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n Streak

By

Sandra Brown

주인공 에머리 샤보노 (Emory Charbonneau)는 소아과 의사이며 다른 동료 두 명 (Dr. James and Dr. Butler)과 함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샤보노 오일 엔 개스 회사의 상속녀로, 부모님은 친구가 조종한 개인 비행기를 타고 풋볼 게임을 보러 가다가 사고로 함께 세상을 떠났다. 외동딸이었던 그녀는 갑자기 한날 한시에 부모를 잃은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자신의 머리를 가위로 다 잘라 버리기도 하는 등 힘겨운 날들을 보냈다. 그러다가 레지던트가 끝나고 부모님과 함께 살던 베이튼 루즈 (Baton Rouge, Louisiana)의 집과 회사의 지분을 모두 팔아 조지아 (Georgia)로 왔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편 제프 (Jeff Surrey)와는 결혼한 지 3년하고 몇 개월 째였다.

에머리는 달리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녀는 이번 주말 얼마 후 참가할 마라톤을 위한 준비로 노스 캐롤라이나 (North Carolina)에 있는 한 국립 공원 숲에서 20마일 훈련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고, 그것을 위해 병원에 휴가를 냈다. 하지만 그 일로 그녀는 지난 밤 제프와 심하게 다퉜다. 그는 그녀가 훈련을 위해 집을 떠나 하룻밤 낯선 곳에서 지내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밤 싸움의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그녀의 달리기 훈련 스케줄 때문이었지만, 그녀는 그 아래 실질적인 문제들이 있는 것 아닌가, 달리기가 아니라 결혼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둘 사이에 틈이 생긴 건 1년 전 제프가 associate로 있던 투자 회사에서 partner가 되지 못한 때부터였다. 그는 무심한 척 행동했지만, 그녀는 그가 자신이 제외된 것에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 그의 자부심에 얼마나 치명타가 됐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그녀는 수시로 그에게 연락하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저 그녀가 그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주기만을 바라며, 때론 별 시덥지 않은 일로도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를 기분 좋게 하는 대신 그를 더 짜증나게 할 뿐인 것 같았다. 어느 순간, 그는 그녀에게 예의를 갖춰서 냉랭하게 자신을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짓을 그만두라고 말했다. 그런 그를 다시 제 자리로 돌아 오게 하기 위해 그녀는 전략을 바꿔 나파(Napa)에서의 와인 시음, 엘에이 (LA)의 영화 축제, 프랑스 거리 (French Quarter, New Orleans)에서의 민박 등 주말 여행을 제안했고, 그것들은 때론 미지근한 반응을 얻기도 했고, 때론 완전히 무시당했다. 섹스 생활은 그가 불평할 정도로 줄어 들었고, 차츰 그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관계는 교착상태가 되었고, 틈새는 더 벌어졌다. 그러다 몇달 동안 계속된 긴장이 드디어 다가오는 마라톤에 대한 그의 무관심에 대한 다툼으로 끝이 난 것이다. 그 마라톤은 그녀가 참여하여 조직하는 데 도움을 준 기금 마련 행사였다. 평소 그녀는 금전적으로든 의료적으로든 봉사를 많이 하는 편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런데 그는 이번 행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고사하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고, 오히려 그녀가 거기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둘이 다투면서 그녀는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 즉 혹시 만나는 여자가 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증거가 확실치 않아 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나 절실히 그곳을 벗어나 생각을 해보고 싶었다. 하룻밤 다른 곳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관점을 재정비해 결혼 생활을 다시 원래 대로 되돌릴 수 있기를 바랬다. 그녀는 제프에게 오늘 자신이 묵을 모텔 이름을 써놓았다고 했고, 제프는 그녀가 무사히 잘 도착했는지 알고 싶으니 도착하면 전화 달라고 했다. 작별 인사를 하고 막 떠나려는 에머리를 제프가 불러 뒤돌아보니 그가 다가와 거의 입술을 스치듯 대며 조심하라고 말했다.

애틀랜타 (Atlanta)를 출발해 두 시간 후, 그녀는 예정된 장소에 도착했는데, 운전 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 때문에 몹시 피곤해 제프에게 연락을 하지 말까 생각하다가, 입장을 바꿔서, 만약 제프가 길을 떠났는데 약속한 대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그가 무사한지 걱정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제프가 자신은 아직 그것이 말도 안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에머리는 오래 전에 그것을 계획했으니 괜찮을 것이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 날 에머리는 차에서 내린 순간 날씨가 그녀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춥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의 20마일 완주는 분명 도전적일 것 같았다. 하지만, 춥긴 했지만 달리기에는 완벽한 날씨였다. 특정 트레일의 이름들이 화살표 모양의 표지판에 적혀 있었다. 그녀는 국립 공원 지도를 세심히 살펴보고 온라인으로 그곳에 대해 더 찾아 본 후 선택했던 트레일을 발견했다. 그녀는 도전을 즐겼지만 무모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차 안에 넣고 작은 소지품 가방을 맸다. 그리고 머리띠를 조절하고, 손목 시계의 타이머를 0으로 맞췄다. 그리고 장갑을 잡아 당긴 다음, 출발했다.

그런데 역시 걱정한 대로 그곳에서의 달리기는 쉽지 않았다. 온 몸이 아프고 숨쉬기도 힘들었다. 맹추위로 얼굴의 드러난 부분이 쓰라릴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옆구리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그것은 점점 커지더니 몹시 심해졌다. 얼마 전 스트레스성 골절이 있었던 오른쪽 발의 통증이 정강이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며 계속 달리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 그것은 고집과 절제력의 문제였다. 그녀는 그 둘 다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것도 아주 충분히. 지나칠 정도로. 하지만 이것이 훈련에서 바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녀는 할 수 있었다. 아니 해야만 했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마음을 다잡고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는 그때, 빽빽한 나무 그림자들 사이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그녀의 바로 뒤쪽 공기가 달라졌다. 불현듯 안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그녀는 두개골에 작열하는 고통에 대해 반응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마치 두개골에 못을 박는 것처럼 심한 통증이 그녀를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그녀는 보통 자신의 침실에서 들었던 것과는 다른 소음을 들었지만, 눈꺼풀을 들어 올릴 정도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머리 속의 날카로운 통증과 더불어 그녀의 오른발 역시 계속 욱신거렸다.

음식 냄새가 메스꺼웠다. 그녀는 부엌과 침실은 반대쪽인데, 왜 자신이 침실에서 음식 냄새를 맡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제프가 뭘 요리하든지 간에, 하고 생각하다가 제프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눈이 떠졌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발딱 일어나 앉았다.

그녀의 눈앞에 낯선 장면이 희미하게 보이면서 빙빙돌았다. 뜨거운 쓴 물이 목으로 올라왔다. 그녀는 토하기 전 간신히 그것을 삼켰다. 어지러워 다시 베개 위에 누웠는데, 그러고보니 그 베개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침대 곁에 어렴풋이 한 남자가 보였는데, 그는 제프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에게 누구냐고 묻자 그가 조금 더 다가왔다. 그녀는 가까이 오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손을 들었다. 그는 몸집이 거대했다. 그는 그녀의 명령에 따르듯 그 자리에 섰다. 그러면서 두려워 말라고, 자신은 그녀를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가 다시 당신은 누구냐며,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묻자, 그는 그저 그녀가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겁에 질려 당황하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좀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왜 그곳에 있는지 알고자 애쓰며 그저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턱을 추키며 머리는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가 손가락으로 왼쪽 귀 뒤쪽의 혹을 만지자 마치 망치로 징을 치듯 통증의 파동이 그녀의 머리로 보내지는 듯 너무 아파 신음소리를 냈다. 피범벅인 그녀의 머리카락은 끈적거렸다. 그녀의 손가락에 온통 피가 묻어 나왔다. 그녀는 베개에 묻은 피를 발견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자, 그가 기억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달리고 있었다며, 넘어졌냐고 물었다. 그는 오히려 그녀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막 고개를 흔들려고 하자 머리가 더 아프고 또 다른 통증이 밀려왔다. 그녀가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묻자, 그는 처음엔 망원경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는데, 잠시 안보이다가 다시 발견했을 때에는 그녀가 의식을 잃은 채 땅바닥에 누워 있었고, 그래서 그녀를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녀가 이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는 그녀에게 직접 확인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모든 움직임이 새로운 고통을 동반했지만, 그녀는 몸을 조금 일으켰다. 어지러움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분명 탈출구가 될 만한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펴보았다. 네 개의 창문이 있었고, 문이 하나 있었다. 그곳은 원룸이었다.

그는 그녀가 방 안을 살펴보도록 시간을 주더니 그녀가 물을 한 병밖엔 마시지 않아서 지금쯤 목이 마를 거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지만 그녀는 다른 문제가 더 걱정스러웠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발견했을 때 의식이 없었다고 했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그렇다며, 자신이 그녀를 깨우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그녀가 얼마나 오래 의식이 없었냐고 묻자, 그는 자신이 그녀를 발견한 건 아침 7시 30분 경이었다고 말했는데, 손목 시계를 보니 저녁 6시 20분이었다.

그녀는 이불을 걷어 차 내고 침대 옆으로 다리를 내려 섰다. 그런 즉시 몸이 흔들렸다. 그가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녀는 그의 터치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만약 그가 잡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얼굴을 바닥에 박은 채 쓰러졌을 것이다. 그가 그녀를 침대 가에 앉히고, 점차 자신의 손을 그녀에게서 떼어내더니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는 부엌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에 따라 그녀에게 갖고 왔다. 그녀는 혹시 그가 자신에게 약을 먹이지 않았는지 의심이 갔다. 데이트 강간 약물은 냄새도 없고, 아무런 맛도 나지 않으며, 효과가 좋았다. 그것은 희생자의 심신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만약 이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목적이었다면, 자신은 이미 의식이 없었는데 약을 먹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앞서 그녀에게 물을 먹이려고 애를 썼지만, 그녀가 계속 다 토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녀의 앞 셔츠가 젖어 있는 이유였다. 그녀는 자켓과 장갑 그리고 머리띠 외에는 옷을 다 입고 있었다. 벗겨진 운동화가 침대 옆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그녀는 물컵을 집으며 자신이 뇌진탕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역시 그녀를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왜 911에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그곳이 인적이 매우 드문 곳이며, 응급 서비스 같은 걸 보장할 수 없어서 그녀를 그곳으로 데려와 잠을 자도록 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고, 그녀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지만, 그와 논쟁할 힘이 없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자 그녀의 심장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듯 했다. 그녀가 그의 호의에 대해서 고맙다고 말하며 이름을 물으려 하는데, 뜻밖에 그가 먼저 그녀의 이름을 댔다. 놀란 그녀에게 그는 그녀의 운전면허증을 봤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소지품 가방을 열어보고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그녀가 넣어 두었던 20불 짜리 현금 2장 등 모든 게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녀는 지금 가장 급하게 필요한 셀폰을 꺼내 켰지만 세번이나 실패했다. 그는 그녀에게 달리기 외에 무슨 볼 일이 있어서 그곳까지 왔는지 물었고, 그녀는 바로 그 달리기 때문에 왔다고 대답하며, 셀폰 충전기를 빌려 달라고 했지만, 그는 자신은 셀폰이 없다고 했다. 그녀가 그러면 집 전화기를 빌려 달라고 하자 집 전화도 없다고 말했다.

좀 전에 사라졌던 공포가 다시 그녀를 감쌌다. 그녀가 이 낯선 사람의 자비 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당황스러운 상황이 무시무시한 것으로 변했다. 아픈 머리 속이 갑자기 실종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찼다. 어느 날 그들은 사라졌고 어떤 가족들은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 생각에 그녀는 다시 한번 욕지기를 느꼈다.

그녀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차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소형 픽업 트럭이 있다고 했다. 그녀가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 주면 원하는 만큼 댓가를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운전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그는 문을 열고 안개가 가득 낀 밖을 보여주며, 그곳까지의 도로는 심하게 꼬불꼬불한 곳이며 가드레일도 없는 곳이라 그녀나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운전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황을 봐서 안개가 걷히면 내일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는 문을 닫고 떨고 있는 그녀에게 추우면 불 가에 가서 서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배고프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거의 히스테릭하게 밤을 그곳에서 세울 수는 없다고 했지만, 그는 냉정을 잃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그녀에게 직접 확인하라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녀가 모든 일에는 항상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하자, 그는 몇 초 간 그녀의 눈길을 피하더니,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항상 그렇진 않다고 말했다.

그와 몇 마디 주고 받다가 그녀는 그곳이 별장이나 그런 종류의 장소가 아닌 그가 사는 집이라는 것, 그리고 그곳에 이사온 지 6개월 정도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았다. 그는 구닥다리 통나무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산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으며, 추레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비교적 깨끗했다. 머리카락은 짙은 갈색이었고, 어깨 정도의 길이로 보통 그 나이 때의 다른 사람들 보다 더 길었다. 관자놀이 부분에 흰 머리가 보였는데, 그것이 아마 자신의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그는 30대 후반인 것 같았다. TV나 전화도 없이 거칠게 살고 있었지만, 무례하진 않았고, 세련된 말씨를 갖고 있었다. 방안의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 있었지만 사진은 단 한장도 없었고, 그에 관해 알 수 있는 것들 역시 하나도 없었다. 과거에 대한 것도 현재에 대한 것도.

그녀는 어느 누구도 아무런 이유 없이 의식을 잃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를 911에 연락하지 않고 자신의 외지고 이웃 하나 없는 산 속 집으로 데려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사람이 범죄나 그런 일에 연루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는 별다른 방법으로 그녀를 손대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그가 자신의 희생자들이 의식이 없을 때 폭행하는 그런 정신병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떨며, 그녀는 자신들이 노스 캐롤라이나 (North Carolina)에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주차한 것부터 달렸던 것, 트레일 양쪽 숲의 정적 등 모두 기억이 났지만, 뇌진탕을 일으킬 정도로 쓰러졌거나 머리를 맞은 기억은 없었다. 그런 일이 진짜로 일어났는지 의심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그와 얘기를 나누다 에머리는 화장실로 가 씻고, 혹시 하며 욕실 캐비넷을 열어 이것 저것 살펴보았지만, 여늬 집과 다른 건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맨 윗 칸에 총알이 들어있는 상자가 있었다. 그녀는 그가 총은 어디에 보관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밤에도 그녀를 극진히 간호해줬고, 속으로 그가 혹시 하면서 걱정하는 그녀에게 만약 자신이 그녀를 해칠 요량이면 지금쯤은 이미 그렇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녀는 오후 내내 아무런 방어 없이 잠들었고, 그는 그녀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 그녀가 그에게 이름을 말해 주지 않았다고 하자, 그는 그렇다며, 앞으로도 말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밤, 에머리가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했던 시간에 제프는 내연녀인 앨리스 (Alice)와 함께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 무척 자주 그에게 전화했던 에머리에게서 그후론 연락이 없었다. 앨리스는 그런 에머리가 걱정이 되어 제프에게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라며, 에머리가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연락을 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래들어 에머리는 자신에게 사소한 일로 전화를 많이 했었고, 그는 그것을 에머리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 몇달 동안 그는 그가 어딜 가든지 그곳에 얼마나 머무를 것인지 모두 설명을 해야 했다. 그녀의 끊임없는 감시는 싫증날 정도였고, 앨리스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 그럴싸한 핑계도 점점 고갈되었다.

앨리스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시 에머리가 자신들의 관계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제프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에머리가 그의 바람에 대해 아무 말도 안하는 건, 그녀가 그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그는 앨리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에머리는 그저 심술을 부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고 계속 질문을 했다. 제프는 할 수 없이 에머리가 떠나기 전 그녀의 마라톤 때문에 둘이 다투었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는 마라톤이 자신의 일도 아닌데, 왜 그녀와 함께 참가해 몇 시간씩 결승선에 서 있다가 그녀의 업적에 대해서 칭찬을 해주어야 하는지 모르겠으며, 지금까지는 그래왔지만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해서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섹스를 안하게 된 것도 에머리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항상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나가 버렸고, 어두워지기 전에는 집에 온 적이 없었다. 그녀는 쉼없이 병원 일을 했고, 밤에는 내내 환자 엄마로부터 아이가 콧물이나 열이 나는데, 혹은 설사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 자유 시간은 빌어먹을 마라톤 훈련을 위해 쏟아 부었다. 그녀는 내내 달렸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녀는 달리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그녀의 그런 스테미너와 자기 수양이 존경스러웠고, 그녀의 잘 다듬어진 몸매와 멋있는 다리도 맘에 들었다. 2년 동안 함께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그녀는 그녀의 취미에, 그는 그의 취미에 열중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계속 달렸고, 그는 다른 여자를 만나 섹스에 열중했다.

한편, 에머리는 잠에서 깨자 마자 혼자라는 게 느껴졌다. 일어나 앉아 보니 캐빈이 비어 있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일요일 아침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그와 그녀는 서로 깨우지 않고 5시간을 잠들었고, 지금 그는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뭘 해야 하지, 생각하면서 커튼을 옆으로 밀어 보니 창문 너머로는 짙은 안개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문을 열고 누구 없느냐고 불러봤지만 안개가 그녀의 목소리를 흡수해 버렸다. 몇 발자국 내려가 주위를 살펴 본 그녀는 15마일도 못가서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나무가 빽빽하게 둘러 싸고 있는 산 속에서 길을 잃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캐빈으로 돌아왔다.

문 옆의 벽에 고리가 있었는데, 어젯밤에 보았던 그곳에 걸려 있던 그의 픽업 트럭 열쇠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트럭을 찾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혹시 운이 좋아 철사를 이용해 차에 시동을 건다고 해도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캐빈 안을 살펴 보기로 했다. 공중전화 부스만한 크기의 옷장에는 자켓과 외투 그리고 사냥꾼들이 입는 것 같은 작업복 두어벌이 걸려 있었고, 바닥에는 다양한 종류의 부츠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사실 그녀는 그가 숨겨 놓은 총을 찾고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침대 아래 사물함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남편이 군대를 다녀오진 않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영화에서 많이 보았다. 다행히 그것은 잠겨져 있지 않은 듯 했다. 그것을 침대 아래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열어 볼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지러움과 두통이 밀려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한번에 1,2 인치 정도 움직이고 쉬어야만 했다. 마침내 침대 밖으로 그것을 가지고 나왔을 때 그녀는 땀에 흠뻑 젖었고, 힘을 줬던 팔 다리는 몹시 아팠다. 그녀는 잠금 장치를 돌려 뚜껑을 들어 올렸다. 그 안에는 랩탑 컴퓨터와 셀폰 충전기 등이 들어 있었다.

그의 거짓말에 화가 난 에머리는 잠시 후 혼신의 힘을 다해 외출에서 돌아온 그를 뒤에서 공격을 가해 손가락으로 얼굴에 족히 2인치 정도 되는 상처를 냈다. 그가 측 늘어진 그녀에게 우스꽝스러운 짓은 하지 말라며 그녀를 내려 놓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부엌칼로 그의 배와 목을 향해 공격했지만, 칼 끝이 살에 닿기도 전에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 너무나 쉽게 칼을 빼앗아 버렸다.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그가 도대체 왜 그런지 말해 보라고 했다. 그는 그녀가 화난 몸짓으로 가리키는 식탁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그녀가 사물함에서 발견한 랩탑 컴퓨터와 충전기가 놓여 있었다. 그녀가 2시간 동안 충전을 시켰음에도 셀폰은 여전히 꺼져 있다며, 대체 무슨 짓을 했냐고 묻자, 그가 배터리를 빼놨다고 대답했다. 그의 차분한 대답에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왜 그랬느냐고 묻자 그는 신호를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의 대답을 듣고 에머리는 조금이라도 품었던 한가닥 희망이 사라져 버린 것을 알았다. 그는 그녀의 셀폰을 일부러 못쓰게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제프가 그녀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했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그녀의 위치 추적일텐데, 그것을 할 수 없게 되버린 것이다. 그녀는 이제 마지막으로 이성에 호소하기로 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발견해서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더 나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며 자신을 집으로 가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문을 가리키며, 문은 열려 있다고, 하지만 경고하건대, 멀리 못 갈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2마일 정도 걸어 내려 갔는데, 안개가 낮은 고도에서는 덜 짙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걸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녀가 왜 차를 타지 않고 걸었느냐고 묻자, 그는 지난 밤에 그녀를 데리고 가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녀가 하지만 열쇠를 갖고 가지 않았느냐고 하자 그는 그녀가 운전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제프에게 이메일을 보내겠다고 하자 그는 안된다며 자신의 랩탑은 제한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그곳에 붙잡아 두고 있는 건 범죄라며 왜 자신을 그곳에 붙들고 있는지 묻자 그는 소리를 지르는 대신 거친 소리로 그녀를 그곳에 붙잡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을 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집으로 돌아간 제프는 차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알람을 해제했다. 떠나기 전 앨리스는 걱정어린 목소리로 정말 에머리가 자신들의 관계를 모르고 있는 것이 확실하냐고 다시 물었고, 그는 에머리가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끼고 최대한 상처 받은 아내 역할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금요일 이후 에머리에게서 연락이 없다는 것이었다. 별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이 상황에서 아무 것도 안하는 그가 재수 없는 인간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내연녀에게 조차도. 그래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는 에머리의 핸드폰과 병원 등지에 전화를 해서 만약 에머리를 보면 자신에게 연락을 부탁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 후 그는 왔다 갔다 하면서 이 상황에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몇분 동안 씨름했지만, 논리적 선택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십분 후 그는 85번 프리웨이를 향해 달렸다.

한편, 에머리는 이제 더 이상 욕지기를 느끼지 않았지만, 자신이 살아서 캐빈을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명치에 아팠다. 지난 밤 그가 자신의 랩탑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후, 혼자 뒤척이다가 몇 시간 잠이 들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그는 새로운 장작 더미를 한아름 들고 들어오다가 그녀가 일어난 것을 보고 진눈개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날씨가 나쁠 수록 자신을 더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으니 그에게는 더 잘된 일 아니냐며 비꼬았다.

그녀의 눈에 서까래를 가로 질러 놓여 있는 쇠막대가 들어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그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와 눈이 마주치자 에머리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대답을 듣는 게 두려워 그 쇠막대에 관해 물어보지 않을 작정이었다. 대신 그녀는 그에게 무슨 범죄를 저질렀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경찰이나 공권력을 피해 숨어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직답을 피했다. 그녀가 다시 혹시 군대에 있었느냐고 묻자, 그가 왜 그렇게 묻느냐고 했다. 그녀가 모든 것이 일률적으로 정갈하게 보관되어 있었고, 부츠들도 일렬로 세워져 있는 점이 그렇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답을 피하고 그저 그녀가 캐빈을 샅샅히 살펴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계속 군대에 관한 질문을 했고, 그는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지 말라는 듯한 경고의 눈빛을 보냈지만, 그녀는 계속했다. 욕실에 있던 총알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그녀가 그가 저지른 범죄가 폭력적인 범죄였느냐고 묻자, 그가 극도로 폭력적인 것이었다고 대답했다. 그의 직설적인 대답은 그녀로 하여금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가 그것을 부정하거나 완화시켜서 대답해주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것에 놀라 그녀가 따라 일어나자 그는 그녀를 해치지 않을 것이니 놀라지 말라고 했고, 그게 진심이라면 자신이 무사하다는 걸 남편에게 연락하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그가 욕실로 들어가고 난 후 그의 랩탑을 열어 켠 다음 커서를 패스워드 란에 놓았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패스워드를 시도해 볼 수가 없었다. 그의 이름, 생일, 고향, 직업, 취미 등, 그 어느 것 하나 아는 게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러 조합을 시도 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밤 사이 날씨는 더 나빠졌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진눈개비 위로 두껍게 쌓였다. 그녀는 그가 물론 날씨가 더 나빠진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집안 일은 하나도 관심없는 제프와는 다르게 고장난 물건들을 고쳐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그녀는 제프에게 한번도 집 주변의 것에 관해 도와달라는 얘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녀가 너무 독립적이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아마 좀 더 행복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가 춥지 않느냐고 물으며, 불 가까이로 오라고 말했다. 그는 낡은 토스터를 고치고 있었다. 그와 얘기를 나누다 그녀는 그가 그녀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고 있는 것에 놀랐다. 그에게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첫날 그녀의 운전면허증에 나와 있는 이름을 보고 찾아봤다고 했다.

그녀는 그의 질문에 대답한 뒤 그에 관해 질문을 했지만 그는 짐짓 못알아 들은 척 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 즉 기이한 상황과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는 모든 것에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 어딘가에 숨겨둔 아내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없다고 말했다. 그녀가 재차 묻자 자신은 결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잠시 후, 그가 욕실로 들어가고, 그녀는 추위를 느껴 벽난로 가까이로 갔다. 조금 전에 집어넣은 장작이 빨리 타버렸다. 그녀는 철망을 옆으로 치우고 상자에서 좀 더 작은 장작을 하나 꺼내 불이 붙어 있는 장작들 위로 조심스럽게 놓았다. 그런데, 다시 한 개를 더 집으려고 할 때였다. 그것을 집어 꺼내려 하자 다른 것들이 움직이면서 상자 밑바닥에 있는 뭔가가 보였다. 그것은 점심을 싸는 갈색 종이백 보다는 컸지만, 쇼핑백 만큼 크지는 않았다. 그것이 뭘까 궁금해 하면서, 장작더미 밑에서 그것을 끄집어 냈다. 무게가 제법 나가 꺼내는 데 힘이 들었다. 봉지를 안열리게 하기 위해 위가 여러번 접혀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풀고 열어 보았다.

안에는 지름이 8인치 정도 되는 돌이 들어 있었고, 끝에는 검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말라 붙은 피에는 몇가닥의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는데, 그것은 정확하게 그녀의 머리카락 길이와 색깔이었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그가 다가와 그 봉지를 빼앗으며, 그것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FBI 특별 수사관 잭 코넬 (Jack Connell)은 갈색 벽돌 빌딩에서 개스킨 (Gaskin)이라는 이름이 붙은 벨을 눌렀다. 그녀는 거의 즉시 문을 열었다. 그가 이층 그녀의 집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엘리노어 (Eleanor) 개스킨은 그에게 손을 내밀며 그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인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연락을 해줘서 고맙다며, 웨스트버러 (Westboro, Virginia)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은 지 4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누군가에게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끔찍했던 그 사건이 있던 날로부터 두달 후 그녀를 인터뷰 했었고, 그 후 한번도 그녀와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어젯밤 그녀가 연락을 하기 전까지.

둘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자신이 이메일로 보낸 비디오를 봤느냐고 물었다. 그는 최소한 열두 번은 봤지만, 자신이 맞는 사람을 보고 있는지 확인차 그녀와 함께 그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TV 화면에 나타난 비디오를 잠깐 멈추더니 군중 속의 한 여자의 얼굴을 가리키며 저 여자라고 말했다. 그것은 어제 저녁에 방송됐던 국내 뉴스 장면이었다. 잭 역시 영상을 본 순간 그녀를 알아 봤다고 말했다. 그녀는 워싱턴(Washington) 주의 올림피아 (Olympia)에서 있었던 총기 소지 법 폐지 시위대 사이에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레베가 왓슨 (Rebecca Watson)이 틀림없었다.

레베카는 엘리노어가 대학을 막 마치고 첫 직장으로 들어간 메이시스 (Macy's) 백화점에서 만난 상사였다. 둘은 웨스트버러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5년 동안 함께 일했다. 둘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친구처럼 지냈다. 4년 전에 사건 이후 레베카가 갑자기 사라진 후 잭이 엘리노어를 심문했을 때 같은 얘기를 하며 친구를 걱정했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카드를 남기고 혹시 레베카를 보거나 소식을 듣게 되면 연락을 달라고 했고, 엘리노어가 마침내 연락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잭은 그것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4년 동안 노력했지만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4년 전 그가 레베카를 만났을 때 둘은 적개심에 가득찬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그는 오랫동안 몇날 며칠을 그녀를 심문했다. 레베카는 처음부터 자신은 오빠의 행방에 대해서 그에게 말하지 않을 거라고 했고, 진짜 그랬다. 잭은 그녀를 꺾지 못했고, 그 실패는 아직도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잭은 엘리노어에게 레베카가 그녀의 오빠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엘리노어는 무척 여러번 얘기했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부모님은 두분 다 돌아가셨고, 둘만 남아서 그런지 두 사람은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고 말했다. 그가 아프카니스탄 (Afghanistan)에 파견됐을 때에는 엘리노어 역시 그녀처럼 그가 부상을 당하거나 죽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녀는 레베카가 그를 잃고 살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무사히 돌아왔을 때 레베카는 안심했고, 몹시 기뻐했다. 그들은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레베카의 딸 사라 (Sarah)에게도 아버지 같았다. 사라 역시 삼촌을 무척 따랐다. 그러던 중 웨스트버러의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이 발생한 지 55일 후 레베카 역시 사라져 버렸다. 레베카는 메이시스에서 판매하는 가정용품을 구매하는 일을 하는 직책에 있었다. 그것은 보너스를 포함 보수를 많이 받는 지위였다. 그런데 그녀는 그만둔다는 어떠한 예고도 없이, 심지어 메시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직장을 그만둬 버렸다. 밤 사이에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짐을 싸 렌트비를 지불하는 체크 한 장을 관리인 우편함에 넣어 놓은 채 이혼 시 양육권을 갖게 된 딸을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그녀가 쓴 마지막 체크였다.

그들이 사라진 후, 그녀의 전남편은 조금 시끄럽게 굴면서 촉각을 내세웠지만, 몇달 안되서 그들을 찾는 걸 포기해 버렸다. 잭이 보기엔 그가 그렇게 열심히 찾아 본 것 같지 않았다. 당시 그는 재혼을 했고, 그의 새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그후 레베카의 전남편은 자신의 딸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싶게 레베카와 그의 딸이 사라진 것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잭은 엘리노어를 만나고 나오면서 데이타 분석가인 동료 웨스 그리어 (Wes Greer)에게 레베카가 참여했던 시위를 방송한 방송국에 연락을 해서 그녀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잭이 돌아온 얼마 후 그리어가 그의 사무실로 왔다. 그에 따르면, 올림피아의 TV 방송국에 연락을 해서 그 뉴스를 담당했던 기자와 얘기를 했는데, 그날 수백명의 시위대가 참석을 했는데, 특히 그 그룹은 시애틀 (Seattle)에서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들이 카메라에 잡힌 건 그들이 가장 목소리가 크고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적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애틀에 확인 해 본 결과 레베카 왓슨이라는 여성은 너싱 홈에서 살고 있으며 1941년생으로, 그들이 찾는 레베카가 아니었다. 실망한 잭은 자신이 직접 TV 방송국에 연락해 고등학교 동창회를 하려고 하는데 TV에서 동창을 봤다고 거짓말 해서 레베카 왓슨이 그레이스 켄트 (Grace Kent)라는 이름으로 시애틀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녀를 찾아 시애틀로 향한다.

한편, 에머리를 찾아 드래이크랜드 (Drakeland)로 온 제프는 모텔 방에서 TV 채널을 돌리다가 에머리의 병원 동료들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월요일날 출근하기로 한 에머리가 오지 않았다며 그들은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그들에게 전해 줄 소식이 없었다. 그 역시 금요일 밤 이후 그녀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는 마음에 없었지만 걱정하는 에머리의 동료 의사에게 지금부터 한 시간 후 그곳의 경찰서에 가서 실종신고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중 한 명이 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또 다른 한 시간이 소비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가. 제프는 경찰서에 가야 한다는 게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모텔 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워 그 임무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는 경찰서로 가 지난 밤 통화했던 보안관 샘 나이트 (Sam Knight)를 만났다. 샘은 그에게 에머리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물었다. 그리고 샘에게서 그곳에는 국립 공원이 무려 4개나 있다는 것을 듣고 그는 그녀가 어떤 산에 있는 어떤 공원으로 갔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나이트는 걱정하는 그에게 자신의 경험으로 미루어 실종자들은 거의 돌아왔다고 말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샘의 젊은 동료 그랜지 (Grange)가 제프가 에머리의 실종 후 곧바로 경찰서에 연락하지 않은 걸 두고 제프가 혹시 이 일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듯한 말을 하자 제프는 화를 내게 되고, 그러는 그에게 샘은 누군가 실종이 되었을 때 실종 신고를 하는 사람은 실종자가 어디에 있는 지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경찰은 난타할라 (Nantahala) 국립공원에서 에머리의 차를 발견했다고 했다. 하지만 차 안에서 어떠한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피묻은 돌맹이를 발견한 에머리는 그 사람이 자신을 공격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저항했다. 하지만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공격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고, 긴장감 때문에 마치 고문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보라며, 자신은 그녀를 해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적어도 남편에게 연락은 하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그는 그것은 안된다고 하며, 그녀를 안전하게 데려다 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녀를 반드시 데려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 대해 한가지 말해주겠다며 그의 부모님 역시 두분 다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녀가 뭔지는 모르지만 '그 일'이 있기 전이었는지 후였는지 묻자 그는 전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녀가 다시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묻자, 그는 대답할 수 없다며, 만약 그녀가 그 일에 대해서 알게 되면 정말로 자신을 두려워 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고 샤워를 하라며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그는 창고에 앉아 생각을 했다. 그는 그녀가 너무 맘에 들었다. 지금까지 어떤 여자에게도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고, 그를 흐트러지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에 대한 이런 감정은 무모한 것이었고, 잠정적으로 위험스러운 것이었으며, 자신을 망칠 수도 있었다. 그는 감정을 떨쳐 버리기 위해 애를 썼지만, 그녀를 볼 때마다 밑바닥부터 흔들렸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은으로 된 그녀의 작은 장신구를 꺼냈다. 에머리는 그걸 잃어버렸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돌려 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보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혹 그녀가 가더라도 그것만은 자신이 소지할 작정이었다.

잠시 후, 그가 다시 안으로 들어 가자, 에머리는 샤워 후 그의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를 유혹하려고 작정한 듯 행동했고, 그는 그녀의 흔들리는 눈을 보며 그녀의 의도를 알아 차렸다. 그는 앞으로 한번만 더 이런 짓을 하면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둘이 옥신각신하고 있는 도중, 밖에서 이웃의 트럭이 집 앞 나무를 들이 받는 사고가 있었다. 그들은 플로이드(Floyd) 형제로, 그의 이웃이었다. 물론 그들과는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다. 그는 에머리에게 그들에게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아무 소리 내지 말고 집 안에 있으라고 당부하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집으로 돌아 온 그는 플로이드 형제를 자신의 트럭으로 집에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며 다시 나갈 채비를 하는데, 에머리는 흉악한 인상을 한 그들을 따라 가려는 그가 걱정이 되어 가지 말라고 붙잡았다. 하지만 차 안에는 그들의 어린 여동생이 있다고, 그들을 집까지 데려다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침대 밑 마루를 열자 그녀가 그렇게 찾았던 총들이 그곳에 감춰져 있었고, 그는 그중 하나를 꺼내더니 그녀에게도 그중 하나를 골라 자신을 지키라고 말하며,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있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베게 커버를 벗겨 그녀의 신발을 담아 들고 나갔다.

그가 떠나고 그녀는 총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곳엔 온갖 종류의 총들이 다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녀는 그중 권총 하나를 골라 들었다. 결혼 초 제프가 안전을 위한 거라며 총 쏘는 법을 가르쳐 주었었다. 그녀는 그가 제발 무사히 돌아왔으면 하고 바랬다. 그런데 얼마 후 돌아온 그는 갑자기 그녀에게 차를 타라고 하며 서두르라고 했다. 갑작스런 그의 제안에 놀란 그녀가 이 날씨에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묻자 그는 산을 내려 가야 한다고 말하며 그녀의 신발을 돌려주었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녀는 서둘러 차에 타고 그와 함께 산을 내려왔는데, 그가 데려간 곳은 그녀가 묶은 호텔이 있는 드래이크랜드가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은 드래이크랜드로 가는 줄 알았다고 하자 그는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며 그곳은 반대 방향이며, 지금 가고 있는 길은 그곳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그녀는 어의가 없었다. 물론 그가 어디로 갈 건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녀는 그가 당연히 자신을 그곳에 데려다 주는 것이라고 혼자 짐작했던 것이다.

그는 작은 가게와 사무실 등이 있는 골목으로 가더니 차를 멈췄다. 그러더니 차 뒷쪽에서 공구 상자를 꺼내 공구를 하나 꺼내더니 그녀를 데리고 한 클리닉으로 가 그것을 이용해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그녀가 저항하자 플로이드의 여동생 리사 (Lisa)를 위한 것이라며, 자세한 것은 가면서 설명하겠다고 했다. 에머리가 자신은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를 이길 수 없었다. 그녀가 리사가 위급한 상황이면 빨리 응급실로 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그녀가 병원에 가는 걸 거부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가 플로이드 형제를 집에 데려다 줬을 때, 그들은 리사를 데리고 가는 중이었다. 그녀는 고통스러워 입술이 하얗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가족들에게는 말하기 꺼려한다는 걸 눈치채고, 그녀와 둘만 있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그녀에게 물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유산을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드래이크랜드에서 이모 부부와 함께 살며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들은 상황을 알게 되자 그녀를 내쫓았고, 할 수 없이 오빠들에게 연락을 해서 그들이 데릴러 왔지만, 엄마에게는 차마 얘기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면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지만 그녀는 거부했다. 리사는 겨우 열다섯 살이었다. 사실, 리사는 오빠들인 노먼( Norman)과 윌(Will) 둘 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고,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에머리는 할 수 없이 5분 동안 그곳에서 수 차례 왔다 갔다 하며 필요할 것같은 물품들을 챙겼다. 그는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면서 동시에 계속 창 밖을 주시하면서 혹시 누군가 자신들이 침입한 것을 본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다시 차를 타고 가면서 에머리는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일들이 정말 실제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의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모든 일들을 설명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멀리 그의 캐빈이 보이자 이상하게도 그녀는 자신이 처한 충격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편안해짐을 느꼈다. 무엇 보다도 그것이 그녀를 놀래켰다.

플로이드 형제의 집으로 가면서 그는 그들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면서, 자신이 그들에게 등을 돌릴 수가 없어서 지금 가고 있지만, 만약 자신이 'git'이라고 하면 아무런 질문도 하지 말고, 논쟁도 하지 말고 주저 없이 그 자리를 뜨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그들은 그녀가 자신의 손님 임을 모르며, 그녀가 그의 지붕 아래에서 머물고 있음을 모르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녀가 누구를 위해 더 나은 거냐고 묻자 그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더니 그녀를 위해 그렇다며, 자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을 이용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어떠한 도움도 청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가 그러겠다고 약속 하자 그는 다시 운전을 계속했다.

플로이드의 집에 도착한 에머리는 형제 중 한 명의 달갑지 않은 인사를 받고 즉시 그들이 어떤 부류인지 파악하게 되고, 플로이드 형제에게 들리지 않게 그에게 총이 확실히 장전되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걱정하지 말라며, 그들이 그녀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대기 전 자신이 그들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참 후, 리사의 방에서 나온 에머리는 그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고, 그녀는 그에게 리사는 유산을 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가 그러면 뭐가 잘못 된 거냐고 묻자, 그녀는 리사가 지금 진통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2주 전 유산을 했지만, 당시 모두 빠져 나와야 할 자궁 내의 물질이 다 빠져 나오질 못했던 것이다. 리사는 아무도 아이에 대해서 알아서는 안된다며, 병원으로 데려가겠다는 에머리에게 그렇게 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에머리나 그나 리사의 엄마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리사의 엄마는 그녀를 이모 집으로 보낸 것이었다. 리사는 계속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새벽녘에 리사는 통증으로 두번 소리쳤고, 결국 그녀의 엄마가 리사의 배를 부드럽게 맛사지 해줌으로써 배출되어야 할 것들이 모두 나오고 상황이 안정되었다. 이후에도 얼마 동안 그녀를 지켜보고자 한 에머리에게 리사는 그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녀는 처음엔 그의 덩치나 분위기 때문에 그가 무서웠지만 자신과 에머리를 보며 웃는 그를 보며 생각이 바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여자를 이용해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 같지는 않다며, 에머리에게 그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창밖의 그를 바라보고 있던 에머리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한편, 아내가 실종되면 용의자로 가장 먼저 남편이 의심받듯, 경찰들 역시 제프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 특히 그들은 제프가 왜 그곳으로 오기로 했는지에 대해, 그리고 애틀란타를 떠나기 전 스키 자켓까지 챙겨왔다고 말하자 더욱 그를 의심하게 된다. 그들은 그에게 그곳을 떠나서는 안된다며, 그를 위해 숙소를 예약해 주었다. 그들은 제프가 에머리가 떠나기 전 둘이 다툼이 있었다고 얘기하자 그것을 더 나쁜 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으며, 혹시 몸싸움이 있진 않았는지 묻기까지 했다. 또한 그들은 혹시 에머리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는데, 그것을 안 그가 그녀에게 나쁜 짓을 한 건 아닌지 의심하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많은 유산을 받은 상속녀라는 것 역시 그들의 의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에머리의 클리닉에서는 그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2만 5천불의 보상금을 내걸었다. 경찰은 아무 것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제프에게 계속 다른 각도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지만, 사실 그들은 이미 제프의 보스와도 얘기를 한 후였다.

처음 그들이 결혼할 때 제프는 그녀가 재산을 모두 그의 회사에 맡길 거라고 얘기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그가 그녀의 돈을 관리하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그보다 먼저 사망하면 그녀의 재산을 그가 모두 상속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그가 에머리가 지지하기를 원했던, 유전적인 비만 아동을 위한 약물 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 약을 만드는 제약 회사는 FDA와 함께 모든 단계를 다 거쳤으며, 많은 곳에서 환자들에게 시행해 본 결과 효과를 인정 받았지만, 결국, 그녀는 그 약의 효과 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며 지지하지 않았다.

제프는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자신이 그 두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들은 제프가 그의 고객들에게 그 약물에 투자하라고 권장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많은 손실을 입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제프가 에머리는 그 약을 칭찬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좀 더 많은 연구를 위해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지만 믿지 않는 눈치였다.

예상대로, 이제 모든 애틀랜타 방송들이 에머리의 실종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제프의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렸다. 그들은 그의 차를 조사해 봐야겠다고 했다. 시간이 감에 따라 그는 모든 것에 화가 났는데, 특히 자신으로 하여금 이런 상황을 겪게 한 에머리에게 가장 화가 많이 났다.

한편, 플로이드 형제와 커피를 마시고 있던 중, 노먼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그에게 자신은 그가 법을 어기고 도망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 윌 역시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먼은 그의 표정을 보며 자신들도 역시 그런 적이 있다고 하면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 놀랠 것이라며 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켓 주차장에서 어떤 노부인의 지갑을 소매치기 한 일들을 비롯해 여러 일들을 떠벌렸다. 그러다가 노먼과 윌은 웨스트버러에 있는 화물 운송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총기 난사 사건이 나기 약 일주일 전 레이오프가 되서 재미있는 광경을 못봤다고 말하며 낄낄거렸다. 그것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잠시 후, 그들 사이에 소동이 있었고, 소파에 숨겨 둔 총으로 그를 공격하려던 그들을 제압하고, 그는 에머리에게 차에 타고 절대 나오지 말라고 말하고 다시 플로이드 형제의 집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두 발의 총성이 들리자 에머리는 그가 그들을 죽인 걸로 생각해 차에서 내리려는데 그가 와서 차에 있으라는데 왜 말을 안듣느냐고 화를 냈다. 곧이어 윌과 노먼이 소리를 지르며 그를 따라 나왔다. 캐빈으로 돌아오자 에머리는 왜 총을 쐈는지 물었고, 그는 그들에게 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버무리려고 하자 화가 난 에머리가 그럼 왜 총을 쐈냐고 소리치자 그 역시 그들이 아니라 TV를 쐈다고 소리쳤다. 의아해 하는 에머리에게 그는 자신이 TV를 향해 총을 쏜 이유는 그들이 TV에 나오는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였다고 말했다.

그날 밤, 에머리는 그가 자신을 돌려 보낼 준비가 됐다는 걸 눈치채고 그에게 묻자 그는 날씨가 풀렸으므로 이제 그녀가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제프가 한창 에머리의 실종 사건의 범인이라고 의심을 받고 있는 도중 에머리는 다시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그녀의 실종 나흘만이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먼 발치에서 지켜본다.

잠시 후, 제프가 병원 입구 근처에서 그의 곁을 스쳐 지나 가는데, 제프는 허영심 많고, 잘난 체 하는 녀석인 것 같았고, 거만하기가 이를 데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에머리가 어떻게 저런 남자를 좋아하게 됐을까, 생각하면서 제프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세히 살펴 본 순간, 갑자기 그의 심장이 옥죄어 오는 느낌이 들다가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빌어먹을! 빌어먹을!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제프가 지나가게 내버려 두었다. 제프는 그의 내부에서 일고 있는 어마 어마한 분노를 짐작하지 못하고, 거만함으로 무장한 채 응급실로 들어갔다.

에머리가 필요없다고 했지만 의사들과 경찰, 제프의 의견 대로 병원에서 이것 저것 검사를 받았다. 샘과 그랜지는 에머리가 그녀를 구해준 사람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말을 믿지 못했고, 처음엔 모든 게 그녀가 꾸민 거 아닌가 의심했지만, 그녀의 머리에 난 상처를 보고 그건 아니라는 걸 확인한 후 이번에는 혹시 '그'가 에머리를 공격한 사람이 아닌가 의심하는 눈치였다. 만약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그를 만나 확인해야 한다며 그가 사는 캐빈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만 에머리는 역시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에머리가 이 일에 대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얼마 후, 질문이 끝나고 나가는 경찰에게 에머리는 병실 밖에 있는 자신의 동료 의사들 중 닥터 버틀러를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닥터 버틀러가 들어오자 에머리는 그녀에게 그와 있었던 모든 일을 고백하고, 사후피임약을 사다 달라고 부탁한다. 그녀의 얘기를 모두 들은 닥터 버틀러는 걱정하지 말라며 약을 사러 간다며 일어섰다. 에머리가 막 나가려던 닥터 버틀러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신뢰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친구 임을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닥터 버틀러는 바로 제프의 내연녀인 앨리스였다.

제프는 기자 회견을 하면서 자신은 아내가 돌아와 너무 기쁘다며 앞으로 에머리가 하이티 (Haiti)로 봉사를 갈 때 자신도 함께 동행하겠다고 말하고, 에머리는 갑작스럽게 변한 그가 부담스러워 그러지 말라며, 그곳의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제프는 그녀가 없는 나흘 동안 너무나 힘들었다며 앞으로는 뭐든 함께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는 도중 제프가 샘의 전화를 받고 그들이 에머리가 갖고 있던 지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에머리는 그것이 자신의 가방에 있다고 하자 제프가 가방 안을 찾으며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운동복에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하면서, 선글라스는 누가 고쳐 주었느냐고 물었다. 에머리는 간호사나 누군가가 고쳐 놨을 거라며 자기도 잘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한편, 에머리의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근처를 배회하고 있던 '그'는 누이인 레베카에게서 일회용 전화로 연락을 받고 FBI인 잭이 그녀를 찾아왔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는 일회용 전화기를 이용해 레베카에게 연락하고, 한번 사용한 전화는 바로 없애 버렸다. 그리고 다음 전화 번호를 그녀에게 알려 주었는데, 정말 급한 일이 있을 때에만 그렇게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는 순간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일이 같은 시기에 일어난 우연의 일치에 대해 뭔가 미심쩍인 느낌이 들었다.

보통 그런 종류의 일이 생기면 한 순간도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자신이 머물던 곳을 떠나는데, 그는 레베카에게 이번에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당분간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고, 그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즉각 알아차린 레베카는 무슨 일이냐고 그를 다그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편, 새벽에 갑자기 놀라서 깬 에머리는 주변을 둘러 보며 자신이 그의 캐빈에 있는 걸로 착각했지만 곧이어 자신이 병실에 안전하게 누워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왜 그렇게 가슴이 뛰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것이 공황장애라는 걸 인식했지만, 나쁜 꿈 때문인지, 아니면 경찰에게 거짓말을 해서 인지, 원인은 알 수가 없었다. 둘 다 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갑작스런 불안은 좀 더 긴요한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걸 감지하고, 침대를 벗어나 IV 대를 밀고 문 쪽으로 가 문을 살짝 열고 밖을 살폈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그녀의 병실 밖에 잠복해 있는 사람은 없었고, 위협적인 요소는 없었다.

그녀는 문을 닫고 들어와 욕실로 가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침대로 다시 가는 도중 옷장에서 소지품이 든 가방을 꺼내 침대로 가져왔다. 이것 저것 살펴 보는데, 제프 말 대로 그녀가 입었던 옷들에서 안좋은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순간, 직감적으로 뭔가가 느껴졌다. 왜 그녀에게 갑작스런 공황장애가 찾아 왔는지 그 원인이 그 가방 안에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느껴진 것이다. 그녀는 가방 안에 든 물건들을 무릎에 다 쏟아 놓고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살펴 보았다.

그때, 갑자기 소름이 끼쳤고, 그것은 굉장히 강렬했다. 그녀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앨리스에게 전화를 해서, 혹시 오늘 그녀의 병실에 함께 있는 동안 에머리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선글라스가 부러진 것을 말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앨리스는 자신이 기억하는 한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머리가 자신은 어느 누구한테도 선글라스가 부러진 걸 말한 적이 없는데 제프가 그걸 알고 있었다고 말하자, 앨리스는 에머리가 분명 약도 먹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기억하지 못할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앨리스의 말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동의는 했지만 찜찜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제프가 병실로 와 퇴원을 하려고 하는데, 샘이 에머리에게 전화를 해 자신들이 뭔가를 발견했다고 해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에머리는 자신들이 그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에머리는 속으로 그들이 제프에 대해 뭔가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샘은 그들에게 얼마 전 리사를 돕기 위해 자물쇠를 박살내고 몰래 들어 간 클리닉에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손전등을 들고 있는 '그'와, 에머리가 의료품을 훔치는 것이 찍힌 영상을 보여 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