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Tooth

By Ian McEwan

이 소설은 40년전 영국 MI5 소속 정보요원이었던 주인공 ‘나’, 세레나 프롬(Serena Frome)이 어떻게 MI5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어떻게 실패하고, 그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소설 속의 ‘나’는 진정 누구인지 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녀는 영국 국교회 주교인 아버지와 평범한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1살 반 정도 차이나는 동생 루시(Lucy)가 있다. 그녀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러시아 작가인 알렉산더 솔제니친 (Aleksandr Solzhenitsyn)을 좋아한다.  그녀는 책을 굉장히 빨리 읽는 속독 능력을 갖고 있는데, 한눈에 한 단락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그 어렵다는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One Day in the Life of Ivan Denisovich)도 2주 정도면 끝낼 수 있다. 또한 속독뿐만 아니라그녀는 수학에 관한한 탁월한 능력을 갖고있다.  

원래 그녀는 대학을 영문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주교의 부인으로 보수적인 삶을 살아온 엄마가 뜻밖에도 세레나에게 ‘캠브리지 대학에 가서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여성으로서의 그녀의 의무’라고 말한다. 그녀의 재능을 허비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만약 세레나가 영문과에 진학한 후, 엄마 자신 보다 약간 더 교육을 받은 정도의 가정주부가 된다면, 엄마는 세레나를 용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엄마 자신을 용서치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의 내면 깊숙히 이런 페미니스트적인 성향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세레나는 결국 자신의 꿈을 버리고 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고, 친구가 하는 조그마한 신문에 책을 소개하는 칼럼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와 신문사의 방향이 맞지 않아 얼마 안가 칼럼을 그만두게 된다.

주교인 아버지 때문에 항상 교회 울타리 안에서 자랐지만, 그녀는 남자 친구가 많았다. 어느 날 대학에서 만난 많은 남자친구 중 하나인 제레미 못(Jeremy Mott)과 데이트를 하다가 토니 캐닝(Tony Canning)이라는 제레미의 스승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세레나의 신문 칼럼에 대해 칭찬을 하며 그녀에게 큰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세레나는 그것이 MI5라는 영국 정보기관 요원 중 한 사람인 토니 캐닝이 세레나를 리쿠르팅한 것이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후 제레미가 박사과정을 위해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고, 유부남 교수인 토니와 세레나는 연인 관계가 된다. 당시 토니는 54살이었고 세레나는 21살이었지만, 그들에게 나이차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둘은 남들의 눈을 피해 숲 속 깊은 곳에 있는 토니의 오두막 별장에서 주로 만남을 가졌는데, 세레나의 MI5 인터뷰를 앞두고, 토니는 그녀에게 강력하게 『타임즈』(The Times)를 읽어야한다고 강조하며, 여러가지 주제로 틈을 주지 않고 공부를 시켰다.  그는 세레나에게 여러가지 세계 정세와 역사, 사회 문제를 비롯해서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먹고 마실 것인지, 신문을 어떻게 읽고 자신의  논쟁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책을 어떻게 분석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교육을 시켰다.  세레나는 토니가 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하는지 물어볼 생각을 전혀하지 못했다. 그저 나이든 사람과의 연애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러던 중, 그날도 별장에서 같이 지내다 토니가 사준 실크 블라우스를 손빨래하려는 세레나에게 토니가 그냥 그것을 자신의 빨래통에 집어 넣으라고 말한다. 세레나는 일하는 사람이 그걸 세탁소에 맡기려니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했다. 그 블라우스는 세레나가 다른 사람에게 받은 첫 옷 선물이었다. 소재가 실크여서 항상 손으로 빨아 잘 다린 다음 보관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 인터뷰 이틀 전, 세레나를 만난 토니는 세레나가 일부러 그의 아내가 보게끔 그녀의 블라우스를 토니의 빨래통에 집어 넣어두었다고 소리친다. 그러면서 세레나가 자신의 결혼생활을 망치고, 그의 아내가 되기 위해 일부러 일을 꾸몄다고 말한다. 세레나가 그렇게 하라고 한 건 당신이라고 말했지만, 토니는 너무나 부드럽게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참 침묵한 후 그는 말했다. 세레나에게 실망했다고. 그리고 이 상황의 끝은 어디인지 세레나도 알고 있으리라고.

세레나는 그의 이런 행동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그의 선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의 아내 프리다가 예정보다 일찍 돌아와 세레나의 블라우스를 발견하게 되었고, 화가 난 아내를 보며 그는 자신이 희생자가 되기로 선택을 한 것이라고. 그는 그걸 감추려고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의 선택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라고 여겨졌다. 세레나는 그가 자신을 그런 식으로 방어하기로 작정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끝이 났다.

그리고 이틀 후 세레나는 예정된 인터뷰를 하러 간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녀는 그 동안 토니와 연습했던 그대로, 때론 토니가 되어, 그토록 그가 읽기를 주장했던 『타임즈』 기사를 인용하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인터뷰가 끝난 5분 후 그녀의 이름이 다시 불리워졌고, 그녀는 잡 오퍼를 받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자리는 낮은 지위 중에서도 가장 낮은 자리인 ‘junior assistant officer’ 였고, 그녀가 원했던 ‘officer’는 결코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1970년대 당시 남자와 여자는 도는 트랙이 달랐고, ‘officer’는 거의 남자만이 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을 선택해줘서 고맙다고 말을 했지만, 그녀는 건물을 나서는 순간, 그 일을 원치 않는다는 걸 알았다. 심지어 일반인의 2/3 밖에 안되는 연봉의 보조원일을 오퍼받았다는 데 모욕적인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웨이트리스를 한다면 팁으로도 그 두배를 벌 수 있었다. 그들에게 거절의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걷다가 전에 토니가 그에게 블라우스를 사줬던 거리에 다다르게 되고, 그녀는 토니를 생각한다. 그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그리웠다. 그리고 소호 거리 가운데로 들어서면서 거의 바닥을 보이는 은행 잔고를 떠울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무관심과 엄마의 빈틈없는 하루를 바라보며 지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한참을 거리를 서성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인생의 질서와 목적, 그리고 독립을 위해 그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3주 후 런던에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그곳에서 서류정리 같은 일을 하며 그럭저럭 적응해나가고 있던 중, 73년도 겨울이 끝나갈 무렵, 옛 남자친구였던 제레미에게서 온 편지를 받는다. 거기에는 친구에게 들었다며, 토니가 젊은 여자 (세레나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와의 불륜으로 아내 프리다(Frieda)와 헤어졌으며, 그 젊은 여자도 버렸고, 병이 들어 학교에 사표를 내고, 섬으로 들어가 살다가 2월 어느 날 이 세상을 떠났다고 쓰여있었다. 그는 암이었다고.

당시만해도 암이란 단어는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건 일종의 실패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세레나는 토니가 자신에게 왜 그렇게까지 가혹하게 굴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충격적인 건 그 일을 그가 철저히 계획하에 행했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블라우스를 빨래통에 집어 넣으라고 얘기한 다음, 그런 말을 했는지 잊어버린 척하며 자기 자신을 몹시 나쁜 인간으로 만들어 그녀가 그의 마지막 시간을 따라다니며 복잡하게 만들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녀에겐 작별의 편지 조차도 한통 남기지 않았다.

세레나는 만약 그가 그녀를 만나지 않았었더라면, 아내의 간호를 받고, 보고싶은 아들도 자주 보며 자신의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다 세상을 떴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고통을 감당했다. 그녀는 어떤 담당관이 아무렇게나 갈겨놓은 메모를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오자없는 세 통의 문서로 만들어놓는 일을 할 때마다, 그것은 자신에게 그 일을 소개해준,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를 명예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녀는 같이 일하는 사람 중 “Hnadyman”이라는 별명을 가진 맥시밀리언 (Maximilian Greatorex)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친한 친구가 된다. 그는 그녀가 예전에 신문에 썼던  칼럼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좋은 책들을 많이 읽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마침내 토니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생겼다는 것에 해방감을 느꼈다.  그에게 토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도중, 맥스가 토니가 머물렀던 섬에 대해서 물었지만, 세레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며칠 후 맥스는 그 섬이 혹시 쿰린지(Kumlinge)냐고 물었고, 세레나가 그에게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그는 그저 그 섬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들었다며 얼버무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그에게 깊이 빠져들었다. 입사 동기인 셜리(Shirley)와 단둘이 밤에 외출할 때면 뭔가가 허전하고 부족하다고 느꼈졌으며, 일터로 나오면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는 그를 볼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그녀는 그걸로 만족하지 않고, 그와 얼굴을 대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곤 하였다. 하지만 그의 태도에는 뭔가 거리감이 있었고, 꼿꼿했다. 그녀는 혹시 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지만 예의상 그 말을 하지 못하는 건가 걱정이 되었다. 그녀의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그에 대한 관심을 더 부추겼다. 그가 가장 활기차고, 그의 태도를 따뜻하게 풀어주는 주제는 소련 공산주의에 대한 거였다. 그는 냉전 주의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데이트 도중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그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세운다 (나중에 그는 결혼할 약혼녀가 있다고 고백한다) .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말없이 걷다가, 맥스가 세레나에게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을 대며  혹시 토니가 그들을 소개시킨 적이 있는가 묻고, 토니의 무덤을 방문하기 위해 쿰린지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또, 그의 부고가 실린 신문이 『타임즈』였는지『텔레그라프』(Telegraph) 였는지 묻는다. 그의 태도에 화가난 세레나가 왜 그런 걸 묻느냐고 묻자, 그는 그저 자신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며칠 후, 세레나는 우연히 짐 가방 밑에서 예전에 토니가 선물한 북마크를 발견하고, 토니를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을 갖게 됐다는 것에 기뻐한다. 당시 토니는 세레나가 책을 읽다가 그 부분을 열어놓은 채 그대로 엎어놓는 걸 보고, 그렇게 해두면 책의 중추를 상하게 해서, 특정한 페이지가 열려지게 되고, 그것은 작가의 의도와 다른 독자의 판단과는 전혀 상관없는 무분별한 강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서 그 북마크를 선물한 것이다.  세레나는 그걸 깨끗이 닦은 후 소중하게 사용한다. 그리고 일종의 의식처럼, 밤에 책을 읽다가 멈추게 되면, 그것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책을 덮기 전 북마크를 꽂은 다음, 책을 다음 번에도 쉽게 닿을 수 있는 의자 위에  두었다.

그런데, 5월 어느 공휴일 둘째 날, 맥스를 만나고 돌아왔는데, 집에는 불이 다 꺼지고 몹시 어두웠다. 집을 함께 쓰는 다른 3명의 여자애들은 연휴라 고향엘 가고 집엔 아무도 없었다. 복도와 부엌으로 가는 통로에 불을 켰다. 현관문을 잠그고 자신의 방을 향해 올라가는데, 뭔가 맘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이성적이라고 생각하고, 맥박이 빨라진 건 이층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자신의 방문에 도착하자, 그녀는 형광등을 켜기 직전 문턱에 서서, 이 큰 집에 혼자 있다는 사실에 약간 주춤거려졌다. 한달 전 한 정신병자가 동네에서 누군가를 칼로 공격을 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생각이 그녀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조용히 서서, 주변의 소리를 주의깊게 들었다.

그런 다음, 스위치를 올리고 방안을 둘러 보았다. 방안은 그대로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보니 어제밤에 읽었던 책이 의자 위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그런데, 책 사이에 꽂아두었던 북마크가 의자 위에 놓여져 있었다. 아침에 집을 나선 후 이 집엔 아무도 없었다. 처음엔, 어젯밤에 너무 피곤해서 평상시처럼 하지 않았고, 세수를 하러 가다가 북마크를 건드렸나 생각했지만, 그녀는 지난 밤의 상황이 또렷이 기억났다. 그녀가 읽던 소설이 짧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눈이 너무 피곤해 중간 만큼 읽다가 북마크에 입을 맞추고 98 페이지와 99 페이지 사이에 그것을 끼웠다. 심지어 책을 덮기 전 흘끗 보았던 마지막 문장도 생각이 났다. 그녀는 혹시 다른 침입의 흔적이 있는지 여기 저기 둘러보았지만, 모든 게 그대로였다. 밤새 내내 뜬눈으로 세우다, 결국 자신이 너무 피곤해 북마크를 끼우지 않았나보다, 하고 결론을 내렸다.

며칠 후, 세레나는 셜리와 함께 비밀 안전가옥을 청소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곳으로 간다. 그곳엔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여있었고, 누군가를 고문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침대 밑을 청소하다가 세레나는 『타임즈』의 첫 페이지 오른쪽 끝을 찢은 것 같은, 삼각형으로 접혀진 종이 쪽지를 발견하는데, 거기에는 소문자로 ‘tc’가, 그리고  ‘쿰린지’의 ‘-umlinge’가 적혀있었다. 그건 토니 캐닝의 이니셜이었고, 그의 무덤이 있는 곳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맥스를 떠올렸다. 그 섬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맥스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신문의 부고란에도 섬의 이름은 없었고, 제레미 역시 편지에 섬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이번 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별로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물어도 그가 진실을 대답해줄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청소하려고 뒤집은 침대 위에 묻어있던 핏자국과 그 쪽지가 연관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언제적 일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 쌓여있는 잡지들 틈에서 한쪽 귀퉁이가 찢긴 신문을 찾아낸다. 그것은 1972년 8월 25일에 발간된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특별히 기억하고 있는데, 이유는 그녀가 좋아하는 솔제니친이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했던 연설 때문이었고, 그의 연설을 유아적이라고  생각하는 토니와 논쟁을 벌였었다. 그리고 그 일은 그들이 마지막 만남을 갖기 일주일이나 이주일 전의 일이었다.

그는 물러서려는 자신의 계획이 이미 형태를 갖추고 있던 이후에 이곳에 왔었을까? 이유는? 그리고 핏자국은 누구의 것인가? 그녀는 이 일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그 날짜의 타임즈를 갖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 날 세레나는 상관의 부름을 받고 그의 사무실로 갔는데, 그곳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와 있었고, 그 중에는 맥스도 있었다. 그녀를 부른 의도를 모른 채, 세레나는 그들과 함께 여러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다. 그녀는 인터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간 쉬는 시간에 나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대신 그녀의 상관은 그녀에게 그녀가 읽은 작가에 대해서 묻고, 혹시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만난 적이 있는지, 아니면 친구들 중 작가가 된 사람이 있는지 등을 묻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던 피터 너팅(Peter Nutting)이라는 사람이 세레나에게 『인카운터』(Encounter) 라는 잡지를 아느냐며, 이 잡지는CIA의 자금으로 간행되는 것이고, CIA가 작가들에게 돈을 뿌려 대며 공산주의나 소련에 관한 이슈들에 대해 적대적인 글을 쓰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것을 문화 전쟁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는 MI5가 외무부의IRD (Information Research Department)와 MI6와  함께 그와 비슷한 일을 오랫동안 해왔으며, 조지 오웰(George Owell)의 작품들을 여러 나라 언어로 출판될 수 있게 한 것도 그들의 도움이라고 했다. 그래서 조지 오웰이 죽을 때 공산주의 동료 작가 38명의 명단을 IRD에 넘겼다고 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IRD와 MI6의 방향이 자신들과 달라 이제 MI5만의 방식으로 일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들은 동구권 작가들을 후원하는 ‘Freedom International Foundation’이라는 재단과 손잡고, 그 재단에 자신들이 추천한 작가들에게 분배할 자금을 지원하는 가상의 ‘Word Unpenned’라는 단체를 만들고, 세레나는 이 재단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이제 막 첫 걸음을 시작해서 재정적인 도움이 필요한 젊은 작가나 학자 그리고 기자, 특히 못사는 동유럽 작가들을 방문해 도움을 주면서 관계를 유지하거나, 이쪽에서는 가식적인 마르크스주의자들을 만나거나, 카스트로의 쿠바의 감옥에 갇혀 있는 작가들을 위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저널리즘도 함께 하고 있는 작가들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들이 열렬한 냉전주의자일 필요는 없으며, 그저 동구권에서 말하는 유토피아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서구의 재앙을 어렴풋하게 드러내보이는 정도의 작가들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들은 이미 이런 작가들의 리스트를 만들었고, 이 일은 문학적 지식이 풍부한 세레나가 적임자라고 했다. 이 프로젝트의 코드명이 바로  ‘Sweet Tooth’였고, 세레나가 일의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 직속 상관이 맥스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맥스는 이 일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듯이 보였다.

그날 밤부터 당장 세레나는 그들이 지목한 작가 중 한 사람인 탐 해일리(T.H. Haley)의 단편 소설들을 읽기 시작한다(나중에 그와 만난 직후 둘은 연인사이가 된다). 세레나는 이번 일을 맡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뻤다. 왜냐하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었고, 또 작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그녀는 이제  ‘assistant desk officer’로 승진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 날, 퇴근 후 펍에서 셜리를 만나는데, 그녀는 무슨 말을 할듯 말듯 주춤거리며 술잔을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마침내 작정한 듯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오늘자로 회사에서 해고됐다고.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깜짝 놀라는 세레나에게 세레나가 입사 직후부터 감시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잠시 후 작별인사도 없이 사라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