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수선소집
목포댁 재봉틀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도 사라졌다
돌아가는 삼각지 로터리가 사라졌다 고전
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
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상영관
아카데미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세상에는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가
나도 나를 버리는데 반생이 걸렸다
걸려 있는 연(緣)줄 무슨
연보처럼 얽혀 있다 저 줄이…… 내 업을
끌고 왔을 것이다 만남은 짧고 자국은
깊다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다

 

 

                           -사라진 것들의 목록, 천양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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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네 가족이 되고 첨으로 멀리.
60-70마일로 달려도 일고여덟시간,
14개월, 40개월짜니 아이둘과의 장거리 여행은.

그래도 생각보다는 견딜만 했습니다.

바닷바람. 아직은 부드러운 햇살을 온몸으로 맞고,
아이들 좋아하는, 웃는 모습을 보다
문득. 행복하다 생각을 했습니다.
나 때문이 아니라, 아이가 만들어 준 행복.
이기적인 저에겐 참. 신기한 경험입니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상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여행 다녀온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다 문득.
지난 5일의 동안의.
좀. 지루해오던. 일상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생각을 합니다.

여행이란 구멍에 던져버리고 온 걸까 ?
생각하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다음 여행을 계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