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작팀의 촬영을 마쳤다. 바쁜 일정이었다.

 카메라는 로션마르는 모습에서 글쓰는 모습까지 여과없이 담았다. 나는 왜 촬영에 임했을까? 사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세상에 알리는 것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왜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는 것일까? 

  이제 얼마 후면 아직도 나의 사고소식을 모르는 엄마에게 11년의 비밀은  들통이 나고, 차마 나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일부러 미국행을 하지 않으시는 80순 노인아버지도 보게 될것이고, 학창시절 친구들도 깜짞 놀랄 것이다.
 세 아이들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큰 딸아이에게 피디가 아빠의 고마움을 묻자

" 나에게 아빠의 고마움을 말하라고 묻지 말라. 나는 말로 표현 할수가 없다. 학교를 데려다 줄 때 아빠는 라면,김,과일등을 사주면서 즐기면서 공부하라고...” 하면서 눈물을 툭툭 흘렸다.

  그러자 옆에있던 아들아이와 막내딸도 눈물을 훔쳤다. 그러자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남편이 어색했는지  “우리 ㅁㅁ인 강하지?' 라고 말을 던졌다.

  피디가 나에게 아이들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하였다. 나도  눈물이 맺혀 몇번이고 다시 말하여야 했다.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미씨방에 써 놓았던 세아이와 남편 이야기를 생각없이 주루룩 읽는듯 말을 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피디는 나에게 남편에게 감동받았던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 점심식사중이었습니다. 제가 당신 나 때문에 사회적 출세에 지장이 많이 왔는데 나 원망스럽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종교도 없는 사람이 부처전생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부처가 어느 전생에 숲속길을 가고 있었는데 배고픈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굶주린 어미 호랑이가 배가 고파 젖이 나오지 않은 것을 안 청년은 자신의 몸을 호랑이 먹이로 주었다며 자신의 지금의 생은 이러한 심정이라고 말하더군요.

두번째는 도요타와의 재판시 왜곡된 사실을 풀어내는 일이었고 누군가 나의 사고차의 증거조작을 발견한 일이었지요. 남편은 자신의 전공과 맞아 떨어져 증거조작을 모두 발견할 수 있었어요”

남편의 존재는 당신에게 무엇일까요? 라고 피디가 물었다. 

난 생각할 틈도 없이 무심코 “ 엄마?” 마고 말했다.

11년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5시반에 일어나 나의 신진대사를 처리해주고 아이들 깨워 아침식사를 주고 학교를 보내는 남편의 재현신도 있었다.

 “저는 아직 침대에 있으니 남편이 아이들 깨우는 소리가 마치 제가 어릴적 아버지가 절 아침에 깨우는 소리같이 들립니다. 이 소리는 마치 잠결에 비가 오는 소리처럼 푸근한데 그러면 꿈속에서 아버지를 뵈어요”

“ 남편은 엄마 같기도하고 아버지 같기도 하신거네요”

“그런셈 이군요”

마지막 장면의 촬영을 위해 호수가에 갔다. 들새가 날라 다녔다. 오랫만의 외출은 가을 단풍이 낫설었다. 휄체어 옆에선 남편이 크로즈업 되었다.

“ 왜 1밀리언의 합의금을 받지 않으셨나요?”

“ 진실을 밝히고 싶었습니다.”

“ 왜 진실을 밝히려합니까?

내가 한마디 덧붙였다.

“ 저는 제 사건을 통해 나와같이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비록 이 일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지라도
그리고 세상물정모르는 순진함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진실은 밝혀진다는 것을  믿습니다. 이대로 묻힌다면 어디선가 이런 일은또 일어나겠지요.

나는 운전을 잘못한 적이 없어요. 산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차가 하이웨이에서 고장을 일으켰고, 차의 문제를 찾지 못하다가 몇년 뒤 찾았는데 사고가 나서 차가 견인된 장소에서 누군가 증거를 조작한 일이 밝혀진 것입니다.

함께 동행 해주신 분들이 길을 만들어 주셨습니다.저에게 도움을 주신 많은분들에게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

   카메라가 숲속 오솔길을  크로즈업하고 휄체어가 울퉁불퉁한 흙길을 나오느라 불편해서 혼이 났다. KBS 제작진은 서울로 돌아기위해 보스톤 공항을 향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어두워지는 저녁이었다.

   뒷 좌석에서 졸고 있던 아들아이가
“엄마 밖에 나오니 엄마 너무 조그만 해”라며 중얼거렸다.

  휄체어에 앉아있는 힘없는 내가 거대기업인 도요타와 11년동안 법정공방을 하는 이유 그리고  이렇게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했다. 여러가지 생각이 있었지만 어디선가 나와같은 사람의 아픔을 겪는 사람을 많이 생각했다. 거창하게는 사회 정의이다. 지금도 수 없이 일어나는 교통사고에 대한 약자의 불 이익을 외면 할수 없었던 것이다. 난 어릴적부터 이런걸 무척 많이 생각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