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길에서 / 이해인

추억의 껍질 흩어진 겨울 산길에

촘촘히 들어앉은 은빛 바람이

피리 불고 있었네

새 소리 묻은 솔잎 향기 사이로

수 없이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았네

시린 두 손으로 햇볕을 끌어내려

새 봄의 속옷을 짜는

겨울의 지혜

찢어진 나목의 가슴 한켠을

살짝 엿보다

무심코 잃어버린

오래 전의 나를 찾았네

남가주의 겨울은 원래 높은 산간 지방을 제외하고는 눈이 오지 않습니다.

대신 많은 비가 내리고 그 비가 한여름 더위속에 모자랄수 있는 물을 공급해 주며

남가주를 숨쉬게 해줍니다.

비록 눈은 오지 않지만 살이 에일 정도로 추위도 느끼며 두꺼운 옷을 입게 됩니다.

헌데, 올 겨울은 춥지도 비가 오지도 않습니다.

12월부터 현재 2월이 되는 시기까지 비가 온 것은 겨우 서너번정도....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계속 되고 있는데 춥지도 않고 해는 뜨거운데

어찌된 일인지 감기는 기승을 부립니다.

오히려 추울때는 감기 바이러스가 살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같이 낮은 뜨겁고 저녁은 차가워지는 기후속에

감기 바이러스는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기침과 미열이 동반되고 몸은 맥이 빠지고 아픈것이 몸살기를 동반합니다.

2주전부터 우리집도 큰아이를 시작으로 감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큰아이는 이틀정도 앓고 일어나고 둘째는 이틀정도 아프면서 5일정도 기침이 끊이지 않더니

오늘에서야 기침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막내는 지난 수요일밤부터 열이 오르더니

급기야 목요일 학교도 못가고 3일을 밤마다 열과 기침으로 고생을 하더니 오늘에서야

열이 내렸습니다.

그 덕에 우리 두 부부도 알게 모르게 감기 때문에 힘들었고.... 지금까지 아무리 추운 겨울을

겪었어도 비가 많이 쏟아지는 겨울이 왔어도 감기 때문에 고생한 적이 한번도 없던 집이라

올해의 겨울은 춥지 않으면서 더 괴로운 겨울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더운 남가주의 날씨는 건조함까지 더해져 마름기침이 쉴새 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너무나 맑고 청명한 하늘을 보면 반갑기 보다는 차라리 비라도 내려줬음 하고 바래봅니다.

올 남가주의 겨울은 언제까지 이런 날씨가 계속될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비 한방울 오지 않고 겨울이 지나버리는 것은 아닌지....

출퇴근길 비가 오는 불편함보다 마른 기침이 나오는 건조함으로부터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감기 바이러스가 설치는 애매한 겨울 보다는 차라리 발걸음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겨울같은 겨울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올 남가주의 겨울은 너무나 맑고, 너무나 뜨겁고, 너무나 건조하고, 너무나 겨울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