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도 숫자지만 올해는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몇 주전에 한국에 계신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인자하고 다정하셨던 분... 연세도 있으시고 몸도 않좋으셔서 언젠가는 떠나실 것을 알았지만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현실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전화가 오면 불안합니다. 왠만한 안부는 톡으로 전하는게 일상화 되어버린 생활

그런 와중에 시간에 상관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어느새 불안증과 스트레스도 함께 동반되게 되었습니다.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 생활에 가게라고 차려서 늘어난건 빚과 우울증인 현실에서 

부고 소식을 접하고도 우리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망연자실 넋만 놓고 하루를 보냈지만 당장 찾아갈수도 없이 다음날 다시 가게를 열어야 하는 상황. 말이 없는 남편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울지 않는 아빠가 어린 마음에 이상했는데, 그냥 이 나이가 되니깐 이런 상황을 조금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는것 같습니다. 울지 않는다고 해서 그 슬픔이 덜 한 것은 아니라는걸 알아버린 나이,

상실감을 느끼고 살기엔 여유도 없고 여건도 되지 않는 현실

살아있는 사람은 또 살아야 하기엔 슬픔조차도 사치가 되어버리는 현실

어느새 잊어버린 자신의 나이도 옆에 있는 사람이 기억해 줘야 할것 같은 현실

저한테 생일은 20살이 지나면서 설레지 않는 그저 달력에 나와있는 일년중 하루뿐인 숫자에 불가하지만 그래도 남편이나 아이들에게는 뭔가 기억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합니다. 

오늘 토랜스에서 일하느라 늦은 시간까지 옆에 있어 주지는 못하지만 아빠 생일이라고 딸아이도 함께 집에 가겠다고 해서 모처럼 한가족이 다 모여서 케익에 촛불이라도 끄면 조금은 덜 쓸쓸한 생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가진것도 차린것도 없는 생일이지만 남편이 조금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