사는 마을로 가 공작새의 깃털을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협상을 하여, 자신의 신발을 주고 깃털을 손에 넣었다. 그가 맨발로 샤드바흐로 돌아왔을 때, 발뒤꿈치가 갈라져 걸을 때마다 땅에 핏자국이 선명했고, 찌릿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탄두르 (Tandoor: 숯불을 밑에 놓는 원통형의 인도 화덕)에서 난 (naan)을 굽고 있는 새엄마를 보았다. 그는 재빨리 집 근처 오동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그녀가 빨리 끝내고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압둘라는 자신이 깃털과 신발을 바꿨다는 것을 새엄마가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무섭게 화를 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버지는 그 신발을 사주기 위해 뜨거운 태양 아래서 힘들게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아마 그를 때릴지도 몰랐다. 잠시 후, 압둘라는 새엄마가 빨래통을 들고 개울가에 가는 걸 보고,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살펴 본 후 유일하게 하나 남은 다른 신발인 낡은 슬리퍼를 신었다.

그는 자신이 분별 없는 짓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낮잠을 자고 있는 파리를 깨워 깃털을 전해주자 파리가 처음엔 놀랐다가 바로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는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 그가 깃털의 부드러운 끝부분으로 뺨을 간지럽히자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것을 보노라니 그의 발은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한편, 쉬면서 물을 마시던 아버지는 압둘라에게 피곤하냐고 물었고, 압둘라는 몹시 피곤했지만 괜찮다고 대답했다. 사실 그는 많이 지쳐있었다. 그리고 발도 몹시 아팠다. 슬리퍼를 신고 사막을 건너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마차에 올라 타라고 했다. 마차를 타고 가면서, 압둘라는 지나가는 유목민 여자를 보면서 친엄마 생각을 했다.

친엄마는 자그마한 몸집에 매사 기뻐하고 행복해하던 여인이었다. 그는 엄마를 보면 어떻게 저런 연약한 몸에서 그렇게 많은 환희와 선함을 품고 있을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그도 엄마와 같은 세상을 보았지만 다른 것엔 별 관심이 없었다. 끝이 없는 고생. 아버지의 세상은 인정사정이 없었다. 아무 것도 공짜로 주어지는 법이 없었다. 사랑 조차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에 댓가를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그녀에게 모든 걸 주고 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리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그녀의 괘활한 헌신, 성실함, 역경에도 변치않는 끊임없는 희망. 압둘라는 이 세상에서 절대로 그를 헤치지 않을 사람은 오직 파리뿐이며, 그녀만이 그가 가진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해가 지자 세상은 회색 빛이 되었고, 불투명하게 멀리 보이는 산은 몸을 구부리고 있는 거인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파리가 그들이 키우는 개 슈자 (Shuja)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가 잠시 후 압둘라에게 자신이 크면 그와 함께 살 거냐고 물었다. 압둘라가 그녀가 원하면 그럴거지만, 아마도 원치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물론 자신은 그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늙을 때까지 항상 그와 가까운 곳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둘라에게 약속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압둘라는 영원히 그러겠다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카불에서의 일자리를 제안한 건 나비 (Nabi) 외삼촌이었다. 그는 파르와나의 오빠이므로 정확하게는 의붓 외삼촌이었다. 그는 카불에서 운전사이면서 동시에 요리사였다. 한달에 한번, 그는 커다란 주인집 차를 타고 샤드바흐에 왔다. 그가 오면 동네 아이들이 모두 떼지어 그의 차를 구경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모시는 주인이 그들의 집 뒤뜰에 본채와 따로 떨어진 작은 손님용 별채를 만드는 증축 공사를 하는데, 자신이 공사 일에 대해서 잘 아는 아버지를 추천했더니 아버지를 고용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돈도 넉넉히 지불할 것이며, 완성까지 약 1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공사장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공사에 대해서 잘 알았다. 압둘라가 알고 있기로는, 아버지는 일용직이라도 구하기 위해 가가호호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가끔 아버지는 일하러 가는 데 압둘라를 데려가기도 했다. 한번은 샤드바흐에서 온종일 걸어 간 곳에서 사과를 따는 일을 하기도 했으며, 다른 마을에서는 사원을 짓는 곳에서 벽돌을 나르기도 했다. 지난 해 내내 아버지는 돌을 날랐다. 그는 삽으로 흙을 파고, 밭을 일궈보려고 애를 썼으며, 아스팔트를 까는 도로작업단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말은 안했지만, 오마르의 죽음을 자책하며, 자신이 좀 더 많이, 좀 더 나은 일을 해서 오마르에게 좀 더 좋은 겨울옷과 좀 더 따뜻한 담요를 장만해주었다면 아이가 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항상 지쳐있었다. 파리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오동나무에 매어진 그네를 태워달라고 했지만 아버진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미루고 한번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는 파르와나와 그녀의 쌍동이 자매 마수마 (Masooma)와 함게 그 그네를 타고 놀았다고 했지만, 압둘라는 그네를 타는 아버지를 상상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는 아버지가 한때 자신과 같은 소년이었다는 걸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근심걱정이 없는, 몸놀림이 날렵한 소년. 아버지의 손은 항상 흉터가 있었으며, 얼굴에는 걱정으로 인해 수직으로 깊게 주름이 패여 있었다. 그는 마치 손에는 삽을 들고 손톱 밑에는 흙이 낀 채 태어났을 것 같았다.

한편, 그날 밤 그들은 사막에서 잠을 자야했다. 압둘라는 아버지에게 별채 짓는 일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에게 회반죽 섞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파리가 자신도 하겠다고 하니 아버지는 그녀에게 물을 담당하라고 했다. 남자들이 목이 마르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자신들에게 물을 갖다 주는 일을 하라고 했다. 손에 흙 묻히는 일을 하고 싶던 파리는 그말을 듣고 뾰루퉁했다. 아버지는 파리가 물 담당 일을 잘 해내면 그녀가 할만한 다른 일거리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파리는 압둘라를 바라보며 빠진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니, 파리가 애기였을 때, 가끔 한밤중에 깨어 그의 가슴팍에서 잠든 파리를 보면 그녀가 그런 모습으로 그를 향해 미소짓던 것이 생각났다.

압둘라는 10살때부터 파리를 보살폈다. 밤중에 그녀가 소리를 지르고 중얼거릴 때에도 그녀를 깨워 어둠 속을 걸으며 기분을 풀어준 것도 그였으며,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시킨 것도 그였다. 그런 일은 아버지같은 남자의 일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일 때문에 너무 피곤했다. 또한 오마르를 임신한 파르와나는 파리가 원할 때마다 빨리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인내심도 에너지도 없었다. 그래서 그 모든 일이 압둘라의 몫이 된 것이다.

압둘라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파리의 첫 걸음마를 도와주고, 그녀가 처음 말할 때 들은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기뻤다. 그는 신이 자신을 창조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엄마를 데려가시고 자신이 파리를 돌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압둘라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자 아버지는 너무 늦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평소 두 문장을 이어서 말하는 법이 없는 단답형의 사내였지만, 느닷없이 옛날 그의 할머니에게서 들은 전설 속의 이야기들을 그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그때말고는 아버지가 그렇게 활기찰 때를 본 적이 없었다.

다음 날, 드디어 카불에 도착한 그들은 마중나온 나비 삼촌을 만나 그의 차를 타고 주인집으로 갔다. 나비 삼촌이 이끄는 대로 정원이며 모든 게 궁전같이 꾸며진 집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인 와흐다티 (Wahdati) 부부 (Nila and Suleiman Wahdati)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와흐다티 씨는 가죽 의자에 앉아 팔장을 낀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딱히 불친절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쌀쌀맞았고, 잘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는 아버지보다 더 컸다. 내내 그는 별 말이 없었다.

파리가 접시에 담겨져 있는 쿠키를 바라보자 와흐다티 부인이 얼른 그것을 먹으라고 했다. 압둘라는 그녀를 흘끗보다가 파리가 두살 무렵 와흐다티 부인이 그들의 집에 한번 온 적이 있었다는 게 생각났다. 그녀는 나비 삼촌의 고향엘 가보고 싶다며 온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그들의 누추한 집으로 와서 아버지가 권한 의자가 아닌 마루 바닥에 앉았으며, 마치 그들 중 한명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때 이크발을 임신하고 있던 파르와나는 마치 벽으로 들어갈 것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그녀의 존재를 가능한한 눈에 안띄게 하려고 애를 썼다. 압둘라는 그녀에게서 수증기처럼 풍겨나오는 수치심과, 자신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지 느끼고 당혹해하는 걸 보고, 갑자기 새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프랑스인 엄마와 아프칸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시인이라는 와흐다티 부인 (Nila)이 아버지에게 카불에 와본 적이 있느냐며, 카불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아버지는 매우 복잡한 곳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와흐다티 부인은 카불은 이 나라의 나머지 다른 곳과는 전혀 접촉이 없는 섬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도시의 발전적인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이 도시는 그 자체를 너무 즐기는 것처럼 보이며, 거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자신은 항상 시골 생활을 동경해왔다고 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 작은 마을들, 말하자면 진짜 아프카니스탄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좀 더 진짜같은 삶을 사는 것 같으며, 기운차고, 상쾌한 기운을 갖고 있고 친절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탄력있고 자부심이 강하다고.

와흐다티 부인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그녀의 남편이 닐라, 하고 부르며 그만 하라고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건 다시 와흐다티 부인이었다. 그녀는 자부심이라는 단어보다는 존엄 (dignity)이라는 단어가 더 맞는 말인 것 같다고 했다. 시골 사람들은 모두 존엄성을 갖고 있으며, 자신은 그것을 사부르에게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파리를 바라보며 매우 사랑스럽다고 말하며, 그녀가 여태 찾고 있던 매력적이고 아름다우며 헤아릴 수 없는 우아함을 가진 얼굴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괜찮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고, 와흐다티 씨는 눈을 감았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압둘라는 아버지가 이 집에서 베풀었던 친절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자신과 파리의 손을 잡고 그 집을 빠져나와 어서 샤드바흐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을 따라가라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나비 삼촌이 그의 어깨를 잡고 밖으로 데리고 갔다.

가는 도중 차 안에서 와흐다티 부인은 아이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었고, 파리는 슈자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그런데 와흐다티 부인이 집에 아이가 있으면 약간은 소란스럽겠지만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들은 압둘라는 그녀에게 뭔가 두려워하는, 깊이 조각난 것 같은 것은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파르와나가 요리하면서 내는 소리와 짝이 맞지 않는 그릇들, 얼룩진 냄비들, 파리와 함께 잠들었던 더럽고 스프링이 망가진 침대 같은 걸 떠올렸다. 그는 그 모든 것들이 그리웠다. 지금까지 집에 대해서 이렇게 절실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압둘라와 파리를 시장에 데리고 간 와흐다티 부인은 파리에게 신발을 한켤레 사주고, 나비에게 파리를 데리고 가 신발이 맞는지 여기저기 걸어다녀 보라고 말했다. 압둘라에게도 신발을 한켤레 사주겠다고 했지만, 압둘라는 거절했다. 그녀의 친절이 불편한 압둘라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와흐다티 부인이 손수건을 꺼내 압둘라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지만 압둘라는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같이 눈물을 글썽이며,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고, 지금 당장 그녀를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이것이 최선이고, 언젠가 그도 그걸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곧이어 압둘라는 아버지가 카불로 떠나기 전날 밤 왜 그 이야기를 들려줬는지, 손 전체를 구하기 위해서는 손가락 하나를 잘라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돈을 받고 파리를 와흐다티 씨 집에 양녀로 주는 거였다.

분신처럼 여기던 두 아이들은 그렇게 떨어지게 된 후, 압둘라는 언젠가는 집을 떠나 파리를 찾으러 가겠다는 희망으로 살아가게 되고, 파리는 차차 어린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린 채 와흐다티 가족으로 살아가게 된다.

한편, 파르와나는 사부르와 결혼 전, 사고로 몸이 마비된 채 살아가는 마무사를 돌보고 있었다. 너무나 힘들고 지친 일이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만든 자신을 자책하며 묵묵히 그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마무사를 그녀에게 맡기고 카불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나비가 생활비를 부쳐주었고, 그는 가끔 찾아왔다.

파르와나와 마무사는 쌍둥이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모든 사람들이 마무사를 더 이뻐했다. 그것은 크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모든 사내들이 마무사에게 관심을 보였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어린시절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란 마무사 역시 그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그런 던 중, 두 사람은 사부르가 아내를 잃었고, 그가 새 여자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실 파르와나는 혼자서 사부르를 맘에 품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잘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그를 위해 노트를 한권 샀지만 부끄러워 전해주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는 마무사와 사부르가 오동나무에 매여져 있는 그네를 타면서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걸 보게 되는데, 사부르의 손에 그녀가 사놓고 전해주지 못한 노트가 들려있는 걸 발견한다. 마무사가 그것을 사부르에게 준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둘은 오동나무 가지 위에 앉아서 사부르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 도중 결혼 얘기가 나오고, 마무사가 당연히 자신이 그의 아내가 될 것처럼 말하자, 순간 화가 난 파르와나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한편, 결혼 전부터 와흐다티 씨의 집에서 일했던 나비가 보기에 와흐다티 씨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비는 그를 모시고 여기 저기 드라이브를 하곤 했는데, 가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앉았다가 오기도 했다. 와흐다티 씨는 어딜가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 결혼 후에도 그는 거의 서재에서 혼자 지내며 그림을 그리곤 하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부부가 다정하게 함께 있는 걸 본 적이 없었으며, 식사시간에조차도 대화 한 마디 없이 묵묵히 밥만 먹었다. 그래서인지 와흐다티 부인은 나비에게 종종 드라이브를 부탁했고, 어느 날 그의 고향 마을까지 방문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나비의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와흐다티 부인은 아이들이 몹시 사랑스럽다며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나비가 그녀도 언젠가는 그녀 자신의 아이들을 갖게 될 거라고 말하자, 놀랍게도 그녀는 자신은 아이를 나을 수 없는 몸이라고, 그들이 자신의 자궁을 드러내버렸다고 말한다. 자신의 속은 텅 비었다고. 자유분망한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긴 그녀의 아버지가 어느 날 그녀를 인도로 데려가 자궁을 없애버린 것이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비는 그녀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그녀가 자신을 단지 충성스러운 하인 이상의 특별한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라며, 어떤 다른 남자도, 남편도 해줄 수 없는 선물을 해주고자, 돈이 필요했던 사부르에게 돈을 받고 파리를 양녀로 보내는 일을 제안한다. 이후 가난 때문에 나비가 제안한 그 일에 동의하기는 했지만, 딸을 팔았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사부르는 그의 집을 방문한 나비에게 다시는 자신의 집에 찾아 오지 말라며 인연을 끊고, 나비는 이후 누이인 파르나와와 그의 가족을 죽을 때까지 다신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나중에 사부르가 젊은 나이에 들에서 일하다가 낫을 든채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던 중, 와흐다티 씨가 뇌졸증으로 쓰러져 하반신과 한쪽 팔이 마비되었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파리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고, 결국 닐라는 그런 남편을 나비에게 맡긴채 파리와 함께 프랑스 파리 (Paris)로 떠난다. 그녀는 떠나던 날 나비에게 “It's you. It's always you.”라는 말을 남기고, 그말을 오해한 나비는 그녀가 탄 차가 멀어지는 걸 보며 그녀의 사랑에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닐라가 떠난 얼마 후 나비는 와흐다티 씨의 벽장 속을 정리 하다가, 그동안 항상 뭔가를 그리고 있던 와흐다티 씨의 그림을 보며 닐라가 떠나기 전 했던 말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 이후의 그의 운명은 그가 살아오면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쪽으로 흘러간다. 그는 사는 동안 많은 전쟁을 겪게 되고, 죽기 전 카불에 연합군 소속으로 의료봉사차 왔다가 그와 와흐다티 씨가 함께 살았던 집에 세들어 살게 된 마르코스 (Markos)라는 그리스 청년에게 자신의 기막힌 인생 이야기가 담긴 긴 유서를 남기며, 와흐다티 씨가 그에게 남긴 집과 그의 재산 모두를 조카인 파리를 찾아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닐라와 함께 파리로 간 파리는 닐라가 그녀의 배에 난 흉터가 파리를 제왕절개로 낳을 때 생긴 것이라고 한 말을 믿고 그녀를 친엄마로 생각하며 자란다. 그런데 문득문득 어렴풋이 큰 오동나무, 오빠 등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항상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을 느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