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짦지 않은 시간을 살아온 것 같은데

앞으로 살아 온 만큼 더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 또한 짦다면 짦고 길다면 긴 세월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 큰 욕심을 가지고 살지 않는 것 같은데

그나마의 욕심도 없었다면

아마 저는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해봅니다.

가족과 타인은 어떻게 구분이 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족은 내가 아플때 힘들때 함께 있어주는 사람?

같이 고민하고 함께 축하해주는 사람?

하지만 가까운 친구도, 가까운 이웃도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함께

아파해 주는데 그럼 누구를 타인이라고 할까요...

어린아이에게 가족은 사랑해주고 보호해주고

지켜주는 보호막같은 사람일 겁니다.

청소년기에 느끼는 가족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주고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는 사람일 겁니다.

성인이 되었을때의 가족은 들어주고 믿어주고 사랑해주고

힘들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과 우리 남매는 타인과도 같습니다.  

미국와서 딱 1년을 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새엄마가 오고 26년의 시간동안 우리 남매는 단 한번도 아버지의 관심이나

배려속에서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는 엄마는 스스로 살기에도 버거웠을 시간이였고....

10대의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공부하고 돈을 벌고

우리가 생활하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아무말을 하지 않는다고 청소년기에 생긴 상처가 다 아물지는 않습니다.

그저 살아가면서 끄집어내지 않을 뿐.... 

그래도 나이앞에 장사 없다고 늙어가는 아버지가 안쓰럽고 안타깝고,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쩌면 모래탑인줄 알면서도 무너지지 않게

욕심을 부려보았습니다.

하지만 새엄마와의 관계는 결코 가까워질수 없는 사람...

그저 아버지와의 인연으로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놓여있지만 영원이 가족도 타인도 될 수 없는 관계.

이제는 그 관계를 놓으려고 합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쩔수 없겠지만

그냥 이제는 먼저 연락하고 찾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제 가슴속 깊은곳에 있는 상처가 터져나와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 전에

그저 아슬아슬 잡고 있던 끈을 놓으려고 합니다.

사람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에 욕심을 부리는것이

얼마나 미련스러운 일인지 다시 한번 느껴보았을 뿐입니다.

처음부터 부모복은 내것이 아니였던 것입니다.

내것이 아닌것에 욕심부렸던 것을

이제는 그만 두려합니다.

또, 상처받고 아파할 시간이 이제는 아깝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게는 내가 지켜야 할 내 가족이 있기에...

가슴이 답답할때 내 등을 어루만져주는 손길이 있기에...

울고 싶을때 웃게 해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이제는 떠나버린 시간속에 미련을 갖지 않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속에서 지켜야 할 사랑에

욕심부리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