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년만에 엘에이 한인타운을 가 봤습니다.

사는 곳에서 엘에이까지 기껏 고속도로로 30-40분정도인데

교통 불편한거 싫어하고 왠만한 불편없이 동네에서 살다보니

굳이 엘에이를 나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다,

가을이 되면서 둘째가 다니던 미술학원이 엘에이로 이전하고 한달에 두번 미술학원 가는것으로 해서 엘에이 나들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미술학원 하나 때문에 2년동안 발걸음도 하지 않던 엘에이까지, 무슨 극성인가 싶기도 한데

맘에 드는 예체능 선생님들 만나기가 너무 어려운 미국에서의 현실..

특히, 미술같은 분야는 잘하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내 아이의 실력과 눈높이에 맞춰 지도해 주는 선생님을 만나기는 더 쉽지가 않은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들을 보면 그림이라도 어느 한쪽으로 좀 더 잘하는 방향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모든 미술의 기초는 같다해도 아이들 성향에 따라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선생님들의 역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틀대로 그림을 찍어내듯 그리는 걸 본적이 있습니다. 계속 미술로 방향을 잡아주고 싶은 둘째 아이에게 지금의 선생님을 고집하게 되는 이유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열정과 현역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매년 2-3회이상 전시회 출품을 하는 분이다 보니 미국의 대학 진학에 필요한 작품 구성이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셔서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든든한 맘이 들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처음으로 먼거리를 오는 극성을 한번 부려봤습니다. ^^

아이의 미술시간은 2시간...

그 중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엘에이 순방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가보고 싶었던 몇군데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엘에이에 오픈한 A서점 중고매장이였습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중고서점이면 좀 싸게 구할수도 있겠구나 싶은 맘에 가보게 되었는데 아주 유명한 쇼핑공간 3층에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예전에 리틀도쿄에 있던 쇼핑건물과 비슷한 건물구조였는데 이곳은 좀 더 한국적인 분위기가 기분도 차분하게 만들어주면서 아기자기 이쁘게 지어놓은것 같았습니다.  미술학원이 윌튼과 윌셔쪽에 있어서 이곳까지는 걸어서 갔는데 웨스턴과 윌셔가 이렇게 많이 바뀐줄 정말 몰랐습니다.  어느새 시골사람이 다 된 기분이랄까...

버스 정류장에는 어찌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순간 이곳이 한국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보는건 미국와서 처음인것 같았거든요.. ^^

입구옆에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M 한식당에서 같이 간 동생과 냉면을 먹었는데, 이곳에서는 뭔가 우아한걸 시켜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안감 ㅜㅜ) 음식은 깔끔하고 양도 많은편이고 맛도 제법 좋아서 점심을 먹고 난뒤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 맞은편에는 무수히 말로 들었던 P 빵집이 있고 그곳에서 커피와 빵을 좀 사서 나왔습니다.  요즘 엘에이 시세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 들긴하더군요.

3층에는 가려고 했던 A 서점과 유명 개그맨이 운영한다는 D버거, 그리고 영화관.

이곳 영화관은 전부 한국어나 영어 자막이 나오는 걸까, 한국 영화도 다 여기서 상영하나, 뭐 이런 궁금증이 생기긴 했습니다.  오랜만에 걸어서 다니니깐 재미도 있고, 우리동네는 학생빼고 걷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괜히 혼자 걷기는 좀 민망하기도 하거든요.. ^^

집에 오는 길에는 오랜만에 먹고 싶었던 족발을 포장해서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우리동네는 족발 파는데가 없어서 먹으려면 마켓에서 진공팩 되어 있는걸 구입하거나 다른 도시로 원정을 가서 사와야 하는데 얼마전에 맛있는 ㄲ 족발집이 엘에이에 오픈했다는 친구 얘기를 듣고 8가에 있는 옥스포드몰로 가봤습니다.

예전에 옆에 있던 사라진 동아서적을 참 많이 갔었는데, 그나마 여전히 많은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옥스포드몰은 건재한 걸 보니 반갑기도 했습니다. 90년부터 엘에이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 있었던 장소들을 보면 감회가 새롭기도 합니다. 그런거 보면 8가 길은 여전히 옛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

단지 파킹장때문에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족발인데... ^^ 이 정도야 하고 구입을 했는데, 양도 많고 다른 곳에서 파는 족발하고는 좀 다르게 간도 좀 되어 있고 쫄깃 한게 생각보다 맛도 좋았습니다.

포장을 해서 집에서 남편과 먹었는데 맛있다고 좋아하더군요.. 양이 많아서 냉장고에 넣었다 다음날 먹었는데 냄새도 전혀 안나고 쫄깃한 맛도 그대로고.. 소스를 따로 곁들여 주는게 있는데 전 그냥 먹어도 맛있더라구요.

저처럼 족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족발 전문집이 생겼다는 건 희소식인것 같습니다.

엘에이 한인타운은 정말 없는게 없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특히 먹거리가 종류별로 다양하고 풍성한 것 같아서 엘에이 왔다 간 사람들이 엘에이의 음식이 한국보다 맛있는데가 많다고 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아이들 덕분에 모처럼 엘에이 구경도 하고 즐거웠지만 역시 운전하기는 참 쉽지 않았습니다.

어찌 그리 무매너의 운전자들이 많은지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던것 같은데 덕분에 잠자고 있던 제 욕설(?)본능이 튀어 나와 애들한테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운전하면서 화를 삭이게 해달라고 어찌나 기도를 했는지... ㅜㅜ

사람들이 많이 어울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사람들도 많겟지요. 새롭게 자리잡아가는 한인타운의 명소들이 잘 관리되고 오래 오래 남아서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