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h

By Jennifer Haigh

2004년 6월, 필라델피아의 신문에 한 카돌릭 신부가 연루된 특정적이고, 언급하기도 불쾌한,  아직 입증되진 않았지만, 이미 그의 삶을 망쳐버린 고소 사건이 전국란에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이 신부의 이름은 아더 브린(Arthur Breen)으로, 51세이며, 로마에서 공부를 했고, 25년 동안 이전 다른 세 교구에서 별 다른 일 없이 사제직을 수행했다고  쓰여있었다. 물론 사건의 특성상 고소인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자신의 오빠 아더 신부가 이런 일에 연루된 것을 믿을 수 없었던, 필라델피아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그의 여동생 쉴라 (Sheila McGann)는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휴가를 얻어 잠시 보스톤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더 신부가 재직했던 교회와 사제관을 방문해서 당시 그를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고 교회 사목위원들과 사제관 살림 담당인, 몇몇의 교구 사제들도 만난다. 그리고 당시 아더가 그녀에게 했던 이야기와 자신이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 등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고, 그 진실은 이렇게 시작된다.

먼저, 아더의 어머니 메리(Mary)가 아더를 임신했을 때, 그녀는 17살이었다. 그녀는 남편 해리(Harry Breen)를 댄스 클럽에서 만나 결혼에 이르렀는데, 결혼 당시 이미 임신 4개월이었다. 그런데 결혼 후 도박에 손을 댄 해리는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어느 날 아내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혼자 남았다고,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든 18살 메리는 고향으로 돌아가 살다가, 삼촌인 퍼거(Ferger) 신부의 도움으로 교회와 연방국으로부터  남편의 유기로 인한 혼인무효증명을 받고, 당시 해군에서 막 제대한 24살의 청년이었던, 4살 연하인 지금의 남편 테드 맥간 (Ted McGann)과 재혼하여, 두 아이 쉴라와 마이클( Michael McGann)을 낳았다.   

그의 엄마가 재혼할 당시 아더는 12살이었다. 아더는 어렸을 적 사제가 될 정도로 신앙심이 깊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결정한 데는 새아버지 테드의 불같은 성격이 크게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더는 새아버지 테드를 두려워 했다.   

열네살 때, 아더는 St. John 소(小) 신학교에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10살때부터 성당에서 복사를 했던 그는 빵과 포도주의 성별 시 종을 칠 때마다,  그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정, 즉 달콤한 흥분감과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런 감정을 느낄때마다 그는 자신의 안팎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걸 감지했다. 그래서 그는 사제가 되는 것에 대해 한 신부님과 오랫동안 토론을 했고, 그 신부님은  시간이 지나면 확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느 일요일 교중 미사 후 아더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St. John 소신학교에 가겠다고.

이후 그는 엄격한 규칙이 지배하는,  세상 중력의 바깥쪽에 위치하는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에 진학한 후, 새롭게 대면하게 된 환경은 그를 당혹스럽게 했는데, 특히 고등학교 때는 없었던, ‘특별한 우정’을 금하는 반복적인 경고가 그랬다. 쉬는 시간, 뜰에서 담배 피울 때도 서너 명이 함께 있는 건 용납되었지만, 단둘만이 있는 건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차츰 그 역시 스스로 음악 분야에 있어서 자신과 비슷한 관심을 가진 래리 퍼슨(Larry Person)을 피해다녔고,  예전처럼 함께 일요일 콘서트를 들으러 보스턴으로 나가지 않았다. 이 문제에 있어서 모두들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이런 분위기에서 아더는 플뢰리(Fleury) 신부의 추천으로 로마에 있는 그레고리안 대학(Gregorian Univ.)으로 유학을 가게되었다.     

공부를 마치고 로마를 떠날 때 아더는 25살이었다. 그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유서깊은 성당들을 돌아보고, 사제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보스턴으로 돌아왔다. 그는 로마에서 만난 중남미 지역 사제들에게서 그들의 국민들이 살기위해 어떤 투쟁을 하고 있는지 들으며, 정의를 위해 행동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행동주의만이 교회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처음 그 도시의 남단에 위치한 한 홈리스 쉘터로 발령이 났을 때 그는 너무나 기뻤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칼로 위협 당하며 강도를 당하기도 하고, 또한  자신이 그저 호기심의 대상일 뿐임을 느끼면서, 자신은 그곳에서 일하며 ‘거리의 신부’라고 불리우는 동료 신부처럼은 될 수 없음을 느낀다. 폴란드 출신의 교황이 당선된 이후 교회가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분위기에 좌절했던 아더는,  만약 자신의 미래가 ‘거리의 신부’라면 자신은 차라리 과거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다음 세 곳의 교구를 거치면서, 의붓 아버지 테드보다 열배나 더 싫은 주임 신부를 만나기도 했고, 남자들보다는 여자들과 얘기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걸 느끼기도 했으며, 청소년들을 맡아 복사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돌보는 영혼들에게 자신이 미치는 영향이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에 자신의 무능력을 느끼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더는 성직자로서의 모든 것을 잘 해냈다. 처음 집전하는 미사 때에도 아주 편안해 보였고, 부드럽고 유머러스했으며, 은근히 설득력이 있었다. 자비송을 할 때에 그는 만족감으로 빛이 났고, 성량 깊은 그의 테너 목소리는 예배당을 가득 메웠다.  그의 새 삶은 그에게 잘 맞아 보였다.

언젠가 쉴라는 아더에게 물었다. 왜 그토록 인고의 삶을 살아야 하는 사제가 되기로 결정했느냐고. 그녀는 당연히 아더가 가장 정석적인 대답, 즉 신부는 신에 의해서 부름을 받는다는 답을 들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더의 대답은 그녀를 놀라게 했다. 그는 말했다. 그것은  아이가  무엇을  빼앗기고 있는지 별로 느끼지 못하게 도와주고, 집과 가족에 결합될 수 있도록, 말하자면 이들 정점에 연결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루는 삶의 적절한 형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집과 가족을 외면한다면 어떤 연관도 바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이 세상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1994년 어느 봄날, 문제의 성심(Sacred Heart) 본당으로 오게 되었다. 그 일이 일어난  당시, 그는 이 본당으로 온지 9번째 성주간을 맞고 있었고, 그것이 사제로서의  마지막  성주간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부활절 전 금요일 오전 10시, 추기경 보좌관인 존 길만(John Gilman) 주교로부터 전화 한통이 왔고, 10시 15분 아더 신부는 차를 타고 보스턴 교구 본부로 갔다.  그리고 이후 그는 참석해야 할 모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당시 이미 많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으로 세상이 떠들석한 상황이었고, 그중 거리의 신부로 유명했던 신부가 첫번째 타겟이었다. 가출 소년들을 모아 그의 집 마루에 앉아 미사를 집전하고 성체를 나눠준 일이 문제가 되었고, 학교 다닐 때 아더의 룸메이트였던 로이 커즌스는 남자아이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아더는 로이 때문에 자신이 소환되는 걸로 생각했다.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기자들과 차량들을 헤치고 추기경의 집무실로 들어가자, 그의 책상 위에는 종이 한장이 펼쳐져 있었는데, 전날 누군가가 그것을 보내왔다고 했다.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단지 아더가 당장 본당을 떠나야 한다는 것 외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묻자, 이 일이 해결될 동안 잠시 거처할 수 있는 아파트를 빌려줄 거라고 했고, 아마 이 내용이 그에게 우편으로 갈 거라고 했다. 아더가 부활절 미사며, 본당 신자들을 걱정하자  대체할 사람을 이미 정해놨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를 위해 마련했다는 아파트에 간 아더는 6개월치 렌트비가 선납되었다는 영수증을 매니저에게서 받고, 이 일이 쉽게 끝날 일이 아니구나, 짐작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8살 짜리 아이의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쉴라는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로  고민스러워 하다가 아더 오빠와 얘기를 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지만, 그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이었다가 지금은 리얼터인 작은 오빠  마이크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에게로부터 아더가 아동 성추행으로 고소되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쉴라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지만, 마이크는 이미 소문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이크와 아더 사이에는 아버지가 다르다는, 과거로 인한 상채기가 남아 있었다. 마이크에게 아더의 일을 들은 쉴라는 전에 아더에게 들었던 에이단(Aidan)이라는 아이와 그의 엄마 캐슬린(Kathleen Conlon)이 떠올랐다.

처음 아더가 캐슬린을 만난 건 사제관을 돌보는 프랜(Fran Conlon)이라는 식복사가 자신의 딸인 캐슬린을 사제관으로 데려와서였다. 캐슬린은 27살의 미혼모였고, 8년전 집을 떠났는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엄마 프랜은 알지 못했다. 캐슬린이 프랜에게 연락을 한건 샌디에고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 일할 때였고, 프랜은 캐슬린이 그때 마약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지만, 나중에 캐슬린을 통해 아더는 그녀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약을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된다.

프랜과 캐슬린은 물과 기름이었다. 캐슬린은 샌디에고에서 법원의 명령으로 약물중독 치료를 받았지만, 보통 때에도 감정시복이 심했다. 프랜의 집에서 나가면 그들은 거리에서 자야할 판이었다.

아더의 도움으로 에이단은 교구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아침마다 프랜이 에이단을 데리고 사제관으로 와서 아더와 함께 아침을 먹곤 하였다. 아더는 이 일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가 쉴라에게 에이단의 얘기를 할 때 그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심지어 그는 30년 넘게 피워오던 담배도 어느 순간 조용히 끊었다. 에이단이 학교가 끝나고 캐슬린이 늦으면 대신 아더가 에이단을 사제관으로 데려가 놀기도 했다. 그리고 에이단을 데리고 박물관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프랜과 캐슬린에게는 이 모든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프랜에겐 오히려 캐슬린이 만나고 있는 케빈(Kevin Vick)이 더 문제로 보였다. 케빈은 캐슬린과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이미  고등학교 2학년 때 소년원에 갔다 왔고, 약에 쩔어 지낸 골치덩어리였다. 그런 그가 다시 캐슬린 앞에 나타난 것이다.  프랜은 캐슬린이 케빈과 함께라면 아마 온전한 정신으로 지내기 힘들 거라고 말했다.   

아더는 그런 캐슬린과 에이단을 위해 아파트 건물을 여러 채 가진 신자에게 부탁해 그들이 지낼 수 있는 아파트를 마련해 주었고, 캐슬린은 로컬 가게에 일자리도 얻었다. 하지만 적은 수입으로 에이단을 보육 시설에 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캐슬린이 일하는 동안 에이단은 아더가 있는 사제관에서 지냈다. 일하면서 에이단을 돌볼 수 있다는 건 할머니 프랜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다. 에이단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더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에이단의 숙제를 도와줬다. 숙제가 끝나면 밖에 나가 놀게 하였고, 비가 오는 날엔 TV의 교육 방송을 봤는데, 한대밖에 없는 TV는 아더의 방에 있었다.

아버지가 없이 크면서, 엄마 캐슬린이 약물중독 치료를 받기 위해 요양원에 들어 갔을 때 위탁 가정에서 지내기도 했던 에이단은 아더 신부를 아버지처럼 생각했고, 그렇게 에이단과 아더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나중에 사건이 터지고, 쉴라가 아더를 찾아갔을 때, 그는 에이단을 추행한 적이 없으며, 캐슬린이 왜 자신을 그런 식으로 고소를 했는지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좀 더 후, 프랜을 찾아가 자신은 맹세코 에이단의 몸에 손을 댄 적이 없다고 말한다. 변호사를 구하라는 쉴라의 말에, 교구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고, 자신도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그런 아더에게 쉴라는 말한다, 당신의 십자가에서 내려 오라고.    

한편, 마이크는 처음 그 일을 들었을 때, 피해자 아이보다 한 살 어린 자신의 아들 라이언(Ryan)을 생각했고, 아이는 절대로 성추행 당했다고 거짓으로 꾸며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따라서 자신의 의붓 형에게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아내와 아들을 버린 무책임한 그의 생부의 피를 받아서 그런 거라고 단정을 지어버린다. 그리고 다행히 아더 브린의 이름이 신문지 상에 오르 내릴 때,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성이 다른 자신과 아이들, 그리고 다른 가족들과는 전혀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안도감 마저 느낀다.

하지만 이 작은 동네에서 그들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지하 방에서 그와 아더와의 관계를 조용히 되짚어 보았다. 처음 아내 에비(Abby)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었다. 이유는 애비가 루터교 신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더만이 애비를 인정해주었다. 애비는 카돌릭을 미신이라고 말했으며, 성체 성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어렸을 적에, 그리고 젊었을 적에, 마이크는 종교란 들새 관찰이나 우표 수집 같은, 자기 어머니 같은 신앙심이 깊은 여자들이 갖는 지루한 취미 생활 같은 것이며,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군생활을 하고 경찰이 된 이후, 수많은 잔인하고 무분별하게 방탕한 사건들을 대하면서  그의 이런 생각이 바꼈다. 인간의 본성은 변덕스럽고 비뚤어졌으며, 불안정하고 신뢰할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그들만 놔두면 오로지 섹스와 싸움만 할 것이고, 서로를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종교는 결혼만큼 필수적인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후 그는 어머니가 그의 견진 선물로 준 성 크리스토퍼(St. Christopher) 메달을 항상 목에 걸고 다녔다. 하지만 애비는 성인들에게 기도한다는 걸 비웃었다. 그들이 당신의 기도를 어떻게 들어주느냐고. 그들은 신이 아니라고.

아더의 일을 신문에서 읽은 애비가 사제들을 다 성도착자들이라고  여기는 듯이 말하자 마이크는 다른 사제들이 그렇다고 아더가 꼭 그랬다는 법은 없다고 변호하지만, 아더가 그랬을 가능성이 있냐는  애비의 질문에 마이크는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답변한다.

자라면서 마이크는  집을 떠나 사제의 길을 걷는 형 보다는 동네 아이들과 더 형제처럼 지냈다. 그와 다른 아이들은 사제들에 대해서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중성인 사람들로 여겼다. 아마 마이크는 아더와 쉴라가 다른 이웃들은 언급하기 싫어하는 어머니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고 더욱 더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형이 동성애자일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때 어울렸던 한 친구가 초등학교 때 신부에게 성추행 당한 피해자로 신문에 이름이 오른 걸 보고, 그 동안 그 친구가 왜 그렇게 반항적이고 거칠게 굴었는지 이해가 되면서, 고소 사건이 전부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 생각은 몇날 몇일을 그의 머리 속에서 빙빙 맴돌았다. 어머니가 아더의 새 주소를 적어주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말했지만 그는 형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두려웠던 것이다. 만약 모든 게 사실이라면? 그는 만약 누가 자신의 아이에게 그렇게 몹쓸 짓을 했다고 한다면, 자신은 아마 맨손으로 그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그는 목숨을 바쳐 가족을 지킬 것이다.

며칠을 고민하던 마이크는 자신이 에이단을 직접 만나보기로 결정한다. 그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정직성을 믿었다. 그의 관점에서, 8살짜리 아이가 어른들처럼  값싼 술책을 부리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자신들을 믿어달라는 게 아니라,  확인받고싶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깊어서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자신이 안전하고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진실을 말한다는 것, 그것이 마이크가 갖고 있는 신념이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그 아이가 말할 수 있도록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캐슬린과 단둘이 앉아 그녀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경찰로 일할 때, 그의 별명은 ‘거짓말 탐지기’였다. 그는 용의자와 대화 시 그들의 손을 주시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은 손을 가만히 두질 못한다. 마이크는 자신이 직접 캐슬린을 만나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래서 마이크는 일단 캐슬린이 살고 있는 동네에 팔려고 내놓은 집을 리얼터 동료에게 부탁해서 자신이 팔기로 하고, 토요일 오후 오픈 하우스를 하기 위해 그 동네로 간다. 그리고 캐슬린을 만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