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부부만의 작은 이벤트를 하는 날이다.  10월의 마지막 일요일날,   이른 아침에 눈을 뜨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가을의 모홍크는 꼭 보고 싶었다.   가을들어 남편과 함께 둘이 좀 특별한 식사를 하고 싶었다.

지난 여름부터 약속을 했던 것이다.

 

  점심 시간에 도착한 모홍크 호수는 언제나 변함없이 반가이 맞아준다.  
오늘 우리 부부가 만들었던 그 이벤트란  
바로, 모홍크의 아름다운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었던 것이다.

그동안 늘 집에서 준비했었는데
 가을을 느끼며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2주일 전에 예약했었다.
 
살아가며 나름대로 명칭을 붙여서 작은 이벤트라도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어느 친구 부부님의 이야기가 떠 오른다.   나는 때때로 재미를 만들길 좋아한다. 오랫만에  이런 분위기에 앉아서
꽃병에 꽂아있는 자스민의 향기를 맡으면서
작은 기쁨이라도 느끼고 싶은 걸까?

특별히 주문했던 창가의 레스토랑의 좌석은
오랫만에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가을의 내음새에는 언제나 추억이 있어 더욱 좋다.

    점심시간 꽉 찬 풍요로운 풍경, 
훈훈한 사람들의 따스한 분위기가
모처럼 마음을 흥겹게 해준다.

우주선처럼 생긴 레스토랑은
모홍크 하우스 꼭대기층에 있어,
사방으로 창문을 통하여 아름다운 호수와
멀리 보이는 산야들, 그 전망이 대단하다.

 

가을로 꾸며진 내부의 인테리어의 장식들이 
더욱 따스하고 푸짐하다.
뷔페스타일이었지만
특별히 도우미들이 직접 나와서
거들어주고 친절히 도와준다.

난 옥수수에 해물을 넣은
 구수하고 맛깔스런 스프가 더 좋았다.
바다에서 금방 나온 듯한 싱싱한 연어와 
갓구운 송아지 바베큐 요리가 입에 챙챙 감긴다.

연어는 색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하다.
스테이크처럼 살짝 구운 것인데 그 맛이 독특하다.

 

뉴욕 타임스에서
최고의 요리로 소개된 적이 있었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누구에게나 마음을 다하여 서비스 해준다.

    싱싱한 딸기는
펄펄 끓인 초콜릿에 풍덩 담궜다가 먹는데
그 맛 또한 묘하게 입에 당긴다.

호박 아이스크림, 그 맛은 달콤한 음악처럼
부드럽고 감미롭다.
살구 젤리는 입에서 살살 녹고...

 

 
그 옛날 부호집 응접실에 앉아본다.
마치 안방의 여주인처럼...
가구들은 이미 기념품이 되었지만,
그 분위기가 멋스런 모습이었고
검소하고 중후한 느낌이 편안하다. 

 창을 통하여 바라보는 경치는
더욱 고운 그림처럼 고즈넉하다.  

다행히 비는 한 두방울 정도 떨어지고 그만이다.
날은 흐렸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다.
사진찍기는 안 좋았지만 난 이런 날을 좋아한다.
가을의 빛바랜 풍경은 그리움처럼 일렁인다.
 
  다른 연회장에서는
 어느 결혼식 피로연을 하는 것 같았다.
모두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모습이다.
이 건물 아래는 호수가 출렁인다.

날이 아침 저녁으로 차운데 가을 꽃이 어찌나 탐스러운지... 그냥 갈 수가 없었다.

 

    늦은 가을이지만 꽃이 싱싱하고  아름다워 사랑스럽다.
 옛날 안주인이 가꿨던 꽃밭으로 가서
향기를 맡고 싶었다.
꽃이 좋아서 앉아본다. 나이들어도 여심이란 늘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         그동안 멀리서 바라보는 사진을 많이 담았지만
오늘은 가까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담고 싶었다.

 
사진을 찍는 것은 나에게 많은 운동이 된다.
하나의 사물을 담아보며 느끼는 멋이
날이 갈수록 색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흥미롭다.
그림 그리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촉촉히 젖어있는 풍경들은
나도모르게 옛추억 속으로 달려가고...

  아들과의 추억, 그리고
친척들의 방문, 친구들과의 뱃놀이,
수영하며 물장구 치며 놀았던 일
나의 많은 옛일들을 이 호수는 간직하고 있으리라.
 
호수는 아주 길다.
마치 강처럼 깊고 푸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오늘은 가랑비가 내려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고즈넉한 호숫가를  한바퀴 돌 생각이다.     마치 마법의 성 ? 실물로 보면 더욱 웅장 하다. 이상한 것은 방문 할적 마다 새로운 모습이 된다.   지난 가울에는 클린톤 부부가 다녀갔다고  산책하며 만난 등산객이 전해준다.     숲사이로 말을 타며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편의 영화처럼 다가온다.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비내리는 날의
가을 나들이에 가랑비를 맞으니
문득,"흔들리며 피는 꽃"
이 詩가 떠 오른다. 이 시를 음미 할때마다 우리네 삶이 떠 오른다.     그동안 결혼하여 나와 다른 한사람을 만나서 30년 넘게 살아온 삶, 그것은 항상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햇볕처럼 따사롭기도 했었고,
바람부는 날, 구름낀 날,
비가 내렸던 날도 많았었지...
마음을 다하여 예쁘게 살고 싶었지만 생활은 우리를 그대로 두지않았고 이리저리 피곤하게 아프게 몰고 다녔었다.   그러나 시간은 화살처럼 날라서 어느 덧 중년의 길, 한 가운데 와 있다.   그 시절에는 죽을 것같은 힘들었던 고통들도 지나고 보니 그림처럼 모두 아름답게 다가온다.   지나간 세월속에 나를 찾아보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여학교, 대학교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은 풍요롭지 않았지만 낭만이 있었고, 사람들 살아가는 인심이 훈훈했다.   요즘은 물질적으로 넉넉하고 풍요롭지만 사람들의 정이 각박하고 메마른 것이 안타까이 느껴진다. 물질 문명이 발달하여 생활은 편해졌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멀어진 기분이다.   오늘 함께 했던 고즈녁한 산책길에서 만나고 느낀 풍경때문일까.  이제는 세상의 모든 일어나는 사물들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마음껏 사랑하고 싶다.
이것은 나 자신을 평화로이 살게하는 길,
누구를 위한 것은 아니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내 주위의 가족들, 친구들까지 행복해지지 않을까?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은 정치가도 아니요, 교육자도 아니요, 성직자들도 아니다.   평범한 개인 하나 하나가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변화할때, 이 세상은 살기좋은 세상이 될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 겨울을 재촉하는 빗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통하여 들려오는 초겨울의 빗소리까지 아련한 속삭임처럼 들린다.    저무는 한해의 길목에서, 저 멀리 성탄절 케롤 소리가 나직히 들려오는 이 밤,   새해에는 좀더 좋은 소식이 많아서 우리네 삶이 편안해지길 바라며 두손을 모운다.   글과 사진/ 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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