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이 넘어도 여전히 저의 만화 사랑은 식을줄 모르는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된 모션픽쳐 보다는 그냥 책으로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할수 있는 만화책이 훨씬 매력적인것도 변함이 없구요... ^^ 

만화와의 인연은 국민학교 4학년때 처음 읽게 된 "캔디캔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로 한국형 시대물이나 아이들 용 코믹만화가 주를 이루던 70년대....  일본 만화 "캔디캔디"의 한국 상륙은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와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제법 그림을 잘 그리거나 그쪽으로 관심이 있던 아이들에게는 단비같은 존재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아는 언니가 사줘서 소장할수 있었던 아홉권의 책은 한때 4권에 있는 키스장면때문에 불량 도서로 낙인 찍혀서 저녁 뉴스에까지 등장하는 그야말로 국민적 관심과 열풍이였던 책이였습니다.  이 뉴스로 인해 어른들은 아이들이 만화책을 읽으면 큰일이 나는걸로 인식되었고 아이들은 새로운 순정만화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급속도로 번져 나가던 시기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롯데 롯데, 아사와 레도왕자등이 연이어 출간 되었고 일본과의 관계 악화로 일본만화가 직접 수입되지 못하게 되고, 일본만화를 그대로 표절하는 표절작가들이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게 되었습니다. 마구 복사해 낸 깨끗하지 못한 번역판들.... 엉망으로 지어진 제목과 유령작가들이 이름을 올리고 마치 자기가 그린 그림인양 행동하던 그들이 지금도 그 이름으로 만화책을 내고 있는것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후 한국의 순정만화를 대표하는 작가분들이 대거 나오기 시작하는데 김동화, 한승원, 황미나, 신일숙, 김혜림씨등과 같은 분들입니다.  이분들로 인해 침체되어 있던 한국 순정만화가 다시 부활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열악한 환경탓인지... 이 분들 외에 많은 작가분들이 나오긴 했지만 그 중 결말을 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거나 한 작품

을 끝내는데 10년이 넘는 작품들도 많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소장의 중요성을 아는 저로서는 아무리 그림이 멋지고 좋아도 한국 만화보다는 여러장르가 구비되어 있는 일본만화를 더 선호하게 되더군요.

특히, 처음 접한것이 일본 만화이다 보니 일본이 어쩌구 저쩌구 싫을때도 있지만 만화책은 여전히 일본만화책을 선호하게 되는건 어쩔수가 없더군요....

가끔은 그것이 참 두려울때가 있습니다.

일본에도 한류로 인해 한국의 노래, 한국의 드라마를 선호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한국에 대한 편견보다는 긍정적인 마음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있듯이 한국이나 미국은 일본의 만화시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일본만화에 맛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연히 일본만화풍의 그림과 내용에 관심을 갖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을 가질수 밖에 없는것입니다.

이것이 예전에 말하던 문화전쟁이라는 것을 솔직히 부인할수 없더군요...

총과 칼을 들고 싸우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것이 문화전쟁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바로 그러한 문화전쟁 1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70년대 TV에서 나오는 만화영화는 전부 일본만화였습니다. 마징가제트, 그렌다이저, 요술공주 세리 등등, 만화주제곡들도 전부 일본원곡을 번역한 곳이 대부분이고,  20대초에는 일본 드라마들이 비디오로 나오면서 히트를 칩니다. 101번째 프로포즈, 동경 러브스토리, 아빠셋 아이셋등.... 6편으로 끝나는 전형적인 트랜드 드라마들의 시작이였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도 트랜드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지만 그때 일본 드라마를 봤던 세대들은 지금도 부담감 없이 일본 드라마를 보고 선호합니다. 짦고 쉽게 볼수 있다는 점과 다양한 소재들이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죠.

요즘은 한국만화책도 일본만화책 못지 않게 다양해지고 그림도 멋져지고 내용도 상큼해진걸 보면서 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한국만화책도 많이 보고 자랄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만화책이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을만큼 괜찮은 내용의 책을 발견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엄마가 만화책을 좋아하다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레 만화책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봐도 되는 만화책과 약간은 그렇지 못한것들에 대한 정리를 항상 신경쓰면서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는것을 나쁘다고 생각지않습니다. 무조건 막았던 저희 부모님 세대가 있었다면 그래도 끝까지 봤던 저와같은 아이들도 있었으니깐요.. ^^ 좋은책은 글로 되어 있던 그림이 첨가되어 만화로 되어 있던 어디나 같습니다. 만화를 통해서 나름대로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화가가 될수도 있고, 애니메이션 작가가 될수도 있고, 삽화 작가가 될수도 있고, 만화가가 될수도 있고, 그냥 아름다운 내용을 글로 쓰는 작가가 될수도 있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거나 공부하는 법, 꿈을 찾는 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는 너무나 많습니다. 개중에는 아이들이 봐서는 안되는 책들도 많고 그림도 많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많은것에 노출되어서 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바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것도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던 만화를 보던 아이들에게 그 중에서도 나쁜것과 좋은것을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만화책을 구입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 볼 기회도 많아져서 예전보다는 구입하기전에 소장용이 될수 있는지 확인할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정말 좋아하는 책은 꼭 구입해서 보게 됩니다. 역시 책은 누워서 봐야 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하나라 가만히 앉아서 컴터로 보기보다는 그냥 누워서 자기전에 보면 딱 좋은것 같습니다.

나이 40에 아직도 순정만화를 보면 가슴 떨리고 학원만화를 보면 추억이 새롭고 감동적인 만화를 보면 울기도 하고 코믹한 대사에 실없이 웃기도 하고 모든 희노애락을 절묘하게 표현하는 만화책을 아마 평생 좋아할것 같습니다. 여지껏 살면서 유일한 사치품이 소장한 만화책이라면 기막혀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사 다닐때마다 애물단지 취급받는 내 책들이지만,  언젠가는 미련없이 어딘가에 기증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