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하지 마라,
늦은 나이란 없다.
나이 마흔을 '불혹'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게는 불혹이 아니라 '미혹'이었다.
마음도 조급해졌다. 말로만 듣던 중년.
아! 지금까지 내가 이뤄놓은 게 뭐가 있지?
나는 지금 잘 사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새벽잠이 많은 편인데도
새벽에 자꾸 깨기 시작했다.
- 이주형의《그래도 당신이 맞다》중에서 -
* '불혹'(不惑)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고,
'미혹'(迷惑)은 작은 일에도 바람처럼 흔들리는 마음입니다.
불혹과 미혹이 만나 뒤섞이는 때가 곧 40대 중년입니다.
언제 20살이 될까 조바심 내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뒤돌아 보니
어느새 그 두배의 나이를 먹어버습니다.
제법 총기있다는 머리도
제법 조리있던 말도
제법 칼같던 성격도
제법 풍성하던 상식도
세월앞에서는 다 무너져 버리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TV앞에서 퀴즈를 풀때보면 아주머니들이 저 쉬운걸 왜 못 맞칠까
싶어 답답했는데.... 어느새 40이 넘으니 몸도, 마음도, 생각도 전같지 않더군요...
사람 좋아보이고 오지랖 넒고 답답한 바로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되고 있음에
슬프기도 하고, 우숩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여전히 남편앞에서는 여자이고 싶고
아이들 앞에서는 지혜로운 엄마이고 싶고
부모앞에서는 이해심 많은 자식이고 싶은데
마음은 뭐가 그리 급한지
이 나이 되도록 뭔가 해놓은 것 없는 현실이 답답해서 눈물도 나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웃기도 하고....
어느날부터 조금씩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네모가 아닌 동그라미가 되고
딱히 싫은것도 좋은것도 없어집니다.
아직은 아이들앞에서 좀 더 강하고 단단한 엄마여야 하는데....
불혹의 이 나이가 이렇게 복잡하고
생각이 많은 시기인것을 이제서야 알것 같습니다.
사춘기의 답답함도
이십대의 열정도
삼심대의 여유로움도
이 나이가 되니 내게는 그저 고마웠던 시간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위의 글처럼
늦은 나이란 없다는 말을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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