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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의 달빛이야기

깃발이 움직이는가? 바람이 움직이는가? 노랑 (dain03) 2018-5-28  22:46:53
2 ♡ 2 쪽지
▲ 혜능 스님이 40년간 법을 편 조계산 남화선사에 모셔진 검게 그을린 혜능 스님 등신불(사진 제공 조계종)

육조 혜능 선사께서 오조 홍인스님에게 가사와 바루를 전해 받고는 한밤중에 황매산을 떠나 남쪽지방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사냥꾼들 무리 속에서 오년을 지낸 뒤 광동성 광주 땅의 법성사에 이르게 되었다. 그 곳은 인종印宗 법사가 열반경을 강의하는 회상이었다. 그 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깃발이 날리고 있었다. 한 승려가 “깃발이 움직인다”라고 하자 다른 승려는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서로 다투고 있었다. 이에 육조스님이 밀씀하시되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일 뿐이다” 하는 말에 두 승려가 깜짝 놀랐다.

이 이야기는 불가에서 내려오는 
'마음'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곧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미가 빨갛다'라고 할때 
'장미가 빨갛다' 라는 것은 
'장미 자체가 빨게서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 속에 장미가 빨갛다' 라는 관념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즉 마음속에 
'장미는 빨갛다' 라는 관념이 내재하고 있으면 
'외부의 빨간 장미라고 느껴지는 무엇인가를 만날때
'외부의 저 장미는 빨갛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깃발이 움직인다는 것', 
'바람이 움직인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깃발이 움직인다는 것, 
'바람이 움직인다는 것'은 마음속에 
'깃발이 움직이는 현상에 대한 관념, 
'바람이 움직인다는 관념'이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즉, 마음 속에
깃발과 바람에 대해 그러한 관념을 갖고 있다가 외부에
'바람이 움직인다'
'깃발이 움직인다' 고 느껴지는 현상을 만나면 

'깃발이 움직인다'
'바람이 움직인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마음 속에 
'장미는 빨갛다'라는 관념, 
'바람과 깃발'에 대한 관념이 없으면 
'장미가 빨갛다' 든지 
'깃발이 움직인다든지' 
'바람이 움직인다 든지' 라는 
생각은 나타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외부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할수 있다

Bundesarchiv Bild183-R57262, Werner Heisenberg.jpg
▲ 하이젠베르크

'불정학성의 원리'로 유명한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우리가 자연을 연구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진실로 자연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설명할 뿐이다 하였다. 

참 중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 칸트

똑같은 이야기는 아니자만 
서양 철학에서도 비숫한 이야기가 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이러한 것을 
'물 자체(物自體,itself, Ding an sich)라고 불렀다. 

"우리의 감각에는 
우리의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으로서 
사물이 주어지긴 하지만 그러한 사물이 
그 자체에 있어서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으며 
다만 그들의 현상(現象), 
다시 말하면 사물이 우리의 감각을 촉발함으로써 
그것이 우리 내부에서 생겨나도록 
하는 표상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외부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외부 존재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아니라 '마음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우리는 늘 외부존재 자체가 
그 자체로써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저 사물은 이런 성질을 가지고 있어' 라고 규정하지만 

실상은 내 마음속에서 피어난 
허망한 안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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