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이 잔잔히 불어 오는 날
초록 향기가 가득한 저녁,





평온히 낚시를 하는 모습을 구경 하다가
불현듯, 나에게 떠 오르는 상념이 있었습니다.
취미로 낚시하는 분들의 고요한 얼굴에
기다림이란 저리도 아름다운가?
고요한 정적,
그 속에 또 다른 삶의 모습을 엿보았습니다.

비록 빈통이었지만,
욕심이 없는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에는
평화로움이 함께 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조용히 삶의 지꺼기를 내 보내고
나지막히 소근거리며 자동차에 오르는 낚시 가족들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동안 삶을 살아오며, 
나는 급행열차를 타고 가길 원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급하고
나의 생각에 집착하여
앞과 옆을 보지 못했습니다.

급행열차의 속도처럼 내 마음은
늘 바빴습니다.
급행열차를 타고 가니 내 마음은 언제나 열차의
속도에 따라서 흔들렸습니다.

몸이 흔들리니, 마음도 흔들리고
흔들림 속에서 어지러움도 느꼈습니다.
생각도 제대로 밝게 못한 것이 많습니다.
요즘 생각하면 후회와 반성이 많이 됩니다.

누구나 인생의 종착역은 있는 것. 인생의 종착역에는
오직 그사람의 주어진 삶을 어떻게 담고 살아 왔는 것이 
그대로 보여지는 곳,

삶의 성적표는  
돈, 명예, 물질적인 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삶의 성적표는 오직,
그 사람이 얼마나 평화롭게 살아왔는가?의 가치를 측정만 하는 것.
한참동안 이런 생각에 머물며
지난 날을 돌이켜보니 하염없이 허전해집니다.

때가 되어야 모든 이치를 알아차리는지,
이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철이 들었는지,
나의 인생길을 완행열차로 갈아타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가는 인생열차에 몸을 실어
차창을 통하여 보여지는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영원히 보지못할 세상을
눈에 가득, 마음에 가득 담고 싶습니다.

잠시 쉬다가
이름 모르는 들꽃을 만나면 다가가 향기에 취해 보기도하고
고운 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노래하고 싶습니다.

빗소리의 리듬에 따라서 긴 밤을 아름다운 꿈에 젖어 보고싶습니다.

완행열차의 완만한 속도에 내 몸을 싣고
이제 남은 나의 인생길을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느리게...
느리게...
아주 느리게...

그러나 부드럽게 가고 싶습니다.
진실로, 내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고 싶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마음만은 부유하게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으로 가득 채워서
꽃, 나비, 바람, 달, 나무,... 작은 미물까지,

아니 무생물까지 사랑하고 싶습니다.

밤 하늘 쏟아지는 별들의 속삭임에 감동하며 눈물을 흘리며.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남은 인생을 소중히 생각하며 주신데로 끝까지
삶의 끝까지 천천히... 느리게... 가며...

언젠가 돌아갈 자연, 내 본향을 마음껏 음미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녁 산책길에서..>

글과 사진/ 신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