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을 들인다는 건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일아라  쉽지 않다.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세대들이 아이를 낳기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도 그 책임감의 무게를 아는거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반련동물이라고 다르지 않다.

나 또한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우리 루나(검은고양이)와의 인연이 아니였다면 고양이는 그저 남의 집 아이들이고, 그냥 길을 떠돌아 다니고,  그냥 보기만 예쁜 아이들이라는 생각만 했을 것이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기에 정을 주며 키웠던 반려묘를 2년도 못되서 떠나 보내고 다시는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생각도 않하고 30여년을 살아온 사람이라, 우리 루나와의 인연은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 준 기적같은 인연이다.

그 날 이후 나의 삶이 루나를 위주로 변화기 시작했다.

고양이에 대해 초보나 다름없는 나의 지식을 채우기 위해 여기 저기 고양이에 관한 블러그, 카페등을 찾아보게 되고 고양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다른 냥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난 또다른 길냥이 출신에 구조냥 토비.. 그때 겨우 두달밖에 되지 않았던 토비는 온지 이틀만에 제 집처럼 굴던 루나와는 다르게 숨고 밥을 먹으면서도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는 녀석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짠해서 더 신경이 쓰였던 아이.. 지금 우리집에 온지 넉달... 이제는 아침 6시20분만 되면 머리위에서 그릉그릉하면 잠을 깨우고 발가락을 간지럼태우며 밥을 달라고 비비적 거리는 애교냥이 되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정을 주고 그 정이 이렇게 대답처럼 돌아올때 마음은 감동으로 꽉 차고 마치 첫사랑처럼 설레인다. 아이들은 정신없이 뛰놀다가도 잠을 잘때는 제 집이 아닌 내 옆에 의자위나 발밑에 있는 제 방석위에서 잠을 잔다. 언제나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 우리집 말썽쟁이들....

이렇게 아이들과 정을 나누다 보니 블러그나 카페을 통해서 캣맘 캣대디들의 이야기를 보게되고 길에서 살아가는 길냥이들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아무리 관심있게 봐도 길을 돌아다니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고양이는 지금 이사온 아파트가 고양이를 키우는 곳이나 집 유리창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되지만 밖을 돌아다니는 냥이들은 없다. 큰개나 작은 강아지나 사람들이 산책 시키는 걸 많이 봤지만 개들만 다니는 모습을 본적은 없다.  아마 떠돌아 다니는 아이는 바로 구조 요청을 해서 데려가는 것 같다.  이곳은 강아지나 고양이 판매처는 없다. 레스큐에서 입양을 시키거나 펫샵에서 매주마다 레스큐 동물들을 데려와서 입양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0여년전 백화점안에는 많은 동물을 판매하는 펫샵이 있었다. 앞에 유리 한쪽은 고양이가 한쪽은 강아지가 있었는데 아마.. 그때 판매되던 아이들은 모두 지금 한국처럼 동물공장이라는 그런 곳에서 나왔던 아이들인것 같다. 무심하게 생각되었던 그런 장소들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하고 불필요한 곳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미국은 애완동물 보호법으로 인해 그런장소들이 거의 없어진걸로 알고 있다. 어딘가 지금도 불법은 있게지만 이제 버젓이 내놓고 판매할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사라지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인것 같다. 한국도 하루빨리 그런 장소들이 사라져야 할텐데...

나는 책임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 책임을 질수 없다면 아예 시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캣맘은 될수 없을것 같다. 이곳에서 언제까지 살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눈에 밟혀도 난 하지 못한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캣맘이나 캣대디에게 조금이나마 길냥이들을 위해 후원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제 이런 후원을 시작한지 4개월...  작지만 되도록 매달 보내는게 지금의 작은 소망이다. 사는게 좀 빠듯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먹고 사니깐 내가 하고 싶은 일 조금 줄이면 춥고 위험한 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먹일수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라도 할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후원의 시작은 우리 둘째 토비를 입양한 곳이 도움이 필요해서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후원하는 한국의 캣맘이 여유있는 분이 아닌데도 이제와서 길냥이들을 못본척 할수 없어서 힘들게 먹거리를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분에게도 작은 금액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국의 캣맘이 보내주신 사진...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먹지 못해서 힘들게 살아가는 게 너무 아프다.

동물은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을 기막히게 잘안다.  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진다고 하지만 고양이는 배가 부르면 음식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녀석들이다. 그 아이들이 최소 먹을게 있다면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다른 피해를 입힐일은 없다.  그저 본능대로 먹고 쉴곳이 필요한 아이들..

키우다 힘들면 버리고 이사간다 버리고 사람들만 아니였다면 세상에 길냥이는 존재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이제는 남의 일처럼 지난칠수 없는 건 내가 이 녀석들과 연이 생겨버려서 그런것 같다.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아이일이 남일 같지 않고 장애가 있는 분은 장애 있는 분이 남일 같지 않듯이...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그 일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그렇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만이라도 최소한 함께 살게 된 그 인연이라도 소중이생각하면서 무책임하게 버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어떤 분의 카페에서 버려진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슬픈지 사진을 보게 되었다. 감정이 있고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는 그 아이들은 자신들이 사랑을 받는지 버림을 받는지 너무나 잘안다.  이제는 그냥 지나칠수 없는 녀석들의 삶이 너무 고달파 보여 그저 눈물을 흘릴때가 많아진다.  버림받아 굶주리고 아픈 냥이들에게 제발 못되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고양이 수필작가인 이용한님의 책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힐링도 하고 있다.. 어느새 깊숙이 들어와 버린 녀석들의 삶이 더 이상 고단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