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한 봄 날 아침, 갑자기 아들로 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가 좋아하는 한국 매화가 피었다고 야단법석을 떨며 전화가 걸려 왔던 것이다.

나도 내 일이 많아서 바쁘다 보니,  자동차로 20분이면 갈수있는 거리이지만

자주 가지를 못한다. 그럴때면 아들이 전화를 하여 나를 불러내곤 한다.

아들 집에 도착하여 보니 아들은 이미 직장으로 출근하고  없었다.

매화가 어디있나 찾아 보았더니 집 뒷뜰에 작년에 샀던 작은 나무가

바로 매화 나무였던 것이다.  어쩜 이리도 곱고 단아하게 피어 나를 반겨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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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나무에는 새집까지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새의 집 일까?  궁금하여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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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뒷 뜰의 창고 지붕 위에서 미국 제비 두 마리가

내가  하는 짓을 계속 보고 있던 것이다.

아마도 알을 깐 모양이다. 날아가지도 않고 옆 눈으로 나를 또렷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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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옆의 정원엔 봄의 수선화까지 곱게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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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매화꽃에만

 정이 가서 한참을 바라보며 머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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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동네는 이웃 간에 담이 없다.

특별한 경우에는 타운에 허가를 받아 담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집은  담이 없어 이웃 간에 정답게 지낼 수 있었다.

아침이면 서로 '하이~  굿모닝~' 인사를 나누며 웃는다.

처음 미국 왔을때 아무도 없는 이곳에 정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이웃들이었다.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달라고 부탁하며

우리 가족들에게 모두 친절하게 대하여주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조상들도 이민자라며, 너희들 마음을 잘 안다고 했다.

결코 인종차별 그런 것은  없었다.

아직도 순수하고 착한 이웃의 배려를 잊지 못하고 있다. 

집 뜰의 구석 구석까지 잎들이 나오고

하얀 목련까지 고웁게 피어 완연한 봄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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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문 앞 정원에는 히야씬스가 봄 향기를 뿜고 있었다.

봄 꽃으로는 최고의 향기를 뿜어 사랑을 받고 있는 꽃,

​자라면서 색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 집처럼 열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여기저기 옷들이 느저분하게 펼쳐있고, 의자에 걸쳐 있기도 했다.

출근 하느라 무척 바빴나 보다. 우선 바쁜 아들을 위하여 집안을

깔끔하게 청소를 해주었고 부엌까지 정리 정돈을 해주고 나니,  더 없이 홀가분하고 좋았다.

위의 이 그림은 아들에게 주었던  '큰 꿈을 꾸어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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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으로 벽을 치장하고

항상 내 그림을 좋아하는 아들을 보면

그것으로 우리 부부는 아들과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어 고맙다. 

나이 들어도 엄마~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는 아이 같기만 하다.

부활절 달걀 바구니를 가져 갔기 때문에 식탁 곁에 있는 탁자에 놓고

 분위기 있게 치장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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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옆엔 자목련까지 피어 집안이 환해서 마음까지 밝아진다.

봄은 나이까지 젊게 만드는 것 같다.

장식장 위에는 이라크 전쟁에 나갔을 때 받은  아들 이름을 가진 '성조기 함'이 보인다.

별이 있는 성조기를 곱게 접어 두었지만 펼치면 미국 성조기 모습이 된다.

미국 정부에서  내린 것으로 씰리얼 번호(#)가 있는  아들 이름'을 가진 살아있는 성조기인 것이다.

아들은 이라크 하늘에'아들의 이름'성조기를 날렸던 그 날의 힘들었던 날을 생각하며 귀하게 여긴다.

아들은 미 정부로 부터 3개의 훈장을 받았었다.

군의관으로 갔던 아들은 이라크 오지를 왕복 4시간을 사막을 걸어서

그곳의 가난한 사람들을 치과 치료를 했고,

해병들 머리칼을 주말이면 쉬지않고 이발해주었다.

아들이 받은 훈장 곁에는

화면에서 왼쪽 편에 걸려 있는 검은 목걸이는  

자신이 전사할때 확인하는 목걸이,  

그 시절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지금도 그것은 보지 않는다.

아들이 전쟁터에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이

어떻겠어요?

청소를 하고 나서 소파에 앉으니..

지난 봄 한국에서 큰 오라버니가 조용히 나를 불러 나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희야, 네가 고생하면서 키웠다고 그 댓가를 바라지 말아라. 

부모는 오로지 주는 사랑으로서 만족하라.

잠시 오라버니가 주셨던 말씀이 떠 오른다.

이제는 아들 집도 내 집 같아서 마음 가득히 부자가 된 것 같다.

​오월이 되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작은 아들이 온다.

지난 성탄절에는 병원의 당직 근무를 해야 함으로 가족 모임에 참여 못하여

자신이 공부하고 자랐던 뉴저지가 보고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자주 전화를 하여 가깝게 사는 것 같지만,  

늘  부모님이 보고 싶다는 인사를 보낸다.

작은 아들은 심성이 깊어 무척 살가운 정을 우리 부부에게 보내준다.

 봄이 활짝 핀 아들 집을 바라보며

큰  아들이 기특하고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 있는 아들은 더욱 더 생각이 난다.

다음 달 오월이면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엄마는 가슴이 뛴다.

 봄의 아름다운 뒷 뜰을 걷고 있는데,

과연 진정한 봄이란 무얼까?  이런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

꿈이란 소년만이 꾸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더욱 힘차게 멋지게 삶을 향하여

 내 딛는 펄펄 살아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진정한 봄은 내 마음 속 깊이 오는 봄이다.

가슴을 활짝 열어 봄이 내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자.

어떠한 경우에도 낙오되지 말고

스스로 젊은이들 못지않게 살아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하루 하루 삶에 대한 깊은 열정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신디의 봄 날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