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햇살에 눈부신 교회당을 바라보며...

 

 

 

산책겸 운동을 위하여 집을 나서니

눈부신 저녁 햇살이 동네길에 내리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우리동네 150년된 교회당의 모습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이제부터 우리 마을은
도그우드(DOGWOOD)의 계절이 왔다.
이 꽃은 신기하게도 꽃잎이 4장이고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모든 꽃들이 음악이라도 들리는듯 일제히 하늘거리며 춤을 추는 듯하다.

미국 살면서 처음 이 꽃을 보고 너무 신기하고 예뻤다.
5년전에 딱 한그루를 집 정원에 심었는데..
아주 잘 자라서 여간 기쁘지 않았다.

꽃 중에서 봄 꽃으로는 가장 늦게 피고 오래도록 피었다가
여름이 오면 이 꽃들은 지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특별히 사랑을 많이 받았다.

 

 

 

오늘 산책을 하면서 보니 이 도그우드 나무가
저녁 햇살에 반사되어 우뚝 서있는
오래된 교회당의 종탑까지 크게 자라서
더욱 기품을 자랑하며 서있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꽃을 만나서 한참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오래된 교회당의 건물위로
저녁 햇살이 따뜻히 빛추고 교회당은 도그우드 꽃과 함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에는 가깝게 지내는 남편의 후배댁에
초대받아서 저녁을 함께 하며
오랫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후배 부부님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의 대화를 실컨 나눠서그런지 

마음 저 깊은 곳에서 힘찬 기운이 스믈스믈 올라오는 것이였다.

사람이 주는 에너지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우리 부부와 마음에 쌓인 이야기를 허물없이 나눌수 있는 분이

 가까이 있다는 것에 감사를 드렸다.

이튼날 아침에 일어나서 고맙다는 전화를 보내고
하루종일 즐거운 마음이 되었다.

 

 

 

5월을 맞이하여
대청소를 하고 집안 정리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집안청소를 말끔히 하고나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깨끗해진 집안을 바라보니 마치 내 마음의 때를 닦은 것 같아서 상쾌했다.

오늘은 나를 위하여 음악도 들려주고
한국 친구이며 시인으로 등단한 진숙님이 보내주신
그녀의 詩가 가득히 실려있는 CD를 들으면서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지냈다.

감사를 할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은혜로운 일이다.
이토록 마음이 충만하고 기쁘니 말이다.

 

우리 동네 앨랜 초등학교 앞으로 지나가며 보니
아직도 통통한 벗꽃이 저녁 햇살을 받으며
온몸으로 빛을 발한다.

서쪽으로 지는 노을빛까지도 그들의 사랑을
온전히 한 그루 벗나무에게 보내고 붉은 빛 석양속으로 떠나는 모습이
가슴 저미도록 내 마음을 흔들었다.

숲이 가득한 뉴저지를 살면서 자연은 언제나 나에게 스승이었고
신앙처럼 생각이 되었다.
왜냐하면 초창기 미국 살때는 마음이 외롭고 그리움이 올때는
숲을 찾아서 홀로 자연을 바라보며 기도를 했었고
자연은 내 기도를 언제나 묵묵히 들어주었다.

이제 좁은 길을 따라서 프리둠(Freedom)공원의 갈대밭으로 가 본다.
갈대밭의 싱그러운 풀냄새가 코를 찌른다.
내 머리속까지 싱그러운 자연의 생기에 맑아지는 것이었다.

 

갈대밭에는 검은 도요새들이 나르고 있었는데,
유난히 작은 검은새 한마리가
부는 바람에 흔들흔들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모습에 눈길이 머문다.

이 밤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미 새를 기다리고 있는지 조금은 외로워 보인다.

해는 이미 넘어갔지만
여명이 있어 고요히 빛을 내린다.
아까부터 놀이터에서 엄마와 아들이 놀더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인가보다.

엄마와 아들이 손잡고 가는 뒷 모습을 작은 점이 될 때까지 바라보았다.

유년의 시절 어두워지도록 동네 아이들과 놀고 있을때면,

저녁 밥 지어놓고 밥 먹으라며

나를 찾아서 부르는 엄마의 꿈결 같은 아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저녁에 오래전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가 그리움이 되어 

뼈속까지 사무치게 다가온다.

나이들어 갈수록 나도 엄마인데,

 엄마가 그리울 때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

하얀 들꽃들이 공원의 들판에 가득하다.

멀리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까지도 따사로운 저녁날의 풍경이 되어 다가온다.

사람이 풍경으로 날때가 가장 큰 아름다움이 된다.

 그 시절 나도 엄마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던 추억이 아슴프레 떠올랐다.

공원 구석에 피어있는 밤의 벗꽃들은
저희들의 세상인양 자태를 뽐내며 서있었다.

고운 새는 어디에 숨어들 있을까?
오늘 밤에는 아마도 활짝 핀 꽃들 사이에서
그들의 보금자리를 근사하게 꾸미겠지..

지난주 일요일 후배님 부부와 모처럼 만나서 
하루를 편안하게 보냈던 것이,
이 주일 내내 그 부부님의 향기가
나를 더 없이 평화롭게 해주었다.

 

사노라면 때때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기도하지만,
그러나 사람이 있어 더 많은 위로를 받았고
더 기뻤고, 행복했던 날이 더 많았었다.

어느 덧 짧은 저녁 해는 흔적없이 사라지고,

 검은 밤이 서서이 오고있었다.

 바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저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우리 집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노란 불빛이,
나를 기다리는 듯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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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산책길에서 ..신디의 일기장에서..

♬ 세레나데 / 슈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