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곳은 겨울이면 무척 추운 곳이지만
오늘은 별로 춥지 않아 강변에 나갔다.

강물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흐르고 있었다.
저 많은 물은 어디서 생겨나
어디로 흘러가나 생각하니
세상의 존재는 모두 이유가 있는 듯 했다.

강가의 집들의 창문은 모두 강변을 향해 있었다.
거리는 싸늘하지만 유리창 너머
거실은 따뜻할 것이고,
고양이는 졸고 있을 것이며
할머니는 흐르는 강물을 쳐다 볼거라고 상상하니
오래전 읽었던 소설이 생각났다.

그때 나는 끓은 주전자 물이 올려진 난로
가 있는 거실에서 강물을 쳐다 보았는데
흰 모자를 쓴 소년이 꽁꽁 얼은 강물의 빙판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산책로 다리밑에 까지 와있었다.
산책로 다리 밑에는 수십마리 오리떼가
마치 르노와르 그림처럼 번져 있었다.
몇놈은 떼에서 이탈하여 멀리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강가에는
겨울 바람에 잎이 떨어진 나무들이 서있고
강가 벤취엔 아무도 앉아있는 사람이 없었으며
저녁 빛은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아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큰코트를 입고 큰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부부가 내앞으로 작정한 듯이 지나갔다.

강 건너 언덕에 불켜진 창에는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고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기차가 다리위로 '쿵쿵'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오리떼는 여전히 놀고 있고 나는 서 있었다

포근한 겨울날 저녁에
우리는 이렇게 강가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