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철학"

공룡기업과의 11년의 법정공방을 하며 정상인이라도 견디기 힘든 법정싸움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나 스스로도 의아 할 때가 있다. 하루에도 수 천번씩 올라오는 좌절의 번민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무슨 힘이 나를 지탱해 오고 있는 것일까?

증거조작을 처음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떠 오른 것은  그들은 이러한 일을 처음 행한 일이 아닐거라는 생각이었다. 정말 우연히 한번 조작을 했는데 어쩌다가 발견되었을거야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러한 일을 무수히 해왔고 앞으로도 이런 일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나의 머리속에 가득했다.

그리고 나의 고통이 생각났다. 대부분 병이란 어느 날 아침에 맞이 하기도 하고 서서히 알게 되기도한다. 사람들은 이런 경우  이미 병이 진행 되었는데 어느 날 나타난 것 처럼  현상에 저항을 한다. 그러나 곧 현실을  수긍하고   자신이 처한 환경과 타협하면서 세상이란 이런 것이라고 위안하며 상황을 받아 드린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던 사람이 1초사이로 364도로 바꾸어지는 운명이란 어떤 느낌일까? 우주의 온갖 별들이 지구로 떨어져 폭파 되는 느낌이었고 별들의 파편은 나의 내장까지 밖혀 산산조각 나는 절망이었다. 더구나 앉아서 보는 세상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럴 것이 움직인다는 것은 동물의 특권 아닌가?

나는 유복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아오며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결혼 후 역시 아무런 불편없이 생활해 왔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미국생활을 하여 왔다. 그래서 나의 현실을 더욱 받아 들이기 힘들었다.

새삼스럽게 지난 고통에 대하여 말하기도 식상되었진 세월이지만 지금도 포기하면 쉬운 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려운 우리가족의 현실을 뒤로 하고 공룡기업의 비리를 밝히고자 하는 신념은 무엇일까?  이것은 정녕 내가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이유 '자존심' 때문이다.

자존심이라고 하니 웃음부터 나온다. 생리작용도 스스로 할수 없는 내가 자존심을 이야기 하니 마치 허공속의 꽃과 같으나 나는 세상 사는 일을 자존심이라고 말한다.

나의 세상 사는 일은 나의 태어남부터 시작한다. '나' 라는 사람의 태어남 즉 나의 태어남이 자존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헤아릴 수 많은 인연사속에서  단 하나의 '나'로 동물 아닌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점은 굳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성자의 우화적인 탄생설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존귀하고 나를 사랑해야 할 '자존심'이다.

이러한 나의 행복론에는 색깔이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행복해야 한다는, '나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나는 세상을  행복해 줄 귄리가 있다.' 라는 심플한 색깔이다.

비록  스스로 물한잔도 먹을수 없는 나 이지만 기업윤리를 밝히고 싶다는 생각은 남을 행복하게 싶은 색깔이고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밝히는 일이 행복하다는 것은 나를 위한 색깔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이러한 신념 뒤에는 많은 희생이 뒤따르고 있다.

나의 변하지 않아야 되는 노력과, 우리가족의 안위를 조금 희생해서라도 세상을 위한 행복한 일이라면, 나의 노력과 우리가족의 희생은 아름다울거라는 행복한 희생이다.

자존심을 누가 나를 비웃고 욕할 때 화를 낼일에 쓰기에는 아까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내가 이 어려움을 견디어 오고 있는 것은 내가 살고 있다는  '자존심'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