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a Boy

By

Nick Hornby

주인공 마커스 (Marcus)는 12살 소년이다. 8살 때 부모가 이혼했고, 몇주 전 엄마 (Fiona)와 런던 (London)으로 이사왔다. 38살인 엄마는 음악 치료사로, 로저 (Roger)라는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이제 막 헤어졌다. 마커스는 엄마가 그 일로 많이 슬퍼한다는 걸 알고 있다. 왜냐하면 둘이 런던으로 이사오기 전보다 더 많이 울었기 때문이다. 그는 엄마가 누군가를 만나 다시 행복해지기를 바랜다. 그의 엄마는 예쁘고, 멋있고, 때론 재미있기도 해서 로저 같은 많은 사내들이 엄마 주변을 맴돌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엄마는 그에게 자신이 남자친구들을 사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그는 괜찮다고 했다. 엄마는 그가 두 종류의 삶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며 대견해 했다. 그 두 종류의 삶은 이랬다. 첫번째는, 4년 전에 끝난, 말하자면 그가 8살 때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끝난 삶으로, 평범하고 지루했던, 학교와 방학, 그리고 숙제와 주말이면 할아버지댁 방문하기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좀 더 복잡한 것으로, 그 삶 속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장소가 등장한다. 엄마의 남자친구들과 아빠의 여자친구들, 아파트와 단독주택, 그리고 캠브리지 (Cambridge)와 런던. 관계가 끝났다는 이유로 아주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때로 그는 오히려 두번째 삶이 첫번째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여름방학이 시작하자 마자 이사온 런던에서는 로저와의 일 외에는 아직 이렇다할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조금 지루했다. 엄마와 영화를 몇편 봤고, 그가 다닐 학교를 찾아 봤으며, 새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았다. 런던과 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최선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실은 앉아서 앞으로 시작될 런던에서의 삶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한편, 윌 프리먼 (Will Freeman)은 아직까지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한 36살의 싱글남이다. 그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옛날에 그의 아버지가 작곡했던 크리스마스 캐롤 Santa's Super Sleigh 라는 노래의 저작권료로 일년에 수만 파운드에 이르는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필사적이지도 않으며, 결혼을 하거나 자식을 갖는 일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자와 데이트를 하지만 깊이 얽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그런 자신의 삶이 어수선한 친구 부부 존 (John)과 크리스틴 (Christine)의 삶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주에 새로 태어난 존의 둘째 아이를 보러 갔는데, 그들의 집을 들어선 순간 드는 느낌은 수치였다. 너무나 정신없이 어질러진 거실을 보면서 그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가족을 가질 생각이 없느냐는 존의 말에 황급히 아직은 없다고 대답했다. 지금의 자신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그의 눈에는 존과 크리스틴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으며, 왜 자신들의 불행을 다른 친구에게 똑같이 답습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보기에는 그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불행한 것을 느끼지도 못하고 사는 것 같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아이들을 낳는 이유는 그저 부모가 나이들고 쓸모가 없어졌을 때 그들을 돌보아줄 사람이 필요해서 일 뿐인 것 같았다.

윌에게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그에게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던, 그래서 조금 남은 미련마저도 없어져버린 옛 여자친구인 제시카 (Jessica) 처럼 존과 크리스틴 역시 그런 전철을 밟고 있었다. 그는 그들의 삶 속에 전혀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새로 태어난 둘째 이모진 (Imogen)을 보고싶지도 않았고, 첫째 아들인 바니 (Barney)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으며, 크리스틴이 얼마나 힘든지 듣고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들은 그에게 이모진의 대부가 되어 달라고 했고, 그는 거절했다. 그리고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주 후 앤지 (Angie)라는 여인으로 인해 처음으로 그가 임시 새아빠가 되는 일이 발생한다.

한편, 마커스는 학교를 간 첫날 이후 밤에 삼십분 간격으로 잠에서 깼다. 그는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그곳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었다. 전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무엇이 문제인지 엄마에게 얘기하면 해결책 비슷한 것이 있었지만, 이번엔 엄마도 뽀족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엄마가 그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 주지도 않을 것이고, 혹시 그런다고 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그였고, 그것이 기본적인 문제인 것처럼 보였으므로.

그는 그저 학교가 맞지 않았다. 그걸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어떤 일에 대해서 맞지 않는다고, 예를 들면, 너무 부끄러움이 많아 파티에 맞지 않는다든지, 다리가 너무 짧아 헐렁한 바지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괜찮지만, 학교가 맞지 않는다는 건 중대한 문제였다. 모든 사람이 다 학교엘 다녔고, 피할 방법이 없었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가 집에서 가르치기도 했지만, 그의 엄마는 일하러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엄마가 버는 주당 350 파운드를 자신이 지불하지 않는 이상. 하지만 자신이 무슨 수로 그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밤새 내내 그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이 들지 못했고, 다음 날 아침, 시리얼을 앞에 둔 그의 표정을 본 엄마는 곧 익숙해질 거라고 말했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내부 어딘가에서 그게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라는 걸 알게 된 때가 몇번 있었다. 어떤 힘든 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견딜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 어제 그를 괴롭힌 애들은 당연히 그렇게 이른 시간엔 학교에 오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다른 옷차림, 다른 헤어스타일 등, 자신이 평범하지 않은 차림새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엄마가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는 항상 별볼일 없는 사람들만이 옷이나 헤어스타일을 근거로 사람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가 형편없는 TV를 보거나 형편없는 음악을 듣거나, 쓰레기같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가 만약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걸 하고 싶다고 말하면 엄마와 몇시간에 걸쳐서 말싸움을 해야 한다는 걸 의미했고, 항상 그가 졌다. 그녀는 왜 그가 스눕독 (Snoop Dog) 보다는 조니 미첼 (Joni Mitchell)이나 밥 말리 (Bob Marley)를 들어야 하는지, 왜 아빠가 사준 겜보이 (Gameboy)보다는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을 어제 만난 아이들 중 가장 못된 리 하틀리 (Lee Hartley)에게 했다가는 그가 아마도 그를 주먹으로 때리거나, 그를 별로 듣고싶지 않은 뭔가로 부를 것이다. 캠브리지에서는 학교에 맞지 않는 아이들도 많고, 그렇게 만든 엄마들도 많아서 괜찮았는데, 런던은 달랐다.

물론 모든 것이 엄마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때로 그는 그 자체로 별났다. 예를 들어 노래를 하는 것 같은. 그는 항상 머릿속에 곡이 떠올랐고, 가끔 긴장이 될 때 그것이 흘러 나와 버렸다. 어제도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책을 읽는 동안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로 인해 만약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고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이 아니라 바로 다른 아이들이 모두 조용한 가운데 수업 중 큰소리로 노래를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그날 아침 두시간짜리 수학시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는 수학을 좋아했고, 쉬는 시간에 수학선생님 중 한분을 찾아가 그의 컴퓨터 클럽에 가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영어시간이었다. 교재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에서 발췌한 내용이었는데, 그는 이미 엄마랑 영화를 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을 보듯 뻔했다.

영어 교사인 맥과이어 (Maguire) 선생님은 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여자아이 중 한명에게 그 문장을 다시 읽어보라고 시키며 토론을 진행해 나가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그 작품이 누가 정상이고 누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비정상적인 면을 갖고 있으며, 만약 누군가가 우리에게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가 정상이라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고 물었다. 아이들은 침묵했고,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굴릴 뿐이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수업을 부드럽게 잘 진행해 나갔지만, 젊은 맥과이어 선생님은 긴장하며 안절부절한 것 같았다. 아이들이 아무 반응이 없자, 그녀는 다시 사람들이 정상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때였다. 그에게서 노래가 터져나온 것은. 그러자 누군가가 그 질문에 대해서 아무 이유없이 수업시간에 노래를 하면, 이라고 대답했고,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상황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갔다. 모두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고, 그는 맥과이어 선생님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얼굴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와 눈을 마주치치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 그랬다면 약간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마커스를 잠시 내버려 두자고. 아이들이 더욱 웃었고, 그는 그녀가 왜 그러는지 의도를 알 것 같아 맥과이어 선생님이 싫어졌다.

한편, 윌이 앤지를 본 것은 한 작은 레코드 가게에서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단지 남자들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들었고, 그녀의 진한 금발 머리만을 보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틀 후, 한 카페의 바로 옆 자리에서 그 목소리를 또 듣게 된 것이다. 그는 즉시 그녀의 목소리와 금발 머리, 그리고 청자켓을 알아보았다. 둘 다 카푸치노와 크롸상을 시켰고, 둘 다 카페에 진열되어 있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그가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예쁘지 않았다면 그러려니 했을테지만, 그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가 레코드 가게에서 말했던 가수를 자신도 좋아한다며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즉시 그녀가 엊그제 레코드 가게에서 본 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미안하다며 신문을 읽는 척 했지만, 그녀가 웃으며 자신을 누구라고 착각했냐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설명을 했고, 그녀는 다시 웃었으며, 마침내 정상적인 대화 모드로 돌아갔다. 한번도 이런 식으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었지만, 두번째 카푸치노를 마셨을 때, 그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얻게 되었고 저녁 약속을 하게 되었다. 얼마 후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그녀의 두 아이들에 대해서 말했고, 그는 그의 냅킨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아이가 없다고 했으면 실망할 뻔 했다는 둥 하면서 맘에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몇 주 동안 윌은 남자들은 모두 다 나쁜 놈들이라고 생각하는 앤지에게 정말 좋은 남자였으며, 구세주 윌이였고, 그는 그것을 즐겼다. 그는 그녀의 아이들을 데리고 맥도널드와 과학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을 다녔다. 그가 아이들을 갖는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본 몇 안되는 경우, 이를테면 항상 만취했을 때나 항상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 그는 부성 (fatherhood)이라는 건 유명인사가 대중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미리 준비해서 하는 사진촬영이라고 확신했고, 앤지와의 관계 속의 부성이 정확히 그런 것이었다. 즉 그의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그의 앞에서 행복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한나절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난 후 그가 원하면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의 섹스.

그는 비서와 바람이 나 앤지와 아이들을 버린 앤지의 전 남편과 다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언제나 끝은 있었다. 앤지는 아이들로 인해 자유롭지 못했다. 한번은 그가 좋아하는 감독의 새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 날 마지막 순간에 베이비 씨터가 오지 않는 바람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의 감정을 잘 숨기고 저녁을 잘 보내기는 했지만 그는 정말 화가 났었다. 또한 그들은 그의 집에서 밤을 함께 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항상 그녀의 집으로 가야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그녀가 이별을 통보했다. 말없이 혹시 그간 자신이 잘못한 게 있나 지난 행동들을 되짚어 보고 있는 그에게 그녀는 그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앤지와의 관계가 그가 뭔가를 해보자고 맘먹게 만든 결정타였다. 그때 그는 앤지와 같은 여자들, 즉 규칙적인 섹스를 원하고, 조용한 삶이 시끄러운 오르가즘 보다 더 낫다고 생각될 때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기분좋은 섹스, 상처받은 자아 어루만져주기, 눈물없이 일시적 부모되어주기와 죄책감 없는 이별 등 자신이 그런 여자들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런던 전역에 살고 있는 수많은 밝고, 매력적이며, 여유가 있는 싱글맘, 그는 그런 싱글맘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 주는 멋진 사내로서의 일련의 그의 경력을 시작하기로 맘먹는다.

한편, 어느 월요일 아침 식사 전, 마커스 앞에서 엄마가 울었다. 그것은 아주 아주 나쁜 징조였다. 엄마가 아침에 울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이제 아무런 경고없이 아무 때나 엄마가 울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말하자면 이젠 안전한 때가 없다는 말이었다. 엄마는 가끔 울기는 했지만, 감기나 배탈이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졌듯이, 자신의 불행이 밤새 사라지기라도 한 양 지금까지 아침시간은 괜찮았다. 도대체 엄마가 왜 울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학교에 도착했다.

교실에는 그처럼 헤어스타일이나 복장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그래서 친한 니키 (Nicky)와 마크 (Mark)가 겜보이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가 도착해도 그것을 멈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도 마찬가지여서 마커스는 혼자 밖에 나가 서성거렸다. 그런데 복도에 서 있던 8학년 두명이 다가와 그에게 노래를 해보라며 놀렸다. 마커스는 그 애들을 알지 못했는데, 아마도 그의 명성이 널리 알려진 모양이었다. 그들은 마커스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 니키와 마크도 성적인 말을 섞어가며 놀렸다. 마커스네가 아무런 댓구를 하지 않자 그 아이들은 재미없다며 돌아갔다.

셋은 한동안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서로 바라보다가 드디어 마크가 마커스에게 말했다. 더 이상 그와 어울리지 않겠다고. 마커스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몰라 이유를 물었다. 마크가 저 아이들 때문이라고 했다. 마커스가 자신은 그 아이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자, 마크는 아니라고, 너를 알기 전엔 저 아이들과 문제가 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요즘은 매일 놀림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마커스는 자신으로 인해 그들 역시 타겟이 되었다는 걸 이해했다.

한편, 윌은 계획했던 대로 쉽게 싱글맘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녀들을 찾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그녀들은 아이들 때문에 쉽게 돌아다닐 수 없다는 건 확실한 건 같았다. 그는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물어보았지만, 그들 역시 아는 싱글맘들이 별로 없어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 동안의 윌의 행적으로 보아 그에게 싱글맘을 소개시켜 줄 의향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싱글맘들을 만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하나 생각해낸다. 바로 네드 (Ned)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의 두살짜리 아들을 창조해 한부모 그룹에 가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아무 일없이 하루종일 지내며 꿈꾸고 책략을 꾸미고 ~척하는 일들을 많이 시도 해봐서 그런지 싱글 대디가 아님에도 한부모 그룹에 가입하는 것이 그에게 문제가 되거나 특별히 겁나지 않았다. 만약 그것이 별 효과가 없다면 다른 걸 시도 해보면 그만이었다.

한부모 그룹 (SPAT:Single Parents-Alone Together)의 모임은 한 성인 교육 센터에서 매달 첫번째 목요일날 있었다. 오늘 밤은 윌이 처음으로 그곳에 나가는 날이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앤지 같은 여자만 만날 수 있다면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센터에 도착하자 그는 실망했다. 그는 그곳에 가면 그들의 상황을 잠시 잊고 흥겹게 어울리고 있을 SPAT 파티에 곧바로 찾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어디서도 파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마침내 한 교실 문에 검은 펜으로 SPAT!이라고 쓴 종이가 핀으로 꼽혀진 곳을 발견했다. SPAT 옆에 붙은 느낌표가 그를 주춤거리게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 여성이 음료수를 테이블 위에 배열하고 있었다. 그가 맞게 찾아왔는지 물으니 그녀가 맞다고 했고, 윌이 자신을 소개하자 그녀가 자신을 프란시스 (Frances)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다들 베이비 시터 문제를 해결하느라 항상 늦게 도착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은 할머니에게 맡기고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프란시스와 잠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 다른 멤버들이 도착했는데, 모두 여자였으며 한명만을 제외하곤 모두 삼십대였다. 다른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녀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프란시스와 미리 대화를 나누어서 그런지 네드 얘기를 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는 그날밤 로버트 드 니로 (Robert De Niro) 같은 명배우가 되어 네드 얘기를 하면서 놀랍게도 눈물까지 글썽거렸고, 수지 (Suzie)라는 멤버가 기운을 내라며 그의 팔을 잡아 주기도 했다. 그는 확실히 그곳에 가입이 된 것이다.

한편, 마커스에게 몇가지 일들은 그냥 정상적으로 흘러갔다. 주말에 캠브리지의 아빠집으로 가 오랫동안 TV를 봤고, 일요일엔 아빠와 그의 여자친구인 린지 (Lindsey)와 함께 노포크 (Norfolk)에 사는 린지의 엄마를 방문했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하지만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제가 생겼다. 자주가는 신문가판대에서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만난 것이다. 그는 철저히 그들을 무시하고, 읽고 있던 것에 집중했다. 처음엔 그러는 척 하려고 했는데, 몇 초만에 정말 그렇게 됐고, 그들이 있다는 사실 조차도 잊어버렸다. 잠시 후 그들은 나가면서 주인에게 마커스가 뭔가를 흠쳤다며 그의 호주머니를 살펴보라고 했다. 마커스가 그의 호주머니를 살펴보니 정말로 쵸콜릿 바와 껌 등이 여러 개 들어 있었다. 마커스가 자신이 훔치지 않았다고 하자 주인은 걱정말라며, 자신이 그 애들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말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보니 엄마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만화 채널을 보고 있었다. 그가 어찌된 일이냐고 묻자 엄마는 반나절 병가를 냈다고 했다. 마커스가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곤 울었다. 마커스는 자신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엄마에게 위로받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 짜증이나 윗층으로 올라가 주중에는 허락되지 않은 게임을 하다가 내려와 엄마에게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한다며 짜증을 냈다. 그러자 엄마는 더 큰 소리로 울었다. 잠시 후 엄마는 저녁 준비를 했고, 그에게 주말에 엄마 대신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인 수지 (Suzie) 아줌마와 함께 SPAT 파티에 가라고 한다. 마커스는 그보다 훨씬 어린 애들밖에 없는 SPAT 파티가 정말 싫었다. 엄마도 참석할 거냐고 물으니, 엄마는 그 시간에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 도대체 엄마는 참석하지 않는 그곳에 왜 자신이 참석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됐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수지 아줌마를 따라 그곳에 가게 된다.

한편, SPAT 모임에서 개최하는 피크닉에 참석하기 위해 수지에게 라이드를 부탁한 윌은 네드가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수지에게 거짓말을 하고, 수지는 그가 창조한 폴라 (Paula)라는 가상의 아내를 비난한다. 윌은 계속 거짓말과 거짓 인물들을 만들어 내게 되고, 그곳에서 엄마 대신 수지와 함께 참석한 평범하지 않은 차림새와 말투의 마커스를 만나게 된다. 윌은 그가 어떻게 해서 그의 엄마가 아닌 수지와 함께 그곳에 오게 됐는지 궁금했지만, 마커스에게 더 이상의 관심은 갖지 않기로 맘먹는다.

피크닉이 끝나고 수지는 마커스를 데려다 주기 위해 그의 집으로 가는데, 그날은 여느 때처럼 마커스가 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그냥 돌아가지 않고 그녀의 딸 메간 (Meagan)을 데리고 마커스의 집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초대받지 않은 윌도 함께.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마커스의 엄마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한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