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념일과 할로인 데이'

10월의 마지막날인 10월 31일은  제가 결혼한날이고 이곳 축제인 할로인입니다.

결혼을 1982년에 했으니 29번의 결혼 기념일을 가졌고, 미국은 1984년에 왔으니 할로인은 27번을 가진 셈이군요.

결혼을 한 후 몇 년동안은 결혼 기념일을 잘 챙겼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큰 이후로 결혼 기념일을 챙겨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결혼 기념일을 함께 축하할 아이들이 할로인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모두 나가고
남아있는 우리 부부는 사탕 가지러오는 손님들을 맞이 해야 했기에 문 열어주기가 바쁘기 때문이지요.

어느 해인가는  포도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길 하기도 했었으나 들이 닥치는 꼬마 손님때문에
이 일도 그만 두어야 했었답니다.

이렇게 결혼 기념일은 늘 할로인에 묻혀 지나 갔지만 이날 자체가 축제이다 보니
따로 결혼 기념일 챙길 필요가 없었던 것도 결혼 기념일을 챙기지 않은 이유중에 하나 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인가 부터 결혼 기념일보다 할로인이 더 크게 다가 오기 시작했어요.

모든 축제가 거의 '인간중심'의 분위기 지만
할로인은 영혼과 사람이 둘이 아닌 하나 라는'휴머니티' 멧세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할로인 축제의 원천을 찾는다면 고대 인도계 유럽인종인
켈트족의 사마인(Samhain)축제로부터 유래됩니다.
약 2000년 전, 지금의 영국 아일랜드와 프랑스 북부지역에서 살았다는

켈트족은 매년 11월1일을 새해로 맞이하면서 축제를 벌였습니다.

이날은 여름이 끝나고 추수기에 들어서면서 어둡고 추운 겨울 시즌을 맞이하는 길목에 있는 날인데,
특히 이때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그러자 켈트(Celt)족은 11월1일 신년을 맞이하기 바로 전 날인
10월31일 밤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 서로 겹치는 불명확한 밤이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켈트족의 종교인 드루이드교(Druid)의 예언자나 승려들은 귀신들이 심술을 부려 수확을 앞둔 농작물을 해치고
춥고 어두운 겨울철을 보내게 하려고 이 땅에 나타난다고 예언한 것 이지요.

그래서 10월31일 밤에 죽은 사람의 귀신이 이 땅에 돌아온다는 것을 믿는
켈트족은 귀신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사마인 축제를 개최합니다.

변화무쌍한 자연에 의지하고 사는 사람들은 어둡고 긴 겨울철을
편안하게 보내기 위한 마음으로 이러한 예언을 중시한것이지요.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승려들은 성스러우면서도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고
사람들을 모이게 한 후 켈틱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서
준비한 곡식과 동물들을 모닥불에 태우는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축제 기간동안 켈트족은 동물의 머리나 가죽을 이용해 만든 
전통의상을 입고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나라의 설날처럼 서로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주고 받고
축제가 끝나면 그들은 타고남은 모닥불 불씨를 집에 가지고 가서
다시 화로에 불을 지핀 다음 다가오는 겨울철의 평안한 가정을 기원했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서기 43년, 로마는 켈트족이 차지했던 대부분의 영토를 점령하여
그 후 약 400년 동안 통치하게 됩니다.

이 통치기간 중에 켈트족이 즐겼던 사마인 축제는 귀신을 위로하는 로마의 전통축제 Feralla와
사과의 상징인 포모나 여신을 숭배하는 포모나 축제 등과 어우러져
규모를 크게 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할로인 축제의 유래라 합니다.

서기 800년, 켈트지역에는 기독교의 깊은 영향권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7세기 교황 Boniface 4세는
11월1일을 성자(聖者)의 날 - Saint's day로 정하고
오늘날 학자들은 교황이 사마인 축제를 더욱 발전시켜

유럽 전역의 공식적 종교적 축제일로 삼으려고 했다는 평이 우세하며,
축제의 명칭도 All Hallows 또는 All Hallowmas로 불립니다.

그러다가 서기 1000년 교회는
11월2일을 영혼의 날(All Soul's Day)로 규정하고

켈트족이 행했던 사마인 축제와 흡사한 행사를 펼치게 되지요.

이 축제에는 모닥불 의식, 퍼레이드와 함께 사람들은

귀신, 천사 악마 등의 다양한 복장을 하고 즐기게 됩니다.

10월 30일 인간의 삶과 죽음이 교차 한다는 캘트족의 믿음이

두려운 귀신의 존재보다 우리옆에 자연스럽게 다가올 축체로 승화 되었다는 것은
'영혼과 나는 하나' 라는 따뜻한 인간애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나에게 10월 31일이 기특한것은 그 해 1982년 가요계의 광풍을 몰고온 
'잊혀진 계절' 이란 노래가 많이 생각나기 때문이지요.

'잊혀진 계절' 노래를 들으며 
저 가을 나무에 매달린 축축한 붉은 향연속에서
갤트족의 '영혼'를 달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