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사색 
  
                                 /혜린 원연숙                                  
                                                                                  

마음은 아직 청춘이나
땅 끝으로 파고드는 육신
건목 나뭇가지 부딪치듯  
바람결에 스친 세월 한탄
주저리주저리 처마 끝에 매달린다.

전선 끝에 매달린 왜바람
토해내는 구슬픈 피리소리
한없이 빨려 들어가는
힘겨운 심장의 고동소리
가없는 슬픔 애절하게 파고든다.

사위어 지는 애상
내면의 고독 사색 속에 배회하고
바특한 삶의 수레바퀴 속
버거웠던 지친 시간들
두 눈에 그렁그렁 별빛 스민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을 먹어가는 것을 그저 잊고 살아갑니다.  몸이 피곤하고 둔해지고 살이찌고 눈가에 주름이 잡혀가지만,  아직 키워야 할 아이들이 어린탓에 그리 직접적으로 나이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헌데, 요즘 문뜩 잊고 지냈던 빛바랜 추억들이 하나 하나 끄집어져 나올때가 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아니, 너무나 당연히 잊고 지냈던 옛 추억들이 하나씩 생각날때마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음을 비로소 실감하게 됩니다.

생각할 추억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살아 온 세월이, 짊어져야 할 내 인생이 길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듯 합니다.  이러한 내 자신이 조금은 서글프고 어느새 세월이 이리 흘렀나 싶은 허전함도 느껴집니다.  

아직도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도 용서를 다 못하고 살아가는데

아직도 사랑을 다 못 주고 살아가는데

아직도 내 마지막을 위한 어떤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워진 24시간의 하루....

해가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갈수록 빨라지는 시간들...

순간 순간 스쳐지나갔던 잊혀졌던 수많은 인연들이

가끔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게 와 닿고 있습니다.

만남, 헤어짐, 그 속에서 어느새 청춘이라는 시간을 다 보내고

지금 이렇게 서 있는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일까 잠시 그려봅니다.

그 많은 인연속에 아픔도 있었고 기쁨도 있었고 그 만남속에서 이렇게 성장해서 지금의 내가 되어 있을수도 있을텐데... 추억이란 미움보다는 그저 그리움이 되어 남는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다른 사람눈에는 어떻게 비취는지 모르지만

많은걸 가지지 못했어도 적어도 외롭지 않고 아프지 않고 살아갈수 있는 지금의 모습은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할수 있는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른뒤에 노년의 사색을 할때는 조금 더 많은것을 초월해서 살아가는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