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간은 마음이 따스하여 마치 위로를 받는 기분이 되곤 했다.
그 시절 한국은 나에게는 너무나 멀었다.
언제쯤 한국을 돌아 갈 수 있을까?...
정말 나의 나라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나에게 오기나 할까?
그런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날에는 가슴 안에서 바람소리가 싸아~ 하며 울렸다
그 소리는 찬 겨울 날 문풍지 소리처럼  내 마음 한켠을 아리게 했었다.

나는 그 시절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이민의 역사에서는 눈물을 흘리면 큰일나는 줄 알았다. 

삶에 대하여 진정으로 눈물을 흘리면 영혼이 맑아지고 더욱 삶에 대한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그때는 울면  마음이 약해져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미국을 살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참으로 여리고 긴장하며 시작한 미국 삶의 초기를 잠시 그려본다.

그날, 우리 부부는 그 긴 성당의 중앙 복도를 통하여 십자가를 향해 
포도주와 영성체 함을 하나씩 나눠 들고
천천히 조심스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신부님께 다가가서 조용히 한국식으로 절을 드리고 예물을 드렸다.
그만, 무의식중에 한국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말았다.

미사 참례하시는 미국 교우들은 모두 서서
우리 부부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지켜보는 듯 했다.

다시, 우리 좌석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왜 그리도 긴지...

잠시 추억의 시간을 회상해보았다.

" 아름다운 우리네의 인사법 "
나는 지금도 이렇듯 한국의 인사법을 가끔 미국 이웃들에게도 사용한다.
때로는 나도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미국 사람들은 나의 한국식 인사법에,

그들도 웃으며 조금은 우수꽝스러운 몸짓으로 
절을 하며 인사를 받는다. 아주 기분이 좋은 모습이다.

우리네의 인사법중에 나 자신 제일 좋아 하는 인사법의 

으뜸은 새배하는 모습이다
몸을 구부리고 엎드려 머리를 깊이 숙이고 새배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겸손해 보이는지...

얼마나 거룩해보이는지...

하루가 다르게 서구 풍속이 들어와 한국의 좋은 풍속이 앉을자리 없이
밀려나가고 있는 요즘의 세태를 보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TV를 통하여 보는 한국의 연속극, 길거리 풍경, 옷차림, 등을 접하여 보면  
정말 우리 한국이 저럴까? ... 의아해진다.
미국에서는 연주회 같은 특별한 날을 위해
우리네의 아름다운 인사법을 배우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누구보다도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사랑하여 더욱 아름다운 예절을 꽃 피웠으면 하고

진정으로 바래본다.

훗날 우리들의 후세들에게 아름다운 삶의 정신을 남겨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세계적으로 자기네의 진정한 뿌리가 있는 문화민족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대우)받는다는 걸 명심하길 바라고 싶다.

지난 설날아침, 새배하는 모습을 볼 때 일년에 한번이라도
이런 좋은 인사법이 있다는 것이,

우리만의 아름다운 인사법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머리를 조아려 공손히 절을 한 후 다시 일어설 때까지,
온 마음을 다하여, 정성을 다하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나의 삶을 보다 충실히 살아 가자. 
겸손히 살아가자. 착히 살아가자.
이런 생각들이 가슴 밑에서 고개를 쑥 내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