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yUSA

들꽃들의 반란

길냥이의 삶 유진 (dreamtouch) 2023-12-30 17:05:42

10 ♡ 9

쪽지

세월이 빠르다고 해야 할까

시간이 빠르다고 해야 할까

어느새 2023년이 끝나갑니다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면 좋았을텐데

길아이들의 삶은 아무리 안전한 곳이라 생각해도 갑작스러운 상황을 막을수는 없는것 같습니다.

작년 겨울에도 가게 뒤에서 별이 된 아이를 먼저 발견해서 잘 싸서 보내준적이 있는데 이번 겨울에도 하나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작년에는 모르는 아이라 그전 안타깝기만 했지만 올해는 역시 정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매일 가게 뒤로 밥을 먹으러 오는 아이들

풀숲도 우거져서 나름 바람도 피하고 다른 동물들로부터 안전한 장소이기도 해서

처음 저희가 이곳에 터를 잡았을때보다 길냥이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저희 말고 매일 저녁 밥을 가져다 주시는 분들도 있고

길아이들 잡아서 중성화 수술도 해주고 다시 풀어주는 분들도 있어서

나름 이곳의 아이들은 평화롭고 조화롭게 잘 살아가는 편입니다

다른 곳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꾸준히 남편한테 밥을 달라고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이 몰려옵니다.

그 중 올 해 태어나 어느새 중성화 수술까지 맞친 3냥이들

의외의 친화력을 가진 녀석들입니다.

매일 남편 자동차만 보면 달려오고 가게 문열고 나가면 문앞에 앉아서 놀고 있던 아이들

호기심도 많아 어느새 가게에 들어왔다 도망나가는 녀석도 있고 얌전한 녀석도 있고 매번 남편과 하이 파이브를 하는 녀석도 있고 세마리가 다 성격은 다르지만 태어나면서 부터 사람들한테 밥을 얻어먹고 커서 그런지 사람들과의 친화력이 좋은 편입니다

저희가 수요일은 가게를 닫는 날이지만 남편이 저녁때 나와 혹시나 싶어서 매번 밥을 주는데

지난주 수요일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은 남편이 나와 봤을때 비가 와서 그런지 아이들이 안왔다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면서 한아이가 별이 되어 누군가 옷으로 감싸놓은걸 보았다고 했습니다

셋 중 남편 다리에 엉겨붙던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때 토랜스로 출근한 중이라 상황을 모르고 있었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니 잔뜩 풀죽고 우울한 남편을 마주하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동차에 치인것 같다고, 가게 뒤가 파킹낫인데 엄청 크기도 하지만 차들도 많지 않아서 가끔 뒤로 돌아가는 자동차들이 속도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작년에 떠난 아이도 자동차 사고 였는데 이 녀석도 결국 피하지 못한 모양이였습니다

유난히 호기심 많고 붙침성 좋았던 아이, 누군가 데려다 키우면 좋겠다고 남편이랑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저희가 만약 막내가 없었다면 데려갈수도 있었겠지만 저희도 남의집 살면서 벌써 세녀석을 냥줍해서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

여건이 안되기도 했고 형제들과 야생에서 잘 지내고 있어 이런 사단이 날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 후 두 아이만 오고 있습니다. 차 옆에 가만히 앉아서 밥을 기다리는 얌전이, 남편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아이

더 이상 다리에 엉겨붙거나 가게로 들어오는 아이는 볼수 없게 되었습니다.

길아이들과 정을 주면 안되는데 하면서 매일 얼굴 보는 사이가 되다 보니 정이 안들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태어나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별이 된 아이는 지금 떠나는게 나았을지 아님 험한 세상이라도 열심히 뛰어 놀다 떠나는게

좋았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찾아오는 길 아이들에게 밥을 준지 4년정도... 그 중 처음에 오며 정들었던 아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지 않는 아이들은 어느 누군가 데려가서 잘 살고 있다고 저희 부부는 생각합니다.

그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별이 되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저희도 또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밥을 줄수 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