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내기"

You Are Not Alone / Niko
이곡을 들으면 춤 추고 싶어지는데 저는 춤을 한번도 춘적이 없습니다.

남들이 춤을 추면 흉내라도 내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댄스파티 혹은 고고장이란거
가보아도 춤을 추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동동주 집에는 자주 갔어요.

촉수낮은 불빛속에서 강냉이를
열심히 보곤 했었지요.
그리고 구부러진 젓가락을
잘 만지작 거렸어요.

한켠의 고양이가 울면 그녀의 족보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발뻣을 때 없는 의자밑의 시멘트 갈라진 틈사이로
신세 한탄이 싹을 내밀면 발로 밀어 어려운 '작정'을 숨기기도 했습니다.

알수 가 없었어요.

이 느낌, 그러나 충동적이진 않았답니다.
무엇인가 날 사로 잡았지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연애는 관심이 있었지만 재미가 없었지요.
정말 연애도 재미가 없었어요.

간 밤의 전신주 밑의 고백이 아침이 되면
방 깊숙이 들어와 자주 들켜 버렸거든요.

정말 난 느낌이란 거 때문에 망할 뻔 했어요.

동동줄 마시면 항상 어지러웠지요.

그러나 아무리 어지러워도 정신을 잃은적은 없었습니다.
난 이것을 슬픈일 이라고 곧잘 말하지요.

그리고 이 시절을 '느낌의 시절'이라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이러한 느낌의 고통은 그 후로 줄곳 이어져 왔습니다.
느낌에 대하여 해방되기 위하여 여러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우연히 남들이 하는 앉아있기 흉내를 냈습니다.
서서히 묶여있던 느낌의 정체가 드러나자
다시 해방속에 묶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속박되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나뭇잎이 떨어지는군요.
나뭇잎이 어둠을 흉내 낸거지요.
어두어 졌어요.

마치 음산한 무리들이 향연을 푸는 밤 말이죠.
이럴때 나는 어쩌다 펼친 책 속에서

수 십년 전 짝이 보낸 낡은 쪽지가 뚝 떨어지는
걷잡을 수 없는 생각들이 일어나고,
보들레오의 파리의 우울이란 시가 생각나며
아기들의 운명이 걱정됩니다.

내가 이 글을 쓰며 이 노랠 10번은 들었어요.
하루끼가 상실의 시대를 쓸때
비틀즈노랠 100번 이상 들으며 썼다고 해서 흉내를 냈어요.
그러니 제 이야기 이상하다고 흉보지 마세요.

그런데 갑자기 사는 건 흉내내기 라는 생각이 지나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