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꿈에 20년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만났다.

언제나 보고싶은 할머니 였으므로 어찌나 반갑던지 할머니를 번쩍안아 드리고

앙상한 다리와 팔을 주물러 드렸다. 너무도 옆에 함께 한듯 생생한 시간이었다.

할머니는 아주 오래전 돌아가셨지만 내 꿈에 무척 자주 나오신다.

내가 아플때 혹은 좋은 일이 있을때 꼭 나오셔서 나와 함께 한다.

남들은 돌아가신 분이 꿈속에 나오면 좋치않다고 하지만 이상하게 할머니를 꿈에 보면 즐겁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내꿈에 나온것 셀수 없는 만큼 많다.

어느 날 우연히 나를 본  어느스님이 '자넨 할머니가 엄청 귀여워 해주시는구나" 하고

알듯 모를듯 말을 남기고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할머니는 생일전 노환으로100세에 돌아가셨으니

우리 할머니 참 복 받으신 분이다.

평생 병한번 치른적도 없고 사고한번 난적도 없다.

머리는 유난히 좋으셔서 혼자서 한글공부하셔서 95세때에도 성경을 공부하시고

비교적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시집올때 몸종도 데려와 사셨지만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

맘 고생도 적잖으셨다.

천성이 착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성격은 아버지도 똑닮았다.

그래서 아버지를 보면 할머니 생각이 더욱난다.

친정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 간밤 꿈에 할머니를 만났어요' 하면

 아버지는

'내꿈엔 전혀 안나와? 할머니 보면 아버진 복권산다' 라고 좋아하신다.

할머니는 늘 나에게

손자손녀가 많치만 네가 젤 이쁘다고 말해왔었다.

그리고 이런 할머니를 나도 무척 잘 따랐다.

어쩌다 엄마와 말다툼 이라도 하면 나는 으례 할머니 편이었다.

어릴적 할머니가 집에라도 놀러온 날이면 난 내 용돈 털어 맞있는 것을 사드리고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 해달라해서 듣고 잠이 든적이  많다.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 보니 어두운 방에 혼자 계셨다.

'할머니, 불도 안키고 계세요?"라고 물으면

'혼자 있는데 불은 무슨.." 하신다.

내가 혼자 있는데 불키는게 아깝단다.

한번은 할머니를 보러 큰집에 간적이 있었는데 골목길에 앉아계셔서

'할머니 나 왔어요. 내가 누군지 아세요?' 하니 모른다 하셨다.

더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말하니 덥썩 일어나 반기시며 내 강아지 왔다고 춤을 추셨다.

아마 노안이라 날 못알아 보았던 모양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소식을 들었던 20년전 난 아주 엉엉 울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할머니의 나에 대한 사랑과 나의 그리위하는 마음은

내 꿈속에라도 인연을 만드나 보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이생이든 사후세계든 떨어져 있어도 시공에 관련없이 만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