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에 처음으로 아이들만 집에 두게 되었습니다.

많은 생각도 하고, 많이 알아보고 결정하게 된 상황...

매년 방학때마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아침부터 데릴려 갈때까지 그 안에서 공부을 하고 점심과 간식을 먹고 놀이를 함께 해야 하는 아이들, 밤마다 지쳐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프기도 했지만 올해는 금전적인 이유가 덮붙여지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큰 아이가 중학교를 가는 시점이다 보니 조금은 맘적으로 안심도 된것 같습니다

방학때가 되면 3명에 아이에게 들어가는 학원비만 $1500...

거기다 별도로 배우는 다른 것까지 하면 $2000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아무리 이리저리 계산을 굴려봐도 쉽지가 않더군요...

아이들만 두고 회사를 출근하는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아이들도 집에 있기를 원하고, 오전 10시쯤 출근 하는 남편이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고

제가 1시쯤 아이들 점심을 챙겨주러 잠시 집에 갈수 있어서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다행스러웠습니다..

그나마 아이들이 많이 싸우는 편도 아니고 엄마, 아빠가 없을때는 아이들이 엄마가 적어놓은 룰을 잘 지키는 편이라 다행이고, 둘째인 딸아이가 막내의 화장실 뒤수습까지 다 해주고 있어서 고맙고..  뭔가 필요하거나 새로운걸 하고 싶을때는 수시로 엄마에게 전화해 먼저 물어오고 있어서 조금은 맘을 놓고 있습니다.

급할때는 근처에 연락할 사람도 있고.... 아마 이러한 방편이 없었다면 이렇게 두고 나올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아이들을 집에 두고 나오는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룰을 알아보았는데,

처음 알았습니다. 캘리포니아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을....

대신 부모가 아이들만 두고 나가도 되는지 생각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길때 본인들이 연락을 할수 있는지, 911을 부를수 있는지, 이상한 사람들에게 문을 안열어줄 수 있는지, 등등... 

아동 보호법에서는 이런 대처 능력을 12살 정도로 보고 있으며 이 정도 나이를 대체로 권하거나 추천하고 있지만 정해진 법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있다가 혼자서 뭘 해야 할지 몰라 울게 되거나 다치거나 했을때 주위 이웃이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경우는 대처능력이 없는 아이들을 집에 두고 나가는, 말 그대로 방치상태로 보기 때문에 아동학대가 될수 있습니다. 

결국은 부모의 결정인데, 아이들의 나이도 중요하지만, 혼자서 뭘 할수 있는지는 나이보다는 자립심인 것 같습니다.  혼자서 자립심이 있는 아이일 경우에는 8살, 9살에도 혼자 집에 있을수 있고 자립심이 없는 아이는 16살이 되도 혼자서 못하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주는 8살부터 아이들이 혼자 있어도 되는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우리가 자랄때는 더 어린 나이에도 혼자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혼자 집을 보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뭔가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도 없었고, 크게 사고가 나는 경우도 드물었습니다.

헌데 미국에 살다보니 모든 것에 편치 않은 불안병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무슨 노파심이 그리 많은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먼저 걱정만 안고 살아갑니다. 아이들이 혼자서 못한다고 야단을 치다보면 결국 아이들이 아무것도 못하는 응석받이로 만드는 건 바로 나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번에 아이들만 두고 나오면서 긍정적인 면을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서 자립심을 배워보고,

부모는 잔 걱정을 떨쳐내고 아이들을 믿어보고...

물론 저만 문제입니다 ㅜㅜ, 남편은 원체 잔 걱정을 안하는 사람이라....

올 여름은 아이들이 일주일에 3일 집에 있게 되었지만 대신 다른 시간은 부모와 함께 뭐든 해보자는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여행도 가고 놀러도 가고 공원에 나가 함께 운동도 하고...

어쩜 다른해보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조금 더 보람찬 여름방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