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러브레터를 받아 왔습니다.

학교에서 받아왔다고 아이가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쓰여 있는 겉장을 펼쳐보니

너한테 관심이 있다. 너도 내가 좋으면 예스 해주고 싫으면 노 라고 해서

이 편지를 돌려달라는..... 여자 아이가 대차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재밌기도 하고,

편지를 받아온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컷나 대견하기도 하고...

좀 신기하고 기특한 마음이 들더군요.

남편도 그 편지를 보더니 기특한지 자기보다 낫다고 하네요..

우린 초등학교때 그런 걸 받아본적이 없으니... ^^

하지만..ㅡㅡ::

정작 아무 관심이 없는 우리 큰아들...

너는 어떤데 했더니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럼 다른 사람 모르게 그 아이에게 얘기해줘라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다른 사람이 알면 창피할 수 있으니깐...

그 날 말했니 하고 물었더니,

다른 일로 얘기는 못했는데 별로 안좋은 걸 봤는지

얘기 하기 싫다고 하더군요. 너한테 뭐라 해? 하고 물으니

자기한테 그런건 아닌데 뭔가 맘에 안드는 모습이 보였나 봅니다.

그래.. 하고 말았는데

그저께..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학교에 비상 연락망으로 제 핸폰번호를 남겼는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더군요..

처음에는 모르는 번호에 아이 목소리라 잘 못 걸린 전화인것 같아서

잘 못 걸었다고 했더니 거기 Kyle이 있냐고 해서

내 아들이라고 했더니 본인의 이름을 말하면서 Kyle하고 지난번에

같은 반이였다고 말하더군요.. 아이가 우리 아들보다는 똘똘한것 같더군요.

Kyle하고 통화하고 싶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해서 바꿔줬는데

왠지 쑥쓰러워 하는 울 큰 아들.... 별로 말이 없습니다.

듣다가 잘 안들린다고 하더니 여자아이가 뭔가 말하고 끊은것 같은데

뭐라 했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하네요... ㅡㅡ:::

갑자기 그 아이게게 제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그 여자 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무뚝뚝한 울 아들... 왜 그러냐고.. 하면서

전화 받는것도 귀찮아 하네요...

내가 핸폰은 엄마 전화니깐 집 전화번호 가르쳐주고

다음에는 집으로 전화하라고 말하라 했더니...

대뜸 전화 안했음 좋겠다고 말하는 아들 녀석 ㅡㅡ::

그쪽에서 기분이 나빴는지 알았다고 하면서 끊어버렸다고 합니다.

이 넘아.. 나같아도 기분 나쁘겠다...

여자아이가 용기내서 전화한걸텐데...

전화 하지 말라고 했으니...

그래도 아직 좋아한다, 싫어한다 하는 감정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에게 뭐라 할수는 없더군요...

제 엄마, 아빠 닮아서 애가 늦은것 같기도 하고...

남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키가 늦게 커서 그런지 

이성에 대한 관심보다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놀고

여행다니는걸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제 또래보다 키가 작은 큰아이도 이성에 대한 관심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어질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들의 첫번째 러브레터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아마 다음에 편지를 받거나, 고백을 하거나, 고백을 받아도

그때는 이번처럼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는 혼자만의 비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은 부모에게 말해주는 순수한 아들에게 고마움마저 느낍니다.

아직은 품안에 자식으로 있어주는 것이 왜 그리 고마운지.... ^^

조금 더 아이들과 이런일을 함께 이야기 하는 부모로 있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