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은 미국의 아버지 날이었어요.

이 날은 6월들어 날이 어찌나 화창한지,

아침부터 하늘이 파랗고 뭉개구름이 두둥실 흘러가는 날,

 정원의 장미꽃들은 활짝 피어 노래를 부르고,
여름의 노랑 난초는 생글 생글거리며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초록은 짙어 향긋한 풀냄새가 마구 풍기는
싱그러운 초여름의 저녁 6시에 뒷 뜰에 모였어요.

아들이 둘인데, 작은 아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중요한 일이 바빠서

 못 온다고 하네요. 그러나 7월에 휴가를 내어

한번 가겠다면서 푸짐하게 선물만 보냈습니다.

큰 아들과 전화 통화중에
올해도 아버지날 내가 직접 요리를 해야 하는 구나. 쩝~ 했더니,

큰 아들이 "엄마 걱정 마세요."
아버지날 저녁 식사는 큰 아들이 자신이 모두 하겠다고 하네요.
모든 음식의 재료는 직접 사서 알아서 만들겠으니
엄마는 그냥  아빠랑 많이만 먹어주면 고맙다겠다는군요.

그동안 대학교에서 공부만 했었지 일을 모르는 아들의 제의에 깜작 놀랐습니다.

과연 무슨 요리를 할까? 햄버거를 할 건가? 요리를 하겠다는 아들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지요.

그렇지만  무척 반가운 소리,  

 기분이 좋아서 그대로 모른척 하며 고맙다는 말만 남겼어요.

과연 아들이 할수 있는 요리가 무얼까? .. 궁금하기도 하고...
​

미국은 대학교에 들어가면 부모를 떠나서 따로 살다보니
남자 학생들도 요리를 모두 잘 한다고 하는 군요.
주변의 친구들에게 자기가 요리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 하다고하네요.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올해는 비가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 꼬박 와 주었어요.
어떤 날은 밤에만 비가  촉촉히 내려서
수목이 모두 무럭 무럭 잘도 자랐어요.​
햇살이 아름답게 빛춰주니 온통 집안이 숲속 같았습니다.

*
*

드뎌 기다리던 아버지날이 되었어요.
엄마하고 아빠는 집 주위를 산책하면서 놀다가,
식사하라고 부르면 오세요. 하는 군요.
암튼 고맙구나, 그럼 네가 맛있게 잘 해봐라, 하고 승락을 했지요.

뒷뜰까지 잔디를 깔끔하게 깍아 놓으니 마음이 날아갈 듯 좋았어요.
우리 부부가 한참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화의 꽃을 피우는데...
식사하러 오세요. 하는.. 아들의 큰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군요.

과연 잘 했을까? 무얼했을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 뒷뜰로 부리나케 갔더니
세상에!! .. 음식을, 푸짐하게도 차려 놓았군요.

와,, 세상에 이런 일이!...

가슴에서 저절로 소리가 터져 나오는 군요.

 모두 큰 뷔페 접시에 수북히 차렸더군요.

큰 뷔페 쟁반에 참치와 연어는 포를 뜨고 회를 푸짐히 넣고,
스프링 믹스와 빵강 파프리카, 노랑 파프리카, 오이 상치 토마토 게맛살,
모두 크기를 어른 손가락 길이 보다 조금 길게 잘라서 보기가 좋게
참치 연어 야채 샐러드를 해 놓았군요. 젓가락으로 한 잎을 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어요.

초 고추장을  자신의 식으로 했다면서
아주 묽게 만들어 고운 붉은 빛인데 모두 섞어  
먹음직스럽게 내놓았네요. 먹어보니 맛은 와~ 대박이군요 ㅎㅎ​

​
사실 난 이런 샐러드를 몰랐는데  오늘 아들에게 한 수 배웠네요.
가만 보니 의외로 ​손이 빠르게 움직이니 모양도 예뻤어요.
​

쇠고기는 최상급이라면서 도톰한 갈비를 뼈는 빼고
납작하게 펼쳐서 하루 밤을 양념으로 재었다면서..

우리 부부는 가만히 앉아계시라면서 어찌나 잘 굽는지 모르겠어요.

고기를 가위질을 하는데

크기가 모두 똑같고 능숙한 솜씨로 어찌나  잘도 자르는지 제가 입이 벌어졌어요.

적당히 구워서 고기 살이 야들야들하고 부드럽고 살살 녹는 갈비살이 맛이 좋았어요.

엄마, 나 요리 잘 하지? ...아들은 말을 하고..

나는 좋아서 먹으면서, 그래, 그래,  정말 요리 잘 한다. 맞장구를 쳐주었죠.

샐러드 맛을 보니 싱싱하고 좋았어요.
 이 쏘스는 어떻게 했니?  아들에게 물어봤어요.  맛도 좋고 모양도 좋았습니다.
새콤 달콤, 약간 매콤 , 감칠맛이 나고, 참치, 연어를 수북히 넣었더군요.

 게맛살은 찢지 않고 그대로 했더군요. 씹히는 맛이 환상 자체 였어요.

아들은 말했어요. 내가 이렇게 하니 레스토랑보다 더 좋지? 
"그럼 그럼,  넘 좋다. 하하 웃으며 답을 해주었어요."

이 날 정말  우리 부부는 마음껏 먹었던 날이예요.

실컨 먹고도 많이도 남았어요.

​

아들은 또 다른 메뉴가 있다는 군요.  다음에 해드리겠다고....

내가 좋아하니 신이 났는지 기대 하세요. 이 말까지 하고,

시원한 맥주가 나오고..

 수박이 나오고..

우리 부부는  
큰 아들이 요리한 음식을 먹으면서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남편도 어찌나 좋아하는지, 입이 귀에 걸렸어요.

큰 아들은  "아빠 아빠, 나는 아빠가 좋아요" 하면서 애교를 떨고..ㅎㅎㅎ
그런 모습이 큰 아들이지만 귀여웠어요.ㅎㅎ

살아보니 남자도 애교가 있는 게 좋더군요.

아들이 미국에 왔던 때는 초등학교에 와서 아이들처럼 말을 하지만,

온갖 한국말은 다 할수 있고, 그리고 뜻을 완전히 이해해요.

우리 부부는 계속 먹고, 아들은 또 버섯과 떡볶이를 꼬치에 끼어
양념장을 붓으로 조르르~ 바르고,
떡꼬지를 고소하게 연신 구워서 실컨 먹게 해주었어요.

바베큐를 하는데 석쇠에 펴놓은 버섯과 떡이 가지런히 예쁘게도 해놓았더군요.
오랫동안 기다렸던 기쁨이 왔어요.​

 
저녁 햇살이 적당히 내리는 뒷 뜰에서 아들의 바베큐 솜씨가 계속 펼쳐 지고....

우리 부부는 계속 웃으며 먹었네요.

큰아들이 "아빠 아빠 많이 드세요,  이 말에 울 남편은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를 부르며, 어께를 들썩 들썩이고, 나는 ㅎㅎ 자꾸만 웃었죠.

올해는 난초 꽃들까지도 잘 자라서 더 한층 정원을 싱그럽게 해주네요.
노랑색 꽃이 가득히 피어 살랑살랑 잎을 흔들며 춤을 추네요.

온통 이 꽃들이 주인공처럼 ㅎㅎ 웃는 날 저녁,  아들이 직접 만든 요리로
푸짐히 식사를 하고 나니  딸이 없는 나는
이렇게 아들의 요리를 먹어 보는 것이 마치 꿈만 같았어요.

요즘 딸가진 엄마들을 많이 부러워 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기회가 왔나 봐요. .*^)^*

요즘 시대가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고 하네요.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이 벌렁 벌렁 했다니까요.

식사를 한 후의 즐거움이 집안에 고운 음악처럼 흐르고..

시간은 가고 고요히 지는 석양이 붉게 하늘을 수놓으려고 하네요.

아들은 뒷마당에서 뒷 설거지를 열심히 하네요.
일하는 것을 보니 몸을 가볍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어요.
​

이곳 뉴저지 집들은 거의 담이 없어요.

담을 만들려면 타운에 가서 적당한 규격으로 허가를 받아야만 해요.

이곳은 도독도 없고, 평화로운 소박한 동네예요.

저멀리 아이들의 웃는 소리가 들리는 동네 집들이 행복해 보이는 군요.

​
 

아 참, 이것도 한번 보실래요*^^*

큰 아들, 작은 아들이 아버지 날 카드를 보냈는데,

반가워서 활짝 열어보니,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글이 나오고, 
카드 안에 하얀 봉투가 있더군요.  이게 뭘까? 하고 봉투 속을 들다 보니,

 금일봉이 쏙~ 뛰어 나오고 ㅎㅎ...

아버지 날이면 늘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는데..
올해는 아주 멋지게 보낸 것 같아요.​

 부모님을 위하여 만들었다는 이 요리가  넘 기특하여

그냥 있을수가 없네요. 아버지날, 이벤트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우리 집 아버지 날의  모습들 함께 즐기고 싶었습니다.

제가 ​딸이 없는 엄마잖아요. 내 미음 이해가 되겠죠?.ㅎㅎ

정말 기쁜 날, 좋은 날, 해피데이가 되었네요.

오신 미씨님들 모두 함께 마음으로 라도 많이 많이 드세요.~​

​아버지 날 잔치 날에..

방긋 웃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