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1월8일 한국을 떠나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날입니다.

어느새 올해로 30년이 되었습니다.  잊고 살았는데 그래도 30년이라는 세월앞에서는 이렇게 그때 그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한국의 이민붐이 불었던것은 70년대 초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시절 먼저 들어온 큰 집을 통해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시고 그후 자녀초청으로 해서 1983년에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다른 친척들과 마찬가지로 88년이나 89년도 쯤 들어올 예정이였지만, 부모님들의 이혼으로 아빠의 위치가 기혼에서 미혼자녀로 변경되면서 다른 친척들보다 5년은 일찍 들어오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1983년 한국에 있었으면 중3이 되면서 교복 자율화가 되었던 시절입니다.

비록 교복 자율화 시절을 누리지 못하고 미국을 오게 되었지만 그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나름 기억나는 한국에서의 추억 중 교복이 들어가 있으니 말입니다. 아마 교복을 입지 않았다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느새 희미해져가는 한국에서의 시간중 미국 오기 얼마 동안의 기억은 참 많이 남아있습니다.  

1982년 가을학기 10월쯤부터인가 미국 오기전까지 학교를 쉬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들어올 날짜가 정해지고 학비문제도 그렇고 아빠도 쉬기를 원하시고...

그렇게 자연스레 학교와 멀어졌던 시간... 스스로도 학교에 대한 미련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이혼 이후 세상일이 나이에 맞지않게 무관심 했던 탓도 있는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학교 생활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그나마 배려심이 많고 나름 걱정을 많이 해주셨던 중2 담임선생님인걸 보면.. 어쩜 그 시설 정에 많이 굶주려 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미국 올때 내가 손으로 들고 온 가방에는 아끼던 만화책이 있었습니다.

소포로 못 붙인다고 정 가져가고 싶으면 네가 알아서 들고 가라는 아빠의 말에... 오기로 그 무거운 책을 양손에 들고 비행기를 탓던 기억이 납니다.  가방 들었던 손이 빨갛게 물들어도 전 끝까지 책을 챙겨가지고 미국을 왔습니다... 지금 책꽃이에 진열되어 있는 그때 그 책들을 보면 지금도 기분이 참 이상합니다...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책들... 빛바래고 세월에 종이가 조금씩 삭아가는데도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그 책들을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금도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기억나는것은 미국오던 날이 토요일, 그 다음날이 "은하철도 999" 마지막회가 방영되던 날이라는 겁니다...  일요일 아침마다 챙겨보던 만화영화 마지막회를 못보고 미국을 왔으니 미련이 참 많이 남았던것 같습니다. 이런게 마지막 기억으로 자리잡다니.. 어리긴 어렸던것 같습니다.. ^^

미국와서 자리잡은 남부 캘리포니아의 토랜스는 지금까지 30년째 살고 있는 도시입니다.

다른지역도 잠시 살아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결혼해서 자리 잡은 곳은 여전히 토랜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곳에서 학교를 맞치고 이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고 이곳에서 가정을 가지고 이곳에서 이제는 아이들이 학교를 다닙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맑은 공기, 자연과 도시화가 적절히 잘 어우려져 있는 도시..

그래서 이곳은 토박이들이 많이 삽니다. 그러다보니 노인층이 많아지고 토랜스는 병원이나 노인을 위한 복지가 많이 들어서는 도시가 되어 있습니다.

어느새 미국에 산지 30년..한국에서의 기억은 많이 나지 않지만 가끔 꽃냄새나 차가운 겨울의 냄새를 맡을때 한국의 그때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나긴 합니다.  아카시아 나무로 뒤덮여 있던 중학교 뒷산... 한국을 떠날올때 눈발 날리던 공항... 차가운 겨울의 냄새를 맡으며 많이 걸었던 거리...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국에 대부분의 추억을 간직한 1세들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이상의 아이들에게는 어느정도 소속감이라는게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추억이 더 많아도 이곳에서 나는 여전히 이민자이자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한국에서의 내 모습 역시 낯선 이방인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곳이 고향이라 했지만 가끔 추억을 그리는 이유는 지금의 내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들때 인것 같습니다.

곧 설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