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아 안녕

 

서울은 어때.

12년만에 가본 한국은 무척 많이 변했을거야.

기억나지 않은 구석들이 마치 새로산 바구니 처럼 새뜻할거야.

그러나 자꾸 만지면 부드러워지는 나무처럼 조금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이곳은 아직도 조금 쌀쌀한 날씨구나.

찰스강변의 사과나무 꽃잎이 얼마후면 흐드러지게 날릴 것이고

그리고 강변을 따라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오고

첫 연정을 수줍게 꼬드는 봄밤의 달빛이 찰스강에 내려 않겠지.

 

 

다인인 이 시즌이 되면 알레지가 생겨 고생하는데 공기좋치 않은 서울에서

더 알러지가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되는구나.

 

다인이가 떠나고 다음날 아빠는 잔가지를 자른다고 나무에 올라가 내려오던중

발을 비끘해서 다쳤어.일주일이 지난 오늘도 낫질않고 부워 있단다.

 

우리집은 두 휠체어가 다니느라고 마루바닥에 끄는소리가 끊치지 않는단다.

하나는 엄마 휠체어이고 또 하나는 바퀴가 4개달린 어린이 의자야.

이 의자를  아빠가 타고 다녀. 너무 재밌지?

글쎄, 노인네가 머라러 나무에는 올라가 가지고 말이지.

 

덕분에 아빠는 엄마를 들 수가 없으니 엄마도 너무 불편한단다.

요즘은 캐빈이나 일레인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만 기다려

케빈이나 일레인이 돌아와서 도와주어야 엄마를 침대로 옮길 수 있거든. 

그래서 어느 날 밤 7시가 되어야 침대에서 내려오는 적도 있었어.

 

이렇게 사는 생활이 많다보니 엄마는 생각에 안주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단단다.

기쁜일도 조금있으면 사라질것이고 나쁜일도 조금있으면 사라질거라는 생각 말이지.

 

가족들은

엄마가 무겁다고 엄말 흉보며 칼칼 웃으며

살살 내려놓으라고 엄마는 엄살을 떨곤한단다.

 

케빈이와 일레인이는 싫은 내색도 없이 엄마 용변기도 가져다 주며

엄마를 오히려 위로하니 참 착하지?

다인이 있을댄 서로 미루더니

너가 가고나니

더 잘 도와주고 있단다.

 

아빠 한쪽 발 부상으로 요즘 우리집 반찬은 정말 엉망이지만

엄마보다 아빠가 더 걱정된다. 위낙 소식에 탐이 없다보니 영양실조 걸릴까 하고 말이지.

아이들 회전의자를 타고 다니며

냉장고에서 김치 하나

반찬하나 가지고 와야하니 얼마나 불편할까 싶어.

그래도 내삭한번 하지 않는단다.

 

아빠는 늘 행복하고

불평이 없고

만족해 하며 사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아빠를 존경한단다.

아빠의 발 부상으로 아빠의 존재가 더 소중해지는 요즘이단다.

 

 

잘 지내리라 믿는다.

 

생각나네.

엄마가 너 글 쓸때 하도 이것해달라 저것해달라 하니

차라리 엄마에게서 도망가라고 했었지.

 

밤에 깨어 엄마를 돌보는 일은 얼마나 귀찮았을까?

엄마도 너희들 키울때 밤에 일어나는 일이란 너무 힘들었는데 말이지.

 

사회에 첫발을 딛은 다인아

이제 어려움의 연속일꺼야. 잘 이겨내길 바란다.

엄마가 말했지. 그곳은 생존경쟁이 치열한 비정한 세계라고,

그곳에서 이길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인이

어떤집에서

어떤 책상에서

어떤 공간 속에서

살까?

 

책을 좋아하니 책꽃이 있겠고,

커피를 좋아하니 카피 머신이겠고

흑백의 크라식 영화시디,

굽낮은 신발들

세계각국의 향수들

잉크와 만년필

치이즈, 포도주, 쉑스피어,

아이셔도우,립스틱, 블러그,그리고 썸머드레스

 

글을 쓸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꺼야.

열심히 눈 속에, 기억속에 시간을 실타래처럼 묶어 꼬꼮 묻어 가져오렴.

 

다인이가 보던 책들이 집안 여기저기에

뒹글고 다니는구나.

노란색,밤색,녹색이 다투어 힌빛을 만들어 내니

지하실의 너의 책들엔 곰팡이가 폇을거고,주인없는 많은 책들이 말야.

 

그렇게 책을 좋아 했었지.

 

어린시절 학교가 파했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아 온 동네 난리가 났엇는데

나무 밑에서 책을 보는 널 발견했을 때 '철렁'했을 기분이 아직도 생각난다.

엄마가 다쳐 힘든 사춘기를 보냈을 너, 그러나 너의 친구들은

졸업식날 엄마가 이렇게 된 것을 알았다니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너의 마음이 어떘을까?

 

오늘 아빠가 의자 끌고 다니며 힘들어 해서

엄마가 난 그만큼만 되어도 좋겠네 하니

아빠가 아무런 답이 없더구나.

 

세계란 내가 보는 세계로 만들어 지겠지.

아빠는 힘들어 하지만 엄마는 부러워하는 것 처럼,

 

약속했었는데, 언제가 다인이 결혼할땐 엄마가 휠페어 타지 않기로

그러나 못 지킬 것같아. 미안.몸 조심 하거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