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위하여 장미 꽃 한 다발을 샀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데 

겨울 비가 추적 주적 내리고 있다.

회색 빛 하늘아래 겨울 나무들이 쓸쓸히 비 바람에 흔들린다.

오늘이" 입춘대길"이라는 아침 한국 뉴스를 보았다.

문득,  남편을 위해 꽃이 사고 싶었다.

​이런 생각이 날 줄 꿈에도 몰랐다.

​

가만히 생각해보니 살아오면서 남편에게

꽃을 사준 일이 한번도 없었다.

남편에게 꽃을 받은 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참으로 밋밋하게 살았던 우리 부부가 만든 생활이었다. 

남편의 생일이나, 기념 일엔

선물만은 꼭 챙겼지만 꽃은 사준 일이 없었다.

​

꽃을 살까?...

이런 생각이 한번도

머리 속에서 나온 적도 없었다.

​ 

요즘은 꽃 종류가 수도없이 많았다.

노란 수선화를 살까? 하다가

수선화 옆에 고혹적인 장미가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장미의 향이 솔솔 풍기는 냄새를 맡아본다.

음흠.. 정말 좋아.  마음이 밝아진다.

​ 

장미꽃을 한 아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내 마음이 하늘을 나른다.

남편을 위해 꽃을 샀는데, 

마음이 저절로 꽃처럼 핀다.

 조금 전까지 쓸쓸히 비 내리는 오후 풍경에

마음이 울적해 있었는데 이젠 마음까지 환하게 피어 난다.

​아, 그래서 사람들은 꽃을 사는 구나...

그 마음을 알게 한다. 

장미 꽃을 사가지고 집에 와서 그대로 테이블 위에 놓았다.

남편이 올때까지 집안의

구석 구석을 깨끗이 청소를 하고 싶었다.

시간이 남아서 얼굴에 살짝 붓 질을  해본다.

옷까지 아껴놓은 록색 벨벳의 부드러운 홈 드레스를 입는다.

남편이 집에 올 시간 다 되었다.

시간은 저녁 6시,

갑자기 가슴이 저절로 벌렁벌렁 한다.

띵똥.. 남편은 키를 가지고 나갔지만

언제나 초인 종을 눌리는 습관이 있다.

​ 

퇴근하는 남편에게 

한 아름의 꽃을 가지고 웃으며 다가 갔다.

한번도 하지 않았던 일이라 무척 쑥스러웠다.

​

  남편에게

장미 한 다발을 그니의 가슴을 향하여 쑥 내밀었다.

남편은 놀라서 눈을 둥그랗게 뜨고 "이게 왠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났나?"  급하게 묻는다.

남편은 그냥 장미 다발을 두 손으로 꾹 잡고,

어리둥절 하면서도 상기 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면서 생뚱해 한다.

​

 "그동안 살면서 수고 많았어요." 

그냥 픽 웃었다.

​

갑자기 남편이 나를 바라보는데,

 남편의 얼굴이 활짝 피어난다.

​" 그냥 이런 이벤트를 하고 싶었어요. 

오늘이 "입춘대길"이잖아요."

​

(난 쑥스러워 그냥  한국 뉴스에 나오는

 "입춘대길"을 핑개 삼았다.) 

​

남편은 그제야 장미 다발의 의미를 알아차렸는지

나를 살짝 안아주며 내 등을 토닥거려준다.

남편은 "매일 입춘대길이면 좋겠다." 며 크게 웃는다.

내 손을 잡고 그윽히 나를 다시 바라 본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어색하고 웃음이 나서 눈 길을 내린다.

미국 살며 오직 앞만 보고 사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다.

우리의 삶엔 모두 때가 있나 보다.

생각지도 않은 일을 해냈다.

​

 그대의 꽃이고 싶다 

................................. 

​
나 그대의 사랑 받는
꽃이고 싶다

​

저 봄 속에서 환하게 웃는 

그런 꽃이고 싶다.

그대를 위해
풋풋한 향기 스며낼 줄 아는
꽃이고 싶다

나,
그대의 꽃으로 피어나고 싶다

신디의 글, 사진

< 이 시는 오는 2월 18일 생일 날.. 카톡으로 보낼 예정}

오늘 꽃을 받아서 그런가?

친구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나,

모처럼 남편의 환해진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 컷 담는다.

~고백하지만..

그동안 꽃을 사는 것 보다는

선물(물건)을 하나 더 사는 걸,

최고로 알고 살았다.

 가끔은 꽃을 사서 배우자와 서로 나눈다면 부부 생활이

더욱 정스럽고 진정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될 것이다.

서로 좋아서 만나 결혼을 했는데 세월이 흘러 흘러 

무관심 하고 미지근하게 살아왔다.

이제 남은 삶을 좀더 화끈하게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사랑도 결심을 해야만 한다.

이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꽃을 보냈던 저녁,  이 날은 놀랍게도

나의 행동거지가 평소와 달리 다소곳해진다.

물론 남편도 나를 자주 바라보며 웃음이 얼굴에 떠나지 않는다.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서 

절대 쑥스럽지않길 바라면서......ㅎㅎ

잊혀진 계절 -  팬 풀륫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