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이대로 보낼 순 없습니다.
글 / 노랑
'갔다올께'
외출을 하게되면 늘 이렇게 먼저 인사하고 나가는 남편입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의 음성이 많이 슬퍼 보이네요.
그도 그럴것이 지금 이 사람은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30번 이상이나 간 병원은 늘 혼자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 아파서 이머젼시로 병원에 갈때도 혼자 갔고,
수술할때도 혼자였고 지금도 혼자 병원을 다니고 있지요.
아내가 없는 외로운 병원행은 어쩜 이 사람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걸음인지도 모릅니다.
남편의 옆자리 '나의 자리'는 17년 동안 비워 있었거든요.
'최형철' 이름 석자를 쓰니 설레입니다.
아니 난 최형철 씨 없이는 단 하루도 살수 없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난 17년 전 교통사고로 목 아래 전신마비가 되어
남편의 간병으로 이태것 살아왔으니깐요.
내가 다쳤을때 세 아이들은 12살 5살 3살 이었고 남편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5시 반에 일어나 나의 생리작용을 해결해주고
아이들을 깨워 아침 밥을 먹여 학교에 보내고 회사로 출근합니다.
그리고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와
나의 생리작용을 해결해주고 점심식사를 주고 다시 회사로 돌아 갑니다.
그리고 저녁 6시가 되면 회사에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고 또 나의 생리작용을 해결해주고 쉽니다.
그리고 밤11시가 되면 나의 생리작용을 해결해주고 잠자리에 들지요.
주말이면 샤핑가고 나의 목욕을 도와주고
아이들 라이드 주고 이렇게 나를 간병 하면서 세 아이를 키우고 돈을 벌었답니다
그리고 1997년 일어난 나의 교통사고 진실을 찾기위해 17년 동안
법정투쟁을 이끌어 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1997년 6월 30일 도요타 코롤라를 몰고 가다 전복되어 목 아래 전신마비가 되었어요.
우리는 변호사를 선임했고 차 결함을 조사 했지만 차 결함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지요.
그러던차 도요타는 1밀리언 합의를 제공 하였어요.
그러나 우리는 차에 결함이 없다면서 들어온 합의금을
거절하고 스스로 차 결함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S공대기계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이곳에서 학위를 한 엔지니어 였습니다.
남편의 노력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한 두 군데가 증거조작이 된 사실을 발견하였지요.
우리는 그후 법정공방을 하였지만 패소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억울한 사연은 KBS 추적60분에 방영 되기도 했지요.
그러던 차 2010년 도요타 급발진 사퇴가 일어나고
미국회 청문회에서 인디애나주 하원에 의해
제 케이스가 언급되면서 다시 수면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
7월 8일 도요타의 4명의 변호사를 사기로 고발하여 (fraud on the court) 법정공방에 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것을 이끌고 가던 남편이 갑자기 황달이 와서
병원에 가니 '췌장암 말기' 라는 청전벽력과 같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자신의 꿈도 버리고 아내와 세 아이를 키워낸,
그리고 도요타 법정 공방을 코앞에 둔 남편이 췌장암 말기라는 것입니다.
신이 계신다면 정말 원망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이러한 병에 걸릴까요?
나는 남편을 얼마나 힘들게 하였고 스스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남편은 저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면서
난 생존을 위해 먹지 맛으로 먹지 않는다던
그의 말은 그가 얼마나 힘든 생활을 했는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집안의 일은 무의식 적으로 한다는 그의 말은
그가 얼마나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였는지 반영하고 있습니다.
밝고 맑게 자란 세 아이들과 17년 동안 건강히 지낸 나,
그리고 도요타는 남편의 건강을 이렇게 해치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건강해질수 있다면 나는 0.1% 도 주저함이 없이 내 목숨과 바꾸고 싶습니다.
남편이 이렇게 아파야 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겠습니까?
우리 가족은 현재 패닉입니다.
저를 돌보던 남편이 아프자 집안일 저를 돌보는 일은
고스란히 딸 아이에게 넘겨져 아주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딸 아이는 갑자기 불어닥친 아빠소식에 매일 울고
아들아이는 수업을 빼먹고 저와 집안일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뭐니해도 가장 힘든 것은 남편의 회복에 관한 문제입니다.
제가 몸이 이러하니 남편의 병에 관한 정보를 얻는 일과
그외 현실적인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도로 기적을 이루고야 말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도 남편은 아픈 몸을 이끌고 여전히 나의 식사를 가져다 주며 나만 걱정합니다.
병원에 갈적에도 내가 먼저 '다녀 오세요' 인사 하기도 전에
'갔다 올께' 라고 인사 하는 것은 나에 대한 걱정의 인사였어요.
너무나도 휼륭한 삶을 살고 있는 최형철씨를 절대로 이대로 보낼수 없습니다.
PS) 췌장암에 대한 좋은정보를 가지신 분은 연락 바랍니다.
Haehyun Choi
50 Memorial rd, Apt 18-C
Somerville, MA 02145
1-781-861-6308
yellowchoi@gmail.com
88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